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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중심, 신성한 땅 델피: 아폴론 신전
내가 그리스.로마신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조선 민족으로서 '우리'보다는
인류의 한 갈래로서 '우리'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 이윤기, "그리스.로마 신화 2권 머릿글에서
2015년 9월21일(월), 신화의 나라 그리스 여행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인 델피의 아폴론 신전을 구경갔다. 아테네에서 델피까지는 시외버스로 3시간 정도 걸리기에 이른 아침에 호텔에서 나와 메타소르지오 지하철역에서 좀 떨어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집어타고 15-20분 거리에 있는 아테네 리오시온 버스터미널 (Liosion bus terminal)로 갔다. 리오시온 버스 터미널은 그리스 북부지역 (델피, 테베 등)을 갈 때 이용하는 KTEL 버스회사의 터미널(KTEL terminal B)이다.
아테네에서 델피까지 편도요금은 1인당 16.4 유로였고 왕복편으로 끊었는데, 아침 7:30시에 아테네를 출발하여 델피 박물관과 아폴론 신전을 구경한 다음, 오후 4:00시에 델피를 출발하여 아테네로 돌아오는 하루 코스였다.
아침 7시경의 아테네 리오시온 버스 터미널 풍경
아테네 - 델피 버스 시간표 / 버스요금
아침에 호텔에서 나올 때, 이곳 날씨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늘 아침 날씨는 어제와 다름없이 쾌청하였다. 델피는 아테네에서 북서쪽으로 178 km 떨어진 곳으로 버스로 3시간 정도 걸렸는데, 도로는 우리나라 옛 시골길같은 왕복 2차선 도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178 km 이면 서울에서 천안 정도 거리인데 우리나라 같았으면 1시간 반 정도 걸릴 거리인데 3시간씩이나 걸렸다. 그리스 여행을 떠나기 전, 몇몇 여행사 홈페이지의 여행지 소개를 살펴보니 아테네를 중심으로 해서 거의 대부분 하루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이었다. 그 이유를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다름 아닌 교통편이 나빠서였다. 그리스 관광지를 몇 군데 안 가봐서 섣부르게 얘기하긴 그렇지만, 그리스 도로 사정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건설된 일부 지역의 고속도로를 빼 놓고는 썩 좋지는 않았고, 시외 교통 연결편이 매우 불편하였다. 처음 그리스 여행을 계획할 때, 아테네에서 멀리 떨어진 펠레폰네소스 반도의 올림피아 유적지를 1박2일로 댕겨올 셈으로 여행사에 올림피아 유적지 근처의 호텔을 잡아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담당자가 여길 여행하겠다는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 하면서 자신도 이곳은 처음이라 호텔을 잡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얘기했다. 또 아테네에서 이곳까지 가려면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가면서 세번인가 네번인가 갈아타야 했는데 어느 지역에선 버스가 하루에 2번 밖에 운행을 하지 않아서 한번 놓칠 경우 대책이 서질 않았다. 무엇보다 공교롭게도 아테네에 도착했을 때부터 왼쪽 발 아치 부분이 무척 아파서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는 형편이 안돼서 올림피아 여행은 포기하였는데,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관광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듯해서 좀 안타깝게 생각되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이런 점이 그리스 여행의 매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
델피를 향해 버스는 한참 달렸다. 하늘에는 짙은 뭉게구름이 나즈막한 산 위에 걸려 있었고 시시각각 형태가 변화하였다. 드디어 파르나쏘스(Parnassos) 산 일대의 산악지대로 버스가 진입하였는데, 버스 유리창에 빗방울이 하나 둘 맺히기 시작하였다. 아침에 멀쩡했던 날씨가 이곳에 들어서니 갑자기 바뀌는 것이었다. 아폴론 신전이 있는 이 곳 파르나쏘스 산 일대가 범상치 않은 기운이 서린 곳이란 느낌이 들었다. ^^;;
가는 도중에 산중턱에 있는 어느 산골 마을 (관광지)에 두어번 잠시 머물고 버스는 델피시내 입구에 우리를 포함하여 4-5명을 내려주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델피 시내 풍경. 시내는 매우 한산했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차가운 바람도 간혹 불었는데, 아침에 나올 때 가벼운 차림으로 나왔기에 몸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이대로 차가운 비를 계속 맞다가는 얼어죽을 것 같아서 (^^;;) 이곳 상점가를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우산가게랑 옷가게를 찾았다. 두 사람이 쓸 수 있는 장우산 1개를 사고, 또 후두티를 사서 껴입었더니 비로소 추위를 견딜만 하였다. 우산을 펴 들고 아폴론 신전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데 비가 더 세차게 내리는데다, 하늘에선 천둥소리까지 요란하게 들려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델피 시내 초입의 카페에 들어가 비를 피하였다.
