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은 용기(勇氣)를 이렇게 정의한다. 마크 트웨인은 용기를 '공포에 대한 저항'이라고 했다.
지난 1년 사이 우리 주변에선 크고 작은 범죄가 벌어졌다. 아찔한 위기의 상황도 잇따랐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누구나 타인의 불행을 함께 짊어지려는 용기를 가지고 있다"고 했지만
그런 용기를 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요즘이다.
불의(不義)와 타인의 위험에 맞서 용감하게 나설 수 있는 자, 과연 누구인가.
절체절명의 순간, 맨몸으로 나서 의(義)를 세운 '용감한 시민'들을 만났다.
- ▲ 1 강도를 상대로 두 차례나 맞싸우고 지하철 승강장에서 추락한 여성을 구출한 이 지완씨./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2 여자아이 성추행범을 잡은 해운대우체국 집배원 신준호씨 3 제주 노형동 환경미화원 강창훈₩김규완씨(왼쪽부터)는 포상금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 이종현 객원기자 grapher@chosun.com 4 창원시 환경미화원 박영욱씨는 육상 선수 출신답게 날 치기범을 추격해 붙잡았다 5 부산지하철 연산동역 승강장에서 추락한 20대 여성을 구출한 김기환씨 /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6 신형모 사장은“목이 졸려 허옇게 질려가는 여자의 얼 굴을 보고 무작정 달려들었다”고 했다. 7 한탄강에서 물놀이하다 익사 위기에 처한 여성 2명을 구조한 차능호씨.
격투기 6단… "불의를 보면 피가 끓는다"
한모(19)양은 5월 11일 오전 9시50분쯤 인천지하철 1호선 부평역 철로 위에 떨어져 정신을 잃고 있었다.
빈혈 때문이었다.
그때 번개처럼 몸을 날린 이가 이지완(43)씨다. 격투기 6단, 합기도 5단인 그는
"다른 사람이 위험에 처한 순간 반사적으로 뛰어나간다"면서 "두려움은 없다"고 했다.
이씨는 이전에도 '용감한 시민' 소리를 두 차례나 들었다.
1995년 어느 주말 저녁 인적이 드문 길을 걷던 여성의 얼굴을 돌로 찍어 피투성이로 만들고 돈을 빼앗은
20대를 붙잡았고, 5년 전에는 취객털이 일당 3명과 격투를 벌여 한 명을 경찰에 넘겼다.
"격투기 체육관을 운영하며 한창 물이 올라 있을 때 얘깁니다. 그 친구, 잘못 걸린 거예요.
경찰서에서 '밖에서 만나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기에 '법이 없었다면 넌 이미 죽은 목숨'이라고 응수했습니다.
여학생을 구출했다고 조금 전 철도공사 사장에게 감사장을 받고 오는 길입니다."
초등학교 때 덩치가 왜소했다는 그는 무술을 연마해 지금은 10대 1로 싸워도 지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경호업체를 운영하는 이씨는 총각 시절 동네의 '밤손님'을 유인해 잡기 위해 현관문을 열어놓고 잠을 잔 적도 있다.
결혼해 남매를 뒀지만, 그는 "지금도 불의를 보면 피가 끓는다"고 했다.
"주변에서 큰일 했다고 격려하지만, 아내는 버럭 화를 냈습니다.
근데 저처럼 운동으로 단련한 사람이 안 나선다면 이런 각박한 세상에서 누가 나서겠습니까."
특전사 출신 집배원에 딱 걸린 치한
부산 해운대우체국 집배원 신준호(35)씨는 4월 8일 반여동에서 만 5세 여자아이를 성추행한
40대 남자를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오전 11시쯤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좁은 골목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던 중이었다.
신씨는 "아기 울음소리가 크게 들려 '엄마가 아이를 적당히 좀 때리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골목 안쪽에 바지를 내린 남성이 누워서 하체를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고 했다.
특전사 중사로 제대했고 지금도 특공무술과 태권도로 몸을 단련하는 신씨에게 그 치한이 잘못 걸린 것이다.
"20대 초반 젊은 아이들이 술 먹고 소리 지르며 간판 깨고 하면 불러다 놓고 뭐라고 하는 편입니다.
중고생 녀석들이 껄렁거리는 모습도 그냥 못 넘기는 편이고요."
