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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01
S#1. 들판 (밤)
인적 끊긴 들판에 끝없이 펼쳐진 메밀꽃밭.
찬 달빛 받은 흰 메밀꽃 처연하다.
흔들리는 메밀꽃밭 한 가운데 장검 한 자루 적막하게 꽂혀 있다.
녹슬고 무뎌진 칼날과 이끼 낀 손잡이가 세월의 흔적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 위로,
삼신E : 사람의 손때나 피가 묻은 물건에 염원이 깃들면.. 도깨비가 된단다..
숱한 전장에서 수천의 피를 묻힌 검이 제 주인의 피까지 묻혔으니 오죽했을까..
그때 어딘가에서 날아온 흰나비 한 마리, 검 손잡이 위를 맴돌다 사뿐히 앉는다.
그 순간, 웅- 웅- 검이 울기 시작하더니 점점 이글거리는 푸른 불꽃으로 화하는 검!
신E : 오직 도깨비 신부만이 그 검을 뽑을 것이다.
검을 뽑으면 무로 돌아가 평안하리라.
카메라, 천상의 존재 비추듯 보름달 휘영청 뜬 하늘로 향하면,
S#2. 시장통 (다른 날 낮)
12월. 재래시장 한구석.
시금치며 시래기 등 깔아놓고 푸성귀 다듬고 있는 백발의 노파(삼신)다.
푸성귀와 함께 팔고 있는 싸구려 머리핀,
앤틱한 척 하는 조악한 탁상거울 몇 개, 빗 등등 사이에,
반짝 빛나는 옥가락지 하나.
삼신 : 고약한 신탁이 아닐 수 없었지.. (시선 들어 누군가 보며) 그렇게 불멸로 다시 깨어난 도깨비는
이 세상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으며 지금도 어딘가, (빡!) 왜 웃고 지랄이야 썩을 것이.
보면, 좌판 앞에 쭈그리고 앉아 노파의 이야기 재밌게 듣고 있는 여자(은탁모), 은탁모 빨간 목도리 하고 있다.
은탁모, 삼신 놀리듯 웃으며,
은탁모 : 지금도 어딘가에서 신부를 찾고 있는데 그 신부가 바로 나다, 그럴라고?
삼신 : 내가 이래봬도 소싯적에 남자 여럿 울렸다. 괜히 담에 왔다 이 할망구 어디 갔나 놀라지나 말어.
은탁모 : 부럽다. (싸구려 머리핀 들어 머리에 대보고)
삼신 : 내가 노망이다. 미혼모 앞에서 할 자랑이 아닌데.
은탁모 : (눈 흘기고) 치 못됐어. (머리핀 내려놓고)
삼신 : 시금치 값 깎아줘 배추 값 깎아줘 내가 뭐가 못됐어. 너 버린 그 새끼가 못됐지.
은탁모 : 그건 또 그러네. (배시시 웃고) 근데 그 얘기 너무 슬프다.
삼신 : 슬플 것도 쌨다.
은탁모 : 지독히 낭만적인 저주잖아요. 죽기 위해 신부를 찾아야 한다는 게.
신 못됐다. (좌판 일각의 옥반지 집어 들고 구경)
삼신 : 신은 원래 못 됐어. 질투 많고 이기적이고 지만 알아 지만.
은탁모 : ..어떤 놈이랑 똑같네. (옥반지 원래 자리에 내려놓으며) 그만 갈게요. 많이 파세요.
담에 왔을 때도 꼭 계시고. (웃으며 일어서려는데 손목 확 잡힌다! 놀라 보면)
삼신 : (좀 전과는 다른 묘한 눈빛으로) 생사가 오가는 순간이 오면 염원을 담아 간절히 빌어.
혹여 마음 약한 어느 신이 듣고 있을지도 모르니.
은탁모 : ?!!
S#3. 외국/ 거리 노점 (다른 날 낮)
거리 노점에서 샌드위치 집어 드는 한 남자,
테일러드 수트에 행커치프, 고급 가죽구두, 완벽한 모습의 김신이다.
