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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1월 14일 목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114목] 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에서 기회 찾아야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이 올해 국내외 경기의 불확실성을 우려하면서도 투자ㆍ매출 확대 등 공격적 경영을 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일보가 금융ㆍ건설ㆍ전자ㆍ통신ㆍ자동차ㆍ중공업ㆍ유통 분야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77명을 대상으로 새해 경제전망을 조사한 결과다. 그러나 연초 분위기에 편승한 밝은 측면보다 그들이 꼽은 경기 위험요인과 정책과제에 오히려 눈길이 간다. 공격 경영이 기업실적 개선과 함께 고용과 미래 성장동력 확충으로 이어지도록 잘 관리할 때다.
대표기업 CEO들이 지적한 가장 큰 위협요인은 예상대로 환율이었고, 국제유가 및 원자재 불안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그 뒤를 이었다. 또 글로벌 경제의 더블 딥 가능성은 낮게 봤지만 해외 돌발변수를 걱정하는 응답이 의외로 많았다. 남유럽권의 금융 불안이 초점으로 떠오른 데다, 각국이 글로벌 위기 이후를 대비한 출구전략의 시점과 강도를 고민하는 국면이어서 경제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엊그제 중국 인민은행이 18일부터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세계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세계 경제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이 긴축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펼지 모른다는 관측만으로 시장이 요동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조사에 응한 CEO들은 올해 성장률을 정부 예상(5%)보다 낮춰 잡고 고용 사정도 작년 수준에서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와 고용정보연구원의 일자리 20만개 이상 증가 예측을 무색케 한다.
고무적인 것은 대부분의 기업이 국내외 불안 요인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답한 점이다. 때마침 LG그룹은 올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과감한 선행투자로 전자ㆍ화학ㆍ통신 분야의 미래시장을 선점하고 '테크놀로지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조치다.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얼마 전 "삼성도 까딱 잘못하면 10년 후 구멍가게 된다"고 경고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클수록 기업가 정신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114목] 반성과 성찰 없는 법원의 ‘사법 60년사’
대법원이 사법 60년을 정리한 <역사 속의 사법부>를 냈다. 지난 정부 때부터 시작한 사법부 과거사 정리 작업이 이로써 마무리된 셈이지만, 그 내용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사법부의 조직·운영·제도·행정 등의 변천은 자세하게 다루면서도, 법원이 권력에 굴복하고 부역했던 오욕의 역사에 대해선 별다른 평가나 반성이 없다. 그나마 건조하고 소략하니, 제대로 된 과거 결산이 아니다. 2005년 취임 일성으로 사법부 과거청산을 말했던 이용훈 대법원장의 다짐과도 거리가 멀다. 이런 변질은 이명박 정부의 집권과 맞물린다. 사법부가 자기반성의 자리에서도 여전히 권력의 눈치를 살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사법부가 오로지 피해자인 양 행세한다는 점이다. 이번 ‘사법 60년사’는 박정희·전두환 시대 정보기관·군·검찰 등을 앞세운 권력의 간섭과 재판권 침해는 상세히 다루면서도, 그런 압력에 굴복했거나 권력의 의도를 살펴 법원 스스로 앞장을 섰던, 수많은 판결의 잘못은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따지자면 현직 판사들이 가장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인혁당 사건의 ‘사법살인’이나, 평범한 시민들이 술집·다방·택시 등에서 무심코 한 말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유신 때 긴급조치 위반 사건의 억지 판결도 모두 법원의 손을 빌려 이뤄졌다. 시국사건에서 법원이 고문·조작 호소를 외면한 채 검찰 공소장을 베낀 판결문을 내놓는 일도 흔했다. 사법 60년사에는 5공 때 대학생·노동자 등의 법정소란은 언급돼 있지만, 법원이 왜 그런 불신을 받게 됐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성찰의 흔적이 없다.
