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있는 곳
산을 오르며
豪晟 이홍규
무거운 삶의 무게
잠시 내려 놓고 산으로 간다
터벅터벅 비탈길을
곡예를 하듯 지나고 보니
커다란 바위가 가로 막아서네
한 고개 넘을때마다
스쳐가는 지난 세월 뒤로하고
잠시 그늘에 앉아
들꽃 들과 눈인사를 건낸다
멀리도 가까이도
들리는 산새소리
지친 심신 위로 하네
가파른 고갯길 올라서면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라나
환하게 웃으면서 반기는
아내의 얼굴이 사알짝 보이네
향수
豪晟 이홍규
나의 고향 남쪽 바다
저 산 넘어 고성에는
월이 발자국 남아있다네
나라 지키는 마음 무얼 못할소냐
몸은 바쳐도 복수의 심장은
뜨겁게 끓어 올라 외놈 허를 찔렀으니
대대손손 빛날 보배로다
의기의 충절 내음이 있는 곳
남쪽 바다 고성항에서
월이는 눈 부릅뜨고
오늘도 지켜 보고 있나
뜨거운태양
豪晟 이홍규
예쁜 새싹 아름다운 옷 입어
날갯짖 한번 해 보지도 못한 채
뜨거운 태양열에 녺아내린 삶
꿈도 소망도 모두 접은 채
앗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사라진 수 많은 생명 그 잎새
언제나 아침 이슬 머금고
환하게 웃던 그 얼굴
어디에도 찿아볼 수 없는데
지구는 멸망의 길로 가는가
새 희망은 도래하고 있는가
붉게 달아오른 태양만 미워지네
수확
豪晟 이홍규
뜨거운 태양 만들어낸 알곡
피와 땀으로 일구워낸 결실
들녘 알곡 황금빛으로 물드리고
수화채 처럼 달구워 지는 불빛
반짝이는 알곡 사잇길
오는새 가는새 찿아들고
봉우리 흥겨운소리
가슴으로 적시
꽃 향
豪晟. 이홍규
품어내는 향기 날려보내고
스며드는 향 받아들이니
세상이 향으로 넘치는구나
빨갛고 노랗고 아랑곶 없이
그 향기 내 몸속 깊이 스며드니
이집 저집 모두에게 전하고 싶어라
향에 젖어든 내 가슴은
누굴 만나도 향기를 뿜는다
마음의 향기로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싶어라
가을에 만나요
豪晟 李弘奎
가을이 저만치 달려오네
불덩이 같던 태양이 슬그머니 돌아서자
사랑 가득 싣고 살랑살랑 오네
고운 빛깔 갈아 입은 나무사이
둘이 걸어며 사랑을 속삭이고 싶네
낙옆이 뒹구는 숲에서
우리도 뒹굴며 말하고 싶네
지난 세월 슬프고 기뻤던 순간
눈앞에 아롱아롱 거리네
자녀들 시집 장가 보내며
하나 둘 보낼 때 마다
느끼는 감정도 아쉬움으로 남네
아름다운 가을이 떠나기전에
잊지 못할 추억 만들고 싶네
사랑하는 그대 둘이서 차곡차곡
바람개비
豪晟 이홍규
바람아 불어라
세월아 멈추워라
가는 세월 멈출수 없으니
돌지 않는 바람개비
돌게 할수 있으려나
내 의지 대로 살아 간다면
못 이룰것이 없는 세상 이치
자연은 때가 되면
새싹나서 꽃피고 열매 맺는데
사람은 자기 의지대로
살아 가지 못하고 휘둘린다
아 초목보다 못한 인간들
자연의 이치되로 살아 간다면
큰 바위라도 못 옮길소냐
가는 세월
豪晟 이홍규
비바람 몰아치고
천둥번개 후려쳐도
지나가는 세월 변함이 없네
쉬지않고 내릴것같만 같은 비도
때가 되면 가는길을 멈추고
검은 구름을 몰아내고 웃는다
구름에 달가듯이
흐르는 세월 앞에
나의꿈 나의 인생도 흐르네
붉게 우는 저녁 하늘에
가물가물 졸고 있 는 별 하나
저물고가는 내 인생 같구나
상족암
豪晟 이홍규
깊은 수심 가르며
지나는 여객선에
밀려오는 파도는
기암괴석을 두른 절벽을
어루만지며 스쳐 가는데
태곳적 공룡이 살던 곳에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
그들은 사라져 갔어도
발자국만 선명하게 남았구나
바위 끝 노란 민들레도
봄바람 따라 그들의 흔적에
감동하여 하늘하늘 손짓하는가
내 마음도
출렁이는 파도처럼 들떠
용들의 발자국 되짚으며 걷는다
고향 생각
豪晟 李 弘 奎
안개낀 들녁지나
백방산에 올라보니
고향은 옛모습 그대로 인데
누렁황소 산위로 몰아 놓고
함께 뛰놀던 벗 들은
어디메에 둥지를 틀었나
새하얀 별꽃 뿌리 깨어
산이 떠나가라 소리치던 시절
"심봤다 !심봤다!"
