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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귀감
- 삼가귀감 (三家龜鑑) 이란? -
<선가귀감(禪家龜鑑)>, <유가귀감(儒家龜鑑)>, <도가귀감(道家龜鑑)>을 합본하여
<삼가귀감>이라 하며, 1928년 조선불교중앙교무원에서 간행하였다.
<선가귀감>은 1590년(선조 23) 유점사판(楡岾寺板)을 비롯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개간되었다.
<유가귀감>은 유가의 교훈에서 귀감을 삼을 만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서전(書傳)은 서문에서 마음이 아주 자세하고 한결같아
중용(中庸)의 도를 지킨다는 것은
요(堯)·순(舜)·우(禹)가 서로 전한 마음의 법이라 하였고,
중도를 세우고 표준을 세운다는 것은 상(商)나라의 탕왕(湯王)과
주(周)나라의 무왕(武王)이 서로 전한 마음의 법이라고 하여 마음의 오묘함을 밝혔다.
<도가귀감>은 도의 근원을 추구하고 도를 얻은 사람을 설명하고 있다.
도란 본체를 뜻하며 그 작용은 덕이라 하고, 작용이 없으면 그 본체가 묘하지 않고,
본체가 없으면 작용이 생기지 못한다고 하였다.
도가귀감(道家龜鑑)
人若呼我牛呼我馬라도
인약호아우호아마
我俱應之니 我其實일새 人與之名이라.
아구응지 아기실 인여지명
我若不受면 再受其殃이니라.
아약불수 재수기앙
謙懷下心은 處衆之德也니라
겸회하심 처중지덕야
江河能爲百谷王者는 以其善下之故也로다.
강하능위백곡왕자 이기선하지고야
사람들이 만약 나를
소라고 부르고 말이라고 부를지라도
나도 그렇다고 수긍할지니
그것은 나에게 그런 사실이 있기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니
내가 만일 이를 피하여 받지 않으면
그로 인해 다른 재앙을 받을 것이로다.
겸손하고 자신의 마음을 낮추는 것은
여러 사람과 함께 사는데 덕이 되리니
강과 바다가 수많은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 가운데 왕이 되는 것은
그것이 다른 물보다 아래에 처하여 있기 때문이니라.
大功은 無功하고 至親은 無禮하며
대공 무공 지친 무례
眞喜는 無笑하고 眞哭은 無聲이로다.
진희 무소 진곡 무성
空谷은 善應하고 虛室은 生白하나니
공곡 선응 허실 생백
人能虛己而遊世면 孰能害之리요.
인능허기이유세 숙능해지
虛名浮利는 縱得之나 未必福이요
허명부리 종득지 미필복
縱失之나 未必禍니라.
종실지 미필화
古之得道者는 窮亦樂通亦樂하나니
고지득도자 궁역낙통역낙
此所樂은 非窮通이니 窮通은 乃外物也니라.
차소락 비궁통 궁통 내외물야
큰 공덕을 짓는 이는 공덕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아주 친한 사람끼리는 형식적인 예절을 따지지 않으며,
참으로 기쁘거나 슬프면 웃음과 울음소리가 없으니
마음을 통하면 서로 잘 어울리고 말 없이도 밝게 알게 되나니
어떤 사람이 자신을 비우고 몸을 낮추어
세상을 살아간다면 누가 능히 그를 해칠 것인가?
헛된 이름과 덧없는 재물은
비록 얻더라도 반드시 복이라 할 수 없고
비록 잃더라도 반드시 재앙이라 볼 수 없으니
옛날에 도를 얻은 자는
궁핍할 때도 즐겁게 살고 번창할 때도 즐겁게 살았으니
이렇게 즐거워하는 바는 궁하고 통함에 있는 것이 아니지만
사람들이 궁하면 슬퍼하고 통하면 기뻐하는 까닭은
저들의 마음이 밖에 있는 물질에 집착하기 때문이니라.
世籠爵祿者는
세롱작록자
因其所好而籠之로대
인기소호이롱지
我若無所好면
아약무소호
則超出乎萬物之外니
즉초출호만물지외
誰得而籠之리요.
수득이롱지
세상 사람들이 부귀권세에 얽매어 있는 것은
그 좋아하는 바를 인하여 얽매어 있는 것이지만
만일 내가 좋아하는 바가 없다면
곧 이 세상 만물에 초월해서 있게 되나니
누가 나를 얽어 맬 수 있으리요.
天無不覆하고 地無不載하나니
천무부복 지무부재
君子法之어다
군자법지
人心生一念을 天地悉皆知라
인심생일념 천지실개지
人間私語는 天聞若雷오
인간사어 천문약뇌
暗室欺心은 神目如電이니라
암실기심 신목여전
君子는
군자
博取衆善하야 以輔其身이니
박취중선 이보기신
書不必孔子之言이오
서불필공자지언
藥不必扁鵲之方이라
약불필편작지방
合義者從이오 愈病者良이니라.
합의자종 유병자양
하늘은 덮지 못하는 것이 없고
땅은 짊어지지 못하는 것이 없으니
참 사람의 법은 이와 같아야 할지라.
사람이 마음에 한 생각 내는 것을 천지가 다 아는 바이니
인간은 사사로이 말하나
하늘은 듣기를 우레와 같이 듣고
어두운 방에서 마음을 속이지만
신령의 눈에는 번갯불 같으니라.
군자는 널리 많은 착한 행실을 취해 그 몸을 보전할지니
글은 공자의 글만 취하고 약은 편작의 약만 취할 것이 아니라
의로움에 맞고 병에 잘 듣는다면 다 글이 되고 약이 되리라.
道人은 被葛懷玉일새
도인 피갈회옥
故로 德有所長이오 形有所忘이로다.
고 덕유소장 형유소망
甚愛는 必大費오 多藏은 必厚亡이라.
심애 필대비 다장 필후망
故로 禍莫大於不知足이니라.
고 화막대어부지족
信者不美면 美言不信이오.
신자불미 미언불신
又輕諾이면 必寡信이오.
우경낙 필과신
多易면 必多難이니라.
다이 필다난
도를 닦는 사람은
비록 남루한 옷를 입고 있지만
마음에 큰 뜻을 품은 까닭에 덕은 자라게 하고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잊어버리는 것이다.
무엇이든 깊이 사랑하면 반드시 비싼 대가가 따르고,
많이 숨기고 감추면 반드시 두터움을 잃는 것이니,
그러므로 재앙은 족한 줄을 모르고 지내는 데서 더 커지는 법이니라.
말을 듣는 자가 그 말을 진심으로 여기지 않으면
그것이 아무리 아름다운 말이라도 믿어 주지 않고,
너무 쉽게 허락하면 반드시 믿는 자가 적고,
쉬운 것이 많으면 반드시 어려운 것도 많다.
人有畏影避迹者는
인유외영피적자
足愈數而迹愈多하고
족유삭이적유다
走愈疾而影愈急이어늘
주유질이영유급
不知處陰以休影하고
부지처음이휴영
處靜以息迹이로다.
처정이식적
사람이 자기 그림자를 두려워하여
발걸음을 재촉하여 더욱 빨리 달아나지만
달릴수록 그림자도 더욱 급하게 움직일 뿐이다.
그림자 없는 그늘에 고요히 앉아서
그림자를 쉬고 달아나기를 멈추면
곧 일체 두려움도 쉬는 것이니라.
道不可見이오 道不可聞이니
도불가견 도불가문
知者는 不言이오 言者는 不知니라
지자 불언 언자 부지
又言者는 在意니
우언자 재의
得意忘言者라야 可以言이니
득의망언자 가이언
故로 視之無形이오 聽之無聲이니라.
고 시지무형 청지무성
도는 가히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요.
도는 가히 귀로써 듣지 못하는 것이니,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하는 것이라.
또 말하는 자는 뜻에 있는 것이니
뜻을 얻고 말을 잊어버리는 자라야 비로소 말할 수 있는 것이니
그러므로 보아도 형상이 없고 들어도 소리가 없는 것이니라.
有物渾成하야 先生天地하니
유물혼성 선생천지
至大至高하고 至虛至靈하며
지대지고 지허지령
浩浩蕩蕩하고 歷歷明明하야
호호탕탕 역역명명
方隅不可定其居요 劫數不能窮其壽라
방우불가정기거 겁수불능궁기수
吾不知其名일새 名曰心이라 하노라.
오부지기명 명왈심
亦曰谷(虛明)神(靈明)이니
역왈곡(허명)신(영명)
遂爲三才(天地人三才)之本이라
수위삼재(천지인삼재)지본
萬物之母로다
만물지모
有名無名과 有念과 無念이 同出於斯일새
유명무명 유념 무념 동출어사
故曰玄之又玄하야 衆妙之門이니라.
고왈현지우현 중묘지문
한 물건이 있어
흔연히 이루어서 천지보다 먼저 났으니
지극히 크고 지극히 묘하며,
지극히 비고 지극히 신령하며,
넓고 넓어서 탕탕하고 역력히 밝고 밝아서
방우로 가히 그 머묾을 정하지 못하고
겁수로 능히 그 수명을 다하지 못하여
내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므로
억지로 이름을 붙여서 마음이라 하노라.
또 "허령하고 영묘한 곡신이라" 하노니
곧 천지인 삼재의 근본이 되는 까닭에 만물의 어미로다.
이름이 있는 것과 이름이 없는 것,
생각이 있는 것과 생각이 없는 것이
다 한결같이 이로부터 나왔으니
깊고 깊어서 모든 묘한 것들의 문이라고 부르느니라.
萬竅之風은 出一虛 入一虛이니
만규지풍 출일허 입일허
百家之論도 是一心 非一心이니라
백가지론 시일심 비일심
此心은 天地之逆旅요
차심 천지지역려
天地는 萬物之逆旅로다
천지 만물지역려
此心은 出無本入無竅하며
차심 출무본입무규
有實而無乎處하야 常在動用中이로다
유실이무호처 상재동용중
通於一하면 而萬事畢이요
통어일 이만사필
虛於心하면 而鬼神服이니라
허어심 이귀신복
喪己於物하고 失性於俗을
상기어물 실성어속
謂之倒置之民이니라
위지도치지민
建之以無極하고 主之而太一하며
건지이무극 주지이태일
動若水하고 靜若鏡하며 應若響이니라.
동약수 정약경 응약향
온 세상에 부는 바람도
나올 때는 하나의 빈곳으로부터 나오고
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빈 곳으로 들어가니
수많은 선생들이 떠들며 말하는 것도
모두 이 한 마음을 이야기 한 것이요, 한 마음 아닌 것은 없다.
마음이란 천지를 여행하는 나그네요
천지는 만물이 쉬어가는 여관이다.
이 마음은 나올 때도 근본이 없고 들 때도 구멍도 없으니
실상은 있으되 처하는 곳이 없어 항상 움직이며 쓰이는 중에 있도다.
하나를 통하면 만사를 끝내는 것이요
마음을 비우면 귀신이 감복할지니
외부의 물질에 사로잡혀 제 몸을 상하고
참 성품을 잃고 속된 곳에 빠지는 것을 일러
거꾸로 놓인 백성이라 한다.
무극으로써 세우고 큰 하나를 주인으로 삼아
움직임은 순하게 흐르는 물과 같이하고
고요하기를 밝은 거울같이 하며
울릴 때는 메아리같이 할 지니라.
人法天하고
인법천
天法道하며
천법도
道法自然일새
도법자연
故로 眞人은 抱一專氣니라.
고 진인 포일전기
養生은 如牧羊하야 鞭其後니라.
