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작가 김수현 SBS 드라마 ‘그래 그런 거야’ 촬영장 화제
지금 중구 대흥동 관사촌에 그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병원 건물이 아담하게 들어섰습니다. 지나가는 이들은 “언제 여기에 병원이 들어섰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네요. 병원 이름은 ‘유내과’입니다.
[대흥동 관사촌에 마련된 드라마 ‘그래 그런 거야’ 촬영장]
유동인구도 별로 없는 이곳에 병원을 지은 이는 SBS 방송국입니다. 겉은 그럴싸한 병원이지만 정작 문을 열고 들어서면 기대했던 병원 시설과는 차이를 보이는데요. 드라마 세트로 지어진 까닭입니다.
‘유내과’를 필두로 대전 시민들에게 의미 있는 문화유산으로 기억되던 대흥동 관사촌이 전 국민의 안방극장에 떴습니다. 지난 2월 13일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김수현 작 ‘그래 그런 거야’(제작사 삼화네트웍스, 연출 손정현)를 통해서인데요. 제작진들이 관사촌을 점찍게 된 뒷이야기부터 풀어볼까요?
드라마 제작진이 한 눈에 반한 촬영 후보지
드라마에서 장소를 찾아 전국을 다니는 스태프를 로케이션 매니저라고 합니다. ‘그래 그런 거야’ 로케이션 매니저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이순재・강부자 부부와 삼남 홍요섭・김해숙 부부가 살 ‘아담한 양옥집, 그리고 바로 옆 병원’이었습니다. 실내 촬영이 이루어지는 서울 세트장에서 너무 떨어져 있으면 촬영 여건 상 어려운 점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주어진 이동시간 한계는 1시간 30분, 지역으로는 청주까지였다네요. 그 이상 이동시간이 길어지면 촬영 여건 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런데 천안과 청주에서 촬영지 찾기에 실패한 매니저들은 차선책으로 대전까지 후보지를 확대하고, 7일 동안 대전에 머물며 골목길을 이 잡듯 뒤졌습니다. 그 때 그들의 눈에 들어온 관사촌, 매니저들은 무릎을 쳤습니다. ‘세상에, 이런 골목이 아직도 남아 있다니!’
[대흥동 관사촌에 마련된 드라마 ‘그래 그런 거야’ 촬영장]
물론 그 곳에 병원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수십 년 된 가로수길과 아담한 주택이 어울려 있는 골목길을 대한민국에서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니까요. 골목 입구에 2층 양옥집이 자리잡고 있었고, 더불어 운이 트였는지 바로 그 옆에 병원을 지을만한 공터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관사촌 풍경은 즉시 방송국 제작진들에게 사진으로 전송됐습니다. 제한 이동시간이 30분 더 길어졌지만 바로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관사촌은 그리 만만한 동네가 아니었습니다. 병원세트장을 공터에 짓기 위해서는 5호 관사 담장을 10여 m 헐어야 했거든요. 관사촌은 지난 2004년 등록문화재 제101호로 지정돼 담장하나 손 댈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제작진들의 고민이 깊어질 무렵, 대전시의 활약이 시작됐습니다.
대전시 전폭적인 지원으로 완성도 높은 세트장 완성
대전시 문화심의위원과 문화재전문위원들은 5호 관사의 담장을 허무는 것에 난색을 표했습니다. 실무를 맡고 있던 김경중 주무관은 제작진들로부터 완벽한 원상복구를 약속받고 이미 수리한 흔적이 역력한 담장을 보여주며 문화심의위원과 문화재전문위원들을 설득했습니다. 넘어야 할 산은 또 있었습니다. 바로 양옥집 주인의 허락을 받아내는 일이었는데요. 양옥집 담을 옮기고 집 내부에는 옥상이 있는 창고세트를 지어야 했습니다. 처음엔 완강히 거절하던 양옥집 주인도 거듭된 실무 공무원의 읍소와 설득에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두 개의 어려운 산을 넘게 되자 세트장 건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별에서 온 그대’ 세트팀이 투입돼 세월의 흔적이 쌓인 동네 분위기에 걸맞는 병원과 옥상이 있는 창고가 지어졌습니다.
첫 촬영은 지난 1월 9일 아침시간부터 시작됐습니다. 어둠이 물러가지 않은 새벽시간, 연기자와 스태프들이 대거 대전으로 모여들었습니다. 크레인을 장착한 차가 골목길로 들어서는가 했더니 뒤이어 ‘촬영’이라는 표지를 붙인 대형차량들이 줄줄이 들어섰습니다. 이미 8회 차 대본이 나온 상황이어서 대전 촬영분을 몰아서 찍느라 촬영은 저녁 늦게까지 진행됐습니다.
