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8)
2008-12-09 16:03:56
222차 여주 마감산 산행기
1. 일시 : 2008. 12. 7(일)
2. 곳 : 여주 마감산(388m)
3. 참가 : 경호(대장), 민영, 은수, 문수, 광용, 상국(6명)
이번 주 찾아가는 산은 여주에 있는 마감산, 222차 정기산행, 2가 셋이나 붙어있어 뭔가 모양새가 더 있어 보인다. 그리고 또 30산우회가 전국의 수많은 산 중에서 100개째의 산을 오르는 기록을 세우는 것, 이게 아주 대단한 것이라며 문어 광용이가 며칠 전부터 나발을 불고 또 분다. 하긴 30산우회 발기인 중 하나이며 산우회를 이만큼 키워온 개국공신이자 1공 대장을 맡았던 문어의 감회를 사람들이 우예 다 알겠냐만, 가만 생각해 보니 앞으로 몇 개를 더 오를는지는 몰라도 100이라는 숫자를 넘어간다는 게 우리끼리 자축을 하고 또 축하를 받아도 될 만큼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며칠 전부터 날씨가 아주 추워지기도 했고 연말이라 모두들 짬이 잘 나지 않는지 참가 신청은 달랑 5명 뿐이다. 나도 집에서 그냥 하루종일 뒹굴뒹굴 굴러다니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출석율 50%를 유지하려니 철회하기가 어렵다.
요즘 산우회에서 유행하는 말이 철회란 말이다. 자다가 봉창 뚜드린다고, 어느 날 새벽 3시에 펭귄이 산우회 블러거에다가 뜬금없이 산우회를 탈퇴한다는 비장한 글을 올렸었다. 친구들은 “이기 도대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묵는 소리고?” 하면서 펭귄을 말리느라 야단이 났다. 며칠 후 펭귄은 블러거에다가 탈철한다는 간단한 말을 올려, ‘탈퇴를 철회한다’는 말인지, ‘탈퇴를 철저히 하겠다’는 말인지 좀 헷갈리게 했다만, 하여간 탈퇴를 철회하는 좋은 쪽으로 가닥을 잡아 술 한 잔 잘 얻어먹었고, 친구들 좋은 머리로 신조어가 쏟아졌다. 처음엔 참가한다고 했다가 불참으로 돌아서는 녀석은 참철하고, 불참한다고 했다가 다시 참가 신청하는 녀석은 불철을 주장했다. 팍팍한 세상, 이런 말로나마 서로 웃고 넘어가는 올해의 산우회 최대 스캔들은 펭귄의 탈철소동이 아닐까?
아침 7시 보정역으로 문수가 차를 몰고 오기로 했는데, 물때도 아닌데 문어가 떡하니 먼저 나와 있었다. 일마 이거는 안 간다고 신고해놓고 나왔으니까 불철에 해당한다. 서울에서 민영이 차로 3명이 오니까 총 6명이 된다. 산행참가자가 5명 이하이면 회비를 왕창 쓰도 되는 룰이 있다. 오늘은 광용이가 끼어서 6명, 그래도 광용이를 문어로 만들어버리면 사람 5명에 문어 하나, 회비를 더 쓰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여주 휴게소에 닿으니 바로 뒤따라온 갱호가 얼마 전에 고장났다던 카메라를 다시 고쳤는지, 지 버릇 개 못주고 카파라치 노릇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침도 못 먹고 온 민영이가 밥 먹다가 사진을 찍히니 멍한 얼굴로 쳐다본다. 은수가 배낭과 등산화를 새로 장만했나보다. 요즘 유행하는 저 신발. 효용이, 재봉이, 갱호, 문수, 은수...
여주온천 주차장에 차를 두고 8시 30분에 산행을 시작한다. 마감산을 혼자 다녀온 적이 있는 문수가 편도 5.5Km 왕복 11Km라고 적힌 산행안내판 앞에서, 3시간만에 주파하길 주문한다. 밉상 광용이가 “11키로를 우째 3시간 만에 가노? 내를 직이라, 지기.” 라며 불평을 털어놓는다.
