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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 위의 책 - 고운기 | 나의 리뷰 | 2020-05-22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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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기 저 삼국유사 속의 대 자유인과 함께 거닐다! |
汝屎吾漁
저자 고운기는 1961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한양대와 연세대대학원에서 국문학을 공부했다. 1999년에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한일 문학 비교 연구’를 수행한 뒤, 『일연과 삼국유사의 시대』(2001),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2002), 『일연을 묻는다』(2006)을 냈다. <삼국유사>를 연구해 인문 교양서로 펴내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일연 스님이 저술한 『삼국유사』는 우리 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역사뿐만 아니라 고조선, 기자조선, 위만 조선과 아울러 가락국 등의 역사까지 폭넓게 기술되어 있다. 단군신화를 비롯하여 무수한 신화와 설화들의 담겼고, 신라의 고유 노래인 향가가 14수 전해 온다. 『삼국유사』는 우리 민족의 역사서이면서 문학서로서 우리 민족의 정신적, 정서적 정체가 흐르고 있는 위대한 저술서다. 평생 『삼국유사』와 함께 한 저자 고운기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삼국유사』로 성찰하면서 자신의 책 제목으로 『모든 책 위의 책』이락고 했다. 이러한 평가를 받을 만큼 『삼국유사』는 자격이 충분하다.
내가 사는 포항에 오어사(吾魚寺)가 있다. 주변의 원효암과 자장암과 어울려 봄에는 꽃이 곱고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답다. 혜공과 원효의 일화에 나오는 ‘오어사’의 유래담이 유명하다.
혜공은 늘그막에 항사사(恒沙寺)에 거처하였다. 이때 원효는 여러 불경의 소(疎)를 지으면서 항상 혜공을 찾아가 의심나는 것을 물었는데, 가끔씩 서로 말장난을 하기도 하였다. 어느 날, 원효와 혜공이 시냇가에서 물고기와 새우를 잡아먹고 돌 위에 대변을 보았는데, 혜공이 그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네가 눈 똥은 내 물고기다.” (汝屎吾漁: 너는 똥을 누고 나는 물고기를 누었다.) 때문에 오어사(吾魚寺)라고 이름을 지었다. (『삼국유사』 일연 지음. 김원중 옮김. 을유문화사. 2002.)
오어사를 풀어보자면 ‘내 물고기 절’이라는 뜻이다. 혜공이 외친 ‘나는 물고기’가 그 근거이다. 요즘 사람으로서야 원효와 혜공 사이에 있었던 이 일을 모르면 언뜻 알아듣기 힘든 말이다. 그런데 이름에 고기 어(漁) 자가 들어가는 다른 절과 비교해보면 뜻은 조금 확대된다. 예를 들면 부산 금정산(金井山)의 범어사(梵魚寺)가 그렇다.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산정에 높이 50여 척의 큰 바위가 있고, 그 바위 한가운데 샘이 있으며, 그 물빛은 금색(金色)인데 물속에 범천(梵天: 불교의 열두 개 하늘에서 위를 지키는 하늘)의 물고기가 놀았다. 그래서 산 이름을 금정산, 절을 범어사라 한다.”라고 하였다. 범천의 물고기가 논다고 하여 범어사라고 했다는데, 범천 곧 수호신의 가호를 받는 물고기야말로 자유롭고 평안한 존재의 상징이다. 해탈한 자의 모습 아닐까. (24)
『모든 책 위의 책』에서는 글과 함께 큼직하고 시원한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이 저자의 간결한 문장과 어우러져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코로나19로 갑갑함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권한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