양생 여목양 편기후
사람은 하늘의 이치를 본받고
하늘은 도의 이치를 본받고
도는 자연의 이치를 본 받으므로
고로 참다운 사람은 한 마음을 품고 기운을 한결같이 하나니라.
사람을 기르는 것은
양을 놓아기르는 것 같아서 그 뒤를 채찍질 하나니라.
體曰道요
체왈도
用曰德이니
용왈덕
用無體不生이요.
용무체불생
體無用不妙라
체무용불묘
故로 備擧道德인대
고 비거도덕
請捨諸緣하고 以觀其妙니라.
청사제연 이관기묘
본체를 가로되 도라 하고 쓰임을 가로되 덕이라 하니,
쓰임은 본체가 없다면 나타나지 못하고
본체는 쓰임이 없다면 묘한 조화를 일으킬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와 덕을 함께 일러 말하는 까닭이 여기 있나니
모든 연에 대해 묻는 것을 버리고 그 묘함을 관찰할지어다.
聖人은 不爭일새 故로 天下莫與爭이오.
성인 부쟁 고 천하막여쟁
聖人은 不自大일새 故로 能成其大니라.
성인 부자대 고 능성기대
天道는 無親하야 常與善人이요.
천도 무친 상여선인
天道는 不言하야 亦常善應이니라.
천도 불언 역상선응
天道는 若張弓하야 損有餘而補不足하되
천도 약장궁 손유여이보부족
人道는 却不然하야 損不足而奉有餘니라.
인도 각불연 손부족이봉유여
五色은 令人盲하고 五聲은 令人聾이로다.
오색 영인맹 오성 영인롱
然이나 美色爲甚하니 一爲花箭이요. 一爲伐性斧라.
연 미색위심 일위화전 일위벌성부
故로 聖人은 爲腹不爲目이니라.
고 성인 위복불위목
天之穿之에 日夜不止나 衆人은 顧塞其竇니라.
천지천지 일야부지 중인 고색기두
성인은 다투지 아니하므로 천하와 더불어 다툴 일이 없고,
성인은 스스로 자신을 높이지 아니하므로 능히 큰 일을 이루느니라.
하늘의 도는 사사로이 친함이 없으나
항상 착한 사람과 더불어 같이하고
하늘의 도는 말이 없으나 항상 잘 응하느니라.
하늘의 도는 활줄을 잡아당김과 같아서
한없이 남는 것을 덜어서 만물의 부족함을 채우지만
사람의 도는 그렇지 아니하여
부족한 자에게는 덜어내고 남음이 있는 자를 더 받드느니라.
세상의 화려한 색은 사람으로 하여금 눈을 멀게 하고,
세상의 소리들은 사람으로 하여금 귀를 멀게 하는 도다.
하지만 아름다움과 음욕이 가장 심하니
하나는 꽃을 장식한 화살이 되고
하나는 성품을 베어 없애는 도끼가 되는지라.
그런 까닭에 성인은 배를 위하고 눈을 위하지 않느니라.
밤낮으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하늘에 낸 구멍을
뭇 사람들은 돌아보아 그 구멍을 막느니라.
聖人(無名) 神人(無功) 至人(無己)은
성인(무명) 신인(무공) 지인(무기)
抱道德之眞實하야 虛心無我하고
포도덕지진실 허심무아
常遊於無物之域하나니
상유어무물지역
以仁義 天下國家난 爲浮華니
이인의 천하국가 위부화
堯舜之道는 可以爲衆父로대
요순지도 가이위중부
不可以爲衆父父니라
불가이위중부부
人世는 大夢也라
인세 대몽야
大夢之中에 必有大覺之王이라
대몽지중 필유대각지왕
故로 大覺然後에 知此其大夢也니
고 대각연후 지차기대몽야
然則莊周與胡蝶이 俱爲夢也로다.
연즉장주여호접 구위몽야
이름할 수 없는 성인과
공을 나타내지 않는 신인과
나라는 것을 내세우지 않는 지인은
도덕의 진실함을 알아서
마음을 비우고 나라는 내가 없어서
항상 물형이 없는 지경에서 노니느니라.
어짐과 의로움으로 세상을 다스리려는 것은
허망한 화려함이니.
요순의 도는 가히 만물의 아버지는 될 수 있으나,
가히 만물의 아버지의 아버지는 되지 못하느니라.
인간 세상은 큰 꿈이고.
큰 꿈 가운데는 반드시 크게 깨친 왕이 있는지라.
그런고로 크게 깨친 뒤에
세상이 그 큰 꿈임을 알게 되는 것이나
꿈을 꾸는 사람도
꿈속에서 나비로 변신했던 사람도 다 함께 꿈이니라.
선가귀감(禪家龜鑑)
조선 중기의 고승 휴정(休靜)이 지은 책.
序 서
古之學佛者는 非佛之言이면 不言하고
고지학불자 비불지언 불언
非佛之行이면 不行也라
비불지행 불행야
故로 所寶者가 惟貝葉靈文而已이러니
고 소보자 유패엽영문이이
今之學佛者는 傳而誦則士大夫之句요
금지학불자 전이송즉사대부지구
乞而持則士大夫之詩라
걸이지즉사대부지시
至於紅綠으로 色其紙하고
지어홍록 색기지
美錦으로 粧其하야
미금 장기축
多多不足하야 以爲至寶하니 旴라
다다부족 이위지보 우
何古今學佛者之不同寶也여
하고금학불자지부동보야
예전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는 이들은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면 말하지 아니하고,
부처님의 행실이 아니면 행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므로 보배로 여기는 것은 오직 불경의 거룩한 글뿐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불교를 배우는 이들은
전해 가면서 외우는 것이 사대부의 글이요,
부탁하여 지니는 것이 사대부의 시뿐이었다.
그것을 울긋불긋한 종이에 쓰고 고운 비단으로 꾸며서,
아무리 많아도 족한 줄을 알지 못하고 가장 큰 보배로 생각하니
아! 예전과 오늘에 부처님 법을 배우는 이들의
보배로 삼는 것이 어찌 이다지도 같지 않는가?
余雖不肖나 有志於古之學하야
여수불초 유지어고지학
以貝葉靈文으로 爲寶也나
이패엽영문 위보야
然이나 其文이 尙繁하고 藏海汪洋하야
연 기문 상번 장해왕양
後之同志者가 頗不免摘葉之勞故로
후지동지자 파불면적엽지노고
文中에 撮其要且切者數百語하야
문중 촬기요차절자수백어
書于一紙하니 可謂文簡而義周也라
서우일지 가위문간이의주야
如以此語로 以爲嚴師하야
여이차어 이위엄사
而硏窮得妙則句句에 活釋迦存焉이시니
이연궁득묘즉구구 활석가존언
勉乎哉인저 雖然이나 離文字一句와
면호재 수연 이문자일구
格外奇寶는 非不用也나 且將以待別機也하노라.
격외기보 비불용야 차장이대별기야
내가 비록 불초하나 옛 글에 뜻을 두어
불경의 거룩한 글로써 보배를 삼으나
그러나 그 글이 오히려 번잡하고 장경의 바다가 넓어서
뒷날의 도반들이 가지를 헤쳐 가면서
잎을 따는 수고로움을 면치 못할까 하여
글 가운데 가장 요긴하고도 절실한 것
수백 마디를 간추려서 한 장에 쓰니
참으로 글은 간략하나 뜻은 빈틈없다고 할 만하다.
만일 이 글로써 스승을 삼아 연구하고
깊이 생각하여 묘한 이치를 얻으면
한 글자 글자마다 석가 여래께서 살아서 나타나실 것이니
부디 힘쓸지어다.
그렇더라도 글자를 떠난 한 마디와
격에 벗어난 기묘한 보배를 쓰지 않으려는 것도 아니지만
장차 특별한 기틀을 기다리고자 한다.
嘉靖 甲子(1564年) 夏
가정 갑자 하
淸虛堂 白華道人 序
청허당 백화도인 서
1.
有一物於此하니
유일물어차
從本以來로 昭昭靈靈하야
종본이래 소소영령
不曾生 不曾滅이며 名不得狀不得이로다.
부증생 부증멸 명부득상부득
여기 한 물건이 있는데,
본래부터 한없이 밝고 신령스러워
일찍이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이름 지을 수도 없고 모양 그릴 수도 없다.
2.
佛祖出世가 無風起浪이로다.
불조출세 무풍기랑
부처님과 조사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마치 바람도 없는데 물결을 일으킨 것이다.
3.
然이나
연
法有多義하고 人有多機하니
법유다의 인유다기
不妨施設이로다.
불방시설
그러나
법에도 여러 가지 뜻이 있고,
사람에게도 온갖 기질이 있으므로
여러 가지 방편을 벌리지 않을 수 없다.
4.
强立種種名字하야 惑心惑佛惑衆生이라하니
강립종종명자 혹심혹불혹중생
不可守名而生解하고 當體便是니 動念卽乖니라.
불가수명이생해 당체편시 동념즉괴
억지로 여러가지 이름을 붙여서
마음이다, 부처다, 중생이라 하였으나
이름에 얽매어 분별을 낼 것이 아니다.
다 그대로 옳다.
그러나 한 생각이라도 일으키게 되면 곧 어그러진다.
5.
世尊이 三處傳心者는 爲禪旨요
세존 삼처전심자 위선지
一代所說者는 爲敎門이라
일대소설자 위교문
故로 曰 禪是佛心이요 敎是佛語니라.
고 왈 선시불심 교시불어
세존께서 세 곳에서 마음을 전하신 것은 선의 종지가 되고,
한 평생 말씀하신 것은 교문이 되었다.
그러므로 선은 부처님의 마음이고 교는 부처님의 말씀이다.
6.
是故로 若人이 失之於口則拈花微笑가 皆是敎迹이요
시고 약인 실지어구즉염화미소 개시교적
得之於心則世間序言細語가 皆是敎外別傳禪旨니라.
득지어심즉세간추언세어 개시교외별전선지
그러므로 누구든지 말에서 잃어버리면
꽃을 드신 것이나 방긋 웃는 것이 모두 교의 자취만 될 것이요,
마음에서 얻으면 세상의 온갖 잡담이라도
모두 교밖에 따로 전한 선의 종지가 될 것이다.
7.
吾有一言하니 絶慮忘緣하고
오유일언 절려망연
兀然無事坐하니 春來草自靑이로다.
올연무사좌 춘래초자청
내가 한 마디 말을 할까 한다.
생각을 끊고 연을 잊고 일없이 우두커니 앉아 있으니
봄이 오매 풀이 저절로 푸르구나.
8.
敎門은 惟傳一心法하고
교문 유전일심법
禪門은 惟傳見性法하니라.
선문 유전견성법
교문에는 오직 한 마음 법만을 전하고
선문에는 오직 견성하는 법만을 전하였다.
9.
然이나 諸佛說經은 先分別諸法하고 後說畢竟空하되
연 제불설경 선분별제법 후설필경공
祖師示句는 迹絶於意地하고 理顯於心源이니라.
조사시구 적절어의지 이현어심원
그러나 모든 부처님이 말씀하신 경전에는
먼저 모든 법을 가려 보이시고, 나중에 공한 이치를 말씀하셨으며,
조사들의 가르침은 자취가 생각에서 끊어지고
이치가 마음의 근원에서 드러났다.
10.
諸佛은 說弓하고 祖師는 說絃하시니
제불 설궁 조사 설현
佛說無碍之法은 方歸一味라
불설무애지법 방귀일미
拂此一味之迹하야사 方現祖師所示一心이니
불차일미지적 방현조사소시일심
故로 云庭前柏樹子話는 龍藏所未有底라 하니라.