옆의 한 금발남, 복권 몇 장씩 사는 중이다.
김신 : (샌드위치 값 계산하며, 금발남 쪽은 보지도 않고) 바보짓이다 노란머리 김서방.
그대의 인생엔 일확천금의 운 따위 없다.
금발남 : ? (선명한 외국어에 도깨비 보면)
김신 : (가판대 훑으며) 이럴 시간도 없고. 이거.
(마지막 하나 남은 스타킹 집어 건네며) 왼쪽. (하고 가는)
금발남 : ?? (얼결에 받고, 멀어지는 김신 뒷모습 보다, 왼쪽으로 돌면!)
급히 뛰어오던 한 여자, 휙- 보드 타고 지나가는 10대 소년 피하려다 높은 힐 탓에 넘어진다.
스타킹 엉망 된 여자와 눈 마주치는 금발남,
금발남 : !! (손에 든 스타킹 보고, 다시 김신 간 쪽 보면)
이미 사라지고 없는데..!
S#3-1. 외국/ 이국적인 거리 (낮)
쨍한 이국의 햇살이 옛 정취(1960년대)가 그대로 남아 있는 블록에 부서진다.
선글라스 쓴 채 샌드위치 들고 뚜벅뚜벅 화보처럼 걸어가는 김신.
S#4. 외국/ 고급 주택가 (낮)
샌드위치 든 채 어느 고급 주택 계단 아래 서 있는 김신.
닫힌 문 뚫어져라 보는데
문 벌컥 열리더니 야구모자 푹 눌러 쓴 한 소년(한국인),
큰 가방 둘러멘 채 도망치듯 계단 내려오다 김신과 쿵 부딪힌다.
그 반동으로 드러난 소년의 얼굴. 방금 터진 입가와 오래된 멍, 구타의 흔적 역력하다.
도깨비 : 나라면 추천하지 않겠어. 지금 집을 나가면 지금보다 더 못한 삶을 살게 돼. 다신 엄마를 못 볼 거고.
소년 : (!!!) 당신 뭐야..!! 한국 사람이야?
김신 : 보다 복잡한 사람이야. (하며 테라스의 화분 하나 문 바로 앞 계단 가운데로 옮겨 놓더니)
이제 니 차례야. 또박또박 얘기해. 입양했으면 당신은 내 아빠라고. 그러니 널 잘 키우라고.
엄마에게도 얘기해. 도와달라고. 아프다고.
소년 : 무슨 개소리야..! 비켜!
김신 : 그렇게 그어서는 죽진 않고 손만 못쓰게 되니까 참고하고.
소년 : !! (반사적으로 왼손 가리고, 긴팔인데 어떻게 알았지? 싶은 눈으로) 당신 누구야..!
도깨비 : 눈 피하지 말고 또박또박. 할 수 있어?
소년 : 그러다 맞아 죽으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도깨비 : 그래서 갈비뼈 부러뜨려 줬잖아.
소년 : ?!!
그때, 문 벌컥 열리고 험악한 얼굴의 백인남자 소년 향해 “너 이 새끼!” 고함치며 나오다
화분에 걸려 계단 아래로 우당탕 구른다.
윽- 갈비뼈 부러져 가슴께 잡고 고통스러워하는 백인남자.
소년 : !!! (그 모습 보고 놀라 도깨비 보면)
도깨비 : 이건 도시락. (들고 있던 샌드위치 주고) 얘기 끝나면 학교 가.
수학 17번 문제 답은 2가 아니고 4야. 오늘 시험에서 그거 하나 틀리길래.
소년 : 당신 대체, 누구야..!
맑은 하늘에 검은 먹구름 가득 몰려온다.
가만히 소년을 바라보는 김신의 얼굴 위로,
김신NA : 그는.. 물이고 불이고 바람이며 빛이자 어둠이다. 그리고 한 때, 인간이었다..
