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 이상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서울 수도권 대단지 청약 포기가 속출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을 선도했던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은 수억원대까지 가격이 내렸다. 한때 '부동산 로또'였던 판교신도시 당첨권은 '계륵'으로 전락할 위기다. 일부에서는 판교 등 대형 신도시 조성이 마무리될 수년 후에는 '대폭락'을 예견한다.
지난 5일 오전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얘기까지 돌던 경기도 성남 분당신도시. 매물은 늘고 매수세는 실종돼 가격이 빠지고 있었다. 분당동과 이매동 단지들은 중대형을 중심으로 매도 호가만 하락하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정자동 일대 주상복합 등 대형 아파트도 6월1일 기준으로 부과되는 종부세 회피 매물이 늘면서 최근 한달 사이 평균 5000만∼7000만원 떨어졌다.
인근에 판교신도시 아파트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지만 중개업소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간판에는 먼지가 수북하고, 배달된 신문이 방치된 곳도 많았다. 유일하게 영업을 하던 S부동산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를 묻자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후 거래가 한 건도 없어 매월 임대료만 100만원씩 날린다"고 말했다. 판교 아파트가 전매제한에 묶여 토지, 단독주택 외에는 취급할 물건이 없는데다 이마저 최근 신도시 열풍이 잠잠해지면서 매수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판교 아파트도 애물단지가 됐다. 일부 당첨자는 중도금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스스로 불법 전매에 나서기도 한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2006년 분양 당시 지역우선 공급분 당첨자의 경우 과다한 대출을 견디지 못해 포기 의사를 밝히며 전매 방법을 문의해온다"며 "얼마나 어려우면 그러겠느냐"고 귀띔했다.
실제로 사업 시행자인 대한주택공사는 지난해 12월과 올 4월 전매 신청을 받고 2가구에 대한 매입을 결정했다. 4월에 매입을 요청한 사람은 중도금을 2차까지 냈다. 성남시 시흥동 삼성컨설팅 김상현 대표는 "청약 당시에는 판교 중소형 웃돈이 1억∼2억원 붙었다는 말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규제 완화가 멀어지고 인근 분당 시세도 떨어지면서 웃돈은커녕 기대감마저 사라졌다"고 말했다.
서울 대치동 은마상가도 비슷한 양상이다. 은마상가 중개업소에서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낮잠을 청하거나 TV를 보는 사람이 많았다. 손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길 건너편에는 '재산세로 폭격하고 종부세로 확인하냐'는 인근 미도아파트 주민 명의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M부동산 관계자는 "급매물은 있지만 사려는 사람은 없다"며 "세금 부담이 많은데다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올 초 11억∼12억원이던 은마아파트 102㎡(31평형)는 최근 9억∼10억원까지 빠졌다.
서울 목동은 더하다. 한때 15억원을 호가하던 지역 대형 아파트는 2년새 3억∼5억원이 빠졌지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추가 하락을 우려해 쉬쉬하는 경향마저 있다고 한다. 8억원을 호가하던 목동 한신·청구아파트 109㎡(33평형)도 최근 6억원 미만까지 가격이 빠졌다. 가격 하락을 기대하는 실수요자들도 매수 시점을 늦춰 가격 하락은 더 가속되고 있다.
아파트 가격 하락 현상은 서울과 용인 등 수도권 대다수 지역에서 나타났다.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급 대단지 아파트 입주 시점이 되면 대폭락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이미 그 초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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