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체육진흥회 게시판에서 김태호 교수님 글을 옮겨왔습니다.
건강과 우정을 다진 만추(晩秋)의 걷기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주말을 동호인들과 걷기로 즐겼다. 토요일(11월 15일)은 천안의 천사걷기 회원들과 병천에서 삼방천을 거쳐 흑성산 자락에 이르는 20km 코스를 걸으며 애국선열의 태생지를 돌아보고 독립기념관 주변의 아름다운 단풍나무 숲길을 살폈다. 일요일(11월 16일)에는 한국체육진흥회 회원들과 산책로가 잘 다듬어진 강동구의 일자산과 고덕산 일원의 서울 둘레 길을 13km쯤 걸었다. 참가자는 천사 걷기에 15명, 둘레 길 걷기에 20명. 건강을 다지고 우의를 증진시킨 걷기행사를 마련한 주최 측과 기쁜 마음으로 참여한 회원 모두의 건승을 빌며 양일의 걷기 내용을 간추린다.
1. 천안에서 되새긴 애국의 기상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갖는 천사 걷기는 이번으로 38회 째다. 서울의 참가자들이 용산역에서 오전 9시 4분에 출발하는 급행전철을 이용하여 천안역에 도착하니 10시 35분, 대기 중인 차량에 올라 병천의 유관순 기념관 쪽으로 이동하니 11시가 지났다.
유관순 생가와 조병옥 박사 생가를 거쳐 병천 아우내 장터에 이르는 6km가 오전 걷기 코스다. 먼저 들른 곳은 유관순 생가,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유관순 생가길의 작은 초가집이 아담하게 꾸며졌다. 1902년 12월 16일에 태어나 1920년 9월 28일에 순국한 열사의 짧은 삶은 100년이 지나서도 겨레의 가슴에 선연하게 살아 있다.
그곳에서 가까운 병천면 용두리에 조병옥 박사의 생가가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초대 내무부 장관을 지내고 1960년 야당인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가 선거를 한 달 앞둔 그해 2월 15일 치료차 건너갔던 미국에서 급서한 대한민국 건국초기의 걸출한 정치인의 생가를 돌아보는 감회가 별다르다.
그곳에서 나와 3.1독립운동의 함성이 울려퍼진 아우내 장터에 이르니 12시 30분, 즐비하게 늘어선 순대국밥 식당가의 맛집에 들러 걸쭉한 막걸리와 쫄깃한 순대국밥으로 점심을 맛있게 들었다. 식사는 더치 페이, 술은 주최 측 대접이다.
오후 코스는 아우내 장터에서 삼방천을 거쳐 독립기념관에 이르는 천변 길, 가는 길목인 병천면 가전리에 임진왜란 때 진주대첩을 이끈 충무공 김시민의 유허비가 있다. 그의 탄생 450주년을 기려 2004년 9월 23일에 세운 것이다. 유허비를 살피며 천안에서 가까운 아산이 충무공 이순신의 고향인 것과 겹쳐 이 지역이 애국선열과 독립지사들의 배출지인 것을 새겼다.
약 8km를 걸어 독립기념관 입구에 이르니 주말을 맞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붐빈다. 겨레의 얼, 한국의 빛이 담긴 기념관은 이전에도 돌아본 터, 고재경 회장은 독립기념관 주변을 일주하는 4km 거리의 단풍나무길이 절경이라며 그쪽으로 인도한다. 진홍으로 물든 단풍 길도 아름답거니와 가는 길목에 있는 조선총독부 철거부재 전시공원에 옮겨온 총독부 건물의 부재들이 아픈 역사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예정된 코스를 다 걷고 나니 오후 5시 20분, 고재경 회장이 그냥 헤어지기 서운하다며 천사걷기 사무실 쪽에 막걸리와 순두부, 김치 등을 차려 놓고 일행을 안내한다. 호의에 감사하며 맛있게 들고 일어나니 다음날 서울의 일요걷기 때 맛보라며 막걸리와 두부를 푸짐하게 싸준다, 6시 24분에 출발하는 용산 행 급행 전철에 몸을 싣고 올라오는 일행들의 표정이 밝다.
2. 면학과 겸손을 일깬 일자산과 고덕산길
일요일(11월 16일) 오전 10시, 지하철 5호선 올림픽 공원역에 일요걷기 참가자 20명이 모였다. 지방에 거주하느라 일요걷기에는 처음으로 참가하였는데 아는 얼굴들이 많아 반갑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선상규 한국체육진흥회장의 코스 소개를 들은 후 인도를 따라 걷기에 나서니 얼마가지 않아 호젓한 산길로 접어든다. 산 이름은 일자산으로 강동구 둔촌동과 하남시의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구릉을 따라 걸어서 전망 좋은 언덕에 이르니‘둔촌 선생이 후손에게 이르기를'이란 글귀를 새긴 입간판이 눈에 띈다. 그 중 한 구절, 독서는 어버이의 마음을 기쁘게 하느니 시간을 아껴서 부지런히 공부하라 자손에게 금을 광주리로 준다 해도 경서 한 권 가르치는 것만 못하느니라. 높지 않은 산 양지바른 곳에 들어선 공동묘지가 아담하게 꾸며져 친근한 느낌이 들기도.
서울 둘레 길로 이름 지은 흙길이 부드럽고 고덕산길에서 접한 산 이름이 흥미롭다. 고덕산은 낮은 야산이고 원래 이름이 없었다. 고려가 망하자 석탄 이양중이 관직을 떠나 이 곳에 은거하였는데 후일 그의 고매한 인격과 덕성을 기려 고덕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 뜻이 좋은 산 이름을 가슴에 새기며 이에 걸맞는 삶을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걷는 길의 정자에서 맛본 천안의 막걸리와 두부, 정영달 씨가 가져온 김장김치가 일품이고 손님이ㅣ 많아 자리 얻기가 쉽지 않다는 손칼국수 집의 점심도 맛이 좋다. 회원들이수시로 내놓은 간식도 푸짐하여 입이 쉴 겨를이 없구나.
천마산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 걷기를 마칠 즈음 체육진흥회 홍순언 이사가 아침 지하철에서 인상 깊어 적었왔다며‘한번 맺은 인연'이라는 시를 낭송한다. 복사하여 나눠주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기에 이를 자유게시판에 올리겠다고 약속하였다. 걷기로 맺은 인연, 건강을 지키고 신의와 우정을 쌓았으면.
한번 맺은 인연
오늘 목마르지 않다하여 우물에 돌을 던지지 마라.
오늘 필요하지 않다하여 친구를 팔꿈치로 떠밀지 마라.
비올 때만 이용하는 우산처럼 사람을 필요할 때만 이용하고 배신하는 행위를 하지 마라.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간직해야 오래도록 필요한 사람으로 남게 된다.
내가 등을 돌리면 상대는 마음을 돌려버리고 내가 배신하면 상대는 무시하는 태도로 변한다.
만남은 소중해야 하고 인연은 아름다워야 한다.
밉게 보면 가시요 곱게 보면 꽃이라 우리는 그렇게 살자.
네 시간여 걸은 거리는 13km로 길지 않은 편, 거리에 비해 산자락을 오르락내리락하여서인지 다리가 제법 뻐근하다. 연 이틀 쾌적한 날씨에 아름다운 경관, 맛있는 음식이 참여한 이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지역에 서린 역사와 문화를 익히는 유익한 걷기에 함께한 것을 기뻐한다.
첫댓글 글로 잘 표현된 걷기 후기를 보기도 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