그 순간, 우르르 쾅! 거대한 번개 하늘을 가르면서,
S#5. 전쟁터 <900년 전, 고려> (새벽)
빛도 어둠도 아닌 불길하게 시커먼 새벽하늘 보이더니,
다시 한 번 우르르 쾅! 하늘을 가르는 번개의 섬광에 전장의 모습 보인다.
불타는 수레, 피 묻고 찢긴 채 휘날리는 거란과 고려의 깃발들,
주인 잃은 창과 칼에서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
버둥버둥 안간힘 쓰며 죽어가는 말과, 찢겨진 사지들, 울부짖는 부상자들,
아무렇게나 처박힌 화살 박힌 주검들,
주검의 살점 파먹는 까마귀 떼, 까마귀 떼 향해 컹컹 사납게 짖는 개들 등등,
밤부터 새벽까지 이어진 전투인 듯, 양쪽 다 지칠 대로 지친 전장의 풍경이 참혹하다.
적도 아군도 피와 흙 범벅된 갑옷과 찢긴 살점들이 너덜하다.
그 중, 마지막 적들을 베며 죽을힘을 다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한 장군, 김신이다.
적도 김신도 헉, 헉, 거친 숨 토해내며, 서로 부딪히는 칼날이 무겁고 거칠다.
김신 손에 들린 검은 수많은 죽음의 피로 뒤덮여 날카롭고 검붉다.
김신NA : 백성들은 그를 신神이라 불렀다.
시뻘건 피를 뒤집어쓴 채 적을 베고 나아가는 그는 문자 그대로의 무신武神이었다.
E : (와~!! 백성들의 환호소리)
S#6. 저잣거리 (다른 날 낮)
따각 따각 경쾌한 말발굽 소리. 개선하는 김신과 부하들이다.
궁으로 향하는 저잣거리를 가득 메운 백성들 기뻐하며 환호한다.
눈물 흘리는 아낙, 엎드려 절하는 노인, 군대 뒤를 따르는 아이들..
부하들, 찢긴 손으로 부러진 팔로 화답하고, 김신은 부하들의 웃음에 전장의 힘겨움도 잊는데..
S#7. 궁궐 앞 (낮)
궁 앞까지 온 김신의 행렬. 그 뒤로 여기까지 함께 걸어온 백성들과, 궁 앞에 모인 백성들 온 마음으로
“김신 장군 만세!” “김신 장군 만세!” 김신을 환영한다.
궁궐 문 앞엔, 궁궐 수비하는 수비군들 죽 서 있다.
/저 높은 곳에서 나른하게 김신 내려다보는 어린왕(17)과 왕에게 잔뜩 조아린 간신(환관) 보인다.
김신, 왕 올려다보며, 깊이 숙여 인사하고 말에서 내린다.
부하들도 말에서 내려 궁궐 문 열리기 기다리는 듯 수비군 본다.
부하1 : (기분 좋아) 문을 열어라! 개선장군 김신 장군이시다아! (하는데)
수비군 : 김신은 군장을 풀고 어명을 받들라.
김신 : ??!! (왕 올려다보면!)
왕 : (그저 무심한 눈길로 내려다보는)
부하들 : (이게 무슨 상황이지? 당황한 얼굴로 김신 보면)
수비군 : 김신은 군장을 풀고,
김신 : 들었다. 기다려라. (덤덤히 투구 벗고 갑옷을 벗고 군장을 푼다)
부하들 : ! (따라서 서둘러 군장을 푼다)
김신 : (검 한 자루만 챙겨들고) 되었느냐. (하면)
수비군 : 대역죄인 김신은 검을 물리고 무릎을 꿇고 어명을 받들라!!
김신 : ...!!!
부하1 : 네 이노옴! 대역죄인이라니! 미쳤느냐! 돌았느냐!
하는데, 그와 동시에 성벽 위로 궁수들 나타나 활시위 팽팽히 겨눈다.
백성들, 흐허.. 비명 삼키며 일제히 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오직 김신 일행만 서 있다.
부하들 : !!!
부하1 : 장군..!!
