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자 부르타>에는 ‘없는 것’이 많다. 대사도 없고, 뚜렷한 이야기 구조도 없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도 없다. 심지어 의자도 없는 전석 스탠딩 공연이다. 공연장 전체가 곧 무대가 되고, 관객은 스태프를 따라 이리저리 이동하며 공연을 관람한다.
기자는 지난 10월 8일 미디어데이 행사를 통해 <푸에르자 부르타>를 미리 관람했다. 공연은 흐름에 따라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는데,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암전이 되면 어둠 속에서 컨베이어 벨트 위를 걷는 남자가 나타나고, 남자는 자기 앞을 막아서는 장애물에 부딪치면서 걷고 또 걷는다. 반복되는 일상에 치이는 현대인을 보듯 처연함마저 느껴진다. 남자가 정면으로 다가오는 벽을 온몸으로 뚫고 달릴 때 관객은 일제히 환호를 보낸다. 그러나 곧 어디선가 총성이 울리고 남자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남자에 대한 걱정도 잠시, 장면이 전환되고 쓰러져가는 구조물 속에서 배우들이 춤을 춘다. 무대는 관객 가까이 다가오고, 배우들은 스티로폼으로 관객의 머리를 내리치며 함께 즐길 것을 권한다. 하얀 부스러기가 눈처럼 날리며 축제 분위기가 연출된다. 공연장은 순식간에 클럽으로 바뀌고, 관객은 너나 할 것 없이 춤을 춘다.
공연은 공중에서 투명한 대형 수조가 내려오는 대목에서 절정을 맞는다. 수조 속에 있던 네 명의 여성 무용수들이 물 위를 헤엄치며 여러 가지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때로 섬세하고, 때로 파워풀한 그들의 몸동작은 물소리와 어우러지며 관객의 오감을 사로잡는다. 수조가 머리 위로 닿을 듯 내려와 관객과 배우가 수조를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마주할 때는 몽환적인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푸에르자 부르타>에서 중요한 것은 배우들과 호흡하고 공연을 즐기겠다는 관객의 마음가짐이다.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제작자 디키 제임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관객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방문하는 나라마다 관객의 반응도 모두 다르다. 우리는 언어를 사용해 이야기를 직접 전달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은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공연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뒤에 있는 관객도 앞으로 나와 어우러질 수 있다. 이 쇼는 머리를 쓰게 만들지 않는다. 70분간 우리는 당신의 몸, 당신의 느낌과 이야기하고, 그럼으로써 당신은 감정의 여행을 경험한다.”
기간 : 10월 11일~12월 31일 장소 : 잠실종합운동장 내 FB빅탑시어터 시간 : 화·수 오후 8시, 목·금 오후 7시 30분, 10시, 토 오후 6시, 9시, 일 오후 3시, 6시 가격 : 푸에르자석 9만9000원, 부르타석 12만1000원, VIP석 22만원 문의 : 1566-1369, 1544-15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