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성 교수의 중문학/문화연구 공부방

무협, 아 ! 잊지 못할 중국영화의 고향   중국영화가 바로 무협영화를 지칭하는 언어적 코드라는 사실을 무의식중에 각인시키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상업적인 무협영화가 나오 지 벌써 90여 년이 다 되어간다. 90여 년동안 무협영화는 신비한 무공의 액션 장면 같은 영상 특징뿐만 아니라, 대의 명분을 위한 협객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영웅의 무대인 강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과 복수의 대서사 등 언어와 영상, 사유와 비주얼이 상호 교차 하면서 한결같이 무협 마니아를 흥분시키고 있다. 지금은 무협영화, 무협소설, 무협만화, 무협게임 등 무협이라는 수사가 붙은 수많은 문화 장르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협영화란 영화라는 가장 근대적인 비주얼 양식에다 중국의 고유한 민간 전통에 뿌리를 둔 협 문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 흐르는 가장 중국적인 장르이다. 무협영화는 오락성과 대중성을 기초로, 중국의 전통 문화를 전파하는 가장 중국적인 장르이며, 중국의 민족정신이 체현된 것이라고 말 할수 있다. 1.<동사서독>과 <황비홍>: 무협영화란 무엇인가?  무협영화란 중국의 독특한 무술인 쿵푸나 격투 방식을 가지고 중국 고유의 무협정신을 가진 협객의 형상을 체현하는 것이 이야기 구성의 기초가 되는 영화라고 한다. 협의를 실천하는 기본 도구로써 무공이 개입된 영화라는 뜻이다.  타이완에서는 협을 위주로 하는 영화는 협의영화, 무를 위주로 하는 것을 무협영화라 구분한다. 무가 있고 협이 없는 영화는 무협영화인지 아니지를 설명할 방법이 없고, 무협을 포장한 역사 이야기나 신화 이야기를 해석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 영화 작품을 가지고 무협영화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무협영화의 영역과 경계를 엄밀히 설정하자면 그것의 반증도 수없이 많아지는 법이고 노자가 말한 "도라고 말할 수 있는 도라면 절대 불변하는 도가 아니고, 명칭으로써 표현할 수 있는 명칭이라면 절대 불변하는 명칭이 아니다"라는 표현이 무협영화에 가장 잘 맞아 떨어진다. 무협영화 중에서는 무에 편중된 작품도 있고 협에 강조점을 둔 작품들도 있기 때문이다. 2.<불타는 홍련사>에서 <와호장룡>까지: 무협영화의 시기구분  중국영화의 고향, 중국 영화사에서 맏아들 격인 무협영화를 거칠게나마 개략적으로 시기 구분을 하자면 세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시기는 1920년대 초에서 1940년대 말까지, 즉 1920~1949년으로, 무협영화의 맹아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식 중국영화의 중심지는 동양의 뉴욕이라 불리던 상하이였다. 이 시기에 촬영된 무협영화가 약 280여 편이고 그중반수 이상이 1928~1932년까지 5년 사이에 촬영된 것이다. 따라서 5년간이 중국 무협영화의 첫 번째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 대표적 무협영화는 평강불초생의 베스트셀러 무협소설인 『강호기협전』을 원전으로 삼아 1928년 5월 상하이에서 장스촨․정정추가 연출 제작한 <불타는 홍련사>다. 이 영화는 최초로 근대 무협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1931년 6월까지 불과 3년 만에 18편의 시리즈가 만들어졌으며, 이후 홍콩과 타이완에서 몇 차례나 리메이크될 정도로 무협영화의 ‘선구자’같은 작품이다. 두 번째 시기는 1950년대 초에서 1970년대 말까지, 1949년에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후, 대륙의 사회주의 정권은 무협영화나 무협소설 같은 무협예술을 공식적으로 금지했다. 따라서 자연히 무협영화의 중심이 홍콩으로 옮아갔으며 타이완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 시기 30년간 촬영된 극장 상영용 무협영화가 약 2000여 편이다. 작품 수도 첫 번째 시기보다 열배 정도 많고 질적 깊이도 뛰어나다. 이 시기를 크게 ‘1950년대 황비홍의 시대’와 1964년부터 1972년까지 후진취안 감독과 장처감독을 중심으로 한 황금시대가 있다. 세 번째 시기는 1980년 이후다. 이 시기에 대륙에선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되고 무협 관련 제재가 다소 해금되어 대륙에서도 무협영화가 제작되기 시작한다. 