카페에서 따끈한 차를 시키고 세차게 내리는 소나기가 그치길 기다렸다. 1시간여를 기다리니 빗줄기가 가라앉았다.
이곳에서 비가 그치길 기다리느라 시간도 어느덧 12시를 넘겼기에 카페를 나와 델피 신전 쪽으로 향했는데, S자로 휘어진 모퉁이를 지나자마자 박물관 입구가 보였다.
델피 박물관 입구
박물관 입구의 계단부는 고대 델피의 아폴론 신전에 이르는 신성한 길을 재현한 듯하였다. 박물관이 설계된 것은 1903년이었으나, 현재 박물관 모습은 1980년에 완성된 것이라 한다. 이 곳에 소장된 유물은 모두 델피 유적지에서 발굴된 것으로 대지의 배꼽인 옴파로스를 비롯해서 델피 성역과 이 근처에 있는 아테나 프로나이아 성역에서 발굴된 조각품과 비문, 봉납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델피 시내는 한가했지만 박물관 건물 매표소 앞은 관광객으로 인산인해였다. 아직 가느다란 빗줄기가 그치질 않아서 우산을 쓴 사람, 우비를 입은 사람으로 매표소 앞은 무쟈게 혼잡하였다. 한 떼의 유럽의 어르신 단체 관광객이 줄을 길게 섰는데, 맨 앞에는 그리스인 여자 안내인이 단체 인원 수에 맞게 표를 끊고 있었다. 그리스 여자 안내인은 수다쟁이였다. 입장권을 구입하는 중에 매표원과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그녀의 뒤에서 20 여분을 기다린 끝에 박물관과 신전을 출입할 수 있는 통합 입장권을 살 수가 있었다.
델피 박물관 건물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비가 그쳐 있었다. ㅎ)
현관 입구 우산통에 우산을 꼽고, 박물관 전시실로 들어가 구경을 했다.
은박을 입힌 구리판으로 세조각의 은판을 연결하여 제작된 황소 상.
크기가 작은 송아지만했는데 청동 주물이 등장하기 이전의 작품이라고 한다.
건물 상단부 엔타블러처(Entablature)를 장식한 사자상. 만(卍)자 문양이 보인다.
금박 장식품인데... 여기에도 들국화 문양이 있다. ㅎ
들국화 문양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바빌론과 앗시리아 제국, 그리고 페르시아 제국이랑 고대 그리스 폴리스에서도 왕가의 건물이나 생활용품, 의상을 장식하는데 사용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들국화 문양은 12-13세기에 고려청자를 장식하는데도 사용되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나의 [그리스 여행(6편)]에 상세하게 소개하였다. ^^
아래는 그리스 투구 장식인데, 에게해의 파도를 형상화한 것으로 추측되는 꼬불이 문양 (Meander pattern)으로 띠를 둘러 장식했다. 이 꼬불이 문양 역시 기원후 12-13세기에 고려청자를 장식하는데 널리 사용되었다. 기원전 그리스에서 사용되었던 문양이 약 1,500-2,000년의 세월과 실크로드의 서쪽 끝과 동쪽 끝 사이의 광할한 공간을 뛰어 넘어 고려국의 청자에 등장한 것은 도대체 무슨 인연이란 말인가?
'대지의 배꼽'이라 불리는 옴파로스(Omphalos)
델피를 세계의 중심, 즉 배꼽이라 여긴 그리스인들은 아폴론 신전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인 아디톤 성소에 옴파로스를 놓아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디톤 성소 이외에도 델피 성역 여기저기에 대지의 중심임을 알리기 위해 옴파로스 복제품을 놓아두었는데, 현재 델피 고고학 박물관에 있는 것은 그 중 하나로 추정된다. - 여행안내서 '100배 즐기기: 그리스편'
'춤추는 여인 (Dancer)' 이 조각된 기둥.
