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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기본이 아닌 세계를 꿈꾼다. 결코 녹록지 않은 비건의 세계에서 지금, 비건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포인트 프레드릭
망원동에 위치한 포인트 프레드릭은 비건, 퀴어, 반려동물을 포함한 모든 존재에게 열려 있는 바다. 간과하기 쉽지만 술 또한 비건이 따로 있다는 사실. 이곳의 모든 메뉴는 기본적으로 비건이며, 논비건일 경우 별도 표시되어 있다.
장서희, MJ | 포인트 프레드릭 공동 대표
오늘 준비한 메뉴를 소개해달라.
왼쪽부터 순서대로 뉴욕 사워, 네모, 아이리시 얼그레이라는 이름의 칵테일이다. ’뉴욕 사워’에는 달걀 흰자 대신 헤이즐넛과 시나몬을 더해 깊고 복합적인 맛을 냈고 비건 인증을 받은 와인을 사용했다. 누룽지사탕 맛이 나는 달달한 ‘네모’와 얼그레이 밀크티 맛이 나는 ‘아이리시 얼그레이’는 포인트 프레드릭만의 시그니처 칵테일이다.
처음 만든 비건칵테일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의 바에서 크리미하고 부드러운 폼이 필요할 때 생크림이나 계란 흰자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동물성 식재료 대신 두유를 이용하고 특유의 비린 콩 향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실험한 후 완성된 칵테일이 바로 ‘아이리시 얼그레이’다.
비건 옵션 메뉴에서 가장 신경 쓰는 점은 무엇인가?
식재료는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거나 성분표를 보고 취사 선택이 가능하지만, 술이나 와인 같은 경우는 원재료가 비건일지라도 동물 실험을 거치거나 정제 과정에서 비건이 아닌 재료를 쓰는 경우가 있다. 단순히 성분표만 보고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직접 해외 본사에 연락을 취하거나 여러 번 찾아보며 주류를 선택하고 있다.
비건을 만들 때 현실적인 어려움은?
재료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수고스러움을 느낀다. 일반적인 식자재는 어느 마트나 편의점에 가도 쉽게 고를 수 있지만, 비건 제품은 근처 매장에서 팔지 않는 경우가 많고 선택할 수 있는 범위도 좁다. 막상 판매매장을 찾더라도 미량의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 있어 구입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온라인 몰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느끼는 즐거움은?
비건을 지향하는 손님들이 오셔서 칭찬과 격려의 말씀을 해주실 때 가장 뿌듯하다. 술집에 가면 황도 같은 과일안주만 주문해야 했는데 고를 수 있는 범위가 넓어서 좋다고 하셨던 분, 눈치보지 않고 비건에 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안전한 공간처럼 느껴진다는 분들도 있다.
얼마나 찾는가?
매장에 방문하시는 분들의 80% 이상이 비건식을 찾는 편이다. 늦은 시간에 비건 음식과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오시는 분도 있고, 인증된 비건 와인을 마시기 위해 들르시는 분들도 있다.
비건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술은 전부 비건이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다. 하지만 꿀이 들어간 위스키, 크림이나 우유가 들어간 리큐어는 비건이 아니다. 칵테일 ‘네그로니’로 유명한 리큐어인 ‘캄파리’도 여과 과정으로 인해 비건으로는 부적합하다. 덧붙이자면 비건식 또한 고기가 들어가는 보편적인 식사의 맛과 다를 바 없다. 라구 파스타, 카레, 김치찌개, 치즈, 라면, 크림 리조토, 마라탕 등 모두 비건이 가능하다.
비건 업계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
마트 매대에서도 조금씩 대기업의 비건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인간의 환경 파괴로 생겨난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비거니즘이 더욱 대두되고 있는 것 같다. 넓게 보아 이제 비거니즘은 생존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실천이 될 수도 있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 본다. 개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기업, 국가 차원의 변화가 필요하다.
채황
2019년 11월 출시된 오뚜기의 ‘채황’은 영국 비건 협회인 ‘비건 소사이어티’의 비건 인증을 받은 라면이다. 동물성 재료를 배제하고 10가지 채소의 감칠맛으로 지금까지 많은 채식주의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지영 | 오뚜기 라면연구소 대리
채황의 기획 배경이 궁금하다.
채식이 확산되는 추세이긴 하나 아직 한국에는 채식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다. 더욱이 채식시장에 대응할 만한 라면 제품은 미비한 상황으로, 쉽고 편하게 구하며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채황을 개발하게 되었다.
채황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나?
고기 육수 대신 채수의 깔끔하고 담백한 맛에 깊은 버섯의 감칠맛을 살렸다. ‘채소라면의 황제’를 뜻하는 ‘채황’이라는 제품명에 걸맞게 채소 건더기도 푸짐하게 구성해 보기에도, 먹기에도 좋은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
제품 개발에 가장 공들인 점은 무엇인가?
비건 제품이지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맛과 콘셉트를 개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비건 제품이라서 먹는 게 아닌 정말 맛있어서 먹는 제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발 과정에 있어 의외의 난관이 있었다면?
