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雪岳山)
김장호
이 산은 오르기가 좀 까다롭다
짜임새 때문이다.
밋밋한 육산과 달라
섯돌고 감돌아
외가닥으로는 길이 열리지 않는다
서북주능을 기둥삼아
화채 공룡 갈래지능 두어개면 됐지
굽이마다 홀쳐내고 틀터감아
수렴동으로 들어서도 벽
천불동으로 밀어붙여도 사면은 막혔다.
쳐다보면 설레고
내다보면 어질한
곱살맞은 끌질,
치맛자락 추스려, 어느구석
마음편한 너덜이라곤 없다.
비바람에 삭아내린 바위쯤
암벽에서 떨어져나가 더 아름다운,
아름다운 것 앞에 실수만 되풀이하는 사내처럼,
자꾸 내 몰골이
발길에 채이는
설악산...
(지난 설날연휴 설악산을 찾았다는 지인(知人)에게 들으니
대청봉 정상에서 기온이 영하27도 였다고 한다 게다가 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체감온도가 영하40도 이하였다고 하며 아래 중청
대피소까지 600m를 내려가는데 손발이 얼어붙으며 쩔쩔매며
갔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설악산은 설악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리산과 달리 남성을 닮은 듯 삐죽삐죽 봉오리들이 튀어나와
평범한 산행길을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이런 점들이
설악산의 매력이며 특히 겨울 설악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혹독함속에서 인간의 인내를 배우며 한없이 겸손해지라고
윙윙거리는 바람소리 들으며 겨울이 가기전 설악을 찾고싶다.
공룡능선은 어떠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