당시 법원에도 “민주주의와 사법권 독립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용기와 기개를 잃지 않은 지사들의 노고와 희생”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저항을 인사나 압력 따위로 통제하려 했던 지휘부의 ‘어두운 과거와 부끄러운 역사’ 또한 엄연하다. 소극적으로 압력과 통제에 따랐을 뿐이라고 해도, 권력 뜻대로 판결을 한 당시 법관 한사람 한사람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 인권 보장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 인권 유린과 민주주의의 위기에 눈감는 것은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으로,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직무유기다. 지금이라도 하나하나 실명으로 그 잘잘못을 분명히 남겨야 마땅하다. 그래야만 또다른 오욕의 역사를 피할 수 있다.
[동아일보 사설-20100114목] 정년연장과 임금피크, 경험의 경쟁력 살려야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올해부터 직원의 정년을 현행 58세에서 60세로 2년 연장하기로 했다.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일정 연령이 지나면 임금은 내리되 정년은 늘려주는 것이다. 정년 퇴직자의 은퇴시기를 늦춰 한꺼번에 퇴직할 경우 빚어질 사회적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보면 바람직하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능력과 경험을 갖춘 인력을 퇴장시키지 말고 적재적소에 잘만 활용하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6·25전쟁 이후인 1955∼1963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인 은퇴시기를 맞고 있다. 실제 임금 근로자의 평균 은퇴시기가 50대 중반이므로 이 세대 중 일부는 이미 은퇴를 시작했다. 약 712만 명으로 추산되는 베이비붐 세대가 단기간에 동시다발로 은퇴하면 생산 현장과 사회 곳곳에서 적지 않은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크게 연장돼 50대 중반에 은퇴하면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지내는 기간이 20년 이상으로 길어지게 된다. 고정 수입이 없는 퇴직자들이 겪어야 할 경제적 고통은 한 개인의 힘만으로는 감내하기 힘들다. 더구나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되기 전에 은퇴할 경우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2013년부터는 연금 수급 연령이 5년마다 1년씩 65세까지 올라가도록 돼 있다. 퇴직 시기와 국민연금 지급 시기를 맞추기 위해서도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먼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경험한 일본은 2013년부터 모든 기업이 단계적으로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해 2006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 정년을 60세로 규정하고 있으나 강제성이 없다.
외환위기 이후 중국 기업들은 우리 기업에서 조기 퇴직한 기술자들을 데려다 숙련 기술을 전수받아 고성장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기업들은 다년간 기업에서 실무 경험을 한 퇴직자들을 무조건 내보내지 말고 활용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전은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해외 원전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기술 인력의 정년 연장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다만 모든 공기업이 한전처럼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늘리면 취업시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젊은이들의 일자리 구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KAIST나 울산과학기술대가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교수에 한해 정년을 65세에서 70세로 연장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다른 공기업들도 전문기술 인력부터 점진적으로 정년을 연장해 청년 실업을 급격하게 악화시키는 사태는 피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20100114목] 우리 사회는 왜 딸을 더 원하게 됐는가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가 2008년 4~7월 태어난 신생아 2078명의 아버지를 조사했더니 37.4%가 아내의 임신 중 딸을 바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을 원한 아버지는 28.6%에 불과했다. 아기 어머니의 37.9%도 딸을 기대해 아들을 바란 31.3%보다 많았다. 아버지의 딸 선호도는 40대가 27.9%에 그친 데 비해 30대 37.8%, 20대 38.9%에 이르러 젊은 세대로 갈수록 높았다. 앞으로 더 젊은 부모 세대가 등장할수록 딸 선호도가 점점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199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남아선호도 조사에서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는 응답은 40.5%나 됐지만 2006년엔 10.2%로 크게 줄었다. 실제로 출생성비(여자 출생아 100명당 남자 출생아)가 1990년 116.5로 정점을 찍은 이래 2008년 106.4까지 떨어져 여자 아이가 남자 아이보다 더 많이 태어나는 날도 멀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아들은 사춘기 되면 남남, 군대 가면 손님, 장가들면 사돈의 아들" "잘난 아들은 국가의 아들, 돈 잘 버는 아들은 사돈의 아들, 빚진 아들은 내 아들"이란 '아들 유머' 시리즈는 근래 아들들이 경제적으론 친가(親家)에 기대면서 처가(妻家)를 더 살갑게 여기고 더 꼼꼼히 챙기는 현상을 꼬집는다.