고 운정전백수자화 용장소미유저
부처님은 활같이 말씀하시고 조사들은 활줄같이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걸림 없는 법을 설하신 것은 바로 한 맛에 돌아감이다.
이 한 맛의 자취마저 떨쳐 버려야
바야흐로 조사가 보인 한 마음이 드러내게 된다.
그러므로 "뜰 앞에 잣나무이니라"고 한 화두는
용궁의 장경에도 없다고 말한 것이다.
11.
故로 學者는 先以如實言敎로
고 학자 선이여실언교
委辨不變隨緣二義가 是自心之性相이며
위변불변수연이의 시자심지성상
頓悟漸修兩門이 是自行之始終然後에
돈오점수양문 시자행지시종연후
放下敎義하고 但將自心現前一念하야
방하교의 단장자심현전일념
參詳禪旨則必有所得하리니 所謂出身活路니라.
참상선지즉필유소득 소위출신활로
그러므로 배우는 이는 부처님의 참다운 가르침으로써
변하지 않는 것과 인연 따르는 두 가지 뜻이
곧 내 마음의 본바탕과 형상이며, 단박 깨치고 점점 닦는 두 가지 문은
공부의 시작과 끝임을 자세히 가려 알아야 한다.
그런 연후에 교의 뜻을 내버리고 오로지 그 마음이 뚜렷이 드러난
한 생각으로써 참선한다면 반드시 얻은 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몸을 벗어나 뛰쳐나와 살길이다.
12.
大抵學者는 須參活句요 莫參死句어다.
대저학자 수참활구 막참사구
대저 배우는 이들은 의미와 의로를 알 수 없는 활구를 참구할 것이요,
의미와 의로가 통하는 사구를 참구하지 말아야 한다.
13.
凡本參公案上에 切心做工夫하되
범본참공안상 절심주공부
如鷄抱卵하며 如猫捕鼠하며
여계포란 여묘포서
如飢思食하며 如渴思水하며
여기사식 여갈사수
如兒憶母하면 必有透徹之期하라.
여아억모 필유투철지기
무릇 공안을 참구하되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하기를
마치 암 닭이 알을 품고 있는 것과 같이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와 같이하고,
주린 사람이 밥 생각하듯 하며,
목마른 사람이 물을 생각하듯 하며,
어린애가 엄마 생각하듯 진심으로 간절하게 한다면
반드시 꿰뚫어 사무칠 때가 있을 것이다.
14.
參禪엔 須具三要니
참선 수구삼요
一은 有大信根이요 二는 有大憤志요 三은 有大疑情이라
일 유대신근 이 유대분지 삼 유대의정
苟闕其一하면 如折足之鼎하야 終成廢器하니라.
구궐기일 여절족지정 종성폐기
참선에는 반드시 세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하나니,
첫째는 큰 신심이고, 둘째는 큰 분심이며, 셋째는 큰 의심이다.
만약 그 중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다리 부러진 솥과 같이 소용없는 물건이 되고 말 것이다.
15.
日用應緣處에 只擧狗子無佛性話하야 擧來擧去하며
일용응연처 지거구자무불성화 거래거거
疑來疑去에 覺得沒理路沒義路沒滋味하야 心頭熱悶時가
의래의거 각득몰리로몰의로몰자미 심두열민시
便是當人放身命處며 亦是成佛作祖底基本也니라.
편시당인방신명처 역시성불작조저기본야
일상생활 속에서 무슨 일을 하면서도
오직 "어찌하여 개에게는 불성이 없다고 했을까?"라고 하는
한 화두를 끊임없이 들어, 오나가나 계속 생각하고 생각하여
이치의 길이 끊어지고, 뜻 길이 사라져 아무 맛도 모르고
마음이 답답할 때가 바로 그 사람의 몸과 목숨을 내던질 곳이며,
또한 부처가 되고 조사가 될 대목이다.
16.
話頭는 不得擧起處에 承當하며
화두 부득거기처 승당
不得思量卜度하며 又不得將迷待悟니
부득사량복탁 우부득장미대오
就不可思量處하야 思量하면
취불가사량처 사량
心無所之함이 如老鼠入牛角하야 便見倒斷也니라
심무소지 여노서입우각 편견도단야
又尋常에 計較安排底도 是識情이며
우심상 계교안배저 시식정
隨生死遷流底도 是識情이며
수생사천류저 시식정
○怖○惶底도 是識情이어늘
파포장항저 시식정
今人이 不知是病하고 只管在裡許하야 頭出頭沒하나니라.
금인 부지시병 지관재리허 두출두몰
화두를 들어 일으키는 곳에서 알아맞히려 하지도 말고,
생각으로 헤아리지도 말며, 또한 깨닫기를 기다리지도 말지니
더 생각할 수 없는 곳까지 나아가 생각하면 마음이 더 갈 곳이 없어
마치 늙은 쥐가 쇠뿔 속으로 들어가다가 잡히듯 할 것이다.
또 평소 이런가 저런가 따지고 맞춰 보는 것이 식정이며,
생사를 따라 옮겨다니는 것이 식정이며,
무서워하고 방황하는 것도 또한 식정이다.
요즘 사람들은 이 병통을 알지 못하고,
다만 이 속에서 빠졌다 솟았다 할 뿐이다.
17.
此事는 如蚊子가 上鐵牛하야
차사 여문자 상철우
更不問如何若何하고 下嘴不得處에 棄命一 하면
갱불문여하약하 하취부득처 기명일찬
和身透入이니라.
화신투입
이 일은 마치 모기가 무쇠로 된 소에게 덤벼드는 것과 같아서,
함부로 주둥이를 댈 수 없는 곳에 목숨을 떼어놓고
한 번 뚫어 보면 몸뚱이 째 들어갈 때가 있을 것이다.
18.
工夫는 如調絃之法하야 緊緩을 得其中이니
공부 여조현지법 긴완 득기중
勤則近執着하고 忘則落無明하리니
근즉근집착 망즉낙무명
惺惺歷歷하고 密密綿綿이니라.
성성역력 밀밀면면
공부는 거문고 줄을 고르듯 팽팽하고 늦추는 것이 알맞아야 한다.
너무 애쓰면 집착하기 쉽고 잊어버리면 무명에 떨어지게 된다.
오직 성성하고 역력하게 하면서도 차근차근 끊임없이 하여야 한다.
19.
工夫가 到行不知行하며 坐不知坐하면
공부 도행부지행 좌부지좌
當此之時하야 八萬四千魔軍이
당차지시 팔만사천마군
在六根門頭伺候하다가 隨心生起하나니
재육근문두사후 수심생기
心若不起하면 爭如之何리요.
심약불기 쟁여지하
공부가 걸어가면서도 걷는 줄 모르고, 앉아도 앉는 줄 모르게 되면,
이 때를 기다려 팔만 사천의 마군이 육근 문 앞에 지키고 있다가
마음을 따라 온갖 생각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무슨 상관이 있으랴.
20.
起心은 是天魔요 不起心은 是陰魔요
기심 시천마 불기심 시음마
或起或不起는 是煩惱魔니
혹기혹불기 시번뇌마
然이나 我正法中엔 本無如是事니라.
연 아정법중 본무여시사
일어나는 마음은 천마요, 일어나지 않는 마음은 음마요,
혹 일어나기도 하고 일어나지도 않기도 하는 것은 번뇌마이다.
그러나 바른 법 가운데에는 본래 그런 일이 없다.
21.
工夫가 若打成一片則縱今生에 透不得이라도
공부 약타성일편즉종금생 투부득
眼光落地之時에 不爲惡業所牽이니라.
안광낙지지시 불위악업소견
공부가 한 고비를 넘긴다면
비록 금생에 깨치지 못하더라도
마지막 눈감을 때에 악업에 끌리지는 않을 것이다.
22.
大抵參禪者는 還知四恩이 深厚○아
대저참선자 환지사은 심후마
還知四大醜身이 念念衰朽○아
환지사대추신 념념쇠후마
還知人命이 在呼吸 아 生來値遇佛祖○아
환지인명 재호흡마 생래치우불조마
及聞無上法하고 生希有心○아 不離僧堂하여 守節○아
급문무상법 생희유심마 불리승당 수절마
不與隣單으로 雜話○아 切忌鼓扇是非○아
불여인단 잡화마 절기고선시비마
話頭가 十二時中에 明明不昧○아 對人接話時에 無間斷○아
화두 십이시중 명명불매마 대인접화시 무간단마
見聞覺知時에 打成一片○아 返觀自己하야 捉敗佛祖○아
견문각지시 타성일편마 반관자기 착패불조
今生에 決定續佛慧命○아 起坐便宜時에 還思地獄苦○아
금생 결정속불혜명마 기좌편의시 환사지옥고마
此一報身이 定脫輪廻○아 當八風境하야 心不動○아
차일보신 정탈윤회마 당팔풍경 심부동마
此是參禪人의 日用中點檢底道理니 古人云
차시참선인 일용중점검저도리 고인운
此身不向今生度하면 更待何生度此身이리요 하니라.
차신불향금생도 갱대하생도차신
대저 참선하는 이는 네 가지 은혜가 깊고 두터운 것을 알고 있는가?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 더러운 이 몸이
순간 순간 죽어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가?
사람의 목숨이 숨 한번에 달린 것을 알고 있는가?
일찍이 부처님이나 조사같은 이를 만나고서도
그대로 지나쳐 버리지 않았는가?
높고 거룩한 무상 법문을 듣고 기쁜 생각을 잠시라도 잊어버리지 않았는가?
공부하는 곳을 떠나지 않고 수도인다운 절개를 지키고 있는가?
곁에 있는 사람들과 쓸데없는 잡담이나 하며 지내고 있지 않는가?
분주하게 시비나 일삼고 있지 않는가?
화두가 어느 때나 또렷또렷하게 매(昧)하지 않는가?
남과 이야기하고 있을 때에도 화두가 끊임없이 되는가?
보고 듣고 알아차릴 때에도 한결같은가?
제 공부를 돌아볼 때 부처와 조사를 붙잡을 만한가?
금생에 꼭 부처님의 지혜를 이룰 수 있을까?
앉고 눕고 편할 때에 지옥의 고통을 생각하는가?
이 육신으로 윤회를 벗어날 수 있는가?
여덟 가지 바람이 불어올 때에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가?
이것이 참선하는 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때때로 점검해야 할 도리이다.
옛 어른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내 몸을 이번 생에 못 건지면 어느 생을 기다려서 제도하리요"
23.
學語之輩는 說時似悟나 對境還迷하나니
학어지배 설시사오 대경환미
所謂言行이 相違者也라.
소위언행 상위자야
말을 배우는 무리들은 말할 때에는 깨친 듯하다가도
실지 경계에 당하게 되면 도리어 미혹하여 아득하게 되나니
이것은 이른바 말과 행동이 서로 틀리는 것이다.
24.
若欲敵生死인댄 須得這一念子를
약욕적생사 수득자일념자
爆地一破하야사 方了得生死하리라.
폭지일파 방료득생사
만약 생사를 막아내려면
이 한 생각을 탁 깨뜨려야 비로소 생사를 벗어나게 될 것이다.
25.
然이나 一念子를 爆地一破然後에도
연 일념자 폭지일파연후
須訪明師하야 決擇正眼이니라.
수방명사 결택정안
그러나 한 생각을 깨친 뒤에라도
반드시 밝은 스승을 찾아가 눈이 바른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26.
古德이 云,
고덕 운
只貴子眼正이요 不貴汝行履處라 하니라.
지귀자안정 불귀여행리처
옛 어른이 말씀하시기를
"다만 자네의 눈 바른 것만 귀하게 여길 뿐이지,
자네의 행실은 귀하게 여기지 않네" 라고 하였다.