그런데, 작품 설명문을 읽어보니, 이 기둥 꼭대기에 아폴론을 상징하는 세발 청동솥이 있었고, 이 위에 뚜껑으로 옴파로스를 올려놓은 것 같다고 적혀 있었다.
Dancer 기둥의 확대 사진
작품 설명문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신전 앞에 수많은 공물 가운데 우뚝하게 솟은 인물상이 있는 이 기둥 (높이 13 m)은 발견 후, 수년동안 고고학자에게 수수께끼를 안겨주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아칸소스 잎으로 둘러친 기둥 꼭대기엔 식물모양의 줄기 주위에 세 여인이 조각되어 있다. 왼손은 의상의 가장자리를 쥐고 있고, 높이 든 오른손으로는 세발 청동 가마솥을 지탱하고 있는데, 청동 가마솥의 기다란 세발이 세 여인을 에워싸고 있다.
Thyiads로 해석되는 여인들의 자세에서 춤추는 듯한 느낌으로 인해 '춤추는 여인 (dancer)'이라는 작품명을 붙혔다. 현재 이 여인들은 아폴론 (세발 솥 (Tripod)이 바로 아폴론을 상징한다)에게 공물을 바치는 아테네의 전설적인 왕 키크롭스(Cecrops)의 세 자매로 보인다. 기단부의 명문에 따르면, 기원전 330년경에 아테네인의 순례자 행렬 (Pythais)이 델피에 도착한 것을 기념하여 헌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념비에 대한 가장 최근의 이론적인 복원에 따르면, 성스러운 세발 솥을 덮는 뚜껑으로써 옴파로스를 이 기둥 꼭대기에 올려놨을 것으로 보이며 이것은 아테네인이 바친 공물의 상징적 중요성을 완성한다." 그렇다면 옴파로스는 지구의 배꼽이 아니라 아폴론의 솥뚜껑이었단 말인가? ㅎ
고대 그리스는 신화의 나라였고, 각 폴리스(부족국가)의 거주민들은 자기네 도시의 권위를 높히기 위해 신화에 등장하는 신이나 영웅에 의해서 자기네 도시가 세워졌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주신(主神)으로 믿는 남신이나 여신의 신전을 세워 살뜰하게 받들었다. 신전의 석조 건축물의 페디먼드(Pediment; 박공)나 엔타블러처(Entablature)의 프리즈(frieze)엔 신화 속 이야기를 주제로 한 어떤 장면을 돋을새김으로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리스 신화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기에 이런 돋을새김된 석조물을 박물관 전시실에서 마주칠 때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담겨있는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대개는 영문으로 된 제목만 붙어 있거나 중요 작품의 경우엔 덧붙힌 짧막한 설명문이 있었지만 발을 오랫동안 붙잡을 정도의 흥미는 없어서 대충 읽고 넘어가곤 했다. ㅠ
이 곳 델피 아폴론 신전의 신탁 (신의 뜻, 영어로는 오라클 (oracle))은 점쾌(?)가 잘 들어맞는다고 소문이 자자해서 그리스 전역에서 뿐만 아니라 멀리 소아시아 지역의 왕국이나 이집트에서도 국가나 개인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신의 뜻을 물으러 이 험한 곳까지 찾아왔고, 찾아올 때는 상당한 양의 봉납물을 싣고 왔다고 한다. 그 봉납물을 보관했던 장소가 바로 아폴론 신전으로 향하는 성스러운 길 (Sacred way) 주변에 있는 각 폴리스의 보물창고였다. 이 보물창고는 자그마한 신전처럼 생겼고 상단부의 엔타블러처엔 신화 속의 장면을 돋을새김한 부조로 장식하였는데, 여러 폴리스의 보물창고 가운데 가장 멋진 것이 에게해의 작은 섬나라(부족국가)였지만 금광과 은광이 있어 매우 부유했던 시프노스(Siphnos)의 보물창고(Siphnian treasury)였다고 한다. 이 시프노스의 보물창고가 건축학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카리아티드 (Caryatid; 카리아(Karyai)의 처녀)라 불리는 두명의 여인이 머리로 엔타블러처를 받치고 있는 건축적 양식과 엔타블러처의 프리즈에 그리스 신화의 주요장면이 돋을 새김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프노스의 보물창고(Siphnian treasury) 복원도
건축시기: 기원전 525년, 대리석 건축물이다.