맞벌이 부부가 육아를 친정에 맡기는 경우가 늘면서 아들들은 처가에 더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게 됐다. 여름 휴가여행 때 친가의 부모형제보다 처가 식구들과 함께 가는 것은 이미 낯익은 모습이 됐다. 급격한 핵가족화, 여성의 지위 향상, 맞벌이 부부 증가는 '신(新)모계사회'가 왔다는 얘기를 실감 나게 만들고 있다.
예부터 중국은 가산(家産) 상속을, 일본은 가업(家業) 계승을 중시했지만 한국은 가문(家門)을 잇는 것을 최고로 치다 보니 혈통을 이을 아들을 더 중하게 여겼다. 그러나 요즘 아버지들은 대 잇기에 무관심해졌고, 아들에게 노후를 기댈 생각도 접은 지 오래다. 전통사회에서 아들이 맡아야 했던 부모 봉양 의무는 사회복지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부모나 자식이 같이 나누게 된 것이다.
원래 조선시대 중기까지 아들들은 혼인 초 처가살이를 해야 했고, 결혼하고도 상당기간 부모 곁에 살았던 딸들은 남자 형제들과 똑같은 재산상속권을 누렸다. 아내는 친정에서 물려받는 재산을 처변(妻邊)이라고 해서 남편의 상속재산인 부변(夫邊)과 따로 분리해 관리하고 친정 부모 제사에도 적극 참여했다. 오늘날 '딸의 귀환'은 우리 역사에 면면히 흘러오다 불과 300년 전인 조선 후기에 잊혀버린 남녀평등의 전통이 21세기 사회변화에 부응해 다시 되살아나는 현상이다.
우리 사회가 '1가구 1자녀' 시대로 성큼 옮겨가는 지금, 아들과 딸의 역할무대를 '사회'와 '가정'으로 나눠 생각했던 전통적 자녀 성(性) 모델과 가정에서의 아들·딸 교육도 새 방향을 찾아야 한다. 사회에서 성공했던 아버지들이 사업하는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보증을 섰다가 무일푼이 돼 숨어 지내며 비참한 노년을 보내는 모습을 주변에서 흔히 본다. '아들 공포증'이라는 말이 나돈다는 게 빈말이 아니다. 자식을 키워 출가시키고도 평생 뒤를 봐주는 게 당연시되는 풍토도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 전통적 부모 자식 관계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야 없겠지만, 가족 구조와 가족관(觀)의 급격한 변화에 맞춰 우리 사회의 인식과 관습도 변화의 새 물꼬를 터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0114목] 핵 재처리권 가져야 원전 수출강국 면모 선다
지식경제부가 어제 열린 제42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원자력 산업을 차세대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보고했다. 오는 2012년까지 10기, 2030년까지 80기의 원전을 수출해 세계 신규 원전 건설시장의 20%를 점유하고 3대 원전수출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우리의 기술력과 한국형 원전의 경제성을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은 만큼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본다.