김신 : .... (차마, 이건 아니어야 합니다, 하는 눈빛으로 고개 들어 왕 올려다보면)
왕 : (그런 김신의 표정 즐기는 듯 하고, 그런 그의 귓가에)
간신 : (뱀의 눈빛으로 김신 내려다보며, 뱀의 혀로 왕의 귓가에 속삭인다)
백성 위에 왕王, 왕 위에 신神, 그 신이 김신을 일컫는다 합니다.
왕 : (그저 김신만 보는데..)
간신 : 저자의 끝없는 승전보가 백성을 현혹하고 저자의 권세가 거듭 왕실을 조롱하니,
국법으로 엄히 다스리시옵소서.
왕 : (그저 김신만 물끄러미..)
수비군 : 대역죄인 김신은 검을 물리고, 무릎을 꿇고,
김신 : (분노로 목소리 낮아지는) 길을 터라. 폐하를 뵙겠다.
수비군 : (그 기세에 눌려, 조금 움츠러들어) 대역죄인 김신은,
김신 : (검 뺄 듯 잡으며) 막아서면 반드시 죽을 것이다. 길을 터라!
김신, 궁 향해 한걸음 떼는 순간, 비 오듯 쏟아지는 화살들! 김신 뒤의 무장해제한 부하들에게 파바박- 꽂힌다.
속절없이 죽어나가는 김신의 부하들..
김신 : !!! (부하들의 죽어가는 모습에 눈에 핏발 서는데..!)
부하1 : (눈 돌아 칼 빼들고) 네 이놈드을! 전장에서 오는 길이다.
오직 주군의 이름으로 사흘 밤낮을 싸웠다! 그 생지옥에서 살아 돌아오는 길이란 말이다!!
헌데 네 놈들이!! 감히 네 놈들이!! (분해 눈에서 불꽃 튀고 눈물 툭툭 떨어지는데)
김신의 신발이 부하들 몸에서 나온 피로 온통 붉게 적셔진다.
김신 : (분노에, 눈빛 붉고) ..이들 곁을 지켜라. 금방 다녀오마.
김신, 돌아서 저벅, 저벅, 수비군들 향해 가는데, 어쩐 일인지 수비군들, 길을 튼다.
김신, 멈칫 멈춰서면, 수비군들에 가려졌던, 한 여인 보인다. 왕비다.
김신 : ?!!
화면 넓어지면, 왕비의 뒤로 양반 차림이거나 문관 정복한 김신의 친척들이,
그 뒤론 남루한 김신의 노비들이, 부들부들 떨며 서 있다. 남녀노소 다 끌려 나왔다.
김신 : !!!
김신NA : 그는 적의 칼날은 정확하게 보았지만 자신을 향한 어린 왕의 질투와 두려움은 보지 못했다.
그것이, 자신에게 겨눠진 가장 날카로운 칼날이었음을 그는 알지 못했다.
김신, 정녕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핏발 선 눈으로 왕 올려다보면,
왕 : 더는 오지 마라. 멈추어라. 그게 뭐든, 멈추어라.
김신 : !!!...
왕 : 그 자리에 멈춰 역적으로 죽어라. 그럼 너를 뺀 모두를 살릴 것이다.
허나 단 한 걸음이라도 더 다가온다면, 네 놈의 걸음 하나, 시선 한 번에, 모두를 죽여 네 놈 발치에 깔아 줄 것이다.
왕비를 향해, 일가친척을 향해, 노비들을 향해, 다시 한 번 궁수들의 활시위 팽팽히 당겨진다!
김신 : 하.. (울음 같은 숨 토해내며, 왕비 보면!)
왕비 : ..가세요 장군. 저는, (울음 삼키고) 괜찮습니다..
김신 : !!!
왕 : (지금까지 표정 없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지는데!)
김신 : 저는.. 마마 저는, (굵은 눈물 툭툭 떨어지는데)
왕비 : 압니다. 진정 다 압니다.. 혹여 이게 마지막이면, 이 또한 제 운명인 겁니다.
그러니 가세요.. 멈추지 말고 폐하께 가세요 장군..