정면에 카리아티드 (Caryatid)라 불리는 두 여인이 머리로 엔타블러처를 받치고 있는 이 건축양식은 기원전 421-406년경에 건축된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에리크테이온 신전의 여인상, 카리아티드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다. 아마 나도 전시실에서 만나 봤을텐데... 그리 미녀가 아니라서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지나쳤던 것 같다. ㅠ
박물관에 전시된 카리아티드 여인상의 일부분 (인터넷 사진)
또 델피 박물관에는 아래와 같은 시프노스의 보물창고의 상단 프리즈를 장식했던 석조 부조물이 전시되었던 것 같은데, 나는 이와 비슷한 조각품을 어디선가 몇번 본 것 같기도 하고, 또 그 내용을 굳이 알고 싶은 생각도 안들어 그냥 대충 훑고 지나갔다. ㅠ (그래서 사진을 찍지 않았고, 아래 사진은 인터넷에서 구한 것이다.) 그런데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그때 보이는 모습은 이전과 다르리라.'는 어느 분의 말씀대로 여행 전에 박물관 전시물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해서 그 주제와 내용을 알고나서 봤더라면, 신화 속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이를 조형화했던 고대 그리스인 (또는 호모사피엔스라는 인간)의 땀이 베인 작품 앞에서 좀 더 시간을 내어 찬찬히 들여다봤을 것이다. ㅠ
시프노스 보물창고의 정면에 해당하는 동쪽면 프리즈를 장식한 부조 (트로이 전쟁을 묘사한 장면)
쓰러진 병사를 기준으로 왼쪽이 트로이 군이고, 오른쪽이 아테네 연합군인데 맨 앞에 고르곤이 새겨진 방패를 들고 있는 이가 아킬레우스 장군이다.
시프노스 보물창고의 북쪽면 프리즈를 장식한 부조 (기간테스 전쟁을 묘사한 장면)
이렇게 사자가 투구를 쓴 병사를 물어뜯는 장면은 대개가 기간테스 전쟁 (기간토마키)을 묘사하는 것 같았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 세대의 신들은 두차례 큰 전쟁을 통해서 세상(우주)을 지배하는 신으로 등극하였는데, 첫번째가 1세대 신들인 아버지 크로노스를 포함한 티탄족과 싸운 신들의 전쟁 (티타노마키: Titanomachy)이고, 두번째가 기간테스 (Gigantes; 영어로 Giant)라고 불리는 힘센 부족과 전쟁(기간토마키: Gigantomachy)이었다. 기간테스는 키가 거인처럼 큰 족속은 아니었고 힘이 세고 공격적인 성향의 부족이었는데, 제우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가 할아버지인 우라누스의 거시기를 거세했을 때 흘러내린 피가 대지(가이아; Gaia)를 적심으로써 태어난 가이아의 자식이다.
그리스 아르케익 시기 (Archaic period; 기원전 800-480년)와 고전시기 (Classical period; 기원전 510년-323년)에 기간테스는 인간 크기의 중무장한 고대 그리스 보병으로 묘사되었다. - 자료 출처: 위키피디아
보물창고의 출입구가 있는 동쪽 박공을 장식한 이 장면은 영웅 헤라클레스와 델피 신전의 주인장 아폴론이 삼발이 의자 (tripod)를 서로 붙잡고 다투는 장면이다. 사정은 이러했다. 헤라클레스가 고통이 심한 질병을 앓게 되어 용하다는 델피 신전에 들러 신탁을 구하고자 했으나, 이 곳 퓌티야 사제에게 거절을 당했다. 욱한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신전을 세워야겠다고 맘을 먹고 델피 신전의 퓌티야 사제가 신탁을 받을 때 사용했던 삼발이 의자를 강탈해가려는데 의자의 주인인 아폴론이 못갖고가게 제지하는 장면으로 제우스 신이 싸움을 중지시키는 모습을 새긴 것이다. ㅎ (고대 그리스인은 어떤 생각으로 성스런 아폴론 신전 앞 보물창고에 이곳 주인장의 싸움박질하는 장면을 새겨놓은걸까? 참으로 궁금하다.)