산우회에서 광용이 닉네임이 엄청 많다. 처음엔 산강으로 시작했다가 뭔 심사가 틀렸는지 스스로 밉상으로 바꾸더만, 당구치다가 계속 물려서 물200이란 이름도 붙고, 뭐 어려운 일이 있으몬 자꾸 지한테 시키니까 홍어ㅈ이 되었다가, 머리가 좋다고 존머리(본래 의도는 받침이 ㅈ이다), 도다리 모철이는 예전부터 광용이를 대머리라 부르고, 때에 따라서는 문어가 되기도 한다.
그 옛날 단종이 여주에서 영월로 넘어갔다는 행치고개 안내판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세조와 단종, 사육신과 생육신 등 다들 죽고 없는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무심히 흘러가는 세월 속에 인간의 욕심, 권력, 그들이 믿었던 정의, 이런 것들이 서로 뒤섞여 머리가 어지럽다.
몇 번 짧은 오르막이 있었지만 대부분 아주 순한 길이다. 마귀할멈바위 앞에서 사진을 찍고 정상에 오르니 꼭 1시간 28분 걸렸다.
산이름이 요상했는데 정상석을 보니 마감산(馬甘山). 말‘마’에 달‘감’이라... 도저히 연결이 안 되었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또 국어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대충 감이 잡힌다.
본래 말감산... 말과 마리의 어원이 같단다. 사람을 셀 때는 머리를 세고, 동물을 셀 때는 마리라 한다네. 즉 ‘말’은 머리(頭, 首)를 칭하고 ‘감’도 크다(大는) 뜻을 가졌단다. ‘대감’ ‘영감’ 이런 말에서 ‘감’은 크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네? 결론적으로 말감산은 아주 큰 산, 실은 높이 388m의 작은 산인데 여주 근처에서는 제일 큰 산이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인 셈.
새벽부터 나온 친구들이라 다들 배가 고팠다. 이른 시간이지만 민생고부터 해결하자고 내려오다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어찌나 춥던지 문수 생일 축하 케잌에 불붙이기가 힘든다. 촛불을 붙이자마자 축하노래, 얼마나 빨리 손뼉을 치는지 손바닥에 불꽃이 일어날 지경이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식으로 노래도 그에 맞춰 아주아주 빠르게 불러재낀다. 문수가 팥죽을 6인분이나 챙겨왔다. 광용이는 재첩국을 가져오고, 외국 출장에서 몸은 돌아왔는데 아직 정신은 제대로 못 돌아왔는지 민영이는 산에서 머리를 감을 생각이 있었는지 엄청나게 큰 보온물통을 들고 왔다. 은수는 등산화와 배낭을 산 턱이라며 생맥주와 간장치킨을 가져왔다. 너무 추워 치킨을 다 못 먹고 나중 뒷풀이 장소에 가서 먹었다.
인섭이랑 병욱이가 왔으면 반찬이 더 푸짐했을 건데 하면서 그 둘의 근황에 대해 아는대로 얘기한다. 다행히 둘 다 건강한 모양이다. 빨리 공사를 완공하고 산에서 보았으면 좋겠다.
손이 시려 주머니에 넣고 있는데 경호는 술 달라고 잔을 내민다. 지가 따라 묵으몬 될낀데, 대장이라고 끝까지 나더러 따르란다.
다 먹고 나니 쓰레기 치울 쫄이 없어 다들 서운하다면서 각자 쓰레기를 자기 배낭에 담는다.
아까 올라올 때, 산행대장보다 앞에 가면 산행기 쓰게 할 거라니까 전부다 뒤에서 밍기적거리더니 이젠 추워서 그러는지 야~들이 막 속도를 낸다. 팥죽, 밥, 치킨, 케잌, 컵라면까지 먹은 탓에 배가 불러 영 따라잡기가 어렵다. 설마 두고 가겠냐? 은수가 뒤에서 받쳐준다. 산을 타면서 결코 서두르지 않고 늘 조용히 뒤를 받쳐주는 듬직한 친구다.
