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색(Tone Colour)
1. 어떤 음색을 추구할 것인가? 어떤 합창단의 소리를 모델로 삼을 것인가? 돈 코사크 합창단의 소리 같은 깊고 어두운 음색을 추구할 것인가? 미치밀러 합창단의 소리같은 클래식에서 좀 벗어난 야한 음색을 추구할 것인가? 또는 스칼라좌의 합창단 소리 같은 온 몸을 울려 소리내는 풍부한 소리를 추구할 것인가?
어떤 음색을 추구할 것인가 하는 것은 합창단으로써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상적인 합창 소리를 위해서는 밝고 가벼운 소리를 추구해야 한다. 자칫하면 어둡고, 깊고, 풍부한 소리에 매력을 느껴 그런 소리만을 요구하기 쉽다.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런 소리는 잘 다듬어지면 매우 매력있기는 하나 합창 소리의 이상으로 삼기에는 곤란한 점이 있다.
<팔레스트리나>와 <라소> 같은 르네상스 작곡가의 음악, <바하>와 <헨델> 같은 바로크 작곡가의 음악, <하이든>과 <모차르트> 같은 고전파 작곡가의 음악, <슈베르트>, <슈만>, <멘델스존> 같은 낭만파 작곡가의 음악이 그렇게 깊고 무겁고 어두운 음색을 요하지 않는다. 많은 현대적 합창곡들도 그렇다. 만일 <헨델>의 "메시아", <모차르트>의 "레퀴엠", <하이든>의 "천지창조", <존 루터>의 "레퀴엠"이나 "글로리아"등을 베르디 오페라의 합창을 연주할 때의 음색으로 노래해 보라. 이 음악들과 거리가 먼 분위기의 음악이 되고 말 것이다. 만일 이런 음악들을 돈 코사크 합창단의 깊고 어둡고 풍부한 음색으로 노래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더욱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합창의 목적에 따라서 추구해야 할 음색이 달라야 한다. 여기에서의 합창 소리란 클래식 전통을 갖고 있는 합창에 쓰이는 소리를 뜻하는 것이며, 그 안에서도 오페라 같은 것을 제외한 '합창을 위한 합창에서 쓰이는 소리'를 뜻하는 것이다. 오라토리오나 레퀴엠과 같이 합창을 위한 합창 음악이라 할지라도 위에서 말한 <베르디>의 "레퀴엠"처럼 오페라적인 것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도 여기에서는 제외된다.
교회 성가대나 대개의 합창단에서 쓰여지는 레퍼토리들은 합창을 위한 합창곡들이 대부분이다. 합창단을 창단. 조직하여 육성시키려고 할 때 그것의 목표가 민요만을 부르기 위한 것이라던가, 오페라 합창을 부르기 위한 경우는 드물 것이다. 여하튼 여기에서 이상적인 소리는 합창을 위한 합창곡을 다루기를 원하는 경우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돈 코사크 합창단은 음울하고 애조 띤 러시아 민요에 적합한 합창단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클래식의 전통을 갖은 합창을 위한 합창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매력을 느껴 그들과 같은 음색을 표본으로 삼을 필요가 있겟는가? 너무 심한 예가 되겠으나, 한국의 창 음색에 매력을 갖는 서양의 지휘자가 그런 음색으로 모차르트를 연주한다고 하자. 그것은 이미 모차르트를 떠난 것이고, 하나의 흥미꺼리 이상의 가치가 없을 것이다.
2. 밝고 가벼운 소리란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 이것은 소리의 울림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데, 울림의 자리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음색이 달라진다. 머리의 뒷부분과 윗부분을 중심으로 울림의 자리를 둔다면 어두운 소리가 될 것이고, 머리의 앞부부 즉, 코, 이마, 광대뼈, 윗니 등을 중심으로 울림의 자리를 둔다면 밝은 소리가 될 것이다. 머리의 앞 부분에서도 특히 윗니에 울림을 많이 두면 지나치게 밝아서 소리가 야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므로 밝음의 정도가 적절한 음색을 내기 위해서 울림의 비율을 코, 이미, 광대뼈, 윗니에 적절히 분배할 때 좋은 음색의 밝음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것을 위해서 이론도 중요하지만 예민한 귀를 갖고 있어야 한다. 소리가 얼굴의 앞 쪽에서도 특히 어느 부분의 울림이 너무 많고, 어느 부분의 울림이 부족한지 등을 알 수 있을 만큼 예민한 귀를 갖고 있어야 한다. 관심을 갖고 자꾸 들으면 그러한 감각이 생긴다. 밝고 깨끗하고 맑은 소리의 합창을 자주 듣고 그것을 기억하여, 확실히 자기의 것으로 삼고 있어야 한다.
좋은 귀는 남에게 배워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소리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이 노래하는 것을 들으며 소리가 턱을 중심으로 울리고 있다든가, 코의 울림이 지나치든가 등의 지적하는 것을 들으면 쉽게 배워진다.
3. 그렇다면 '기쁜 노래이든 슬픈 노래이든 모두 밝은 소리로만 노래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여기에서의 밝은 소리란 모든 소리를 낼 때 소리 울림의 중심을 머리의 앞 쪽 즉, 얼굴 쪽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방법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소리를 머리의 뒷 부분을 중심으로 울리는 발성 방법에 상반된 것을 지칭하기 위한 것이다.
머리의 뒷 부분을 중심으로 한 어두운 소리는 울림이 커 볼륨 있게 들리는 것 같으나 확실하게 발성이 되어 있지 않으면 오히려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을 뿐더러 음정이 떨어지기 쉽다. 또 얼핏 듣기에는 화음도 잘 되는 것 같으나, 좋은 귀를 갖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소리의 촛점이 넓어 섬세한 화음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좋은 합창을 위해서는 이런 발성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렇다면 '머리의 앞 쪽을 울릴 때 머리의 뒷 쪽은 울리지 않는 것이냐?' 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울림의 비율이 앞 쪽에 더 많다는 뜻이다.
4. 기쁜 노래이든 슬픈 노래이든 모두 밝은 소리로만 노래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대개의 성악 음악은 가사를 갖고 있다. 가사들은 모두 사랑, 기쁨, 슬픔 등 여러가지 인간의 느낌을 수반한다. 작곡가들은 이와같은 시가 전해주는 메시지를 음악으로 나타내고 있다. 선율, 리듬, 화성, 템포, 다이내믹, 텍스처 모두에 시가 갖고 있는 느낌을 적용하고 있다. 소리의 색갈도 생각하고 작곡한다. 그러나 그것은 악보에 표시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음색으로 노래하는 합창단들이 많이 있다. 지루하기 그지 없다. 이런 합창단의 지휘자는 음색의 본래의 의미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기쁜 노래도 슬픈 노래도 밝은 소리로만 노래하는 합창단이 있다. 좋지 않다. 또 어두운 소리로만 노래하는 합창단이 있다 . 그것은 더욱 좋지 않다. 음악의 느낌에 따라 음색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가령 "분노, 공포"를 노래할 때나 "평화, 사랑"을 노래할 때 각각 어떤 음색으로 노래할 것인가? 그것에 적절한 음색을 구사할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 가사의 느낌에 따라 음색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연구해야 한다.
* 참고서적 : 이동훈 박사 지음 <합창지도법> 중에서
첫댓글 그러지요? 잔치집에선 밝아지즌 것, 초상집에선 슬퍼지는 것 , 당연한 말씀입니다. 노래하는자는 곡의 분위기를 먼저 느껴야 할 것같습니다. 당연한 팩트를 학술적으로 정리해주시니 감사하게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