세계 원전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약 430기의 추가건설이 예상되고 시장규모만 1200조원에 달한다. 고용 창출효과가 크고, 연관 산업의 매출증대도 기대할 수 있어 차세대 수출산업으로 손색이 없다. 정부는 원자력을 본격적인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미자립 핵심 원천기술의 확보와 전문인력 양성, 수출체계 수립 등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진정한 원전 강국이 될 수 없다는 게 우리의 견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핵 재처리권의 확보를 통한 평화적 핵 자주권 확립이다.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는 폐연료봉의 재처리 및 환경적 처리를 위한 필수과정이다. 재처리를 하면 사용 후 핵연료의 94.4%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재처리 과정에서 확보되는 동위원소 등은 과학·의료 등에 유용하게 쓰인다. 그러나 한국은 1974년 미국과 체결한 원자력 협정에 따라 미국 측의 사전동의나 허락 없이 우라늄을 농축 및 재처리할 수 없다. 더구나 1991년 11월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에서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자발적으로 포기했다. 원료를 100%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쌓여가는 핵 폐기물도 문제지만 앞으로 원전 플랜트 수출을 하는 데 있어서도 큰 핸디캡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2014년 시효가 끝나는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협의가 2012년 시작되는 만큼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도록 개정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평화적 핵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는 수준의 핵 자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핵무장이나 핵 확산에 대한 우려를 문제 삼는다면 이를 불식시킬 수 있는 투명성을 확보하면 된다. 핵 재처리권 없이는 원전수출 강국의 목표가 공허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114목] 몰아치는 고용한파, 청년실업 해소가 다급하다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해 취업자 수가 외환위기 이래 가장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수는 2350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7만2000명 감소했다. 이는 1998년 127만6000명 감소 이후 최대폭이라고 한다. 지난해 실업자는 월평균 88만9000명으로 전년비 15.5% 증가했고, 실업률도 3.6%로 0.4%포인트 높아졌다. 이 같은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기는 하나 고용시장은 올해도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당장 연초부터 고용시장에는 매서운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 희망근로사업과 청년 인턴의 중단 및 종료로 상당 수 일자리가 사라진데다 2월부터는 고교 및 대학 졸업자들이 채용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게 된다. 반면 올해 국가공무원 채용은 20% 이상 줄었고 대규모 채용을 계획하는 기업도 많지 않다. 더욱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까지 겹치면서 고용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정부가 올해 최우선 정책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잡은 것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일 것이다.
문제는 고용 시장 침체가 워낙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이를 일거에 해소할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데 있다. 정부의 고용 정책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고용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청년 실업 해소에 두어야 한다고 본다. 이는 청년 실업의 경우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및 생산성 저하 등과 직결되는 까닭이다. 특히 지난해 15~29세의 청년 실업률은 8.1%로 1년 전보다 무려 0.9%포인트나 높아진데다 타 연령대보다도 유난히 높아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서비스산업 육성은 물론 다양한 취업훈련 등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울러 채용을 늘리는 기업에 세제 등 각종 지원을 추가로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와함께 일부 공기업에서 도입하고 있는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 효과를 가져와 결과적으로 청년 채용을 줄이지는 않는지도 세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진세근(탐사 2팀장)-20100114목] 여성 만세
천하의 반은 여성이다. 중국은 일찍부터 이를 알아챘다. ‘하늘의 반쪽은 여성이 떠받친다(婦女頂半邊天)’란 선언은 그래서 나왔다.
하지만 선언을 검증해 보자. 연초 중국 외교부는 멍구(蒙古)족 여성인 푸잉(傅瑩·57) 전 영국대사를 외교부 부부장(차관)에 임명했다. 개혁·개방 30년 만에 처음이다. ‘반쪽 하늘’이라는 선언이 무색할 정도다. 문화혁명 직전인 1966년까지 여성 최고위 외교관은 부장 조리(차관보)였다. 제4대 외교부장(장관) 차오관화(喬冠華)의 처 궁펑(龔澎)이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로부터 “그를 대체할 외교관이 없다”는 평가를 들었던 여성이다. 최초의 부부장은 문혁 기간 중인 1974년 7월 임명된 왕하이룽(王海容)이다. 그나마 그는 마오쩌둥(毛澤東) 사촌 형인 왕지판(王季範)의 딸이다. 정실 인사였던 셈이다. 마오쩌둥은 특히 문혁 기간 정실 인사를 즐겼다. 처 장칭(江靑)을 당 최고위직 기구인 정치국의 위원으로 임명했다. 일개 사병이었던 조카 마오위안신(毛遠新)은 일약 선양(瀋陽)군구 정치위원 겸 랴오닝(遼寧)성 당위원회 책임자가 됐다.
당직에서도 여성은 초라하다. 지난해 말 쑨춘란(孫春蘭)이 푸젠(福建)성 서기로 임명됐다. 중국 31개 성(省) 가운데 유일한 여성 서기다. 지방 책임자로 여성을 기용한 건 개혁파 총서기 후야오방(胡耀邦)이 최초다. 그는 1985년 완사오펀(萬紹芬)을 장시(江西)성 서기로 발탁했다. 1949년 신(新)중국 성립 이후 최초의 여성 서기다. 그 전까지는 여성 최초의 성장으로 임명된 구슈롄(顧秀蓮) 장쑤(江蘇) 성장이 최고위직이었다(성 서기는 성장보다 상급자로, 성의 최고 권력자다). 두 사람 이후 2005년 쑹슈옌(宋秀岩)이 칭하이(靑海)성 성장이 되기까지 17년 동안 지방 최고위직에 여성은 없었다. 중앙직의 여성도 가뭄의 콩이다. 감찰부 마원(馬'356;) 부장, 인구계획생육위원회 리빈(李斌) 주임(장관급) 정도다.