삼각형 박공 아랫 부분의 프리즈에는 트로이 전쟁과 관련된 신화 장면을 새겨 넣었다.
왼쪽엔 그리스 동맹군과 트로이를 각각 편들었던 신들이 새겨져 있고, 오른쪽엔 트로이 전쟁의 영웅들이 새겨져 있다.
시프노스 보물창고의 동쪽면 프리즈를 장식한 부조 (트로이 전쟁을 묘사한 전체 장면; (출처) 옥스포드 대학)
이 부조 그림은 시프노스 보물창고의 출입문 상단의 프리즈를 1줄로 장식했던 부조인데, 길이가 길다보니 2줄로 배치해서 설명해 놓은 것이다. (출처: 옥스포드 대학 홈페이지)
(위 그림의 아랫 부분에 해당하는) 프리즈의 오른쪽은 트로이 전쟁을 나타낸다. 왼쪽은 트로이 군대이고 오른쪽은 그리스 군대이다. (윗 그림의 윗 부분에 해당하는) 프리즈의 왼쪽엔 이 전쟁의 결말을 결정하려는 한무리의 신들을 보여준다. 왼쪽엔 트로이를 편들었던 신들을 배치했다.; (전쟁의 신) 아레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 (궁술과 예언의 신) 아폴로; 오른쪽엔 그리스를 편들었던 신들을 배치했다.; (전쟁의 신) 아테나, (결혼의 신) 헤라, (곡식과 수확의 여신) 데메테르; 제우스 신은 중앙에서 이 두 경쟁자의 운명의 무게추를 관리하고 있다. 사실, 이 트로이 전쟁은 세 여신, 즉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간에 가장 아름다운 신이 누군가 다투다가 그 판결을 제우스 신에게 맡겼는데 세 여신의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 제우스가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맡기는 통에 일어난 전쟁이었다.
시프노스 보물창고의 북쪽면 프리즈를 장식한 부조 (기간테스 전쟁을 묘사한 전체 장면; (출처) 옥스포드 대학)
이 부조는 아르케익 시대(Archaic period; 기원전 800-480년)에 기간테스 족과 전쟁을 나타낸 것이다. 신들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싸우고 있는데, 주요 등장 신으로는 맨 왼쪽에 (대장장이 신) 풀무(송풍기)를 들고 있는 헤파이토스, (술과 포도의 신) 디오뉘소스, 사자가 끌고 있는 전차를 타고 있는 (법과 정의의 여신) 테미스, (궁술의 신) 아폴로와 (사냥의 신) 아르테미스, (결혼의 신) 헤라, (전쟁과 방직의 신) 아테나 그리고 (전쟁의 신) 아레스가 있다. 기간테스는 전사로 그려졌는데, 일부는 돌맹이를 던지고 있고, 죽은자는 옷을 벗은 상태로 그려져 있다.
오이디푸스 왕의 신화에 나오는 스핑크스 상
오이디푸스는 그 유명한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 자살하게 만들었고, 스핑크스의 위협으로부터 테베(테바이) 시민을 구한 영웅이 되어 자신의 어머니(이오카스테)가 왕비로 있는 테베의 왕으로 추대되어 그녀와 결혼하였다. 오이디푸스 비극의 한 줄거리이다.
청동 마부상
기원전 478년,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젤라의 왕이었던 폴리잘로스가 퓌티아 제전의 전차 경주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바친 청동상. 전차를 끄는 4마리의 청동 말과 마부상이 한 세트이다. 전차를 이끄는 네마리의 청동 말은 마부상과 분리되어 지금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성당 전시관에 있다.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콘스탄티노플의 전차 경기장 (터키 이스탄불의 히포드롬 광장)을 장식하기 위해 이리로 옮겼는데, 1204년 4차 십자군 전쟁 때, 이곳을 점령한 십자군이 자신들을 후원한 이태리 베네치아 공국에 건네줬다.)
