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까지도 그리 퍼붓던,
아주 오랜동안 내 의식의 한켠에서 잠잠히 자리잡아 나의 감성을
그나마 가끔씩 적셔주던 그간의 서정의 느낌이 아닌,
그 어느 누구라도,
그 어떠한 도전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강렬한 카리스마를 밑바닥부터 벗어보이던
그 줄기찬 집념의 빗줄기 세례도 기어코 기운을 다 소진하던 날 아침.
나는 낡은 사륜구동차 뒷 트렁크에 가만히 짐을 싣고 있었다.
텐트,
버너,
코펠,
물통,
그리 풍족치않은 먹거리 가방,
실력과는 별개인 낚시가방, 부수 장비들...
이제
짙푸른 바다에 가슴을 멍들이고
수평선에 눈을 베이고
밤파도 소리에 세상을 향해 열려있던 귀를 잠시 닫고 오기만 하면 되는 일.
떠날 땐 뒤도 돌아보지 말고 떠나야지, 있던 것 다 내려놓고 떠나야지.
암 그래야지, 그래야 돌아오는 길에
내 심장 한켠에다 퍼런 바닷물 한 바가지나마 퍼 담아올 수가 있는게지.
- 태안반도 바닷가를 두루 둘러보러 떠나던 길 -
바다를 즐기는 사람은 바다의 살갖에 인간의 거친 육신을 부비고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은 바다의 퍼런 심장에 사람의 하얀 영혼을 담는다.
석양지는 바닷가에선 육신을 부비는 일과 영혼을 담는 일마저도 기꺼이 하나가 되는 듯...
포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빛에 취해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수 없이 서산 바닷가의 처가를 오갔던 그간의 경험 상 다소 우려했던 교통은 반갑게도 내 예측을 빚나가,
덕분에 두어시간 만에 반가운 바다와 상면을,(신진도 앞 마도방파제)
방파제 바다낚시로 유명한데다 비교적 깨끗한 공동화장실과 바다 바로 옆에 텐트야영장이 있어 아예 이곳에서 몇칠씩 텐트생활하며 방파제 낚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저 너머가 신진도항, 요즘에 동해에선 오징어가 안잡힌다던데 신진도항 수산시장에선 서해임에도 불구하고 싱싱한 오징어를 쉽게 구할 수가 있다. 그만큼 바다의 환경이 많이 변하긴 변했나 보다.
마도 방파제 외항쪽, 절경이 펼쳐져 있었다.
신진도에서 안흥으로 빠져나오는 다리 밑은 봄부터 가을까지 항상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다.
드넓은 바다의 거센 풍파를 묵묵히 몸으로 막아온 세월의 흔적이 절절히 느껴지는...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실, 물이차고 석양이 질때면 태안의 팔경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꽃지해수욕장의 '할미 할아비바위', 방포방파제를 걸어들어가면 바로 앞에서 바라볼수 있다.
물이 찰 때는 더 없는 절경을 뽐내지만 물이 빠지면 이렇듯 조개를 많이 잡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안면도의 동쪽 바다와 보령 앞바다 사이를 일컫는 천수만 중 역시 낙조와 어리굴젓으로 유명한 간월도 부근의 한 바다좌대낚시터에서 하루를 쉬기로 했다.(입장료:성인 각 3만원)
가는 날이 장날... 들물,날물이 가장 센 사리란다. 결국 낚시는 폼으로만 하고,
대신 이리저리 천수만 주변 바닷가 풍경만 카메라와 눈 속에다 몇컷 잡아담고 왔다.
근 십년 가까이 된 낚시장비,
좋아만 했지 사실 별로 다니질 못해 상태는 아직 A급 수준.
그래도 좌대낚시터에선 조과에 상관없이 항상 회 맛은 보게해준다. ㄷㅎ^^^
아이들이 태안 파도리해수욕장 근처로 수련회를 떠난다기에 우리 부부도 정말 오래간만에 그 근처의 몽산포에서 텐트치기로 맘 먹고 떠났던 길.
바닷가에선 숫불고기구이도 좋지만
그래도 조개구이가 좀더 바다와 더 어울리지 않을까해서
신진항에 잠시 들러 수산시장도 구경할 겸 조금 담아왔다. 삼만원어친데 조개집에서는 족히 오육만원 이상하고도 남을 양이다.
어스름 저녁 조개구이를 먹을 동안 옆에서 철통 경계를 서주었던 모기향 진지.
조개구이를 먹는 동안 찾아온 밤 바닷가에선 불꽃놀이와 화려한 조명이 밤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었다.
우리는 그냥 빈 손으로 가만 잘 쳐려진 밥상을 받기만 하면...
만리포해수욕장 근처의 모항, 비가 내리는 항구는 또 다른 운치를 항구 안으로 한가득 껴안고 있었다.
제법 많이 알려진 항구답게 규모도 그리 작지 않았다.
나의 태안 바닷가 탐방 속에 계획되어 있던 곳.
모항의 외항 쪽 바닷가 절벽,
화려하진 않아도 최소한 역사를 두고 이어져온 저 생명의 숭고함만큼은 잠시 느껴 볼 수 있었다.