우리도 중국을 비웃을 처지가 아니다. 여성 고위직은 손꼽을 정도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돋보이는 이유다. 세종시에 갇힌 정치권은 그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중국은 연초부터 ‘소녀굴기(少女崛起-소수민족과 여성들이 일어선다)’란 말을 쓰기 시작했다. 여성이 약진하는 사회가 선진 사회라는 논리다. 우리는 ‘여성 만세’를 외쳐보자. 여성이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나라 힘도 두 배로 늘어날 테니까.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철웅(논설실장)-20100114목] 이색 의견광고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비상업광고를 의견광고라 하는데, 국내 최초 사례는 1905년 ‘대한매일신문’이 실은 민영환의 죽음을 애도하는 내용의 광고라 한다. 하지만 우리 현대사에 깊이 각인된 의견광고는 역시 유신 치하 동아일보 광고탄압이 촉발한 격려광고다. 백지광고 사태가 나자 시민들은 호주머니를 털어 광고를 내기 시작했다. 1975년 1, 2월 두 달 동안 8000건이 넘는 격려광고가 실렸다. “배운 대로 실행하지 못한 부끄러움을 이렇게 광고하나이다--서울법대 23기 15인 일동”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여백을 삽니다--밥집 아줌마” “작은 광고들이 모두 민주 탄환임을 알라--○○출판사 편집부”…. 광고지면이 뜻밖에 온 국민의 발언대가 된 것이다.
재작년 촛불정국 때도 경향신문 등에는 의견광고가 쇄도했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30여년 전에 비해 세련된 문구들이 등장했다. “잔혹한 지성과 우아한 비폭력으로 2MB를 규탄한다”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한다” “고시가 철회되지 않으면 당신이 철회됩니다”….
어제 ‘한겨레신문’에 색다른 의견광고가 실려 눈길을 끌었다. 제목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서 무슨 기업의 사과광고인가 했지만 그게 아니다. 내용인즉 “총동문회가 연세대 출신인 서정갑이라는 사람을 ‘2009년 자랑스러운 연세인’에 선정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라는 것이다. 광고를 낸 사람은 ‘서정갑을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연세인 일동’으로 돼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극우단체 국민행동본부를 이끄는 서정갑씨가 자랑스러운 연세인에 선정된 건 의외다. 연세대 총동문회에 따르면 서씨의 수상 이유는 1999년 제1연평 해전에서 승리한 병사들에게 전공패를 수여하는 등 군의 위상을 높이고 명예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으며, 주요 국가 사안에 대해 소신 있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지키는 일에 앞장선 것 등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서울 덕수궁 앞 시민분향소 강제 철거를 진두 지휘하고 가스총을 발사한 것에서 보듯 극우 반공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설사 평가할 부분이 있다고 쳐도 이런 논쟁적 인물을 자랑스러운 동문으로 선정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유왕돈(진매트릭스 대표)-20100114목] 함박눈과 눈폭탄
눈이 많이 와 모두들 고생이 심했다. 날씨도 추워 고생이 더 심했다. 쉽지 않은 눈 예보로 누구보다도 기상청 관계자들의 마음 고생이 많았다. 예전 같으면 이처럼 눈이 많이 내리면 어른들의 사정이야 어떻든 어린 아이들과 강아지들은 정말 신나 했는데, 요즘은 눈 많이 내려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파트에서 내려다 보이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보면 방학 중인데도 아이들 발자국이 없다. 개들도 실내에서만 노는데, 애들이 밖에서 뛰놀 리 없다. 아이들에게도 눈은 기상청 관계자나 제설 작업하는 분들의 생각만큼이나 `함박눈`이 아니라 이제 `눈폭탄`이 되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눈폭탄이 한번 내렸더니 집 앞 눈을 안 치우면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그 흔했던 연탄재가 없어서인지, 골목 눈 치우는데 법령까지 필요한 세상이 됐다. 삭막한 세상에 삭막한 법이 될 것 같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말도 무색해 질 것 같다.
