▣ 백운산 도솔봉
○ 일자 : 2013. 9. 15. (일)
○ 장소 : 백운산 도솔봉(전남 광양시)
○ 참석 : 기산영수, 요산요수(2명)
〇 백운산 인연
백운산은 전남에서 지리산 노고단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백운산 정상(1217.8 m)을 중심으로 동쪽에 억불봉(1008m), 서쪽으로 따리봉(또아리봉, 1127.1), 도솔봉(1123.4m)이 주요 봉우리이다.
십 수 년 전 광주지방변호사회에서 백운산 산행을 다녀온바 있다. 한재에서 백운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그늘 없는 뙤약볕으로 꽤 지루한 오르막으로 기억된다. 산행의 맛도 모르는 시절이었다.
2000년대 초반 순천지원에 소속하면서 이런 저런 일로 백운산에 갈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광양제철수련원에서 연수회가 있어서 숙박한 적도 있고, 그 때 억불봉을 올랐던 기억도 새롭다. 산이 높은 만큼 계곡도 깊다. 도선국사가 머물렀던 옥룡사 터도 품고 있다.
광주에서 훈장을 하다 보니 이제는 광양이 가까운 곳이 아니다. 백운산은 더욱 멀다. 지난달 하순 교수산악회 회장인 양 교수께서 9월 14일(토) 백운산 산행에 불러주신다. 반갑기도 설레기도 하면서 9월 14일을 기다린다. 그런데, 당일 이른 새벽부터 몰아친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로 산행계획이 아침에 취소되었다. 아, 아쉬움이여 - 더구나 오전에 날씨가 개이니 더욱 속 터진다.
What shall I do? 기산영수에게 하소연 하였더니, 오후쯤 연락이 왔다. 내일(9월 15일) 아침 7시 30분까지 문화예술회관 후문으로 나오라고. 백운산 가잔다.
〇 도솔봉 가는 길
기산영수 덕분에 백운산 간다. 다만, 정상이 아니고 도솔봉이 목적지 이다. 산악회 일정에 합류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음이다. 목마른 자에게 산행할 기회를 준 “광주 원 산우회”에 감사드린다.
도솔봉, 그래 더욱 잘 되었다. 백운산의 대표적 3봉 중 정상과 억불봉은 이미 인사했던 곳이고, 도솔봉이 아직 미답(未踏)였는데.
7:30. 문화예술회관 후문에서 산악회 버스에 탑승한다.
9:10. 백운산 계곡 중턱까지 오른 버스가 멈춘 곳은 ‘광양고로쇠마을’이라는 현판이 있는 마을 버스종점이다. 그곳 마을 이름이 논실이다. 10분 정도의 준비운동을 마치고 출발한다(09:20).
어제 새벽 천둥번개에 하늘이 찢어질듯 하더니 오늘은 쾌청이다. 계곡물이 힘이 넘친다. 초입의 완만한 계곡 길에 들어서니 아침의 산 공기가 청량하다. 30여분을 가서야 ‘삼거리’라고 쓰여진 이정표가 나오고, 부근에서 한번 쉬고 능선을 향해 오른다. 완만한 오름이다. 또 30여 분만에 능선 삼거리에 도착한다(10:30). ‘따리봉 1.5km →’, ‘도솔봉 0.5km ←’ ‘논실 2.3km ↓’라고 쓰여진 이정표가 서있다. 도면상으로 보니 ‘참샘이재’인 듯하다.
도솔봉까지 0.5km 거리이다. 이제 급경사이다. 급경사 길에 나무계단 길을 조성 중이다. 계곡에서 한들거리듯 노닥거리다가 도솔봉 턱밑에서 온몸에 땀으로 멱을 감는다. 근 30분을 헉헉 거리고서야 도솔봉에 도착한다(11:00). 주봉에서 서쪽으로 달리는 능선의 한 축을 이루는 봉우리답게 전망이 좋다. 따리봉 백운산정상 억불봉이 차례로 우뚝 서있고, 북동쪽으로는 지리산 주능선이 선명하다. 포근한 반야봉이 바로 저쪽에 보인다. 도솔봉의 산정은 헬기장 공사인지 보수공사인지 어수선하다. 점심을 먹기에도 아직 이른 시각이다.
〇 산중 전어회
형제봉 쪽으로 능선 따라 한 시간 여를 더 가다가 산우회 일행이 점심 자리를 잡는다(11:50). 배낭에서 각종 진수성찬이 나온다. 여자 분이 그곳에서 양념에 전어 회무침을 비빈다. 무지한 이 사람이 왜 여기에서 회를 무치냐고 물었더니, 미리 무쳐오면 물이 나온단다. 아, 그렇구나 ―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아직도 이렇듯 배울 게 많은데, 세월은 너무도 빠르다. 마음이 바빠진다(少年易老 學難成 一寸光陰 不可輕). 학교 앞에서 사온 김밥도 맛있다. 남의 반찬 먹는 것도 맛있다. 산행의 즐거움이 제1은 땀 흘리며 오르는 즐거움이요, 제2는 도시락 나눠 먹는 즐거움이다. 제3은 하산 후 온천욕의 개운함이다. 산악회의 규율인지? 먹는 것도 바쁘다. 먹는 즐거움을 40 분만에 끝내버린다. 출발(12:30).
〇 하산의 즐거움
점심 후 하산이다. 능선 따라 형제봉까지 한 참을 걷는다. 배도 부르고, 소주도 두어 잔 했더니 긴장이 해이됐는지 앞으로 넘어지는 쑈도 벌리면서 하산한다. 높지 않은 아담한 돌산 봉우리 두 개가 나온다. 그냥 보아도 여기가 형제봉이렸다(13:20)! 두 번째 봉우리에 표시석이 있다. “형제봉 861.3m”. 사진만 찍고는 바로 계곡 쪽으로 하산한다. 산악회 회원들 따르다 보니 식사시간도 짧고, 쉬는 시간이 따로 없다. 막 따라가기가 바쁘다. 초가을 덥지 않은 날씨지만 발이 무겁다. 한 시간의 계곡 길이 지루해질 무렵에 성불사 절 입구 성불교 다리 밑에 도달한다. 먼저 온 일행이 발을 담그고 맥주를 들이킨다. 물싸움을 하는 등 동심이 발동한다(14:20).
광양읍에 도착하여 온천에서 몸을 녹인다. 와- 이 맛이다. 산행의 즐거움 중 제3락이 바로 하산 후 온천욕의 개운함이다. 산악회의 일정이 그렇듯이 물에서 나오면 버스 옆에는 예외 없이 소박하고도 맛진 진수성찬이 기다린다. 맥주 한잔에 된장국은 품격이야 맞든 말든 함포고복(含哺鼓腹)의 수준이다.
새벽잠을 설치고 종일토록 걷고 먹고 마시고 목욕하고, 버스 타고, 오고 가고, 오늘 일정을 다 셀 수도 없다. 광주 집에 도착은 7시가 갓 넘은 시간이다. 아 행복한 날이다. 함께 산행 해준 기산영수에게 감사드려야지, 땡- 큐-
2013. 9. 15.
이 철 환
첫댓글 감칠맛나는 산행후기 쥑여주네? 어쩌며1락에서 3락까지 감칠맛에 !!다녀온 산행기보다 1락에서3락의
후기 맛이 더 취하네~ 으째야슬가이 친구와 함께했던 시간이 너무 행복했네 고맙네 ㅎㅎㅎㅎㅎㅎ
과연 요산요수로세...추카.추카허네!
바쁜생활 하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