학생회 수련장에서 가까운 통개항,
처음 방문하는 낮선 포구 근처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며 잠시 바지락 캐기에...
파도리해수욕장에서 나는 조약돌들에 예쁜 갖가지 색들을 입혀 만든다는 해옥을 전시하는 곳.
해옥전시장 정원
대여섯군데 되는 바닷가와 방파제 탐방을 마치고 처가로 들어서는 길,
시골집 마당에선 예쁜 꽃들이 불청객들을 기꺼이 맞아주기까지,
큰처남 내외가 그래도 가끔 오는 손님이랍시고 마당 한켠에다 불을 지폈다.
더운 여름에 몸 보신하고 가라고...
꽃에는 아름다움이 깃들여 있지만, 이름모를 풀에는 그냥 때묻지 않은 천연함과 순수함이 있어 좋다.
처가 근처의 저수지, 아니 이왕이면 호수라고 부르고 싶다. 그리고 저 건너편 빨간지붕집 그런 곳에서 한달만이라도 매일 호수를 바라보며 살아봤으면 좋겠다.
낮선 객 임에도 서슴없이 다가와 다리 사이를 부비고 다니며 정을 나누자던 어린고양이,
인물사진이 넘 없으면 섭할까봐 한 장 슬며시 끼워넣고,
맨날 써 봐야 별로 재미도, 볼 것도 없는 사진과 이야기 봐 주시는라고 수고들 많으셨고요.
그럼 여기까지 ^꾸벅^
첫댓글 역시...전도사님의 글과 사진은 시인..사진작가 못지 않네요^^ 사진 한장 한장이 정말 멋있어요 운치도 있고...
예쁘신 모델 사모님도 계시고...오랜만에 아이들 없이 사모님과 좋은 시간 보내셨을꺼 같으네요.
늘 수고하시며 저희 솔리데오 성가대 잘 이끌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저희 솔리데오 대원들은 좋은 지휘자님을 만난 행복한 사람들인거같습니다.^^
세월의 흔적들이 어찌 그리 잘 담어 오셨어요..꽃의 접사 사진도 너무 깨끗하니 좋습니다. 부러워요 ㅎㅎ
사진속의 시... 바다를 좋아하는 저에게 잠시나마 바다를 생각케 하네요.가족의 단체사진이 안보이는 아쉼은 있지만,
전도사님의 여행을 보면 늘 평안함이 묻어납니다. 사모님은 참 좋으시겠어요...ㅎㅎㅎ
가을에 우럭 씨알 커질때~ 다시한번가요~~ 꼭 시간낼께요 ^^;
오랜만에 두분이 옛사랑 바다에 흠뻑 취해도 보시고 맛있는 조개도 구워 드시고, 낚시며.. 다른 집사님들이 해보고 싶은 것은 다해보시고 오셨네요! ㅋㅋ 대리만족..올 여름에 좋은 추억만들고 오셨네요! 쌓였던 스트레스를 파도에 실어 보내고 오셨죠?
전도사님의 사진과 글은 아마추어가 아니내요. 수십년간 서해안으로 사격훈련 다니면서도 그냥 지나쳤는데
전도사님 지역설명 몇마디가 아 그렇구나! 하고 너무 감사합니다
두분이서 오붓하게 휴가를 즐기시는것을 보니까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 짬을내서 여유를 즐기시는 멋쟁이 틀림없으십니다
언제나 건강잃지 마시고 지금처럼 멋진 모습으로 성가대 잘 지도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그냥 지나칠수 있는곳도 전도사님의 사진으로 보면 넘넘 멋있고 꼭 가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조용하고 호젓하고 아름다운 여름휴가를 보내신것 같아 부럽습니다.
그리고 옛날의 추억에 잠겨 회상에 잠겨보시는 전도사님 역쉬~~ 센치 십니다!
혹시 옛사랑의 추억???
시와사진이 서정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그안에 아련히 느껴지는 사랑했던 지금의 사모님과의 연애때 잠시 마음아팠을때 시로 마음을 표현?? 암튼 전도사님께서는 낭만적이신것 같아요! 덩달아 저희도 지난 추억이 되살아나 지금 제주도로 장로수련회떠난 남편이 생각나네요 바닷가에 있을~~~~
옛사랑을 추억케 하는 시..아련히 떠오르는 바닷가의 추억!..
전도사님의 시와 사진 속에서 까마득히 잊고 있던 옛추억에 조용히 눈을 감아 봅니다
역시 전문가기질이 엿보이는 사진들....
바닷가 절벽에 틈새를 비집고 피어 난 풀잎!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깨우쳐 주네요..
밀레의 이삭줍기를 연상케 하는 사진과 사모님의 그윽한 자태 (^^)..
어려서 방학때면 외가에 와서나 볼수 있었던 집주변의 꽃...
전도사님의 가정적인 남편의 모습을 볼수 있었읍니다....ㅎㅎ
역시 전도사님!! 완전히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사진들.. 너무 아릅답습니다^^ 일상을 잠시 탈출(?)하셔서 두분이 오붓하게 지내다 오신것 같습니다. 사모님은 좋겠다~~ 너무 낭만적인 전도사님을 만나셔서... 완전 부러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