마지막 순간까지 기품을 잃지 않는 왕비다.
김신, 왕비의 눈물 맺힌 얼굴 마주보며, 왕을 향해 한 걸음 옮기는데,
왕 : (질투에 미쳐 돌아) 역모다. 저 집안의 그 누구의 숨도, 붙여두지 말라. 어명이다.
그 순간,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
푹 쓰러지는 왕비..
김신 : !!!.. (눈물 후두둑, 떨어지고, 피눈물 삼키며 한 걸음 더 떼면)
이번엔 일가친척들의 몸에 날아와 박히는 화살!!
일가친척들 쓰러지자, 벌벌 떨며 서 있는 노비들 보인다. 그 옆에 떨고 있는 어린 아이들 보이고, 시종(40대), 맨 앞에 서 있다.
그들을 향해 다시 팽팽히 겨눠지는 활시위..!
하.. 차마 더는 못 가고, 결국, 걸음 멈추는 김신. 텅 빈 눈으로 뒤돌아보면, 디뎌 온 걸음마다 핏빛 발자국뿐이다.
간신 : 뭣들 하느냐! 죄인을 꿇려라!
수비군 : (칼 빼들어, 장군의 왼쪽 다리를 베어 꿇린다)
김신 : (한쪽 다리 휘청, 겨우 검에 의지에 버티며 왕을 원망스럽게 보는데..!!)
부하1 : (달려오며) 장군..!!
간신 : 죄인의 눈빛이 형형하니 어심이 어지럽다. 반드시 참하라!!
김신 : (짚고 의지하고 있던 검의 손잡이 내어주며) 마지막은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은데..
부하1 : 흐흑.. (울며) 용서하십시오.. 곧, 따라가 뵙겠습니다.
김신 : (아프게, 끄덕 하면)
부하1, 흐흑, 눈물 삼키며 김신의 검 잡아 그대로 김신의 가슴에 깊게 찔러 넣는다!
울컥 뜨거운 피 토하는 김신.. 그런 김신을 꼭 끌어안고 오열하는 부하1이고..
간신 : 그 누구도 반역죄인의 시신을 수습하지 말라. 들판에 버려두어 들짐승과 날짐승의 먹이로 두라.
금수의 허기를 달래는, 딱 그 정도가 저자의 가치다. 어명이다.
흐흑, 백성들의 숨죽인 통곡소리.. 참담하다.
김신, 흐릿한 의식 사이로 왕비의 모습 찾는데, 왕비의 마지막 시선은 왕을 향해 있다..
허나, 뒤도 안 돌아보고 화려한 용포의 뒷모습으로 자리를 떠나는 왕이고..
왕비의 눈 서서히 감기고.. 왕비의 비단 옷과 손가락의 옥반지가 피로 물들어 가는데..
피 토하며 그 모습 지켜보는 김신이고..
S#8. 들판 (낮)
들판에 버려진 채 눈도 못 감고 핏빛 눈동자로 찢어질 듯 화창한 하늘만 올려다보는 김신..
김신의 몸에서 흘러나온 붉은 피가 흰 들꽃 잎을 적시고..
김신의 시종(40대)도, 백성들도 멀찍이 떨어져 그저,
“천지신명님 옥황상제님 제발 우리 장군님을 살려주세요.” “성황님 산신님 우리 장군님 좀 살려주세요.”
“칠성님 지신님 제발 우리 장군님 좀 살려주세요.” 온갖 신에게 빌며 울뿐 아무도 돕지 못한다.
허나, 모든 것이 허망하기만 한 김신이다.
김신 : 그 누구에게도 빌지 마라. ..신은 듣고 있지 않으니.
웅- 웅- 가슴의 검이 사납게 울더니, 천천히 눈을 감는 김신인데..
김신NA : 하루 중 가장 화창한 오시午時. 그는 자신이 지키던 주군의 칼날에 죽었다.
