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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사랑하는 사람들...
 
 
 
카페 게시글
농장.농촌.산촌 이야기 스크랩 물난리 속에 "물반 고기반~~" 살다보니 이런 경험도....
과천거사 추천 0 조회 40 10.08.19 09:46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저희 농장 바로앞 개울입니다.

물이 맑고 커다란 정자나무 두그루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어서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마을 사람들은 자리도 천신하지 못할정도로

외부 피서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지요.

바로 지난주말 풍경입니다.

그런데 엊그제 토요일 새벽에 이곳에 집중 폭우가 솟아졌답니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엄청난 토사가 밀려와 지형을 아주 바꿔 버렸답니다.

큰 나무들에 걸쳐져 있는 나뭇가지들과 풀들이 뒤엉켜 있는 모습이

물이 얼마나 불었었는지 가늠하게 합니다.

이번 비로 또 저희집도 그렇지만 주변 농가들이 크고작은 피해를 많이 봤답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되풀이 되는 피해에 이젠 그런가 보다~~ 하는 내성이 생긴듯 합니다.

그런데 물난리는 물 밖에 있는 생명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게 아닌듯 하더군요.

물속이 자기들 세상인 이 물고기들 한테도 커다란 재앙 이었습니다.

갑자기 불어난 홍수에 놀란 물고기들이 어디로 피신을 가야할지 방황하다가

일단 수심이 얕고 물살이 약한 곳으로 피신을 나왔겠지요.

 

 

 

그런데 이곳과 같은 산간지역은 게릴라성 폭우에 금새 물이 불어났다가

또 언제 그랬냐 싶게 금새 물이 빠지는 현상이 있습니다.

물고기들이 물살에 하염없이 떠내려 가지 않으려고 물이 얕거나

물살이 세지 않은곳으로 피신 나왔다가 금새 물이 빠져 버리면서

하천에는 군데 군데 물 웅덩이가 생겨나지요.

 

그 물은 삽시간에 바닥을 보이며 말라가게 됩니다.

바로 그런곳에 갇혀서 오도가도 못하게 되는 물고기떼들...

그야말로 물반 물고기 반인 웅덩이 두어군데 만나면

물고기를 그냥 줍게 되는거지요.

 

이런 물고기들은 새들의 먹이가 되거나

또다른 짐승들의 먹이가 되어 버리게 되지요.

 

 

 

이곳이 정말 청정 지역임이 그대로 나타나는 물고기떼들...

일반 하천에서 보이는 피래미 떼들의 물고기들이 아닌것이지요.

정말 다양한 어종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거지요.

영상으로 보시면 피래미들이 성격이 급하고 덩치가 크다보니

피래미들만 보이지만 이 물속 바닥에는 정말 다양하고

귀한 물고기들이 떼지어 있었답니다.

 

 

 

왠만한 개울에서는 보기 힘든 어종들...

 

꺽지,퉁사리,동자개,빠가사리,쉬리,미꾸라지,돌고기,모래무지,은어

갈겨니,치리,동사리,기름종개,.........등

 

정말 민물고기 생태 파악을 해도 될만큼 다양한 어종의 물고기떼들

이외수님 소설 "하악하악"이 갑자기 생각나더군요.

 

 

 

 

정말 잠깐 동안 줏어 담았다고 할수 있습니다.

이런산중 물은 금새 자갈과 모래 투성이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햇빛에 몸이 노출되기 시작하고 물밖으로 몸이 내 비쳐지기 시작하며

팔딱 팔딱 뛰기 시작하는 물고기들...

물고기들은 여기저기 아우성을 치면서 펄떡 펄떡 뛰고 있었지요.

평소 족대등을 이용해 잡아보긴 했지만 이렇게 신나게 줏어 보긴 또 처음인듯..

 

 

 

물론 저희 논,밭 피해도 적지 않게 있었지만 바라다 보면 한숨만 나오구~~

어머니,아버님 병나게 생겼지만 저희 아버님 하시는 말씀

 

사람도 죽고 사는데 몸 성한것만도 어디냐~~~

그래 이놈 물고기들하고 바꾼거라 생각하고 오늘 가족들이나

다 모여서 매운탕이나 맛있게 먹어보자~

 

하시며 애써 위로를 해 보십니다.

아버님께서 애써 키워오신 작물이 상당량 유실되었지만

정말 애써 그 애통함을 감추고 계시더군요.

 

 

 

종종 이런 물난리에 전답의 피해와 맞바꾸는 일이긴 하지만

오늘 저랑 어머님이 만난 웅덩이는 정말 대박이었지요

삽시간에 잡아온 물고기들...

손질해서 밭에서 대파들 뽑고 고추장 팍팍 풀어서

정말 커다란 솥에 한솥 끓여 내시면서

가까이 사는 자식들 불러 들이십니다.

 

 

 

4남매의 저희 자식들중 3남매가 가까이 살고 있어서

마침 주말이고 해서 다들 모였답니다.

폭우에 휩쓸린 아버님께서 애써 농사지으신

밭이 휩쓸린 모습을 보며 열심히 위로를 해 드렸습니다.

 

그 넓은 밭과 맞바꾼 이 한솥 물고기 매운탕으로

가족들이 또 이렇게 모여서 마음 아프지만 울고 있을 수는 없고

허허로운 잔치를 한바탕 벌이는 주말 이었답니다.

 

물고기들한테는 정말 미안한 일이었지만

이 물고기들이 잠시나마 큰 상처를 잊게 해 줘서 고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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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8.25 11:20

    첫댓글 모래무지 있는걸 보니 과연 청정지역이 확실 합니다.. 매운탕 한뚝배기 거하게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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