27.
願諸道者는 深信自心하야 不自屈不自高니라.
원제도자 심신자심 부자굴부자고
바라건대 공부하는 사람들은 자기의 마음을 깊이 믿어,
스스로 굽히지도 말고 높이지도 말아야 한다.
28.
迷心修道하면 但助無明이니라.
미심수도 단조무명
혼란한 마음으로 도를 닦는다는 것은
오직 무명만 도와줄 뿐이다.
29.
修行之要는 但盡凡情이요 別無聖解니라.
수행지요 단진범정 별무성해
수행의 요결은 다만 범부의 생각을 떨어지게 할뿐이지
따로 성인의 알음알이가 없는 것이다.
30.
不用捨衆生心이요 但莫染汚自性하라
불용사중생심 단막염오자성
求正法이 是邪니라.
구정법 시사
중생의 마음을 버릴 것 없이, 다만 자성을 더럽히지 말라.
바른 법을 찾는 것이 곧바르지 못한 사도니라.
31.
斷煩惱가 名二乘이요
단번뇌 명이승
煩惱不生이 名大涅槃이니라.
번뇌불생 명대열반
번뇌를 끊는 것은 이승이요,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큰 열반이다.
32.
須虛懷自照하야 信一念緣起無生이어다.
수허회자조 신일념연기무생
모름지기 마음을 비우고 스스로 비춰보아,
한 생각 인연 따라 일어나는 것이
사실은 일어남이 없음을 믿어야 한다.
33.
諦觀殺盜淫妄이 從一心上起하면
체관살도음망 종일심상기
當處便寂이니 何須更斷이리요.
당처변적 하수갱단
죽이고 도둑질하고 음란하고 거짓말하는 것이
다 한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임을 자세히 살펴보라.
그 일어나는 곳이 곧 비어 없는데 무엇을 다시 끊으리요.
34.
知幻卽離라 不作方便이요 離幻卽覺이라 亦無漸次니라.
지환즉리 부작방편 이환즉각 역무점차
환상인 줄 알면 곧 여읜 것이라, 더 방편을 지을 것이 없고,
환상을 여의면 곧 깨친 것이라, 또한 닦아 갈 것도 없다.
35.
衆生이 於無生中에 妄見生死涅槃이 如見空花起滅이니라
중생 어무생중 망견생사열반 여견공화기멸
중생이 나는 것 없는 가운데서
망령되게 생사와 열반을 보는 것이,
마치 허공에서 꽃이 생기고 사라지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
36.
菩薩이 度衆生入滅度나 又實無衆生이 得滅度니라.
보살 도중생입멸도 우실무중생 득멸도
보살이 중생을 건져 열반을 들게 했다 할지라도
실은 열반을 얻은 중생이 없는 것이다.
37.
理雖頓悟나 事非頓除라.
이수돈오 사비돈제
이치는 비록 단박에 깨칠 수 있으나,
버릇은 한꺼번에 가시지 않는다.
38.
帶狀修禪은 如蒸沙作飯이요
대음수선 여증사작반
帶殺修禪은 如塞耳叫聲이요
대살수선 여색이규성
帶偸修禪은 如漏○求滿이요
대투수선 여루치구만
帶妄修禪은 如刻糞爲香이니
대망수선 여각분위향
縱有多智라도 皆成魔道니라.
종유다지 개성마도
음란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것 같고,
살생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제 귀를 막고 소리를 지르는 것 같으며,
도둑질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새는 그릇이 가득 차기를 바라는 것 같고,
거짓말하면서 참선하는 것은 똥으로 향을 만들려고 하는 것과 같다.
이런 것들은 비록 많은 지혜가 있더라도 다 악마의 길을 이룰 뿐이다.
39.
無德之人은 不依佛戒하며
무덕지인 불의불계
不護三業하고 放逸懶怠하야
불호삼업 방일나태
輕慢他人하며 較量是非로 而爲根本하니라.
경만타인 교량시비 이위근본
덕이 없는 사람은
부처님의 계율에 의지하지 않고 삼업을 지키지 않는다.
함부로 놀아 게을리 지내며,
남을 깔보아 따지고 시비하는 것만 일삼는다.
40.
若不持戒면 尙不得疥癩野干之身이온대
약불지계 상부득개나야간지신
況淸淨菩提果를 可冀乎아.
항청정보리과 가기호
만약 계행이 없으면 비루먹은 여우의 몸도 받지 못한다는 데,
하물며 청정한 지혜의 열매를 바랄 수 있겠는가?
41.
欲脫生死인댄 先斷貪欲과 及除愛渴이니라.
욕탈생사 선단탐욕 급제애갈
생사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탐욕을 끊고 애욕의 불꽃을 꺼버려야 한다.
42.
無碍淸淨慧가 皆因禪定生이니라.
무애청정혜 개인선정생
걸림없는 청정한 지혜는 다 선정에서 나온다.
43.
心이 在定則能知世間生滅諸相하니라.
심 재정즉능지세간생멸제상
마음이 바른 자리에 들면
세간의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는 모든 일을 다 밝게 알 수 있다.
44.
見境心不起가 名不生이요,
견경심불기 명불생
不生이 名無念이요, 無念이 名解脫이니라.
불생 명무념 무념 명해탈
어떤 경계를 당하여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나지 않음이라 하고,
나지 않는 것을 무념이라 하며 무념의 상태를 해탈이라 한다.
45.
修道證滅이 是亦非眞也요
수도증멸 시역비진야
心法本寂이 乃眞滅也라
심법본적 내진멸야
故로 曰 諸法從本來로 常自寂滅相이라 하니라.
고 왈 제법종본래 상자적멸상
도를 닦아 열반을 얻는다면 이것은 또한 진리가 아니다.
심법이 본래 고요한 것임을 알아야 그것이 참 열반인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법이 본래부터 늘 그대로 열반이다"라고 하신 것이다.
46.
貧人이 求乞이어든 隨分施與하라
빈인 구걸 수분시여
同體大悲가 是眞布施니라.
동체대비 시진보시
가난한 이가 와서 얻기를 청하거든 분수대로 나누어 주라.
한 몸처럼 가엾이 여기면 이것이 참 보시니라.
47.
有人이 來害어든 當自攝心하야 勿生瞋恨하라.
유인 내해 당자섭심 물생진한
一念瞋心起하면 百萬障門開니라.
일념진심기 백만장문개
누가 와서 나를 해롭게 하더라도
마음을 거두어 성내거나 원망하지 말아야 한다.
한 생각 성내는 데에 백만 가지 장애의 문이 열린다.
48.
若無忍行하면 萬行不成이니라.
약무인행 만행불성
만약 참지 못한다면 만 가지의 행도 이룰 수 없다.
49.
守本眞心이 第一精進이니라.
수본진심 제일정진
본바탕 천진한 마음을 지키는 것이 첫째가는 정진이다.
50.
持呪者의 現業은 易制라 自行可違어니와
지주자 현업 이제 자행가위
宿業은 難除라 必借神力이니라.
숙업 난제 필차신력
진언을 외우는 것은
금생에 지은 업은 비교적 다스리기 쉬워서
자기 힘으로도 고칠 수가 있지만,
전생에 지은 업은 지워 버리기가 어려우므로
반드시 신비한 힘을 빌려야 하는 것이다.
51.
禮拜者는 敬也요 伏也니
예배자 경야 복야
恭敬眞性하고 屈伏無明이니라
공경진성 굴복무명
예배라는 것은 공경하는 것이요 굴복하는 것이니,
참된 성품을 공경하고 무명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52.
念佛者는 在口曰誦이요 在心曰念이니
염불자 재구왈송 재심왈념
徒誦失念하면 於道無益이니라.
도송실념 어도무익
염불이란 입으로 하면 송불이요, 마음으로 하면 염불이다.
입으로만 부르고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도를 닦는 데 아무 도움도 없다.
53.
聽經은 有經耳之緣과 隨喜之福이라.
청경 유경이지연 수희지복
幻軀는 有盡이나 實行은 不亡이니라.
환구 유진 실행 불망
경을 들으면 귀로서 지은 인연도 있게 되고,
기쁨이 따른 복도 짓게 된다.
물거품 같은 이 몸은 다할 날이 있으나
참다운 행은 헛되지 않는다.
54.
看經은 若不向自己上做工夫하면
간경 약불향자기상주공부
雖看盡萬藏이라도 猶無益也니라.
수간진만장 유무익야
경을 보되
자기 마음속을 향하여 돌이켜봄이 없다면
비록 팔만대장경을 다 보았다 하더라도
아무런 보탬이 없는 것과 같을 것이다.
55.
學未至於道하고 衒耀見聞하야
학미지어도 현요견문
徒以口舌辯利로 相勝者인댄 如厠屋塗丹 이니라.
도이구설변리 상승자 여칙옥도단확
배워 도를 이루기 전에
남에게 자랑하려고 한갓 말재주만 부려
서로 이기려고 한다면 마치 변소에 단청하는 것과 같다.
56.
出家人이 習外典하면 如以刀割泥하야
출가인 습외전 여이도할니
泥無所用이요 而刀自傷焉이니라.
니무소용 이도자상언
출가한 사람이 외전을 공부하는 것은
마치 칼로 흙을 베는 것과 같아서
흙은 아무 소용도 없는데 칼만 망가지게 된다.
57.
出家爲僧이 豈細事乎아
출가위승 기세사호
非求安逸也며 非求溫飽也며 非求名利也라
비구안일야 비구온포야 비구이명야
爲生死也며 爲斷煩惱也며 爲續佛慧命也며
위생사야 위단번뇌야 위속불혜명
爲出三界度衆生也니라.
위출삼계도중생야
출가하여 중이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랴.
몸의 편안함을 구하려는 것도 아니며,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으려는 것도 아니며,
명예와 재물을 구하려는 것도 아니다.
나고 죽음을 면하려는 것이며,
번뇌를 끊으려는 것이며,
부처님의 지혜를 이으려는 것이며,
삼계에 뛰어나서 중생을 건지려는 것이다.
58.
佛云, 無常之火가 燒諸世間이라 하고
불운 무상지화 소제세간
又云, 衆生苦火가 四面俱焚이라 하며
우운 중생고화 사면구분
又云 諸煩惱賊이 常伺殺人이라 하니라.
우운 제번뇌적 상사살인
道人은 宜自警悟하야 如救頭燃하라.
도인 의자경오 여구두연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덧없는 불꽃이 온 세상을 태운다" 하셨고,
또 "중생들의 고뇌의 불이 사방에서 함께 불타고 있다" 하셨으며,
또 "모든 번뇌의 적이 항상 너희들을 죽이려고 엿보고 있다" 하셨다.
그러므로 수도인은 마땅히 스스로 깨우쳐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해야 한다.
59.
貪世浮名은 枉功勞形이요 營求世利는 業火加薪이니라
탐세부명 왕공노형 영구세리 업화가신
세상의 뜬 이름을 탐하는 것은 쓸데없이 몸만 괴롭게 하는 것이요,
세상의 잇속을 따라 허덕이는 것은 업의 불에 섶을 더 보태는 것이다.
60.
名利衲子는 不如草衣野人이니라.
명리납자 불여초의야인
이름과 재물을 따르는 납자는
초의를 걸친 야인만도 못하다.
61.
佛云하사대 云何賊人이 假我衣服하고
불운 운하적인 가아의복
稗販如來하야 造種種業고 하시니라.
패판여래 조종종업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어찌하여 도둑들이 나의 옷을 빌려 입고,
부처를 팔아 온갖 나쁜 업을 짓고 있느냐"고 하셨다.
62.