[대흥동 관사촌에 마련된 드라마 ‘그래 그런 거야’ 촬영장]
첫 장면은 양옥집 창고 옥상에서 도우미 아주머니가 빨래를 터는 것이었는데요. 소품담당은 어느 사이 빈 빨랫줄에 이불빨래를 주렁주렁 걸어놓았고, 도우미로 분한 연기자는 방망이를 든 채 사인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촬영감독이 크레인에 오르자 본격 촬영이 시작됐습니다.
스타작가 김수현의 야심작 60부 3대 가족 이야기
‘그래 그런 거야’는 총 60부작으로 기획된, 언어의 마술사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입니다. 토·일요일 저녁 8시 45분 방영하는 가족드라마로, 이순재・강부자・김해숙・노주현・양희경・송승환・ 홍요섭・임예진・정재순・김정난・윤소이・조한선・서지혜・신소율・남규리 등 명연기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스타 탤런트들이 모여 3대 가족이 겪는 일상과 재미를 엮어나가고 있습니다.
[SBS드라마 ‘그래 그런 거야’]
2014년 이후 좀처럼 브라운관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가 주말 시청자를 어떻게 쥐락펴락할지 방영 전부터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동안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스튜디오를 비롯해 대전시 곳곳에서 드라마나 영화촬영이 빈번하게 이루어져 왔지만, 이번 ‘그래, 그런 거야’ 경우처럼 7개월 여에 걸쳐 방영되는 대형 드라마 촬영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대전시는 대전의 역사문화명소인 관사촌이 전 국민에게 알려지는 좋은 기회라고 보고 드라마 촬영에 적극적인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장기간에 걸쳐 드라마가 촬영되는 만큼 보조출연자를 대전에서 구하도록 하는 한편, 제작진들이 촬영장 인근 숙박시설과 식당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김경중 주무관은 “그래 그런 거야의 대전촬영이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 드라마 장소 섭외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합니다.
한편 대전시는 지난해에도 영화 ‘그놈이다’, ‘마차타고 고래고래’ 등 8편의 영화를 지원했는데요. 대전시의 영화, 드라마 촬영제작 지원사업은 지역 내 소비액의 30%, 최대 5,000만 원까지 지원해주는 제도입니다.
인터뷰
[돌출인터뷰] 일식집 경영 차남 유경호 역 송승환
“성격 급한 제가 늘 일을 벌이지요”
지난 1월 9일 대전 첫 촬영현장에서 탤런트 송승환 씨(59)를 만났습니다. 난타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두드리는 PMC 프로덕션 예술총감독이자 2018 평창동계 올림픽개폐회식 총감독으로 선임된 송승환 씨는 이번 드라마에서 일식집을 경영하는 차남 유경호 역을 맡았습니다.
“극 중 제가 맡은 역은 성격이 활달한 둘째입니다. 형(노주현)과 동생(홍요섭)은 모두 느린 타입이라 성격이 급한 제가 늘 일을 벌이지요.”
송 씨는 그런 성격을 번개머리 스타일로 표현했다며 웃었습니다.
‘목욕탕집 남자들(1995년)’과 ‘무자식 상팔자(2012년)’에 이어 김수현 드라마에 합류한 송씨는 “촬영장이 서울 경기지역이 아니어서 연기자 입장에서는 이동시간이 달갑지만은 않지만 드라마 분위기와 꼭 맞는 운치 있는 동네여서 드라마가 한층 더 살아날 것 같다”며 “김 작가의 드라마는 쉼표 하나 음절 하나 그대로 안하면 맛이 안 나기 때문에 연기자들은 틈만 나면 대본을 들고 대사를 완벽하게 외워 자기 것으로 소화한 뒤 촬영에 임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대전은 공연 등으로 잠깐씩 들렀던 도시였는데, 장기간에 걸쳐 드라마를 촬영하게 되면서 앞으로 더욱 친근감을 느끼게 될 것 같다”는 송씨는 “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인 만큼 대전 시민들이 더욱 애정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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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사촌
지금 대흥동 관사촌은?
옛 충남도 관사촌에는 1930년 대 건물 6개동, 1970년대 건물 4개동 등 총 10개동의 관사가 밀집돼 있다. 10개 동 중 도지사공관은 시문화재자료로 지정됐고, 인접한 2,3,5,6호는 국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습니다. 대전시는 올해부터 대흥동 관사촌을 평일은 물론 주말과 공휴일, 국경일에도 개방하고 있는데요. 시설를 관람하는 것은 기본이고, 소규모 공동체 모임이나 회의장소로 대관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평일과 토요일, 국·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관람과 대관이 가능합니다. 주말과 휴일에는 문화관광해설사가 관사촌의 스토리와 건축물에 대해 설명을 해줍니다. 문의전화 042-270-6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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