법으로 하지 않아도 `교화`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秦)나라는 거대한 대륙의 정치 사회 문화적 통일을 이루기 위해 문자, 도량형, 화폐를 통일하고 사상의 통일까지 꿈꾸며 일체화된 중국을 만들려 했다. 지금 보면 목적과 필요성이 쉽게 수긍이 가지만, 진나라는 효율을 앞세운 법가사상을 중심으로 한 정책 집행으로 중국민족을 태동하게 했음에도 당시의 역사 시대적 평가는 꽤나 비판적이다. 법가사상의 효율은 알았어도 백성 `교화`의 중요성은 모른 탓이다.
어릴 적 은행 창구에 가면 창구 앞이 늘 난리였다. 한쪽 손에 통장을 들고 사람들 틈을 헤집어 가며 서로들 창구직원 앞으로 서려고 그랬고, 버스 정류장에서도 그랬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그랬지만, 법으로 하지 않았어도 언제부턴지 주변에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
나라가 조금만 앞장서 주면 기상나팔 불지 않아도 함박눈이 오면 일어나 모두가 빗자루 들고 집 앞을 쓸 수 있다. 그 기회 삼아 이웃들 얼굴도 보고 안부도 묻자.
같은 눈이 와도 `눈폭탄`을 맞는 세상보다는 `함박눈` 맞는, 아이들 뛰놀고 강아지 뛰노는 정겨운 내 동네가 좋아서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동십자각/장선화(뉴미디어부 기자)-20100114목] 서양도 無爲에 반했는데…
여기 나무들은 전기분자처럼 연결돼 있어. 1만그루도 넘는 나무가 말이야. 이건 정말 놀라워."
외화로는 처음 800만명을 넘어 1,000만명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아바타'에서 하이브리드 생명체를 만드는 아바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학자 그레이스 박사의 대사 중 한 대목이다. 식물학자인 그가 틈나는 대로 판도라 위성의 식물을 채취해 연구하던 중 식물들이 서로 연결돼 영혼을 교감한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확인한 부분이다.
이 영화에는 '첨단기술의 승리다' '영화의 혁명이다' 등 컴퓨터 그래픽기술에 대한 찬사와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패러디했다' '3D 포카혼타스다' '너무 평이하다' 등 내용에 대한 혹평이 뒤섞여 있다.
2시간4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관람객을 잡아두는 영화의 매력이 탁월한 기술력에있든 동화 같은 이야기에 있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그래서 400여년간 지구를 이끈 서양이 동양의 정신과 철학을 되새김질해 세계가 공감하는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환경파괴ㆍ승자우월주의라는 부작용을 낳은 서양 사상을 유지하면서 인류가 지속하는 것은 가능할까'라는 질문의 해답 찾기가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양의 동양사상 연구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카메룬 감독이 도가의 무위(無爲) 사상을 영화에 녹여낼 정도로 그들의 동양에 대한 이해력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그는 인위적인 것을 금하고 자연의 법칙에 따라 행한다는 무위사상을 족장의 딸 네이리티의 입을 통해 전한다.
총칼을 앞세운 지구 침략자들을 무찌를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하는 전사 제이크에게 네이리티는 "에이와 여신은 누구의 편을 들지 않아 세상의 균형을 유지할 뿐이야"라고 말한다. 침략으로 세력을 넓히는 제국주의 전략을 구사했던 서양이 '너와 나, 자연과 인간은 구분되지 않는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는 것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현실로 돌아와 우리 모습을 보자. 4대강 공사를 포함해 전국토의 공사화를 부르짖으며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인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서양을 닮기 위해 우리글이라 자랑하는 한글을 영어 표기용 껍데기 언어로 전락시킨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올 한해는 우리가 누구인지 스스로 물어볼 수 있는 여유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