於戱라 佛子여
오희 불자
一衣一食이 莫非農夫之血이요 織女之苦어늘
일의일식 막비농부지혈 직녀지고
道眼이 未明하면 如何消得이리요.
도안 미명 여하소득
아! 불자여. 그대의 한 벌 옷과,
한 그릇 밥이 농부들의 피요, 직녀들의 땀이거늘,
도의 눈이 밝지 못하다면 어떻게 삭여 낼 것인가.
63.
故로 曰,
고 왈
要識披毛戴角底 아 卽今虛受信施者是니라
요식피모대각저마 즉금허수신시자시
有人은 未飢而食하고 未寒而衣하니 是誠何心哉아
유인 미기이식 미한이의 시성하심재
都不思目前之樂이 便是身後之苦也로다.
도불사목전지락 변시신후지고야
그러므로 말하기를
"털을 쓰고 뿔을 이고 있는 것이 무엇 인 줄 아느냐?
그것은 지금 신도들이 주는 것을 공부하지 않으면서
거저 받아먹는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라" 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배고프지 않아도 또 먹고,
춥지 않아도 더 입으니 이 무슨 심사일까?
도대체 눈앞의 쾌락의 바로 후생에 괴로움인 줄을 생각지 않는구나.
64.
故로 曰,
고 왈
寧以熱鐵로 纏身이언정 不受信心人衣하며
영이열철 전신 불수신심인의
寧以洋銅灌口언정 不受信心人食하며
영이양동관구 불수신심인식
寧以鐵○投身이언정 不受信心人房舍等이라 하니라.
영이철확투신 불수신심인방사등
그러므로 이르기를
"차라리 뜨거운 철판을 몸에 두를지언정
신심 있는 이가 주는 옷을 입지 말며,
차라리 쇳물을 마실지언정
신심 있는 이가 주는 음식을 먹지 말고,
차라리 끊는 가마솥에 뛰어들지언정
신심 있는 이가 주는 집에 거처하지 말라" 한 것이다.
65.
故로 曰,
고 왈
道人은 進食을 如進毒하고 受施를 如受箭이니
도인 진식 여진독 수시 여수전
幣厚言甘은 道人所畏니라.
폐후언감 도인소외
그러므로 말하기를
"도를 닦는 사람은 음식을 먹을 때에 독약을 먹는 것같이 하고,
시주를 받을 때에는 화살을 받는 것과 같이하라" 고 한 것이다.
두터운 대접과 달콤한 말은 도를 닦는 사람으로서는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66.
故로 曰,
고 왈
修道之人은 如一塊磨刀之石하야 張三也來磨하고
수도지인 여일괴마도지석 장삼야래마
李四也來磨하야 磨來磨去에 別人刀는 快하되
이사야래마 마래마거 별인도 쾌
而自家石은 漸消라
이자가석 점소
然이나 有人은 更嫌他人이 不來我石上磨하나니
연 유인 갱혐타인 불래아석상마
實爲可惜이로다.
실위가석
그러므로 말하기를
도를 닦는 사람은 한 개의 숫돌과 갈아서
장 서방이 와서 갈고, 이 서방이 와서 갈아 가면
남의 칼은 잘 들겠지만 나의 돌은 점점 닳아 없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도리어 남이 와서
나의 돌에 칼을 갈지 않는 것을 걱정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67.
故로 古語에 亦有之하니
고 고어 역유지
曰 三途苦가 未是苦라
왈 삼도고 미시고
袈裟下失人身이 始是苦也라 하니라.
가사하실인신 시시고야
그러므로 옛말에 또한 이르기를
"삼악도의 고통 이것이 고통이 아니라,
가사를 입었다가 사람의 몸을 잃는 것이 참 고통이다"라고 하였다.
68.
哉라 此身이여
돌재 차신
九孔常流하고 百千癰疽에 一片薄皮로다
구공상류 백천옹저 일편박피
又云 革囊盛糞하야 膿血之聚가 臭穢可鄙라
우운 혁낭성분 농혈지취 취예가비
無貪惜之는 何況百年將養이나 一息背恩이니라.
무탐석지 하황백년장양 일식배은
우습다, 이 몸이여.
아홉 구멍에서는 항상 더러운 것이 흘러 나오고,
백 천 가지 부스럼 덩어리를 한 조각 엷은 가죽으로 싸 놓았구나.
또 가죽 주머니에는 똥이 가득 담기고, 피고름 뭉치라.
냄새나고 더러워 조금도 탐나거나 아까울 것이 없다.
더구나 백년을 잘 기른다 해도 숨 한 번에 은혜를 저버리고 마는 것이랴.
69.
有罪卽懺悔하고 發業卽○愧하면
유죄즉참회 발업즉참괴
有丈夫氣象이요,
유장부기상
又改過自新하면 罪隨心滅이니라.
우개과자신 죄수심멸
허물이 있거든 곧 참회하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곧 부끄러워 할 줄 알면
대장부의 기상이 있다 할 것이다.
또한 허물을 고쳐 스스로 새롭게 하면
그 죄업은 마음을 따라 없어질 것이다.
70.
道人은 宜應端心하야
도인 의응단심
以質直爲本하야 一瓢一衲으로 旅泊無累이니라.
이질직위본 일표일납 여박무루
도인은 마땅히 마음을 단정히 하여
검박하고 곧은 마음으로써 근본을 삼아야 한다.
한 개의 표주박과 한 벌의 누더기 옷이면 어디를 가나 걸릴 것이 없다.
71.
凡夫는 取境하고 道人은 取心이니
범부 취경 도인 취심
心境을 兩忘하면 乃是眞法이니라.
심경 양망 내시진법
범부들은 눈앞의 현실에만 따르고,
도를 닦는 사람은 마음만 붙잡으려 한다.
그러나 마음과 바깥 현실 두 가지를 다 잊는다면
이것이 바로 참다운 법이다.
72.
聲聞은 宴坐林中이나 被魔王捉하고
성문 연좌임중 피마왕착
菩薩은 遊戱世間이나 外魔不覓이니라.
보살 유희세간 외마불멱
성문은 숲 속에 편히 앉아서도 마왕에 붙잡히고,
보살은 세간에 노닐어도 외도와 마군이 보지 못한다.
73.
凡人이 臨命終時에 但觀五蘊皆空하야
범인 임명종시 단관오온개공
四大無我요 眞心無相하여 不去不來니
사대무아 진심무상 불거불래
生時에도 性亦不生하고 死時에 性亦不去라
생시 성역불생 사시 성역불거
湛然圓寂하고 心境이 一如라
담연원적 심경 일여
但能如是直下頓了하면 不爲三世所拘繫니
단능여시직하돈료 불위삼세소구계
便是出世自由人也라
변시출세자유인야
若見諸佛이라도 無心隨去하며
약견제불 무심수거
若見地獄이라도 無心怖畏니라
약견지옥 무심포외
但自無心하면 同於法界니 此卽是要節也라
단자무심 동어법계 차즉시요절야
然則平常은 是因이요 臨終은 是果니
연즉평상 시인 임종 시과
道人은 須着眼看하라.
도인 수착안간
누구든지 임종할 때에는
다만 오온이 다 빈 것이어서 네 가지 원소가 나라고 할 것이 없고,
참마음은 모양이 없어, 가는 것도 아니며 오는 것도 아니다.
날 때에도 성품은 또한 난 바가 없고,
죽을 때에도 성품은 또한 가는 것이 아니다.
지극히 맑고 고요하여 마음과 경계가 둘이 아닌 하나인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이 단박 깨친다면
삼세 인과에 이끌리거나 얽매이지 않게 될 것이니
이것이 곧 세상을 뛰어넘은 자유인이다.
만약 부처님을 만나더라도 따라 갈 마음이 없고,
지옥에 가더라도 두려운 마음이 없어야 한다.
다만 스스로 무심하게 되면 법계와 같이될 것이니
이것이 바로 요긴한 것이다.
그러므로 평상시에 좋은 씨를 심고
임종할 때에 좋은 열매를 거둘 것이다.
도를 닦는 사람은 모름지기 이곳에 주의하여야 한다.
74.
凡人이 臨終命時에
범인 임종명시
若一毫毛라도 凡聖情量이 不盡하고 思慮를 未忘하면
약일호모 범성정량 부진 사려 미망
向驢胎馬腹裡하야 托質하며
향려태마복리 탁질
泥犁○湯中에 煮○하며 乃至依前再爲○蟻蚊○이니라.
니리확탕중 자잡 내지의전재위루의문맹
사람이 임종할 때에 만약 털끝만큼이라도
성인이다 범부다 하는 생각이 끊어지지 않게 되면
나귀나 말의 뱃속에 끌려 들어가거나,
지옥의 끊는 가마 속에 처박히게 되며,
혹은 개미나 모기 같은 것이 되기도 할 것이다.
75.
禪學者가 本地風光을
선학자 본지풍광
若未發明則孤○玄關을 擬從何透리요
약미발명즉고초현관 의종하투
往往斷滅空으로 以爲禪하며
왕왕단멸공 이위선
無記空으로 以爲道하며
무기공 이위도
一切俱無로 以爲高見하나니
일체구무 이위고견
此는 冥然頑空이니 受病幽矣니라
차 명연완공 수병유의
今天下之言禪者가 多坐在此病이니라.
금천하지언선자 다좌재차병
참선하는 사람이 본래 면목을 만약 밝히지 못한다면
높고 아득한 진리의 문을 어떻게 뚫을 것인가.
종종 어떤 이는 아주 끊어 없어진 빈 것으로써 참선을 삼기도 하고,
무엇이라 말할 수 없이 빈 것으로써 도를 삼기도 하며
일체 모두 없는 것으로써 높은 소견을 삼기도 하나니
이것은 캄캄하게 비기만 한 것이라 병든 바가 깊다.
지금 천하에 참선을 말하는 사람들은 거의가 이런 병에 걸려 있다.
76.
宗師도 亦有多病하니
종사 역유다병
病在耳目者는 以○眉努目과 側耳點頭로 爲禪하며
병재이목자 이당미노목 측이점두 위선
病在口舌者는 以顚言倒語와 胡喝亂喝로 爲禪하며
병재구설자 이전언도어 호할난할 위선
病在手足者는 以進前後退와 指東畵西로 爲禪하며
병재수족자 이진전후퇴 지동화서 위선
病在心腹者는 以窮玄究妙와 超情離見으로 爲禪하나니
병재심복자 이궁현구묘 초정이견 위선
據實而論컨대 無非是病이니라
거실이론 무비시병
종사도 또한 병이 많다.
병이 귀와 눈에 있는 자는 눈을 부릅뜨고, 귀를 기울이며,
머리를 끄덕이는 것으로써 선을 삼고,
병이 입과 혀에 있는 자는 횡설수설하며
되지 않은 말과 함부로 "할"하는 것으로써 선을 삼는다.
병이 손발에 있는 자는 나아갔다 물러갔다
이쪽 저쪽을 가리키는 것으로써 선을 삼으며,
병이 마음 가운데 있는 자는 진리를 찾아내고
오묘한 것을 뚫어내며, 인정을 뛰어나고
자기의 소견을 여의는 것으로써 선을 삼는다.
사실대로 말하면 어느 것이고 병 아닌 것이 없다.
77.
本分宗師의 全提此句는
본분종사 전제차구
如木人唱拍하며 紅爐點雪이요
여목인창박 홍로점설
亦如石火電光이니 學者實不可擬議也니라
역여석화전광 학자실불가의의야
故로 古人이 知師恩曰,
고 고인 지사은왈
不重先師道德이 只重先師不爲我說破라 하니라.