육류 성분을 넣지 않고도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맛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길었다. 개발 초기에는 여러 채식 전문점 시식을 통해 맛의 콘셉트를 선정하는 과정에 공을 들였다. 라면의 기본이라 여겨지는 쇠고기 육수를 빼고 버섯과 양파를 주로 하는 채수 베이스를 적용하며 깊은 맛의 균형을 찾는 게 가장 힘들었다.
개발에 있어 느끼는 즐거움은?
출시 후 살펴본 반응 중, 비건 소비자가 채황 덕분에 이제 손쉽게 라면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리뷰를 접했을 때 뿌듯함을 느꼈다. 그전까지는 선택의 폭이 좁기도 하고, 채식 인프라 자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찾는가?
라면 업계 전체에서 비건라면의 시장점유율은 1% 안쪽이다. 이전과 비교해서 큰 폭의 상승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비자들의 관심은 조금씩 늘고 있다.
비건 제품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첫째로는 맛이 없다는 편견. 둘째로는 채식주의자만 먹는다는 편견이다. 비건 제품은 비건을 위해 개발된 제품이지만 건강을 생각하거나 덜 부담스러운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들도 언제든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비건 업계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
소비자가 세분화되고 SNS가 생기며 채식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런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기업들도 비건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 같다. 논비건일지라도 비건에 대한 관심은 건강한 음식에 대한 관심과 이어지는 맥락이 있다. 그렇기에 점점 비건 제품을 찾는 소비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활성화된다면 추후 더욱 다양한 맛으로 세분화된 제품을 개발하고자 한다.
언리미트
푸드테크 기업 지구인컴퍼니에서 개발한 ‘언리미트’는 곡물을 가공해 만든 식물성 고기다. 다양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레스토랑과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이어나가고 있으며, 더 맛있고 지속가능한 미래 식품을 개발한다.
민금채 | 지구인컴퍼니 대표
언리미트의 기획 배경이 궁금하다.
사업 초기에는 과일, 채소 등의 못생긴 농산물로 제품을 만들었다. 16개 농장의 약 1020톤 재고를 줄였더니 입소문이 나서 잡곡 농사를 짓는 분들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곡물을 어떻게 가공할까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미국 출장에서 식물성 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맛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언리미트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나?
제품마다 원재료는 다르지만 모두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다. 슬라이스는 병아리콩, 퀴노아, 렌틸콩 등의 슈퍼푸드가 포함되고, 버거 패티와 민스는 비트와 쌀가루, 완두 등으로 만든다.
제품 개발에 가장 공들인 점은 무엇인가?
기존 콩고기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는 동시에 각 제품별 고유한 특징을 살리고 싶었다. 버거 패티는 배합비, 육즙, 컬러감 등 다각도의 연구로 실제 고기 패티와 유사한 맛을 내고자 했다. 특히 표면의 크러스트와 그을림을 형성해 육즙을 가두고, 베어 물 때 뿜어져 나오게끔 개발했다.
개발 과정에 있어 의외의 난관이 있었다면?
패티의 경우 개발에 참여했던 셰프가 식물성 고기를 먹어본 경험이 없었다. 어떤 맛, 어떤 텍스처인지 알지 못하다 보니 처음에는 감자떡, 메밀전 같은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후 식물성 고기 시장의 기술력을 다방면으로 조사하고 원료를 다양하게 바꿔가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개발에 있어 느끼는 즐거움은?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때다. ‘언리미트가 있어 비건 할 수 있다’, ‘보물처럼 아껴 먹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좋은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0년 넘게 식물성 고기를 연구한 ‘임파서블 푸드’ 개발팀과 배양육 회사 ‘멤피스’ 마케팅팀이 언리미트를 시식한 적 있다. 특히 슬라이스 형태로 만든 게 대단하다며 놀라워했는데 무척 뿌듯했다.
얼마나 찾는가?
다른 제품도 꾸준한 수요가 있지만, 얼마 전 출시된 풀드 바비큐는 정식 출시 전 일주일간 진행한 사전 예약 기간 동안에만 1000팩 이상이 판매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SNS를 통해 긍정적인 후기가 지속적으로 올라와 수요가 점점 더 늘어남을 실감한다.
비건 제품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맛이 없다는 오해가 큰데 요즘엔 ‘비건 맛집’이 아니라 그냥 맛집인 비건 레스토랑이 많아졌다. 언리미트도 서브웨이, 샐러디 등 대형 외식 브랜드와의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건 업계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
비건 시장은 매년 평균 9.6% 성장하고 있다. 소수의 문화로만 여겨졌던 비건, 채식이 개인의 선택이자 취향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최근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버거킹 등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대체육을 이용한 제품이 출시되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아직 국내 비건 시장의 규모는 추정할 만큼 크지 않지만, 앞으로 채식 및 대체육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다.
VARO
비건 전문 밀키트 브랜드인 ‘바로’는 크라우드 펀딩과 베타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정식서비스를 론칭했다. 재료 손질까지 모두 마쳐 레시피대로 끓이기만 하면 되는 밀키트를 이제 비건으로 맛볼 수 있다.
