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맹모(45)씨는 인천대교 버스 추락사고 소식을 접하는 순간 마티즈 cvt의 결함이 사고 원인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고 당일 마티즈 승용차의 고장 유형이 5년여 동안 자신이 겪은 것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맹씨는 2003년 마티즈 cvt를 구입한 이후 2005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세 차례나 GM대우 정비공장을 찾아 cvt(무단변속기)를 교환했다. 고속 운행 중에 갑자기 cvt 계기판에 불이 들어오면서 속도가 시속 20㎞ 정도로 뚝 떨어져 그때마다 대형 사고의 위험에 놓이곤 했다. 한 번은 터널 입구에서 cvt가 고장 나는 바람에 1.9㎞의 터널을 공포에 떨며 빠져나오기도 했다. 맹씨는 “고속도로에서 한순간에 정지 물체로 변할 수 있는 이 차의 결함은 음주운전 차량보다 더 위험하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마티즈 승용차의 차량 결함이 인천대교 사고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마티즈 운전자 김모(45·여)씨는 인천대교를 달리던 중 톨게이트를 1.8㎞ 앞둔 지점에서 계기판에 불이 들어오고 속도가 40∼50㎞로 떨어져 1차 정차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톨게이트 기준 800m, 300m 떨어진 지점 등 톨게이트 통과 이전에만 세 차례 정차하는 등 사고지점 전까지 모두 다섯 차례나 정차했다.
1999년 10월 마티즈 cvt를 출시한 GM대우는 2005년 2월까지 18만3000여 대를 생산했다. 일반적인 자동변속기가 기어 방식인 데 비해 무단변속기라 불리는 cvt는 벨트가 이동하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 차는 출시 이후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오면서 속도가 시속 40㎞ 이하로 떨어지는 결함이 발생했다. cvt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안전을 위해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라는 게 GM대우 측 설명이다. 문제가 발생하자 GM대우는 2002년 12월부터 2006년 3월까지 세 차례의 리콜을 실시, 모두 5만6907대를 수리해 주었다. 그러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는 ‘도로 위의 폭탄’ ‘cvt 피해자 모임’ 등 3개의 카페가 열려 있다. 이들 카페에는 ‘2002년 8월부터 2009년 7월까지 9차례나 cvt를 교환 또는 수리했다’(ID 제임스), ‘날씨 더운 날은 왜 이리 cvt 경고등이 자주 뜨는지’(ID 딱다구리)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GM대우 측은 2003년 1월 이후 생산된 차는 개선된 부품을 적용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맹씨는 “2003년 4월에 구입했는데도 cvt 결함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인천대교 사고의 마티즈 cvt는 2004년 식이다.
이에 대해 GM대우 관계자는 “인천대교 사고 차량은 리콜 대상은 아니다”며 “cvt 경고등에 불이 들어오는 것은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어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