부중선사도덕 지중선사불위아설파
본분 종사가 이 구를 온전히 들어 보임은
마치 장승이 노래하고 불붙는 화로에 눈 떨어지듯 하며,
또한 번갯불이 번쩍이듯 하여,
배우는 자가 참으로 생각하고 의논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옛 어른이 그 스승의 은혜를 알고 말하기를
"스님의 도덕을 중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고,
다만 스님이 나에게 설파하여 주지 않는 것을 중하게 생각한다"고 하였다.
78.
大抵學者는 先須詳辨宗途니
대저학자 선수상변종도
昔에 馬祖一喝也에 百丈은 耳聾하고
석 마조일할야 백장 이롱
黃檗은 吐舌하고 這一喝은 便是拈花消息이며
황벽 토설 자일할 변시염화소식
亦是達摩初來底面目이라
역시달마초래저면목
旴라 此臨濟宗之淵源이니라.
우 차임제종지연원
대저 배우는 사람은
먼저 종파의 갈래부터 자세히 가리어 알아야 한다.
옛날에 마조스님이 한 번 "할"하는데,
백장스님은 귀가 먹고, 황벽스님은 혀가 빠졌다.
이 한 "할" 이야말로 곧 부처님께서 꽃을 드신 소식이며,
또한 달마대사의 처음 오신 면목이다.
아! 이것이 임제종의 근원이 된 것이다.
79.
大凡祖師宗途가 有五하니
대범조사종도 유오
曰臨濟宗 曰曺洞宗 曰雲門宗 曰 仰宗 曰法眼宗이니라.
왈임제종 왈조동종 왈운문종 왈위앙종 왈법안종
臨濟宗은 本師釋迦佛로
임제종 본사석가불
至三十三世六祖慧能大師下直傳하니
지삼십삼세육조혜능대사하직전
曰南嶽懷讓 曰馬祖道一 曰百丈懷海 曰黃檗希運
왈남악회양 왈마조도일 왈백장회해 왈황벽희운
曰臨濟義玄 曰興化存奬 曰南院道○ 曰風穴延沼
왈임제의현 왈흥화존장 왈남원도옹 왈풍혈연소
曰首山省念 曰汾陽善昭 曰慈明楚圓 曰楊岐方會
왈수산성념 왈분양선소 왈자명초원 왈양기방회
曰白雲守端 曰五祖法演 曰圓悟克勤 曰俓山宗○ 禪師等이니라.
왈백운수단 왈오조법연 왈원오극근 왈경산종고 선사등
무릇 조사의 종파에 다섯 갈래가 있다.
즉 임제종, 조동종, 운문종, 위앙종, 법앙종 등이다.
임제종은 본사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33대 되는 육조 혜능대사의 밑에서 곧게 전하여 내려가기를
남악회양, 마조도일, 백장회해, 황벽희운,
임제의현, 흥화존장, 남원도옹, 풍혈연소,
수산성념, 분양선소, 자명초원, 양기방회,
백운수단, 오조법 연, 원오극근, 경산종고 선사 등이다.
80.
曹洞宗은 六祖下傍傳이니
조동종 육조하방전
曰靑原行思 曰石頭希遷 曰藥山惟儼 曰雲巖曇晟
왈청원행사 왈석두희천 왈약산유엄 왈운암담성
曰洞山良价 曰曹山耽章 曰雲居道膺 禪師等이니라.
왈동산양개 왈조산탐장 왈운거도응 선사등
조동종은 육조의 아래에서 곁 갈래로
청원행사, 석두희천, 약산유엄, 운암당성,
동산양개, 조산탐장, 운거도웅 선사등이다.
81.
雲門宗은 馬祖傍傳이니
운문종 마조방전
曰天皇道悟 曰龍潭崇信 曰德山宣鑑 曰雪峰義存
왈천황도오 왈용담숭신 왈덕산선감 왈설봉의존
曰雲門文偃 曰雪竇重顯 曰天衣義懷 禪師等이니라.
왈운문문언 왈설두중현 왈천의의회 선사등
운문종은 마조의 곁 갈래로
천황도오, 용담숭산, 덕산선감, 설봉의존,
운문문언, 설두중현, 천의의회 선사 등이다.
82.
○仰宗은 百丈傍傳이니
위앙종 백장방전
曰○山靈祐 曰仰山慧寂 曰香嚴智閑 曰南塔光湧
왈위산영우 왈앙산혜적 왈향엄지한 왈남탑광용
曰芭蕉慧淸 曰○山景通 曰無着文喜 禪師等이니라.
왈파초혜청 왈곽산경통 무왈착문희 선사등
위앙종은 백장의 곁 갈래로
위산영우, 앙산혜적, 향엄지한, 남탑광용,
파초혜청, 곽산경통, 무착문희 선사 등이다.
83.
法眼宗은 雪峰傍傳이니
법안종 설봉방전
曰玄沙師備 曰地藏桂琛 曰法眼文益 曰天台德韶
왈현사사비 왈지장계침 왈법안문익 왈천태덕소
曰永明延壽 曰龍濟紹修 曰南臺守安 禪師等이니라
왈영명연수 왈용제소수 왈남대수안 선사등
법안종은 설봉의 곁 갈래로
현사사비, 지장계침, 법안문익, 천태덕소,
영명연수, 용제소수, 남대수안 선사 등이다.
84.
臨濟家風은
임제가풍
赤手單刀로 殺佛殺祖하며
적수단도 살불살조
辨古今於玄要하고 驗龍蛇於主賓이라
변고금어현요 험용사어주빈
操金剛寶劍하여 掃除竹木精靈하며
조금강보검 소제죽목정령
奮獅子全威하여 震裂狐狸心膽이로다
분사자전위 진열호리심담
要識臨濟宗○아 靑天轟霹靂이요 平地起波濤로다.
요식임제종마 청천굉벽력 평지기파도
임제 가풍은
맨손에 한 자루의 칼을 들고 부처도 조사도 죽이고,
예와 이제를 삼현 삼요로써 판단하며,
용과 뱀을 주인과 손으로 징험한다.
금강이 보검으로 도깨비를 쓸어 내고
사자의 위험을 떨쳐 여우와 삵쾡이의 넋을 찢는다.
임제의 종지를 알겠는가?
푸른 하늘에 벼락치고 평지에 물결 인다.
85.
曹洞家風은
조동가풍
權開五位하여 善接三根하며
권개오위 선접삼근
橫抽寶劍하며 斬諸見稠林하며
횡추보검 참제견조림
妙協弘通하여 截萬機穿鑿이로다
묘협홍통 절만기천착
威音那畔에 滿目煙光이요
위음나반 만목연광
空劫已前에 一壺風月이로다
공겁이전 일호풍월
要識曹洞宗○아 佛祖未生空劫外에 正偏不落有無機로다
요식조동종마 불조미생공겁외 정편불락유무기
조동 가풍은 권도로 오위를 열어 세 가지 근기를 잘 다루며,
보검을 빼어 들고 모든 사견이 자라는 빽빽한 숲을 베어 내며
널리 통하는 길을 묘하게 맞추어서
천만 가지 모든 생각을 끊고 천착하여 가도다.
위음왕불 나시기 전 눈에 가득한 풍광이요,
하늘과 땅이 생기기 전 신선 세계 경치로다.
조동종을 알겠는가?
부처님과 조사도 안 나시고 아무 것도 없는 그대로,
바른 것, 치우친 것, 있는 것이나 없는 것에 떨어지지 않는다.
86.
雲門家風은
운문가풍
劍峰有路하고 鐵壁無門이라
검봉유로 철벽무문
○○露布葛藤하고 剪却常情見解니라
혼번노포갈등 전각상정견해
迅電은 不及思量하고 烈焰에 寧容湊泊이리요
신전 불급사량 열염 영용주박
要識雲門宗○아
요식운문종마
○杖子勃跳上天하고 盞子裡에 諸佛이 說法이로다.
주장자발도상천 잔자리 제불 설법
운문 가풍은 칼날에 길이 있고, 철벽에는 문이 없다.
온 천하의 갈등을 흔들어 엎고 못된 소견을 잘라 내버린다.
빠른 번개와 같이 미처 생각할 수 없고
활활 타는 불꽃 속에 어찌 뛰어들어 갈 수 있을까.
운문종을 알겠는가?
주장자가 날아 하늘 높이 오르고, 잔 속에서 모든 부처님이 설법을 한다.
87.
○仰家風은
위앙가풍
師資唱和하고 父子一家로다
사자창화 부자일가
脇下書字하니 頭角이 觴嶸이요
협하서자 두각 쟁영
室中驗人에 獅子腰折이로다
실중험인 사자요절
離四句絶百非를 一槌粉碎하니
이사구절백비 일추분쇄
有兩口無一舌이여 九曲珠通이로다
유양구무일설 구곡주통
要識○仰宗○아
요식위앙종마
斷碑는 橫古路하고 鐵牛는 眠少室이로다.
단비 횡고로 철우 면소실
위앙 가풍은
스승과 제자가 부르면 화답하고 아버지와 아들이 한 집에 살고 있네.
옆구리에 글자 쓰고 머리 위에 뿔이 높이 솟았구나.
방안에서 사람들을 시험하니 사자 허리가 부러지네.
네 가지 말 다 여의고,
백가지 아닌 것도 모두 끊어 버려 한 망치로 부수었네.
입은 둘이 있으나 혀는 하나도 없는 것이 구곡주를 꿰뚫었다.
위앙종을 알겠는가?
부러진 비석 옛 길에 쓰려져 있고 무쇠 소 작은 집에 자네.
88.
法眼家風은
법안가풍
言中有響하고 句裡藏鋒이라
언중유향 구리장봉
○○는 常干世界하고 鼻孔은 磨壻家風이라
촉루 상간세계 비공 마촉가풍
風柯月渚는 顯露眞心하고
풍가월저 현로진심
翠竹黃花가 宣明妙法이로다
취죽황화 선명묘법
要識法眼宗○아
요식법안종마
風送斷雲歸嶺去하고 月和流水過橋來로다.
풍송단운귀령거 월화유수과교래
법안 가풍은
말끝에 메아리가 울려오고 글 속에 칼날이 숨었구나,
해골이 온 세상을 지배하고 콧구멍은 어느 때나 그 가풍을 불어내네.
바람 부는 나뭇가지와 달 비치는 물가에는 참마음이 드러나고
푸른 대와 누른 국화 묘한 법을 환히 밝혀주네.
법안종을 알겠는가?
맑은 바람 구름을 산마루로 보내주고
밝은 달 물에 떠서 다리를 지나 흘러오네.
89.
臨濟喝德山棒이 皆徹證無生하야 透頂透底라
임제할덕산방 개철증무생 투정투저
大機大用이 自在無方하여 全身出沒하며
대기대용 자재무방 전신출몰
全身擔荷하여 退守文殊普賢大人境界니
전신담하 퇴수문수보현대인경계
然이나 據實而論컨대 此二師도 亦不免偸心鬼子니라.
연 거실이론 차이사 역불면투심귀자
임제의 할과 덕산의 방망이가 모두
무생의 도리를 철저하게 증득하여 꼭대기에서 밑바닥까지 꿰뚫었다.
큰 기틀과 큰 작용이 자유자재하여
어디나 전신으로 출몰하며 전신으로 짐을 져,
물러나 문수와 보현의 대인 경계를 지킨다 하더라도
실상대로 말한다면 이 두 분(임제와 덕산)도
또한 도깨비가 됨을 면치 못할 것이다.
90.
大丈夫는 見佛見祖를 如寃家하나니
대장부 견불견조 여원가
若着佛求하면 被佛縛이요 若着祖求하면 被祖縛이라
약착불구 피불박 약착조구 피조박
有求皆苦니 不如無事니라.