신씨가 겁에 질린 아이를 달래는 사이 성추행범이 도망쳤지만 8년 동안 우편배달을 하며
동네 구석구석을 훤히 꿰고 있던 그를 따돌릴 수는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성추행범은 장애인 여성을 성폭행해 실형을 받은 전력(前歷)이 있었다.
해운대경찰서는 신씨에게 용감한 시민상과 포상금 30만원을 전달했다.
미혼인 그는 상금의 일부를 함께 살고 있는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건넸고 나머지는 직원들과 회식하는 데 썼다고 했다.
"아이의 부모에게선 연락이 없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아이가 얼마나 놀랐겠어요. 잘 크기만 바랄 뿐입니다."
"도둑이야" 해서 나섰지 "강도야" 했으면…
1월 25일 오후 10시 제주 노형동의 환경미화원 김규완(52)·박대영(42)·강창훈(37)씨는
다른 날보다 작업을 서두르고 있었다. 몇 시간 뒤면 설날이기 때문이다.
작업이 끝나갈 26일 오전 1시쯤 다세대 주택 골목길을 돌아나가는 순간 "도둑이야" 하는
여성의 날카로운 고함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부부싸움을 하는가 싶어 무심코 지나갔는데 웬 여자가 뛰어나오면서 소리치는 거예요
. 동료 둘이 같이 있는데 그깟 도둑 하나 못 잡을까 싶었죠."
(김규완) 여성을 폭행하고 100여만원을 빼앗아 달아나던 30대는 환경미화원 3총사에 격렬히 저항했지만
결국 허리띠에 손을 묶이고 말았다.
공기업에 다니다 명예퇴직하고 2005년부터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김씨는
"구원 요청을 하는데 일단 달려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일하다 다치면 공상(公傷)이니까" 하고 농담을 했다.
"'도둑이야' 했으니 나섰지 '강도야' 했으면 섬뜩해서 모른 척했을지도 몰라요. 하하."
제주서부서는 환경미화원 3총사에게 포상금 50만원을 전달했다. 상금을 어디에 썼느냐 묻자 김씨가 말했다.
"이 돈 없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불우이웃을 도와달라고 기탁했는데 그게 시청이든가, 동주민센터든가…."
"주유소에서 한 건"… 택시 세우고 격투
인천에서 회사택시를 운전하는 이모(32)씨는 4월 8일 새벽 술에 취한 30대 남자 손님을 태웠다.
그는 "주유소에서 한 건 했다"며 횡설수설했다.
100장은 족히 넘어 보이는 만 원짜리 지폐도 보였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 이씨는 목적지를 얼마 앞두고 화장실에 좀 다녀오겠다며 차를 세웠다.
차 뒤쪽으로 간 이씨는 휴대전화로 112 버튼을 눌렀다.
그때 눈치를 챘는지 승객이 차에서 뛰어내려 도주하기 시작했다.
뒤따라간 이씨와 손님 사이에 격투가 벌어졌다.
"별일 아니겠지 생각했는데, 진짜 강도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피해자가 지금 피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마음속에 불이 확 오르는 것 같았죠."
범인은 몇 시간 전 인천 남구의 주유소에서 현금 100여만원을 털어 달아나던 중이었다.
범인은 경찰에 검거됐다.
이씨는 격투 중 왼쪽 팔꿈치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했다.
깁스를 하는 바람에 20일 정도 운전을 못 했다는 이씨는 몇 년 전에도 뺑소니 운전자를 추적해 잡은 적이 있다.
"대단한 용기가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눈앞에서 잘못된 일이 뻔히 일어나는데 그냥 외면해서야 되겠습니까.
인천경찰청장이 표창장을 주셨고 상금도 100만원 받았습니다.
봉투째 아버지께 드렸는데 어려운 사람 돕는 데 쓰셨다고 하더군요."
칼든 강도에 맞선 나이트클럽 직원 '콤비'
3월 13일 밤 10시 목포 유달관 나이트클럽 정경원(26) 실장은 업소 앞에 정차한 택시 안의 분위기가 영 미심쩍었다.
손님을 태운 운전기사가 초조한 얼굴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뒷좌석 손님 두 명 중 한 사람이 기사의 목 부근에 길쭉한 것을 갖다 대고 있었다.
정 실장의 전화 연락을 받고 강경수(30) 전무가 나왔다.
가게 네온사인 불빛에 무언가 번쩍했다.
"사시미 칼이다. 그렇다면 택시 강도?"
두 사람은 손님들이 차에서 내리자 슬며시 택시로 접근해 기사에게 물었다.
