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김모씨(32)는 최근 접촉사고를 냈다.
인명 피해 없는 대물 사고였지만 문제는 상대가 외제차였다는 점.
앞서가던 BMW를 들이받았으니 영락없는 김씨의 과실. 재빨리 보험사에 SOS를 청했다.
하지만 김씨가 든 보험은대물한도가 2000만원까지.
결국 나머지 차액은 김씨 자신이 물어야 한다는 청천벽력같은 대답만 돌아왔다.
외제차 주인 최모씨가 들고온 수리비와 대차료는 모두 합쳐 9000여만원.
국내엔 부품이 없어 일본 가서 고쳐야 하고 수리기간 한달간 피해자가 쓰게 될
렌트카 비용까지 합한 금액이다.
월 수입 250만원을 받는 김씨로는 7000만원을물어줄 능력이 없어
현재 최씨가 낸 손해배상청구로 곧 법정에 서야할 형편이다.
최근 외제차가 급증하면서 김씨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특히 국내 자동차보험 가입자 1400만명 가운데 대부분이 대물한도 2000만∼3000만원 한도로
가입해있어 외제차 사고 관련 보험 분쟁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윤해석 동부화재 외제차전담팀장은 “동부화재만 월 250건 이상 외제차 사고접수가 발생한다”면서
“보통 ‘중파’ 사고라도 보상한도 2000만원은 훌쩍뛰어넘는다”고 말한다.
자동차 보험 시장점유율 13%인 동부화재로 봤을 때 외제차 사고로만 대략 월 2000건 이상
보험사에 신고 전화가 울리는 셈이다.
서울 역삼빌딩 19층에 있는 삼성화재 강남 외제차전담팀의 김광선 팀장(46)은
“최근 외제차 사고 빈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면서 “4명 직원이 2003년 한해만
3000여건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고보장 상품 가입하는 게 안전■
문제는 우리나라 보험가입자 10명 중 8∼9명이 대물한도 2000만∼3000만원짜리에 가입돼 있다는 점.
경미한 접촉이라면 몰라도 어지간한 중형 사고라도 나면고스란히 자기 돈으로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동부화재 자동차업무팀 김학철씨는 “전체 가입자 중 90% 이상이 대물한도 3000만원 이하에 가입해있는 실정”이라며
“점차 5000만원 이상 고보장 상품 권유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외제차 보급이 계속 늘어나면서 사고접수는 계속 증가한다는 건 당연한사실.
현재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국내 외제차 보급대수는 2003년말 현재 1만9000대.
2004년엔 2만5000대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7월 S화재가 접수한 벤츠 접촉 사고도 대물한도를 뛰어넘어 개인이 변제한 케이스.
아버지 차량을 몰고 술 한잔 걸친 아들 김모씨(29)가 귀가하던 중 송파구청 앞에 주차해있는 벤츠차량을 들이받은 것.
특히 벤츠에 밀려 앞에 있던 세피아까지 추돌을 일으켜 전체 피해금액이 4450만원짜리 대물사고였다.
문제는 김씨가 음주운전했다는 점과 벤츠 주인이 조폭이었다는 점,
그리고 사고차량이 대물한도 2000만원짜리 보험에 들고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협박에 시달린 아버지가 차액 2450만원은 물론 보험사에 음주면책금 50만원에다,
합의조로 상당액을 물어주고 몇 달만에 해결된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외제차 사고시 개인 변제를 피하려면 5000만원 이상 고보장 상품가입이 유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보험료도 큰 차이가 없다. 지금까지 1400만 보험가입자가 매년 재갱신만 해왔던 게 사실이다.
현재 동부화재 자동차 보험료를 보면 35세 3년 무사고 운전자의 경우
대물한도2000만원은 연 7만2000원, 3000만원은 7만6540원, 5000만원은 8만580원, 1억원은 8만2380원이다.
1억원까지 보상되는데 연 1만원만 더 내면 가능한 셈이다.
향후 외제차 보험분쟁에 빠지지 않으려면 최소한 두가지 중 하나는 해야할 듯싶다.
연간 1만원 정도 보험금을 더 내든지 아니면 외제차만 보면 도망가든지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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