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저문 도시 외2
홍인숙
노을 붉은 산등성이에 올라
저무는 도시를 바라본다
한낮 태양을 반사하던 유리창마다
하나 둘 불빛을 달면
도시는 하늘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허기진 빌딩 숲
사각의 방마다
별처럼 매달려 있는 인생의 순환
별은 어디에나 흩뿌린다
암흑의 하늘에도
해 저문 도시에도
우리 길 잃은 가슴에도.
잠든 바다
멀리
고깃배 한 척 머리에 이고
바다가 잠들었다
갈증으로 펄떡이던
지느러미를 접고
하루를 보듬어 큰 눈을 감았다
어둠도 고요히 눈부신 빛이거늘
적막 속에 평온함도 행복이어라
불면의 잠도 반가운 밤
바다가 뒤척인 파도에
보고픈 얼굴 하나 숨겨놓았다.
축복의 관점
특별히 잘 살았다고도 할 수 없고
특별히 성공했다고도 할 수 없고
평범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평범한 남자와 만나
보통의 아이들과 함께
남에게 부러움 산 일도 없고
남을 부러워 한 일도 없이
그저 그런 삶을 살아온 것도
회오리바람 같은 세상에서
얼마나 큰 축복인가
한 발자국씩 내딛을 때마다
낯설었던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이제 살짝 삶의 미소를 보았는데
남은 날도
그저 그렇게
그저 그런 나날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평범히 살다 갈 수만 있다면
그 또한 크나큰 축복일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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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인숙 프로필 >
Grace Hong/시인 <한맥문학>등단/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원/ 샌프란시스코 한인문학인협회 시분과 회장 역임/ 샌프란시스코 한인문학인협회 공로상 수상/ WORLD KOREAN NEWS 이민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수상/ 시집 <사랑이라 부르는 고운 이름 하나> <내 안의 바다> <행복한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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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숙/미주작가작품 초대석-한국신춘문예 2023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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