밥먹는 시간 빼고 정확히 3시간 안에 산행을 마쳤다. 온천 앞에 차들이 빼곡하다. 내 경험상, 이런 휴일, 이름난 온천에 가면 십중팔구는 실패한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콩나무시루 같은 열탕에서 나올 때 온몸의 털이란 털에는 사람 때가 붙어있어 거의 졸도할 뻔했던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친구들도 나중에 차가 밀릴 거라며 온천은 수원에 가서 하자고 한다.
여주휴게소에서 뒷차의 은수가, 몸도 다 식었는데 온천 하는 것보다 차라리 당구나 한 판 치고 헤어지는 게 어떠냐고 의사 타진을 한다. 요즘 당구 ‘당’자만 들어도 눈에 생기가 팍팍 도는 항선달인데, 대답을 할 필요가 없다. 바로 콜이고, 당구장 가는 길 때문에 나랑 은수가 차를 바꿔 탄다.
역시 온천 안하고 빨리 오길 잘했다. 이른 시각인데도 이천쪽에서 차가 제법 밀린다.
죽전 당구장에서 두 패로 나뉘어 각각 두 판씩 치고 바로 횟집으로 이동, 소주를 적당히 마시며 안주거리로 고등학교 시절 인상깊은 선생님들에 대한 추억을 털어놓는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절이고 아련한 추억이다. 100개째의 산, 마감산 산행도 언젠가 그런 그리움속에 피어날 날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를 사랑해야 하나?
민영이가 베트남 출장가서 성임이를 만나고 와서 친구로서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자랑이 대단하다. 아래는 민영이가 경호한테 산행기 끝부분에 올려달라는 글.
대한전선의 베트남 지사이자 베트남 SACOM 사와 조인트 회사 (Taihan-Sacom company: TCS) 의 사장으로 맹활약을 하고 있는 하성임 군에 대한 근황을 간단히 올립니다.
지난 주에 베트남 호지민시에 출장 차 들렸다가 연락을 했는데 바쁜 일정 중에도 기꺼이 많은시간을 내어 저녁과 골프까지 초대를 해준 성임군 덕분에 간접적으로 베트남 문화, 생활, 경제, 등 많은 얘기들을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그는 TCS 회사설립과 거대한 현지 공장건설 완료, 그리고 현지 회사 경영 및 현지 사회활동, 여러 부분에 걸쳐 많은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날에는 TCS 회사 공장 견학을 하였는데, 공장은 4만 5천 평위에 현대식으로 큰 건물로 지워졌고 주변 조경도 매우 아름답게 꾸며 베트남 TV 에도 가끔 방영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공장 내부 기계장치도 현대식으로 설치되어 작업이 순조로이 진행되고 있었고, 현지직원들의 훈련및 관리도 잘 되어 현지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더우기 TCS 회사는 한국회사가 베트남 현지에 투자한 좋은 성공 사례로 한국으로 부터 방문자들에게도 모델 케이스로 자주 소개가 되고 있습니다. 성임군은 베트남 한국 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맡고 있고 한국기업 및 한국 business 이익을 위한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금요일 낮에 시간을 일부러 내어서 같이 간 골프장에서도 TCS 회사가 sponsor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성임군과 함께 VIP로서 대통령 골프를 즐길 수 있었지요. 돌아오는 길에 저녁에는 북한정부에서 운영하는 평양식 음식점에 들려 평양식 음식과 북한 처녀들의 공연을 즐겼었습니다. 역시 그 음식점에서도 VIP 대접을 받는 성임군 덕분에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공돌이 출신인 성임군이 큰 회사 경영까지 잘하고 있는 것을 보고 30여년전 같은 교실에서 공부를 한 친구로서 매우 자랑스런 느낌을 받아 서툰 표현으로 성임 군에 관한 글을 간략히 올립니다. 앞으로도 지속작인 발전을 하여 성임군의 더 큰 역할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