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남부의 항구도시 치타공. 수도 다카에서 300㎞ 정도 떨어진 이 도시의 외진 마을에 4년 전 초등학교 하나가 문을 열었다. 학교 벽면 머릿돌에는 ‘보라초등학교, 보라를 기념하며’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멀리 한국에서 살던 ‘보라’라는 아이의 이름을 따서 지은 학교다.
이 학교의 설립자는 강릉교도소 교도관 주상근(50) 교위다. 보라는 그의 둘째 딸 이름이다. 주 교위가 초등학교 5학년이던 보라를 사고로 잃은 것은 2003년 겨울이었다.
또래 아이들처럼 “옷 사달라, 장난감 사달라”는 떼 한 번 쓰지 않던, 의젓한 아이였다. 주 교위는 보라를 가슴에 묻던 날, “선교사가 되어 가난한 나라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짓고 싶다”던 보라의 꿈이 떠올랐다. 보라가 영원히 초등학교를 졸업할 수 없다는 생각에 누군가 보라를 대신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품게 됐다.
그래서 방글라데시에서 학교 설립을 추진하던 비정부기구(NGO) 사람들을 만났다. 그는 학교 설립금으로 2000만원을 냈다. 여기엔 보라 장례식 때 받은 부의금도 들어 있었다.
2005년 2월 보라초등학교 개교식에 참석한 주 교위와 부인 엄경란(47)씨는 머릿돌에 새겨진 ‘BORA(보라)’라는 글자를 한참 동안 들여다봤다.
현지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인원을 ‘원(one) 보라, 투(two) 보라’ 하며 세고 있었다. 보라가 살아온 것만 같았다. 부부는 한참을 울었다. 개교 당시 65명에 불과했던 학생 수는 이듬해 120명으로 늘었다. 보라초등학교는 마을의 유일한 초등학교다.
방글라데시 치타공에 있는 ‘보라초등학교’ 머릿돌. 영어로 ‘보라를 기념하며’라는 문구와 함께 성경 구절이 새겨져 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한복음 12:24)”.
그동안은 집안이 넉넉한 아이들만 다른 지역으로 통학을 했었다. 취학률은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학교에 다니고 싶은 아이들은 누구나 집에서 멀지 않은 보라초등학교로 간다.
학교 운영비용이 늘자 주 교위는 후원회를 만들었다. 회원 60여 명이 내는 후원금에 월급에서 뗀 돈을 보태 매달 120만원가량을 학교에 보내고 있다.
보라초등학교에서는 ‘보라 N’이라는 이름의 소식지를 주 교위 부부에게 보낸다. 입학식, 운동회, 글짓기 대회 등의 학교생활도 e-메일을 통해 접하고 있다. 올 1월 주 교위는 개교식 이후 처음으로 학교를 찾았다. 그동안은 비행기 값 등 여행비용을 합하면 학교 운영비 몇 달치가 될 것 같아 방문을 자제해왔다.
그는 교복에 ‘BORA.P.S(보라초)’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120명의 ‘보라’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수업을 듣고 있었다. 주 교위는 “수많은 ‘보라’가 거기에 있었다”고 당시의 감격을 전했다.
주 교위의 선행은 교도소 안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초등생 자녀를 둔 수감자의 사연을 알게 된 그는 사회복지사인 부인 엄씨와 함께 1년간 수감자의 가정을 방문해 아이들을 돌보았다.
교도소 생활을 힘들어하는 수용자에겐 책을 넣어줬고, 치료비가 모자라면 영치금을 넣어줬다. 또 정기적으로 중증장애인 시설을 방문하고 있다.
“딸 보라를 생각하면 마음이 저려오지만 치타공의 수많은 ‘보라’들을 생각하면 위로가 됩니다. 한 명의 ‘보라’를 잃었지만 더 많은 아들과 딸을 얻게 돼 행복합니다. 마음의 평화도 찾았습니다.”
주 교위는 오는 17일 법조협회(회장 이용훈 대법원장)에서 봉사활동을 지원·장려하기 위해 수여하는 제8회 ‘법조봉사대상’을 받는다
첫댓글 지독한 아픔을 겪고 난후 우리생각(내만족만을 위한 기쁨) 과 다른 기쁨을 맛보게 하시는 깊고 크신 하나님의 계획과 방식을 조금씩 알아가고 싶네요
현재 방글라데시 보라초등학교는 어린이 134명, 교사 7명, 행정직원 2명입니다. 후원자는 70여명 월평균 130만원 정도입니다...
방글라데시 치타공에서 학력우수학교로 선정되어 올 봄에 표장을 받았고, 입학생이 쇄도하여 증축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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