아련한 꿈속에 뛰노는 친구들
가슴이 먼저 알아보는구나
코끝을 간지럼 태우던 매향
할아버지 수염 달고
흔들며 반기던 옥수수
봄나물 뜯는 아낙네들
몸베바지 패션 쓰윽 걷어
밭이랑에 엎드려 엉금엉금
달래 냉이 씀바퀴 바구니 가득
봄바람에 묻어온 고향 소식
천리 타향에 스며든 고향 내음
내 가슴이 먼저 아는구나
들녁을 마주 보며 선
백방산 거류산 인자한 얼굴로
반겨주는 내고향 수호신
오늘도 언제나처럼
무지개 꽃피우며
나를 잊지 않았구나
감자 한 바구니
豪晟 이 홍 규
쪼글쪼글해진 껍데기는
우리엄니 손등처럼 골이패이고
봄이 되자 몇 조각으로 잘라져
밭에 나가 흙을 덮고 드러누웠다
몇번의 해와 달이 바뀌고
천둥번개가 요란을 떨고 지나갔다
어느 햇볕 좋은날
허연 속살을 드러냈다
한 솥삶아 한 입 베어무니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져 온다
어머니 사랑 닮은 감자 한 알에
배고팠던 옛 시절이 되살아나
눈 앞을 한 차례 스치고 지나간다
기생 월이
豪晟 이 홍 규
불같은 분노
푸른 바다에 잠재우고
가슴에 맺힌 한
웃음으로 왜의 간자 품은 월이
붓으로 고친 거짓 뱃길
당항포의 승전으로
백척간두에서 나라를 구했으니
그녀의 애국 혼 만대에 빛나리라.
자연의 신비
豪晟 이 홍 규
아침 햇님 맞아 얼굴펴니
온 세상이푸르르 눈부신다
누가 손하나 대지않아도
피어나는 나무가지에
희망이 주렁주렁 열렸네
오직 순수한 몸단장에
웃는 모습으로 피어나는
생명 그생명들
티없이 주고 받는 언어들
모두가 이렇게 순수로
옷을 갈아입는 다면
자연과 인간은 환희의
웃음꽃 영원히
피울수 있으리라
수목원
豪晟 李弘奎
수풀 우거진 수목원
형형색색의 꽃들에게
반가운 눈 인사를 받는다
반가워요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활짝 웃으며 나를 맞는다
가다 서고 가다 서고
마음을 꽃밭에 묶어두고
가던길 마져 가야지
해는 서산에 걸리고
발걸음 붙잡은 꽃들은
잔뜩 게으름을 피운다
인생도 붉은 노을에
물들어 저물어 가는가
화려한 꽃들에게 묻는다
봄이 언제오려나
豪晟 李弘奎
우리집 울타리에는
봄 소식 달려 왔는데
나라의 주인이
졸고 있는사이
백성은 굼주리고
큰소리 치는 자
위장병으로
생명줄 달고 있더라
인생은 여비 없이
수 만리 터벅터벅
힘든 여정이구나
눈뜬집 복오네
豪晟 李 弘 奎
밤새 내리는눈
아무도본자없으나
땀 흘리며 일하는자
제일 먼저 채비한다
비서 업고 유량가는 고을님
몸 망가지나
열심히 일하는 농부 앞마당에
보화 쏟아 지네
나랏돈 등에업고
저승 길 찿아가는님
나랏사랑 실천 하는집
금은 보화 찿아드네
겨울 구룡산
이홍규
흰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구룡산 허리에 몰아 닥친 바람
화려한 춤사위 한바탕 쏟아내어
영롱한 가시꽃을 활짝피운다
생명들은 숨소리조차 멈추고
내일이면 사라져 갈 가시꽃
달빛에 서리서리 엉켜
보석보다 빛나는 멋을 부린다
약수터 입구 외로이 켜진
가르등도 가물가물 졸다
바닥까지 쓸어가는 바람에
온 몸을 부르르 떨며 정신을 차린다
저 멀리 산사의 목탁소리
바람따라 은은하게 들리다 말다
나그네도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새들도 숨죽이며 둥지를 튼다
동전 하나
이홍규
길가다 주운 동전 하나
아무도 못봤다
그러나 내 마음은 봤다
호주머니에 슬쩍 넣고
모른채하고 싶지만
내 양심이 자꾸놀린다
뭐든지 주인 있는법
아무도 보지 않았다고
욕심 부리지마라
한 되 받고 열말 보낼
커다란 구멍 생긴다
봄은 도둑처럼 온다
豪晟 李弘奎
시간이 지나면
봄은 도둑처럼 온다
누가 만들어 주지 않아도
몰래 몰래 슬그머니 온다
햐얀눈이 체중을 실어도
눈속에서도 꽃이피고
파란 새싹이 솟아오른다
천리 이치가 그러 하듯
아무리 꽁꽁 얼어 붙어
얼음덩이로 변한다 할지라도
봄이 도둑처럼 오면
얼음 뚫고 흐르는 시냇물
우리의 소원도 봄처럼
살짜기 소리없이 이뤄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