이태리 산 마르코 대성당 내부에 전시된 4마리 청동말 (인터넷 사진)
델피 신전 앞에 있었던 머리가 셋 달린 청동 뱀 기둥
(The serpent column; 터키 이스탄불 히포드롬 광장에 세워져 있다.)
기원전 479년, 2차 페르시아 전쟁 당시, 최후의 플라타이아(Plataeae) 전투에서 승리한 그리스 동맹군이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아폴론 신전 앞에 세웠던 것이나, 기원후 324년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자신의 새 수도인 콘스탄티노플 (이스탄불)을 장식하기 위해 이곳으로 옮겨왔다. 원래 길이는 8 m 였는데, 머리 부분이 잘려 5 m 만 남았다. 청동 뱀의 머리 하나는 이스탄불 국립고고학 박물관에 있고, 또 하나는 대영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나는 이 세 마리의 뱀이 서로 몸을 꼬고 상승하는 모습의 청동 뱀 기둥을 봤을 때, 조형미도 훌륭했지만 고대 그리스인의 놀라운 주물 기술에 혀를 내둘렀다.
델피 신전에 세워졌던 청동뱀 기둥 (복원도)
자, 이제 박물관 구경도 마쳤으니, 바로 위에 있는 아폴론 신전으로 올라가 보자.
아폴론 신전으로 향하는 신성한 길 (Sacred Way) 초입에 있었던 아르고스 왕의 기념비 근처 풍경
파르나쏘스 산 주변 풍경
신성한 길이 꺾어지는 지점에 아테네 보물창고가 있었고 이 앞에 '대지의 배꼽'이라는 옴파로스 복제품이 놓여 있었다. 델피 박물관의 전시물 설명문을 읽어보면 옴파로스가 세계의 중심을 상징하는 '대지의 배꼽'이었는지, 아니면 아폴론의 '청동 솥을 덮는 솥뚜껑'이었는지 나는 아직도 헷갈린다. ㅠ
유일하게 복원된 아테네 부족국가의 보물창고. 신전 앞 보물창고나 신전의 출입구는 동쪽으로 배치하였다.
아폴론 신전이 보인다.
아폴론 신전터는 축대를 쌓아 넓지막하게 자리를 잡았는데, 축대를 쌓는데 사용한 돌맹이는 그렝이질을 하여 정교하게 짜맞추었다.
드디어 아폴론 신전에 도착. 비 갠 뒤 하늘이 무척 아름답다.
아폴론 신전에서 바라다 본 맞은 편 산자락. 심산유곡이다.
아폴론 신전 윗길로 계속해서 올라갔다.
주변 산세를 살펴보니, 과연 고대인이 이곳을 신령스런 장소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신비한 기운이 감도는 장엄한 곳이었다.
유적지 맨 꼭대기에는 고대 올림피아 제전에 버금가는 퓌티야 제전이 열렸던 고대 스타디움이 있었다. 출입구에는 줄을 치고 출입금지 표지를 해 놓았는데, 함께 이곳에 들른 다른 관광객 일행과 함께 들어가 사진을 찍고 있었더니 경비원이 호루라기를 길게 불면서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ㅠ 근데 왜 이 곳에 출입금지 표지를 해놨는지 이해가 안됐다.
아폴론은 왕뱀 퓌톤을 죽인 것을 기념하여 '퓌티아 경기'를 창시했다. 이 때 경기에 승리한 선수는 월계관이 아닌 떡갈나무 잎으로 만든 관을 상으로 받았다고 한다. 아폴론이 짝사랑하면서 쫒아다녔던 아름다운 산골 처녀이자 하백(河伯)의 딸인 '다프네'가 아폴론의 손길을 피하기 위해 월계수로 변신하기 전의 일이었다. -인용 출처: 이윤기 저; '길 위에서 듣는 그리스 로마 신화
아폴론 신전이 있는 델피 성역 구경을 마치고 나니, 오후 3시가 훌쩍 넘어 아테네로 돌아가는 오후 4시 버스시간에 맞추려면 이곳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아테나 프로나이아 성역 (Sanctuary of Athena Pronaia)을 서둘러 가야했다.
