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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를 보면서 연신 헛바람을 불어대며 오카리나 연습을 한다.
그래, 어제보다는 더 나을거야.. 혼자 칭찬도 해가면서.. '얼굴' 악보에는 내림표가 있어서 '시,라'는 반음이란다. 반음이 뭔지.. 선생님 저는 반음이 뭔지 모르는데 어떡하죠? 수업시간에 씩씩하게 모르노라고 얘기했더니 다들 바라만 본다. 뭐가 잘못됐나? ... 그래도 모르는걸 모른다하지 어떡해?
지난 토요일엔 바람잡이님께서 혼자 '꽃밭에서"를 부르라고 추천하셨다. 열심히 연습했었는데.. 역시 무대체질은 아닌게 분명하다. 어떡하나.. 걱정으로 볼살이 조금 빠진것 같기도 하고.. 이대로 가다간 토요일 음악회때는 쓰러질 것 같다.
아이들이 말만 배우고 나면 피아노 학원으로 보냈다. 우리 아이들은 음악과 친해지게 하자는 욕심이 앞서서였다. 상우가 노동환 교수님께 기타를 배우게 된것도.. 음악과 친할 기회가 없었던 내겐 음악이 또한 콤플렉스였다. 저사람은 어쩌면 저렇게 클래식을 많이 알지?
음악을 느끼기도 전에 곡과 제목부터 외우느라 바쁘던때도 있었다.
오카리나를 배우며 문득 지원이가 초등학생이었을때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새벽길님의 집에 놀러갔더니 지윤일 위해 피아노를 들여 놓았더랬다. 우리 지원이도 피아노 학원을 몇년 다녔으니 웬만한 곡쯤이야 ~ 호기있게 지원일 피아노 앞에 앉혔고 '엘리제를 위하여'를 신청했었다. 하필 엘리제를 위해서라니.. 그런데 ... 웬걸~ 딸애가 중간중간에 생각이 안난다며 끝마치지 못했다. 어쩜.. 나는 왜 그리도 불같이 화를 냈던걸까? 너무나 화가나고 실망하여 좋은시간을 망치고 말았다. 나는 내 딸에게 왜 그런 상처를 주었던걸까? 콤.플.렉.스. 범인은 그거였다.
이제야.. 어이없게도 나는 이제야 악보가 없으면 연주를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상우에게 더듬더듬 악보읽는법을 배운다. 다행히도 상우가 유순하여 엄마가 이해 못하는 곳을 잘 가르쳐준다. 아침이면 마당에 가서 원껏 큰소리로 연습을 한다. 뒷산이 시끄럽다고 등 떠밀기 전까진 아침마다 오카리나는 내 친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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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ㅋㅋㅋ 열공! 열씸히 연습하여 하동여고 음악선생님으로부터 자유롭기를ㅋㅋㅋ
난 왜 자꾸 우스운지, 원, 참.이십년 넘도록 선생님 했던 경험을 잘 되세기시길.
어딘가에 몰두한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아침마다 오카리나로 잠자는 풀빛들을 부르는 인사..
참으로 고운 전경인 듯 합니다..
열공하는 모습이 넘~넘~귀엽답니다^^ 열심상우에게 야단맞으면서 저도 그 콤플렉스극복중이랍니다~~
앙~~~~~~~~귀여운 우리선생님~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