"당한 거 맞죠?" 기사는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거 있죠.
아버지 연배의 분이셨는데 겁나서 차에서 나올 생각을 못하는 거예요.
가만있을 수 없었죠."
나이트 업계 경력 10여년째인 강 전무는 고교 1학년 때까지 태권도 공인 4단의 밴텀급 선수였다.
취미 삼아 복싱도 했다. 한 건 한 강도들은 또 다른 택시를 잡고 있었다.
"내가 칼 든 쪽을 잡을 테니 동생은 나머지를 책임지소."
50여m를 따라붙은 강 전무와 정 실장이 이들을 덮쳤다.
얼마 전 출소했다는 50대가 회칼을 휘둘렀지만, 강 전무가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팔을 돌려 꺾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강 전무는 집에 돌아가 당시 임신 5개월이던 아내에게 싫은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6살 아들과 곧 태어날 아이, 나를 두고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목포서는 이들에게 표창장과 1만원짜리 도서상품권 10장, 현금 20만원을 부상으로 전했다.
강 전무는 아들의 동화책을 사고 직원들 회식하는 데 포상금을 썼고 정 실장은 부모님께 드렸다고 했다.
유달관 나이트클럽 앞에는 '2인조 택시강도 시민 검거'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 "야간 유흥업소에서 일한다고 곱잖게 바라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희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정경원)
100m 11초대 뛰던 실력 어디 가나
환경미화원 박영욱(38)씨는 설 명절을 앞둔 1월 23일 경남 창원시 중앙동 한 은행 앞에서 날치기범을 추격해 격투 끝에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 피해자는 회사 공금 500만원을 찾아가던 여직원이었다.
박씨는 이날 오후 2시쯤 도로 청소를 하고 있었다.
여자 비명소리에 뒤돌아보니 20여m 뒤에서 한 40대 남성이 젊은 여성을 길에 쓰러뜨리고 핸드백을 빼앗고 있었다.
주변 시민은 쳐다볼 뿐 다가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합기도 3단, 태권도 2단으로 특수부대 출신인 박씨는 반사적으로 뛰어갔다.
두터운 작업용 솜 바지에 야광 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고교 시절 육상 선수로 활동하며
100m를 11초대에 뛰던 박씨였다.
200여m 따라붙었고 차량이 쌩쌩 지나가는 도로에서 범인을 덮쳤다.
"범인이 순간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는데 아차 싶은 거예요.
혹시 흉기가? 다행히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육상에 입문한 박씨는 체전에서 메달을 목에 건 단거리 기대주였다.
고2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슬럼프를 겪었고 운동을 접었다.
제대 후 경찰에 지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작년 1월부터 창원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생인 아들과 돌 지난 딸이 있다.
창원서부경찰서는 박씨에게 표창장과 포상금 50만원을 줬다.
그는 포상금을 따로 통장을 만들어 저축해 뒀다고 했다.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 돈'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의협심은 무슨… 서로 돕고 사는 거지
온양온천역 앞에서 작년 말부터 '화이팅 동태탕'을 운영하는 조금학(43)씨는 '용감한 시민'이란 호칭이
영 어색한 듯했다.
조씨는 3월 14일 오후 1시10분 온양온천역 승강장에서 갑자기 선로로 추락한 70대 노인을 구했다
. "이것저것 재고 말고 할 틈이 없었어요. 차 들어온다고 방송은 나오고…. 급한 마음에 무작정 뛰어든 거지."
합기도 3단으로 군 제대 후 사범으로 일하기도 했다던 조씨는 "그때 머뭇거렸으면 나중에 혼자 마음속으로
얼마나 후회했겠느냐. 아마 나 자신을 용납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조씨의 부모는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위험한 일에 목숨을 거냐"며 땅이 꺼져라 걱정을 했고
4년 전 결혼한 베트남 출신 아내는 얼마 전 사실을 전해 듣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눈을 흘겼다고 했다.
70대 노인의 가족에게선 아직 연락이 없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평생 칭찬받은 일 별로 없는데 요즘은 손님마다 잘했다고 하시니 영 쑥스러워요.
역장님이 주신 전철 무료 이용권과 할인권은 손님들께 나눠 드렸고 이제 명함집 하나 남아 있네요."
그는 "의협심은 무슨 놈의 의협심이냐"며 "어떤 상황에서든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하고 서로 돕고 살면 다 된다"
고 웃었다.