유구개고 불여무사
대장부라면
부처님이나 조사 보기를 마치 원수와 같이하여야 한다.
만약 부처에게 매달려 구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부처에게 얽매인 것이요,
만약 조사에게 매달려 구하는 것이 있다면
또한 조사에게 얽매이는 것이 된다.
무엇이든 구하는 것이 있다면 다 고통이 되므로
아무 일 없는 것만 같지 못하다.
91.
神光이 不昧하여 萬古徽猷로다
신광 불매 만고휘유
入此門來에 莫存知解어다.
입차문래 막존지해
거룩한 빛 어둡지 않아 만고에 밝구나.
이 문안에 들어오려면 알음알이를 두지 말라.
유가귀감(儒家龜鑑)
孔子曰天何言哉리요하시며
공자왈천하언재
董仲舒曰道之大原이 出於天이라하며
동중서왈도지대원 출어천
蔡沈曰, 天者는 嚴其心之所自出이라 하나니
채침왈 천자 엄기심지소자출
此는 卽周茂叔의 所謂無極而太極也로다.
차 즉주무숙 소위무극이태극야
書傳序에 曰精一執中은 堯舜禹의 相傳之心法也오
서전서 왈정일집중 요순우 상전지심법야
建中建極은 商湯周武의 相傳之心法也라
건중건극 상탕주무 상전지심법야
曰德曰仁曰敬曰誠은 言雖殊而理則一이라
왈덕왈인왈경왈성 언수수이이즉일
無非所以明此心之妙也라 하니라
무비소이명차심지묘야
○心之德이 其盛矣乎인저
우심지덕 기성의호
中庸의 性道敎
중용 성도교
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
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
三句도 亦名異而實同하야 體用備焉이니
삼구 역명이이실동 체용비언
此는 乃孔孟의 傳授心法이로다.
차 내공맹 전수심법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하늘이 어찌 말하겠느냐" 하였으며,
동중서는 "도의 큰 근원이 하늘에서 난 것이라" 하였으며,
채침은 "하늘이란 것은 엄숙히 그 마음에서부터 난 것이라" 하였으니
이는 주무숙(주렴계)의 "무극이 태극"이라고 한 것이다.
서전 서문에 "하나를 정미롭게 하고 중용을 잡은 것은
요임금과 순임금과 우임금의 서로 전한 심법이고,
중용을 세우고 태극을 세운 것은
은나라 탕임금과 주나라 무왕이 서로 전한 심법이라" 하였다.
덕(德)이라고 하고, 인(仁)이라고 하고, 경(敬)이라고 하고,
성(誠)이라고 하는 말은 이치는 모두 마음의 묘한 것을 밝힌 것이다.
슬프도다 마음의 덕이 그와 같이 성한 것이로다.
중용에서 말한 성(性), 도(道), 교(敎)의 세 마디가
서로 이름은 다르지만 내용은 같아서 체용을 갖추었으니
이것은 공자와 맹자의 전수한 심법이다.
道由性而出이니
도유성이출
言道而不言性이면 人不知道之本原이오.
언도이불언성 인부지도지본원
道由敎而明이니
도유교이명
言道而不言敎면 則人不知道之功用이라.
언도이불언교 즉인부지도지공용
故로 道之一字가 包性包敎라.
고 도지일자 포성포교
推其本原컨댄 必歸之天命이니
추기본원 필귀지천명
大學之三綱八目이 亦不外乎是也로다.
대학지삼강팔목 역불외호시야
도는 성품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니
도를 말하고 성을 말하지 않으면
사람이 도의 본원을 알지 못하는 것이며,
도는 교로부터 나오는 것이니,
도를 말하고 교를 말하지 않으면
사람이 도의 공용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라는 한 글 자가 성품과 교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
그 본원을 추궁해 보면 반드시 천명으로 돌아갈 것이니
대학의 삼강령 팔조목 또한 이에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周易에 先言道而後言性하니
주역 선언도이후언성
此는 道字, 是統體一太極이오.
차 도자 시통체일태극
子思, 先言性而後言道하니
자사 선언성이후언도
此는 道字, 各具一太極이로다.
차 도자 각구일태극
世之言道者高則入於荒唐하고
세지언도자고즉입어황당
卑則滯於形氣나 今言道字는 非他라.
비즉체어형기 금언도자 비타
循性之謂也니라.
순성지위야
주역에서 먼저 도를 말하고 뒤에 성품을 말했으니
이것은 도가 한 태극을 거느려 체를 삼은 것이고,
자사는 먼저 성품을 말하고 뒤에 도를 말했으니
이것은 도가 각자 한 태극을 갖춘 것이다.
세상에서 도를 높이 말하는 사람들은 황당한 말로 돌려보내고
낮게 본 자는 형상과 기운에 걸릴 뿐이니
이제 말한 "도"라는 글자는 다른 것이 아니라
성품을 쫓음을 말하는 것이다.
戒懼는 是保守天理니 幾未動之敬也오
계구 시보수천리 기미동지경야
愼獨은 是檢防人欲이니 幾已動之敬也라.
신독 시검방인욕 기이동지경야
故로 君子之心은 常存敬畏니라.
고 군자지심 상존경외
謹獨一念은 己發時工夫요,
근독일념 기발시공부
戒懼一念은 未發前工夫로다.
계구일념 미발전공부
然이나 裳知未發이면 便是已發이라.
연 재지미발 변시이발
卽不中이니 中則天地萬物爲一體니라.
즉부중 중즉천지만물위일체
幽則有鬼神하고 明則有日月하니 此亦謹讀一句니라.
유즉유귀신 명즉유일월 차역근독일구
涵養은 靜工夫니 一箇主宰嚴肅也오.
함양 정공부 일개주재엄숙야
省察은 動工夫니 情念裳發을 覺治也라.
성찰 동공부 정념재발 각치야
故로 曰精以察之하고 一以守之라하니
고 왈정이찰지 일이수지
所謂顧 ○天之明命이니라.
소위고 시천지명명
경계하여 두려워함은
천리를 보존하여 지키는 것이니
조화의 미묘한 힘이 아직 움직이지 않은 공경이고,
홀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가 함은
사람의 마음을 점검하여 고찰한 것이니
이것은 조화의 미묘한 힘이 이미 움직인 뒤의 공경이다.
그러므로 군자의 마음은 항상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생각을 갖는다.
홀로 삼가하는 마음은 기틀이 이미 발한 때의 공부이고,
경계하고 두려워 하는 마음은 기틀이 아직 발하지 않은 때의 공부이다.
그러나 겨우 발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 때는
문득 이미 발한 것이 되는 것이니 맞지 않는 것이다.
중용의 중은 곧 천지 만물과 한 몸이 된다.
깊고 어두우면 그곳에 귀신이 있고,
밝으면 일월이 있으니 이것 또한 홀로 삼가 한다는 글귀이다.
마음을 진리로 향하여 기르는 것은 고요한 공부이니
한 주재의 엄숙함을 주로 하는 것이고,
자기 마음을 반성하여 살핌은 움직이는 때의 공부이니
감정에서 생기는 생각이 발하면 곧 깨달아 다스리는 것을 주로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미롭게 살피고 하나로써 지키라 하였으니
이것은 하늘의 밝은 명을 돌아보는 것이다.
心一放하면
심일방
卽悠悠蕩蕩하야 無所歸着이니
즉유유탕탕 무소귀착
心必操하고 意必誠하며
심필조 의필성
言必謹하고 動必愼이니 內外交修之道니라.
언필근 동필신 내외교수지도
一念之善은 慶雲景星이오
일념지선 경운경성
一念之惡은 烈風暴雨니
일념지악 열풍폭우
堯舜桀紂가 在此一句로다.
요순걸주 재차일구
然이나 心之虛靈知覺은 一而已矣니라.
연 심지허령지각 일이이의
渾厚包涵徒容은 是廣大之氣象이오.
혼후포함도용 시광대지기상
促迫偏窄輕躁는 非有德之氣象이로다.
촉박편착경조 비유덕지기상
省欲則心靜이오 心靜則事自簡이니라.
성욕즉심정 심정즉사자간
少言沈默이 最妙니 知道則言自簡이니라.
소언침묵 최묘 지도즉언자간
한 번 마음을 놓으면
마음대로 흩어져 돌아갈 곳이 없으니
마음은 반드시 잡고 뜻을 반드시 참되게 하며
말을 반드시 삼가 하고 행동할 때에 반드시 삼가 할 것이니
이것은 마음과 몸을 함께 닦는 길이다.
한 선한 생각은 경사스러운 구름과 빛나는 큰 별과 같은 것이고,
한 악한 생각은 매운 바람과 사나운 비 같은 것이니,
요순과 걸주도 이 한 구절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비고 신령한 지각은 하나일 뿐이다.
널리 온갖 것에 섞이어 후하게 포용하고 함양하며 조용함은
크고 넓은 기상이고,
촉박하고 치우쳐 좁고 까불고 경조함은 덕 있는 기상이 아니다.
욕심을 제거하면 마음이 고요하고
마음이 고요하면 만사의 일이 스스로 간단하여 질 것이다.
謹言은 乃爲學第一工夫니
근언 내위학제일공부
言不謹하고 而能存心者鮮矣니라.
언불근 이능존심자선의
多言은 最使人心流蕩하야 而氣亦損이니
다언 최사인심유탕 이기역손
夢寐精神도 亦不安이니라.
몽매정신 역불안
裳舒放이어든 卽當收○하고
재서방 즉당수감
裳言語어든 便思簡默이니라.
재언어 변사간묵
必使一念으로 不妄起니
필사일념 불망기
一言도 不妄發하야사 庶乎寡過이니라.
일언 불망발 서호과과
말을 삼가하는 것이
배우는데 제일 중요한 공부가 되는 것이니
말을 삼가하지 않고 마음을 보존하기 극히 어려운 것이다.
말이 많음은 사람의 마음으로 하여금 가장 방탕하게 하며
기운도 또한 덜게 되고 꿈속에 정신도 또한 편안치 못하다.
마음을 펴서 놓거든 곧 마땅히 거둬들일 것이고,
말을 하려는 때는 간단하고 침묵함을 생각하라.
반드시 생각으로 하여금 망령을 일으키지 말고
한 마디도 망령되게 하지 않아야 허물이 적을 것이다.
聞人過失이어든 如聞父母之名하야
문인과실 여문부모지명
耳可聞이어정 而口不可言이니라.
이가문 이구불가언
남의 허물을 듣거든 부모의 이름을 듣는 듯하여
귀로는 들을지언정 입밖에 내지 말라.
是非終日有라도 不聽自然無니
시비종일유 불청자연무
來說是非者는 便是是非人이라.
내설시비자 변시시비인
待左右에 當嚴而惠니
대좌우 당엄이혜
左右之言은 不可輕信이오 必審其實이니라
좌우지언 불가경신 필심기실
親愛之言을 亦不可偏聽이니
친애지언 역불가편청
若聽一面說하면 便見相離別이니라.
약청일면설 변견상이별
시비가 종일 있더라도
듣지 않으면 자연히 없어질 것이니 와서
시비를 말하는 자가 나를 시비하는 사람이다.
좌우의 사람들을 대함에 있어서
마땅히 엄숙히 하여 은혜롭게 할 것이며,
좌우 사람의 말을 가볍게 믿지 말고 반드시 그 진실함을 살펴야 한다.
친애하는 사람의 말을 치우쳐 듣지 말고,
만일 한편쪽 사람의 말만 들으면 서로 의가 상해서 갈리게 될 것이다.
