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눈꽃 산행 ...
2009년 12월27일
저물어가는 기축년 마지막 산행을 관악산으로 정했다.
일요일에도 바쁜 나는 10시30분에 사당역 4번 출구로 집결하라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비교적 느긋하게 사당으로 행했다.
다른 때는 보통 8시나 8시30분에 모였으니 말이다.
전철역 벽에 쓰여있는 어느 시인의 시를 보며 정채봉(시인) 오빠 생각이 났다.
"오세암"도 그렇고 "물에서 나온 새" 등 오빠의 글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감동 그 자체이었으니까
그를 만나도 언제나 유쾌했듯이 말이다
유머 감각이 남다른 오빠였는데 ...
샘터편집부장으로 있을 때 이해인 수녀님 글 코너가 있어서
그 일로 수녀님을 만나는 걸 아는데도
언니한테 말하지 말라고 큰 눈을 좌우로 굴리며 웃음을 주곤 했는데
애석하게도 지금은 고인이 되셨다
오빠 생각난 김에 오빠가 쓴 시를 한 편 읇조려본다
그리움 / 정채봉
풀잎 기우는
소리조차 듣는 것은
그대 향한 내 가슴이
빈터이기 때문
향기나는 눈이 멀어도
그대를 천만 군중 속에서도
찾아낼 수 있다
내 코가 있는 한
나도 이 빈터를 채우러 집결지로 행했다
1등으로 도착한 형수 후배
난 2등 ㅎㅎㅎ ~
1등 2등이 무에 대수일까 마는 그래도 1등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조금 아쉬웠다
조금 더 일찍 나왔더라면 하는 ...
기동 오빠에게 3등까지는 상을 달라고 했더니
가게에서 맘껏 고르라고 했다
난 고작 자일리톨껌 두 통을 골랐다
유후 ~ 그래도 기분은 최고 ~ 잉 ...
등수안에 들어서 선물을 받았으니 말이다
19명이 모이는데도 시간이 좀 걸렸다
주택가를 지나 관악산을 행하는 우리들의 마음은 마치 소풍을 나온 소년 소녀처럼 들떠서 추운 줄도 모르고 행복했다
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더욱 신이 날 수 밖에 ...
감독관의 눈치를 보느라 산행길에 오르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왕비 대접을 해주면 황제 대접을 받는다는 사실을 그도 알 텐데 말이다
Let's GO ~ 산행 시작 ...
산악대장을 맡은 배옥순님도 함께여서 우리 일행은 맘 놓고 뒤따르기만 하면 됐다
또 산행 경험이 많은 형수 후배도 길라잡이가 돼 주었다
길을 잃어도 화살표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세상 길
하지만 오늘은 선후배님 뒤만 따라가면 되니 참 좋다.
이정표 따라가는 세상 길 말고 ... ㅎㅎ
광양 장날 엄마 뒤만 졸래졸래 따라가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나를 따르라
네 장군님(아니쥐 ~ 대장님 ~ 후배님)
발걸음도 가벼웁게 룰루랄라 ~ 잉 ...
서울에 있는 산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의 행렬이 끝이 없었다
비키느라 시간이 조금 걸려도 산사람들이라 입가엔 미소 가득
안녕하십니까?
즐거운 산행 되십시오~ !!
앞장서서 산행을 이끄는 형수 후배의 인사가 어색하지 않아서 좋았다
인사라면 나도 잘할 수 있는디(데)
나는 왠지 어색해서 가끔씩만 인사를 건넸다.
열심히 산을 오르다 보니 암벽을 타게 됐다
앞에 오르는 어떤 여자분이 동혜 언니인 줄 알고 똥침을 먹였는뎅 ~
아 글쎄 ...
오 ~ 마이 갓 ~
그 뇨자(女子)분이 동혜 언니가 아니었다
급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
오모나 ~ 죄송해요
전요 동혜 언니인 줄 알고 그만 ...
다행히 수습은 했지만,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웃음 참느라 혼났당 ~ ㅠ.ㅠ
개구쟁이 흑진주를 누가 말린담 ㅎㅎ
어느새 산 중턱에 도착한 우린 간식도 먹고 마냥 행복했다
한참을 가는데 눈꽃이 흩날렸다
겨울산행은 처음이라 잠시 걱정이 앞섰지만
오빠 언니 후배들이 있으니 잠시 했던 걱정도 사라져버렸다
미끄러운 산길에 손잡아주는 센스쟁이 후배도 있고
선배님도 계시니 눈꽃쯤이야 ...
좋은 사람들과의 산행 덕분에 에너지가 콸콸 솟구친다
만찬 ...
정상을 몇M 앞에 두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길라잡이가 돼 준 형수 후배가 자리를 찜해줬는데 옴싹하니 점심 먹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울 작은 오빠(완표) 친구인 봉기 오빠가 가져온 추어탕,계란말이,갓김치,배추김치,김밥 등등
보온이 안 됐다며 웃는 기동 오빠 땜시 웃고
너무 떨려서 웃고
그 와중에도 맛있어서 또 웃고
영주 친구는 장모님이 담가주신 김치라며 먹어보라고 연신 싱글벙글하였다
그 친구를 보며 "마누라가 예쁘게 보이면 처가집 말뚝을 보고도 절한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겨울 산을 얕잡아 봤다간 큰코다친다는 말을 이제야 실감이 들었다
추위를 타지 않는 나는 겨울산행 그까이 꺼 ~ 하는 방심을 한 것 같다
밥을 먹는데 전국적으로 덜덜덜 ~
오메 ~ 민망한 거 ~ 잉 ...