이원정 | 바로 대표
바로의 기획 배경이 궁금하다.
채식이 보편적이지 않은 한국에서 비거니즘의 장벽을 낮추고 싶었다. 기획 당시, 밀키트 산업은 성장한다는데 비건 제품은 아직 없었다. 그래서 직접 만들자는 생각에 무작정 팀원을 모아 시작했다.
바로 밀키트의 메뉴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채소 고유의 향과 질감, 색 등을 고려하며 쉬운 조리법으로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는 메뉴를 선정한다. 동물 뼈나 기름으로 맛을 내는 국물을 두유와 각종 한약재, 푹 끓인 채수 등으로 변화시켰다. 현재는 각종 식물성 음료와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제품 개발에 가장 공들인 점은 무엇인가?
메뉴의 다양성과 친환경적 포장재다. 혼자 먹더라도 포근하고 따뜻한 기분이 드는 식탁을 만들고 싶어 레시피 엽서의 디자인까지 고심했다. 더불어 플라스틱 포장재 문제도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개발 과정에 있어 의외의 난관이 있었다면?
처음에는 단가에 맞춰서 친환경 포장재를 찾는 것부터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다면 근래에는 배송 문제가 난관이다. 신선 식품이라 최소 익일 배송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택배사 사정에 따라 유동적이다. 이제 여름이 얼마 남지 않아 고민이 많다.
그럼에도 느끼는 즐거움은?
기존에 채식을 실천하고 계신 분들이 바로 서비스 덕분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하면 뿌듯하다. 새로운 서비스니까 호응도 그만큼 크고 직접적이어서 더 큰 가능성을 꿈꾸면 즐거워진다.
얼마나 찾는가?
아직 수백 명 수준인데, 이전과 비교하면 더 늘 것이라 예상한다.
비건 제품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비싸다는 건 수요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맛이 없다는 편견이 강한데, 이를 걷어내고 맛보면 맛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비건 업계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
비거니즘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점차 비건 관련 용어에 친숙해지는 것 같다. 식품뿐 아니라 뷰티와 패션 업계까지 비건 제품의 필요성을 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비건 업계의 규모는 더 커질 것이고 커져야만 한다. 하지만 단순한 라이프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분야와 각 계층에서 다양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코너스톤
파크하얏트 서울 2층에 위치한 코너스톤에서는 이탤리언 디시를 중심으로 개성 있는 미식 경험이 가능하다. 비건 옵션을 주문하면 재료부터 직접 제작한 특별 메뉴가 서브된다.
김형진 | 파크하얏트 서울 코너스톤 셰프 드 퀴지니에
오늘 준비한 메뉴를 소개해달라.
아몬드를 활용한 리코타 치즈와 여러 제철 채소를 곁들인 요리다. 맛과 텍스처에 대한 제한을 줄이고자 비건 치즈를 선택했고, 가능한 한 글루텐 사용은 자제했다.
처음 만든 비건식에 대한 기억은?
고객의 특별 요청으로 만들었는데, 식재료 선택에 제한적이었지만 최대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메뉴를 엄선했다. 매우 흡족해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비건 옵션 메뉴에서 가장 신경 쓰는 점은 무엇인가?
맛의 다양함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공을 들인다. 비건식은 곡류, 두류, 채소, 견과, 과일만 사용하기에 식재료 선택이 한정적이다. 논비건식과 유사한 모양과 형태로 만들되 맛의 빈 공간이 없도록 식재료 단계에서부터 엄선하고 있다.
비건을 만들 때 현실적인 어려움은?
비건 문화에 대해 우리나라는 다소 늦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른 곳에서 체험해보지 못한 미식 경험을 위해 최상의 비건 식재료를 활용해 메뉴를 개발하고 싶지만, 식재료 구매 자체가 어렵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비건 재료는 직접 제작해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느끼는 즐거움이 있나?
셰프라면 당연히 공감하는 순간이지만, 고객이 음식을 남김 없이 드셨을 때다. 우리나라의 비건 고객 수는 매우 적지만, 한두 고객만을 위한 특별 메뉴를 만들어내다 보니 고객의 만족도가 높은 편인 것 같다.
얼마나 찾나?
페스코, 락토 베지테리언 고객은 많지만 엄격한 비건식을 요청하는 고객의 비율은 코너스톤 레스토랑의 전체 고객들 중 1% 미만이다.
비건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샐러드, 삶거나 튀기는 채소류만 떠올릴 수 있는데 비건식이라고 해서 제한적인 질감의 음식만 섭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두류, 견과류를 사용해 고기, 새우와 비슷한 질감을 낼 수도 있고, 여기에 스테이크 소스를 곁들이면 논비건의 스테이크와는 또 다른 맛과 향을 표현해낼 수 있다.
비건 업계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며 그에 맞춘 생산품도 다양해졌다. 콩고기를 포함해 구매할 수 있는 식재료가 늘어남에 따라 일상에서 점점 더 많은 비건 메뉴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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