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기본적 권리와 공익이 충돌할 때 공익을 위해 개인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것이 타당한가? 오늘은 이 까다로운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게 되는 날입니다.
1971년 오늘은 건설부 고시로 서울 외곽지역에 그린벨트가 처음 지정된 날입니다. 그것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슬그머니 관보에만 실어 시행했습니다. 1980년 오늘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교육 정상화 및 과열과외 해소방안’, 즉 7.30 조치를 발표해서 과외를 전면 금지시켰습니다. 앞의 것은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했고, 뒤의 것은 교육권을 침해했지만 둘 다 많은 사람의 박수를 받았던 정책이지요.
그린벨트 정책은 도시의 무분별한 개발과 투기를 막기 위해 시행됐습니다. 토지 소유자들은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반발했지만, 겉으로 내색할 수가 없었지요. 서슬이 퍼렇던,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서울에만 시행했지만, 부산 대구 광주 등으로 점점 확대해 갔지요. 사람들의 불만이 많았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챙겨서 관리근거가 도시계획법 시행규칙에 불과한데도 개정할 때에는 반드시 사전 재가를 받게 했습니다.
국보위의 7.30 정책은 저도 옛 기억이 선합니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학원에 가려고 준비하다가 갑자기 학생들은 학원에 갈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황당하기도, 좋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당시 문교부는 중고생 과외금지와 함께 대학 본고사 폐지, 대학정원 증원, 졸업증원제 등을 실시했지요. 지금이라면 주요 언론들과 학원기업들이 나서서 극렬 반대를 했겠지만, 당시로서는 아무도 반발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두환 장군의 독재시절, 목숨이 두 개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두 가지는 독재자가 추진한, 진보적이고 공익적인 정책이었습니다. 수혜자들의 이익은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이익당사자들의 눈앞 피해는 큰 정책이었습니다. 그래서 민주절차에 따라서는 추진하기 어려운 정책이었고, 민주화에 따라 반대목소리가 커지기 마련이었지요. 두 정책은 독재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오래 갈 수가 없었던 걸까요?
김대중 대통령은 춘천, 청주, 전주, 여수, 진주, 통영, 제주 등 ‘그린벨트’의 의미가 빛바랜 중소도시에 대해서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한다며 그린벨트 해제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고, 차곡차곡 해제하고 있지요. 둘의 차원은 다를지라도 그린벨트는 이제 옛 단어가 돼 가고 있습니다.
과외금지의 해제는 개인적으로는 안타깝습니다. 일부 부유층의 비밀과외가 확산되고 대학생들의 ‘몰래바이트’가 번져나가자 2000년 4월27일 헌법재판소가 ‘1980년 과외금지조항이 위헌’이라고 판결했지요. 그리고 다시 사교육이 시작된 이후 해악은 지금 보시는 것과 같고요. 저는 대한민국 온갖 부패의 뿌리가 과외에 있다고 봅니다. 공교육의 붕괴도, 강남 집값의 폭등도, 뇌물수뢰의 첫 단추도, 사회갈등의 뿌리에도 ‘사교육’이 똬리를 틀고 있지 않은가요?
저는 두 ‘7.30 정책’이 우리 사회의 ‘진보 대 보수’, ‘독재 대 민주’, ‘좌 대 우’의 대립이 선악(善惡)의 개념으로 단순치환돼서는 안 되는 증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참 어렵습니다. 지금 누군가 그린벨트 부활과 사교육 금지를 추진한다면 과연 박수를 칠 수 있을까요? 세상살이와 정치에는 딱 부러지는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공부가 부족한 저로서는 많은 질문의 정답을 알기가 힘듭니다. ‘오늘의 소사’는 참 어려운 문제를 던지네요. 두 7.30 정책,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