급기야는 허벅지까지 떨렸다
맨 처음 사랑 고백에서처럼 푸하ㅎㅎ ~
길라잡이가 돼 준 후배님의 배려로 난 따뜻할 수 있었다
코오롱 파커의 위력 대단해요
솜이불을 덮은 것처럼 따뜻했다
산행을 함께한 우리들의 훈훈한 정처럼...
내겐 관악산 하면 징크스가 있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도 오르지 못하는 안타까움 말이다
상도동 살았을 때 유리,유정,환룡이를 데리고 소풍 가듯이 자주 갔던 그 산은 늘 그랬다
어찌 된 영문인지 정상에 못 갔다
정상에 발 도장 찍는 걸 좋아하는 나인데 ...
어쩌누 ...
눈발이 거세지니 하산을 결심할밖에 ...
만찬 후에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어주는 그분 왈!!
시모노세끼 ~ 하란다
우린 연방 시모노세끼를 외치며, 때론 개구리 뒷다리를 외쳤다
하산!! ...
날래 내려가라우 ~
하지만 슬로우 슬로우 ~ ing ~ ^^
새들도 꿈꾸는 날에 눈은 내리고
화실표 방향 반대쪽으로 날아간 새들은 무엇을 하는지 둥지 안에서 꼼짝하지 않고 조용하다.
아마도 눈이 와서 그럴 테지?
펄펄 눈이 옵니다
바람 타고 눈이 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린 함께 합창을 했다
후렴구도 박력 있게시리 ~
펄펄 눈이 옵니다
노래하랴 하산하랴 사진 찍으랴 바쁘다 바뻐 ~
하산 중에 영심 언니가 가벼운 엉덩방아를 찌었지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사진을 찍을만한 곳 멋진 장소
적재적소에 배곤 오빠가 대기하고 있다가 사진을 찍어주셨다.
폼을 잡으려고 하면 벌써 찍었다면서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 ㅎㅎ ~
팔각정에서도 찍고,의자 위에서도 찍고
배우처럼 찍힘을 당했다
배옥순 산악대장님도 찍어주시고 하여 우린 즐거움 만땅(만땅이 일본어인 거 알지만)
하산 중에서 아쉬워서 찍고 또 찍고
우리가 관악산에 발도장을 찍었듯이 우린 그랬다
Danny Boy는 아일랜드 민요이지만 오늘처럼 눈이 오는 날엔 잘 부른다
내가 말이다
♣ Danny Boy!!
Danny Boy!!
Oh Danny boy, the pipes,
the pipes are calling
From glen to glen,
and down the mountain side
The summer's gone,
and all the flowers are dying
'Tis you, 'tis you must go
and I must bide.
But come you back
when summer's in the meadow
Or when the valley's hushed
and white with snow
'Tis I'll be here in sunshine
or in shadows Oh Danny boy,
oh Danny boy, I love you so
아 목동들의 피리 소리들은
산골짝마다 울려 퍼지고(나오고)
여름은 가고 꽃은 떨어지니
너도 가고 또 나도 가야지
저 목장에는 여름철이 오고
산골짝마다 눈이 덮여도
나 항상 오래 여기 살리라
아 목동아 아 목동아 내 사랑아
그 고운 꽃은 떨어져 죽고
나 또한 죽어 땅에 묻히면
나자는 곳을 돌아보아 주며
거룩하다고 불러주어요
네 고운 목소리를 들으면
내 뭍힌 무덤 따뜻하리라
너 항상 나를 사랑하여 주면
네가 올 때까지 내가 잘 자리라
만찬!!...
산행 후 먹는 저녁은 해물탕에 소주, 도토리묵과 동동주였다
무사 무탈하게 산행도 마쳤으니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구미가 당겼다
박정석 회장님의 건배제의!!
위하여 ~ 건빠이 ~ 원샷 ~ 삼 개국어로 하는 센스
회장님 고거이 아무나 하남 ㅎㅎ
카페지기 김기동 오빠의 건배제의!!
사.우.나 ~
우리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
오고 가는 술잔 속에 넘치는 정
빈속을 채우려는 본능
예쁘고 멋진 우리들의 모습
하하하 ~
호호호 ~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순간들
3차 노래방에서의 기쁨도 나 잊지 않을게요
마음 밭에 새겨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 볼게요
더불어 행복했노라고 ...
이번 송년 산행에는...
김배곤,김인진,강형수,김봉기,박정표,배옥순,손혜송,이상선,안영주,유두열,지영구
김동혜,이영심,이수진,서해준,장복순,
그리고 집행부 박정석 회장님,조현자 사무국장님,카페지기 김기동 오빠 등 19명의 향우님이
눈꽃 백설을 맞아가며 넘치는 우정 속에 관악산 등반을 다녀왔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한 마음 전하며...
참석지 못한 향우님들도 이다음엔 더 많이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향우님들!!
경인년 백호랑이해를 맞아 모두 큰 복과 대운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흑진주★
첫댓글 참! 멋진 산행을 하셨네요!!!--대선배님들과도 허물 없이 하나될 수 있는 고향인들과의 산행이 엄청 좋아 보이네요!! 고향땅 멀리 있지만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젖어드네요!!!--향우님들!!! 건강들 잘 챙기시고 늘 행복하세요!!!
그랬지요. 덕분에 행복했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