아테나 신전으로 가던 중 길 위에서 바라 본 김나지움 (Gymnasium) 유적지
델피 젊은이들의 교육과 훈련을 위해 사용하던 일종의 청년 교육기관으로,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마다 이런 형태의 김나지움을 가지고 있었다. 기원전 4세기에 현재와 같은 형태로 지어진 델피의 김나지움은 로마시대까지 보수를 하며 계속 사용되었는데, 특히 델피에서 4년마다 열리던 퓌티아 제전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스포츠 경연을 준비하던 곳이다. - 인용출처: 100배 즐기기-그리스편
위 사진 속의 모퉁이 길을 넘어가니 톨로스가 내려다 보였다. 아테나 프로나이아 성역은 아래와 같이 구성되었는데, 현재 이곳으로 들어가는 길은 서쪽 8번 쪽에 나 있었다. 이곳 신전 출입구의 방위는 지형적 제약으로 인해 남향이었다.
1. 작은 신전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 전쟁 때, 델피를 지킨 그리스 영웅 필라코스에게 헌정된 지성소로 추정)
2. 제단 (기원전 6세기 때 가장 컸던 직사각형 제단, 아기 출생의 여신인 히게이아(Hygieia)에게 헌정된 제단이 있음)
3. (구) 아테나 신전 (기원전 650-630년경에 건축된 그리스 초창기 신전. 페르시아 전쟁과 그 후 지진에 의해 파괴됨)
4. 보물창고 (기원전 5세기경 지어진 도리아식 건축이며, 어느 도시국가가 세운 건지는 모름)
5. 마살리아의 보물창고 (기원전 6세기 후반, 프랑스 남부 마르세이유에 있던 도시국가; 마살리아가 이곳 델피에 세움)
6. 톨로스 (Tholos) (흔히 아테나 신전으로 오해하는 건축물로 그 정확한 용도를 모름)
7. (신) 아테나 신전 ( 구 아테나 신전이 기원전 373년 지진에 의해 파괴되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4세기 초에 건축됨)
8. 건축물의 정확한 용도를 모름 (흔히 '사제들의 집'으로 알려져 있음)
'프로나이아'란 '신전 앞'이란 뜻이다. 즉, '아테네 프로나이아'란 델피의 주 신전인 아폴론 신전에 다다르기 전에 있는 아테나 신전이란 의미이다. 고대의 거리 개념으로는 아테네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아테네의 수호신 아테나의 신전이 지어졌다는 것은 당시 강력한 도시국가였던 아테네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아테네 사람들은 델피의 주 신전인 아폴론 신전에 가기 전에 이곳에 먼저 들렀다고 한다. - 인용 출처: 100배 즐기기-그리스편
이곳 축대도 그렝이질로 쌓아 올렸다.
(신) 아테나 신전의 잔해
이 곳 델피 유적을 대표하는 건축물의 하나인 톨로스 (Tholos)
이 곳의 다른 건물들은 다 파괴되고 기단만 남아 있어 이 톨로스를 아테나 신전으로 오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나도 그랬다. ㅠㅠ) 아무런 기록이나 비문이 남아 있지 않아서 이 건물의 원래 용도가 무엇이었는지는 현재까지도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오후 4시 아테네행 버스시간에 15분 정도 남았기에 이곳에 오래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아테나 신전 터 구경을 멈추고 서둘러 델피 시내의 버스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ㅠ (그런데 버스는 40 여분 늦게 도착하였다. ㅠㅠ)
아테나 프로나이아 성역에서 델피 시내로 걸어오는 도중에 바라 본 남서쪽 풍경. 저 푸른 물은 지중해 바다인가?
이제 그리스 여행도 막바지를 향해 달린다. 내일은 아름다운 항구도시, 나프플리오를 갈 것이다.
첫댓글 대리만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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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요즘 봄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는데, 주말에 꽃구경이나 해야겠습니다. ^^
이야 살아있는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그리스 투구장식의 꼬불이 문양과 들국화 문양이 고려청자에 새겨진 문양과 비슷한 것은 처음 알았어요. 고 이윤기 선생님의 신화이야기는 지금도 읽고 있는 이야기 책이지요. 좋은 곳에 잘 다녀오시고, 이렇게 훌륭한 여행기도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지내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