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정말 맘에 들어요.
입춘이 지났다고,글쎄 별로 춥지도 않고.
아침나절엔 내내 창문으로 따스한 햇님이 온방을 환하게 비춰 기분좋게 하더니
지금은 운치있는 흐린날의 촉촉함이네요 ^^ 나가야지이..
그림자 없고 시간이 멈춘듯한 흐린날이 좋은건, 석양무렵 동구밖 내다보시던 왠지 쓸쓸한 할머니가 생각나서일 거예요.
신비한 동양화 그림속 같기도 하고..
작년 국화와 그 다락방 시절의 그 맘을 한쪽으로 치워놨던 저를 발견하게 되는군요.
봄과 함께 또다시 새록새록 할것임을 압니다 (^^).. 계속되는 감기와 성장통때문에...
지난주 일요일엔 옥천에 다녀왔어요.
하루종일 운전에 매연으로 기관지가 많이 상한 남편에게 천연식품으로 도움을 주고자
무조청(무엿)을 주문했는데, 주문폭주로 이달 말께나 되어야 배송이 가능하다해서 직접 갔다온거죠.
가마솥장작불로 만든 찜질방까지 있다해서 아예 준비를 확실히 하고 여차하면 일박할 생각도 했어요.(아싸~)
하루에 버스 세번만 들어가는 곳이라 차를 놓칠수도 있기도해서.
시외버스로 옥천까지 2시간 가서 다시 보은행버스로 30-40분 들어가야했는데
옥천에 내리자마자 든 생각은 빨리 서울로 돌아가고 싶었단거.
멀미때문이기도 했고 뭐하나 눈길끄는데 없는것이
시골도 아니고 도시도 아닌 뭐하나 명확하지않은, 공기마저 별로였던 나른함때문이었어요.
역시 먼길 오기엔 아직 무리네 요런 생각이 없어진 건
장계란 지명을 보며 대청호 주변의 벚나무길을 내달리면서였지요.('다음'에서 옥천여행:1박2일보다 더 야생스런- 둔주봉 검색해보세요^^)
생각보다 소박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곳이란 느낌이 들었고
도착하자마자 주인장께서 내주신 온갖 과일에 떡에 무조청에,,, 푸지근한 인심에 그야말로 뿅~이었답니다.
전화하면 역까지 차를 보내주었을것을, 우리집에 오면서 왜 또 점심은 먹구왔냐, 천천히 푹쉬고 가라,
우리집에 물건 사러 오셨으니 식사와 잠은 걱정마라 그러시며
읍네에서 냉면아닌 올갱이국으로 점심 먹구 갔는데도 식구들과 같이 한상에서 떡만두국을 또 주시는 !^^
( 옥천냉면이 충북 옥천이 아니라, 남양주 옥천면의 그것이었단것도 이제야 ..)
장작때는 소리랑 냄새에 취해 한잠 뜨끈한데서 지지고
주인아저씨의 안내로 건너편 전통한옥집 구경도 하고, 소들 여물 먹는것도 구경했습니다.(울 신랑처럼 밥도 잘먹네, 이래가며)
집집마다 묶여있는 개들이 어찌나 반가워하던지..(다음생엔 꼭 사람으로 태어나라 축원해주고..)
공기가 정말 맛있어서 하룻밤 신세 좀 질까했는데(진짜 몸과 마음이 다 날아갈 것 같았어요)
아무래도 혼자인데다 무료숙식이 부담스러워, 다음을 기약하며 잔뜩 싸주신 무우랑 무청시래기 삶은거랑 짊어지고 올라왔습니다.
평생 농사만 지으며 세명의 아들들한테 공부도 잘 시키지 못한 미안함이 있었는데
이제 다 짝을 이루었고, 무우 조청으로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일거리를 찾은데다가
무엇보다도 세 딸이라고 소개하며 며느리를 잘 얻어 행복하다고, 이제 돈 많이 벌면 어려운 사람 돕겠다고 한
그 아주머니네 가족은 진짜 사람 사는듯이 살고계신 듯해 부럽기도하고
목마르던 제마음을 따뜻하고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지요.
내일도 단체로 여섯명이 머물다 가기로 했다며
처음 본 제게, 주인 아주머니 뿐 아니라 식구중 누구 할 것 없이 더 머물기를 청하며 곁을 주시는 것이
아무리 기업 홍보겠거니 깎아내려 생각해봐도 그 자체를 기쁨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
이것이 우리의 정이겠거니 흐믓했구요.(마을 어귀에 보니 예의바르고 정 많은 동네임을 알리는 기념비(?)도 있데요)
속내는 다 들여다보지는 못했어도 너무도 잘자라준 아들 내외를 보며
가족이 재산이란 것과
가마솥불지피는 시골집에 살고 싶단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된 하루였습니다.
피곤도 하고 팔도 아팠지만, 마음은 계속 감탄하고 있네요...
첫댓글 온맘이 묻어나시는데요^^ 저도 델꾸가주시지~~ 저도 또 떠나야 할것같은데요^^
저번주는 사람에 대해 실망하는 한주였습니다. 그동안 내 길을 돌아보며, 열심히 해봐야 소용없고 잘해봐야 소용없다는 진리를 깨달은 한주였거든요^^ 직장이란 곳은 오래다닐 곳은 못된다는 것도 알았드랬습니다.... 주희님께서 가셨던 그곳엘 저도 갔다면 제가 느꼈던 인간에 대한 차가움을 따뜻하게 덮어주고 왔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부럽습니다. 그곳까지 가셨던 그 열정과 사랑이...이따 알려주삼^^
와~ 먼길 다녀오셨네요... 분명 그 주희님의 친화력 덕분에 주인 아주머니도 기분 좋게 다 퍼주셨네요ㅋㅋㅋ 부럽사와요~
전원일기의 김이 모락모락 나는 풍경이 그려집니다. *^^* 훈훈함이 여기까지 전해오네요. 아.. 전 지금 출발합니다. 보고파요~~!
혹 가시고 싶은 분을 위하여, 옥천 무조청 또는 도이농원을 검색하심 바로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다시 생각해보니, 걍 놀러 오라고도 하신 것 같네요^^ 무조청 구매와는 상관없이...(그렇게 말해도 왠지 구매를 해야할 것 같은)
그곳 경관은 그저 그래서 특별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기 하나는 정말 좋고 대청호끼고 가는 길이 아름답고 욕심을 더 부리자면 장계관광지나 둔주봉, 용암사를 돌아볼수도 있겠죠.^^ 제가 본 한옥은 보통 집였는데, 보은 장안면 99칸 한옥의 주인의 처갓집에서 지어준 것이라네요. 관리가 제대로 되어있지않아 쪼금 속상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