輕言輕動之人은 不可深計오
경언경동지인 불가심계
易喜易怒者도 亦然이니라.
이희이노자 역연
欲人無聞이면 莫若勿言이요
욕인무문 막약물언
欲人無知인댄 莫若勿爲니라.
욕인무지 막약물위
大丈夫心事는
대장부심사
當如靑天白日하야 使人得而見之니라
당여청천백일 사인득이견지
奢侈華麗는 人之大惡이요
사치화려 인지대악
淳朴質直은 人之大德이니라.
순박질직 인지대덕
말과 행동이 가벼운 사람은 깊게 꾀하지 못할 것이니
기뻐하고 성내기를 쉽게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남에게 들리지 않게 하려면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남이 알지 않게 하려면 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장부의 마음을 청천백일과 같이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얻어 보게 할지니라.
사치하고 화려함을 좋아하는 사람은 큰 죄악이고,
순박하고 곧은 것은 사람의 큰 덕이다.
古賢은
고현
時然後에 言이라 人不厭其言하고
시연후 언 인불염기언
樂然後에 笑라 人不厭其笑하며
낙연후 소 인불염기소
義然後에 取라 人不厭其取니라.
의연후 취 인불염기취
옛날 현인은 때가 된 후에 말하여
사람들이 그의 말을 싫어하지 않았으며,
즐거운 일이 있은 후에 웃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웃음을 싫어하지 않았고,
옳은 의리가 있은 후에 취한지라
그의 취함을 싫어하지 않았다.
君子行有不得이면 皆反諸己하야
군자행유부득 개반저기
而無責人之心이라 心常灑落이로되
이무책인지심 심상쇄락
常人은 裳不得於天이면 卽怨天하고
상인 재부득어천 즉원천
裳不合於人이면 卽尤人이라.
재불합어인 즉우인
心常不寧하야 忿○勞擾니라.
심상불녕 분치노요
人爲外物所動者는 只是淺이요.
인위외물소동자 지시천
人有才而露도 亦是淺이니 深則不露니라.
인유재이로 역시천 심즉불로
識量大則毁譽欣○이 不足以動其心이니
식량대즉훼예흔척 부족이동기심
聖人之心은 應物卽休라 元不少動이니라.
성인지심 응물즉휴 원불소동
군자는 행하던 일을 얻지 못하면
다 자기 탓으로 하고 남을 책망하지 않으므로 마음이 깨끗하다.
보통 사람은 행함을 얻지 못하면
그것이 하늘의 뜻임에도 남을 원망한다.
그리고 항상 마음이 편치 못하고 분하게 여겨 괴로워한다.
외물에 의하여 동요되는 사람과
재주가 있어서 나타내는 사람도 깊지 못한 것이다.
마음이 깊으면 나타내지 않는다.
식견이나 도량이 크면 훼방하거나 칭찬하거나
기쁘거나 슬픈 것이 그의 마음을 동요시키지 못한다.
성인의 마음은 사물에 응하여 쉬기에 원래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心誠色溫하고 氣和辭婉하면 必能動人이니라
심성색온 기화사완 필능동인
惟正이라야 可以服人이니
유정 가이복인
故로 寧可正而不足이언정 不可邪而有餘니라
고 영가정이부족 부가사이유여
正其義하고 不謀其利하며
정기의 불모기리
明其道하고 不計其功이니라
명기도 불계기공
一行有失이면 百行難補라.
일행유실 백행난보
故로 防末은 在本이니라
고 방말 재본
人多於快意之事에 忘却道니라
인다어쾌의지사 망각도
爲政에 通下情爲急하고
위정 통하정위급
處事에 尤宜心平氣和니라
처사 우의심평기화
事最不可輕忽이니
사최부가경홀
雖至微至易者라도 皆當以愼重處之니라
수지미지이자 개당이신중처지
마음을 진실히 하고
얼굴빛을 온순히 하며 기운을 평화스럽게 갖고
말을 아름답고 순하게 하면 반드시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오직 바르게 하여야 사람을 감복하게 하는 것이니
바르게 하여 흡족하게는 못할지언정
악하게 하고 남음이 있게 하지는 말라.
의리를 바르게 하고 이익을 꾀하지 말며
그 도리를 밝히게 하고 그 공을 헤아리지 말라.
한 가지 행실에 허물이 있으면 백가지 행실이 보충하기 어려운 것이니
끝을 막는 것은 근본에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순순히 뜻을 따라주는 일에 도리를 잊기 쉽다.
정사를 함에 아랫사람 마음을 통하기를 급히 하고
마음을 편안히 하여 일을 처리하고 기운을 부드럽게 하라.
일은 경솔하게 하지 말며
비록 지극히 작고 쉬운 일이라도 신중히 처리하라.
見人善이어든 尋己善하고
견인선 심기선
見人惡이어든 尋其惡이니
견인악 심기악
從也改也에 俱爲我師니라
종야개야 구위아사
사람의 착한 일을 보거든 자기의 선행을 찾고,
사람의 악한 일을 보거든 자기의 악한 일을 찾아보며
따르고 고침에 다 나의 스승을 삼을지니라.
結朋에 須勝己니 似我면 不如無라
결붕 수승기 사아 불여무
毁吾者는 師요 譽吾者는 賊이니라.
훼오자 사 예오자 적
非莫非於飾非오 過莫過於文過니라.
비막비어식비 과막과어문과
以德報寃하고 以善報惡하라.
이덕보원 이선보악
人若唾面이어든 不拭自乾이니라.
인오타면 불식자건
覺人詐라도 而不形於言이면 有餘味니라.
각인사 이불형어언 유여미
卽人言하면 可以見所養之淺深이니라.
즉인언 가이견소양지천심
知足者는 貧賤도 亦樂이오
지족자 빈천 역락
不知足者는 富貴도 亦憂니
부지족자 부귀 역우
知安則榮하고 知足則富니라.
지안즉영 지족즉부
人無百歲人이로되 枉作千年計로다
인무백세인 왕작천년계
大厦千間이라도 夜臥八尺이오
대하천간 야와팔척
良田萬頃이라도 日食二升이니라.
양전만경 일식이승
친구를 사귈 때는 나보다 나은 자를 구하라.
나와 같은 자는 없는 것만 같지 못하다.
나의 잘못을 말하는 사람은 스승이요, 나를 칭찬하는 사람은 도적이다.
그른 것은 그름을 꾸미는 그름 같음이 없고
허물은 허물을 허물이 아닌 것으로 꾸미는 것 같은 허물이 없다.
덕으로서 원수를 갚고 선으로 악을 갚아라.
사람이 내 얼굴에 침을 뱉을 지라도 노여워하지 말고,
사람에게 속은 것을 알았을 때도
말로 나타내지 않으면 나머지 맛이 있다.
사람과 이야기를 하여 보면 교양의 정도를 알 것이며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부귀해도 근심을 하며
자기의 분수에 만족하여 편안함을 알면 영화스러울 것이다.
만족할 줄 알면 그것이 곧 부자이다.
사람은 백살을 살지 못하는데 천년 살 계획을 하고 있다.
아무리 천간 집이라도 잠잘 자리는 팔 척이면 되고
좋은 밭이 만 이랑이라도 하루에 먹는 것은 두되 뿐이다.
人皆愛珠玉하되 我愛賢師友니라
인개애주옥 아애현사우
黃金萬兩이 未爲貴오 得人一語가 勝千金이로다.
황금만량 미위귀 득인일어 승천금
有名不用鐫頑石하라 路上行人이 口是碑니라
유명불용전완석 노상행인 구시비
平生不作皺眉事하라 世上應無切齒人이로다.
평생부작추미사 세상응무절치인
貧居하면 鬧市라도 無相識이오
빈거 요시 무상식
富住하면 深山이라도 有遠親이니라
부주 심산 유원친
凡事留人情하면 後來好相見이니
범사유인정 후래호상견
若要人重我인댄 無過我重人이니라.
약요인중아 무과아중인
有客來相訪하야 如何是治生고하면
유객래상방 여하시치생
恒存方寸地하야 留輿子孫耕이라하야.
항존방촌지 유여자손경
爲子死孝하고 爲臣死忠이니
위자사효 위신사충
人無忠孝之心이면 其餘를 不足觀也니라
인무충효지심 기여 부족관야
사람들은 구슬과 옥을 사랑하더라도
나는 어진 스승과 벗을 사랑한다.
황금은 만량이라도 귀한 것이 되지 못하지만
사람에게 진실한 말을 얻는 것은 천금보다 중요하다.
이름을 남겨 두려고 비석에 새기려 하지 마라.
이름을 남길 만한 일을 했으면
오고가는 사람의 입이 다 비석이 되는 것이다.
평생에 남에게 눈썹을 찡그리게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세상에서 원한을 갖고 덤빌 사람은 없다.
가난하게 살면 번화한 시장 가운데 살지라도
서로 알고 왕래하는 사람이 없고,
부자로 살면 깊은 산 속에 살지라도
먼데서 사람이 와서 친하는 자가 있다.
모든 일에 인정을 베풀면 그 뒤에 서로 좋게 보게 된다.
만일 사람이 나를 중히 여기려거든 내가 먼저 다른 사람을 중히 여겨라.
손님이 와서 어떻게 생활해 가느냐고 물으면
항상 마음속에 덕을 심어 자손에게 주어 경작하고 산다고 하라.
자손이 되어서는 효도를 다해야 하고, 신하는 충성으로 다해야 하니,
사람이 충효가 없으면 더 이상 볼 것이 없다.
心統性情이니
심통성정
君子存心을 恒若鑑空衡平하면 與天地合其德이니라
군자존심 항약감공형평 여천지합기덕
於戱라 三月忘味하고 終日如愚는 此聖賢忘內之樂也오
오희 삼월망미 종일여우 차성현망내지락야
不貴黃屋하고 不賤陋巷은 此聖賢忘外之樂也라
불귀황옥 불천누항 차성현망외지락야
然則聖賢之樂은 不在內外니 當在何處오
연즉성현지락 부재내외 당재하처
古之詩人은 觀鳶魚하고 而知道之費隱하고
고지시인 관연어 이지도지비은
聖人은 觀川流하야 而知道之不息이시니
성인 관천류 이지도지불식
今之學者其可不盡心乎아
금지학자기가불진심호
文王之詩에 無聲無臭之天을 子思子亦引之하사
문왕지시 무성무취지천 자사자역인지
以結中庸之義하시니 旴라
이결중용지의 우
卽吾渾然未發之中也라
즉오혼연미발지중야
此周茂叔所謂太極本無極也니라.
차주무숙소위태극본무극야
마음은 성품과 정을 거느리는 것이니
군자가 마음 갖기를 항상 거울과 저울과 같이하면
천지와 함께 그 덕을 더하게 된다.
석 달을 고기 맛을 잃고
날이 새도록 어리석은 사람 같이 행동한 것은
성현들이 안을 잊어버린 낙이고
황옥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더러운 골목 거리를 천하게 여기지 않으니
이는 성현들의 밖을 잊어버린 낙이니,
그러므로 성현의 낙은 안과 밖에 있지 않으니 어떤 곳에 있을까.
옛날의 시인은 공중에 나르는 솔개와 물에 노는 고기를 보고
도가 나타나고 숨음을 알고,
성인은 냇물의 흐름을 보고 도의 쉬지 않음을 알았으니,
지금의 학자들은 어찌 전심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문왕의 시에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고 하늘이라 한 말을
자사가 인용하여 중용의 뜻을 맺었으니 슬픈 일이다.
이것이 내가 혼연히 말하지 않은 중용이다.
이것이 주무숙이, 태극이 무극을 근본하였다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