승강장 구조 몰랐다면… 아찔했던 순간
김기환(44)씨는 3월 5일 밤 10시50분 부산지하철 1호선 연산동역 선로에 추락한 정모(27)씨를 구했다.
1남 1녀를 둔 가장이지만 그는 "젊은 사람이 떨어지는 걸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뛰어들게 됐다"고 했다.
열차가 구내로 접근하는 상황이라 정씨를 승강장 위로 들어올린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고 김씨는 말했다. 정씨와 함께 승강장 아래로 몸을 피한 뒤 몇 초 지나지 않아 열차가 들어왔다
. 몇 년 전 지하철 3호선에서 스크린 도어 설치 작업을 하며 승강장 구조를 파악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학창 시절 달리기 좀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제가 몸을 그렇게 날래게 움직일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식사나 함께하자고 정씨 집에서 연락이 왔는데 시간도 안 맞고 괜히 부담 줄 것 같아서 됐다고 했습니다.
어지럼증 때문에 쓰러졌다고 하던데 몸은 괜찮은지…."
영도구 동삼동에 사는 김씨에게 부산시는 용감한 시민상을, 영도구청에서는 구민상을 수여했다.
"부산교통공사에서 감사장하고 1년 무료승차권을 주셨는데 잘 쓰고 있습니다."
깔딱 숨 넘어가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전북 곰소에서 젓갈 집을 운영하는 신형모(50) 사장은 2008년 10월 18일 전주시 중앙동의 한 백화점 근처에서 쇼핑을 나선 아내와 딸을 기다리고 있었다.
건너편 벤치에 젊은 남녀가 앉아 한참 동안 얘기를 주고받는 걸 보았는데, 갑자기 여성의 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아까 그 남성이 벤치에 여자를 눕히고 올라타서 목을 누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흥건한 핏자국이 보였다. 휴대전화로 신고할까 생각했지만 상황이 너무 급박했다.
여자의 얼굴은 허옇게 질려가고 있었다. 달려들어 남자의 손을 잡아챘다.
"정신없었죠. 겁도 났고. 근데 가만 놔두면 사람 하나 잡겠더라고요. 의협심?
당시엔 그런 거 떠올릴 겨를이 없었다니까요. 숨이 깔딱 넘어가던데요.
주변에 있던 젊은이가 도와줘서 큰 사고가 나는 걸 막았지요."
전주완산서의 조사 결과, 남녀는 채팅을 통해 만난 차모(23)씨와 박모(19)씨였다.
헤어지자는 박씨의 말에 격분한 차씨가 흉기를 휘두르고 목을 조른 것이었다.
전주 완산서는 신씨에게 표창장과 상금 50만원을 전달했다.
신씨는 "인터넷에 나온 이름을 보고 미국에 사는 친척이 연락을 해 왔고 주변에서 밥 내라고 성화가 많았다"면서
"그런 것 빼면 달라진 건 별로 없다"고 했다.
"딸한테 혼났어요. 경찰서 같이 갔는데 범인이 아빠를 째려봤다며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안식구는 '욱하는 성질 좀 참지' 그 말밖엔 안 하던데요. 허허."
익사 위기 상황… 급할수록 냉정하게
철원 청양초등학교 직원인 차능호(41)씨는 지난 여름 물놀이 중 급류에 휘말려 떠내려가던 여성 2명을 구조했다.
2008년 8월9일, 가족과 함께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 한탄강에 물놀이를 갔을 때였다.
신철원초교 행정실에 근무할 때였다.
오후 7시쯤 조카사위 김남원(35)씨와 함께 낚시를 즐기던 차씨는 강 상류 쪽에서 급류에 휩쓸려 내려오던 두 여성을 봤다. 포말 사이로 튜브를 붙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살려달라"는 외침은 급류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물살이 조금 약해진 하류 쪽으로 한참을 뛰어가 조카사위와 함께 뛰어들었습니다.
물 깊이가 사람 키 몇 배는 되는 곳이라, 섣불리 뛰어들었다간 저나 그쪽이나 위험한 상황이었거든요
. 튜브 끝을 잡고 끌고 나왔어요. 119 대원에게 인계했는데, 그 뒤 별 이야기 없으니 잘 살고 있겠죠.
철원소방서에서 표창장 받고 그릇 세트도 선물로 받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한탄강에 물놀이를 자주 다녀 수영에는 자신 있었지만 차씨는 "알면 알수록 물이 무섭다"면서
"무모하게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급박할수록 냉정하게 판단해야 2차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