이때 제작된 대륙의 무협영화는 대부분 이전의 홍콩과 타이완의 무협영화를 모방한 것이어서 볼 만한 작품이 별로 없다. 그러나 대륙에서 해금됨으로써 홍콩, 타이완 지역의 무협영화에 영향을 끼쳐 무협영화의 번성기를 구가하게 한다. 1990년에 상영된 <소오강호>는 주제, 인물, 플롯, 무공 등 모든 방면에서 이전 시기의 무협영화와는 뚜렷한 차이가 있어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새로운 무협영화 시대가 바야흐로 도래한 것이다. 이 시기의 절정기는 1990년대 초반 몇 년 간이라 할 수 있는 절대적인 중심이 사라진 양상을 보인다. 앞선 시기의 무협영화가 봉건적인 유교 논리를 중심으로 원수 갚기, 즉 복수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시기의 무협영화는 절대적인 중심이 사라진 양상을 보인다. 3.<협녀>: 정중동 속에 보이는 무협 미학 1969년 제작된 <협녀>는 명나라 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무능한 조정에 반대하여 충신의 유족들이 모여 협객들과 그들을 쫓아 조정에서 파견된 무사들의 한 판 대결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인과적인 서사구조를 떠나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장면을 통해 내면적인 느낌에 직접 호소하면서 서정적 분위기를 통해 직관적 깨달음을 유도한다. 특히 25일간 촬영한 끝에 얻어낸 죽림의 칼싸움 장면이나 엄청난 속도감이나 어지러운 낙하장면들 중에서 무사들이 쓰러지는 장면은 어떠한 인위적인 수식 없이 장면의 느낌과 분위기로 무협을 잘 극적으로 잘 드러내면서 무협 미학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4.<소오강호>:내가 강호를 비웃을 것인가, 강호가 나를 비웃을 것인가   영화 <소오강호>를 본 사람이면 누구나 순충당 당주 유정풍과 일월신교의 고수 곡양이 함께 「소오강호」라는 노래를 배에서 부르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는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 가운데 한명은 사파의고수이고 한명의 정파의 고수이다. 이들은 이름과 명분이라는 세상사의 허위를 잊고서 노래로 하나가 되었다.이 감동적인 순간의 장면을 통해 결국 강호의 세계에서 협객들이 이상을 실현할 수 없다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은일의 길이란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잠시 후, 오악맹주 좌냉선과 오악장문들이 등장한다. 우정풍과 곡야의 배를 습격하고 둘은 치명적인 중상을 입어 결국 유정풍은 목숨을 잃어 곡야에서 은퇴마저 의미가 없어진다. 결국 유정풍은 목숨을 잃고, 곡양마저 분신자살을 한다. 평온한 강물과 불길에 휩싸인 배라는 강렬한 대비 구조가 만드는 정적인 긴장감을 깨뜨리는, 흰 새가 수평선을 그으며 허공을 가르는 장면은 비장미를 더욱 강렬하게 부각시킨다. 속세의 불의에 저항하는 협갹들의 안타까운 좌절에 동정을 느끼고, 그러한 협객들과 심리적으로 동일시되는 감정을 느끼며, 불합리한 세상에 항거하려는 협객의식이 피어오른다. 5. <와호장룡>: 무중지정, 정중지무 그리고 대자유 왕자웨이 감독의 <동사서독>에서는 종래의 무협이라는 개념을 일체 고려하지 않고서 오로지 인간 내면의 감정을 중심으로 서술된다. 종래 무협영화의 인물들이 전형적인 인물이었다면, <동사서독>부터는 현대적이며 개성 있는 인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에 이르면 사랑과 배신의 인간사 이야기, 협의와도 같은 협적 요소와 전설상의 보검, 신비하고 다채로운 무공 같은 무적인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서 나타난다. 일반적인 무협영화의 접근적 두 개념은 무와 협이라고 볼 수있지만, 점차적으로 무가 협을 담지 못하는 채로 균형감을 상실하였다. 다채로운 인간상을 우리는 영상으로 맞이하게 된 것이다. <와호장룡>을 보고 있으면 여백의 충만함이 주는 아름답고 광활한 배경 속에서 협의, 사랑과 배신 등의 느낌이 인물들의 애정과 철학적 무게에 압도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절대선악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무협이라고 하면 가장 중국화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중국에 대해 알려면 무협의 세계를 감상해 보라고 말하는 것도 좋다. 화려한 무공이 존재하고, 때려 고치는 이른바 무술영화를 무협영화라고 볼 수도 있다. 무협영화는 우리들에게 중국에 대한 환상과 그 시대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