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법정 스님이 살아가는 일이 때때로 허허롭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난다. 인간은 그 누구를 가릴 것 없이 혼자 있는 것을 가만히 볼 때 쓸쓸한 존재 같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갑자기 25년 전에 내가 재수할 때가 떠오른다.
그때는 열등감이 매우 많던 시절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을 보기 한 달 전부터 내 마음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인지, 공부에 전혀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수능 성적표에 만족할 수 없었고, 당연하다는 듯이 재수를 선택했다.
재수 시절은 암흑 그 자체였다. 아버지는 매년 6개월 정도 산업재해로 인해 정신과 병동에 입원을 하셨다. 어머니는 식당 보조 일을 하시느라 매일 부지런히 사셨다. 난 재수한다고 해 놓고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마음이 잡히지 않는 시기였고, 집에서 혼자 공부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가 출근하시면 난 안방에 몰래 들어가 어머니가 퇴근하기 전까지 매일 TV만 봤다.
그러다 심심해지면 베란다 창문을 조금 열어, 밖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과 학생들을 몰래 지켜봤다. 난 이때 머리 열등감과 내 존재에 관한 자신감이 전혀 없어, 마치 은든형 외톨이처럼 집에서 숨어 지냈다. 밖에 나간 적은 3월 말에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모의고사 문제지를 갖고 가라고 전화해 주셔서 학교에 들른 적이 있었다. 이때가 수능 보기 전까지 외출한 것의 거의 전부다. 그만큼 난 부끄러움을 탔고, 수줍어했다.
25년이 지난 요즘도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아졌다. 정신적으로 힘들어 홀로 휴식을 취하는 시절이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때와 비교하면 내 생활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듯하다. 그만큼 난 마음의 무거운 짐을 많이 짊어지고 있다는 것일 테다. 그리고 난 혼자서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은 외로움을 많이 탔다. 부모님도 아직 살아계시지만, 연세가 많이 드셨다. 유일한 소통 대상인 여동생도 이제 마흔 살을 넘었다. 살아가는 일은 정말 쓸쓸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오늘 많이 든다. 인생이란 대단한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듯하다. 에너지를 쏟아 집중할 때는 살아있음을 느끼지만, 무대에서 내려오면 정직한 우리의 삶이 펼쳐진다.
난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가기를 바랄까? 지금보다 좀 더 젊었다면, 아마 출가 수행자의 삶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나이도 들었고, 젊어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유부단했던 나는 수행자의 인생을 살기 벅차한다. 그러면 나에게 다른 길은 있는 것일까? 이것에 관해 지금은 대답할 수 없다. 그저 존경했던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문장이 생각난다. “큰 길을 하늘이 정하고, 작은 길은 인간이 계획한다.” 그리고 “어느 길로 가든 훌륭함으로 가는 길은 있는 것이다.”
지금은 오로지 나로서 존재하고 싶다. 난 그 누구도 닮고 싶지 않고, 내가 되고 싶다. 정말 나란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 굉장히 외로운 상태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정신과 심리상담을 13년 동안 받고 있다. 이것이 나를 찾는 데 작은 힌트가 되어줄 것이다. 난 분열형의 모습을 보인다. 즉 혼자 있으려 하고, 먼저 관계를 끊고 도망가려고 한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실제로 관계도 좁아 외롭게 산다. 아마 한동안 난 이런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 존경했던 선생님에게서 풍성한 삶의 형태를 엿보았기에 나 또한 황량한 인생보다는 열매와 푸른 잎이 열린 나무처럼 삶이 빛나길 바란다. “나는 세상이 잔치이기를 바란다.” 이 말이 기억난다. 선생님은 그렇게 삶 같은 진짜 인생을 추구하셨다. 나도 우울함이 다 하면, 에너지가 충분한 인생을 꿈꿀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많이 우울하고 싶다. 이것이 지금 진짜 내 모습 같기 때문이다.
난 조용히 사는 삶이 맞는 것 같다.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하게 됐고, 글쓰기도 10년 동안 즐기고 있다. 이런 나는 혼자 생각에 잠겨서 좋아하는 책을 보고,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살면 기쁜 인생이 될 것이다. 앞으로 내가 꿈꾸는 삶이 가능해지도록, 오늘을 보다 알차게 살아가야겠다.
2024년 2월 1일 작성
김신웅 심리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