/-1. 여러 해 시간경과 (밤과 낮)
김신의 시신 위로 바람이 지나가고 비가 오고 눈이 내린다. 흰 눈 위에 검 하나만 덩그러니 꽂혀 있다.
그때, 흰 나비 한 마리 팔랑 팔랑 검 주변 맴돈다.
나비를 빌어 말을 걸어오는 천상의 존재, 신이다.
신E : 그대는 목숨을 다해 백성을 구했으나 백성은 널 잊었구나.
/-2. 끝도 없이 펼쳐진 눈 밭 (낮)
몽환적인 공간이다. 온통 희고 차갑다.
흰 눈 밭에 핏빛 발자국. 보면, 어딘가를 향해 끊임없이 걷고 있는 김신이다.
김신 옆에 흰 나비 팔랑 팔랑 날아다닌다. 작은 나비의 그림자가 때때로 거대하다.
신E : 인간이란 그런 것이다. 기대할 것이 못 되지. 때문에 너는 잊혀진 것이다.
김신 : 저도 백성도 그저 빌고 기댈 뿐, 저는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기대할 게 못 되는 건 듣지 않는 신입니다.
신E : 인간은 쉽게 변한다. 욕심은 끝이 없고 희생은 당연하고 은혜는 바로 잊고 신의는 깨트리지.
그런 자들의 염원 따위, 들을 가치 없다.
김신 : 저도 백성도 그저 신에게 조롱당할 뿐, 저는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내기 할까요?
/-3. 다시 들판. (낮)
팔랑 들판에 꽂혀있는 검 손잡이에 내려앉는 나비. 녹슬고 무뎌진 칼날과 이끼 낀 손잡이가 세월의 흔적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신E : 신과 내기라..!
보면, 세월 많이 흐른 듯 들판은 어느새 눈밭처럼 흰 메밀꽃밭으로 변해있는데...
S#9. 서울/ 빌딩 숲 (다른 날 아침)
버드아이 시점으로 서울의 고층 빌딩 숲 보인다.
2월의 찬 공기 느껴지며, 구름 같은 안개에 잠식당해 신비롭다..
S#10. 도심 횡단보도 (아침)
안개가 예사롭지 않다고 느끼는 한 남자,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
자욱한 안개에 신호등 불빛 탁하게 보이고, 인도며 도로, 실루엣만 겨우 보일 정도다.
파란불 켜지자, 남자, 횡단보도 건너는데, 남자의 발자국마다 빠지직, 얼음 언다.
그때, 달려오던 차 한 대 끼익- 쾅! 남자를 들이 받는다!
하지만 남자는 미동도 없고, 마치 기둥에 부딪힌 듯 차만 뒷바퀴 덜렁 들려 멈춘다.
차주 : (차 멎자마자 튀어 내리더니 바로 남자 멱살 잡으며) 이런 미친 새끼가! 눈까리는 장식이냐? 뒈지고 싶어 환장을, (!!!)
보면, 차 앞머리 남자의 몸 크기만큼 움푹 패여 있다.
남자, 바로 검은 수트에 페도라 든 저승이다.
차주 : (?!) 너 이 새끼.. 너 뭐야..!
저승 : 멧돼지.
차주 : 뭐?
저승 : 너는 멧돼지를 받은 것이다.
차주 : (우뚝 굳더니 눈자위 묘해진다)
뒤차 빵- 크락션 울리고 지나가던 사람들 무슨 일이야? 싶은 눈으로 차와 차주 보는데.
행인1 : 괜찮으세요? 신고해드려요?
차주 : (횡설수설) 제가 멧돼지를.. 쳐가지고.. 그니까 멧돼지가 튀어나와서 갑자기..
행인2 : 멧돼지요? 강남 한복판에요? (하는데)
사람들E : 끼야악!!!!!!!!
찢어지는 비명 소리에 보면, 사고로 반쯤 열린 트렁크 사이로 반지 낀 흰 손 나와 있다.
싸움구경에 몰려 있던 사람들 웅성대고, 누군가는 “112죠, 여기 역삼 사거린데요.” 신고한다.
그때 저승 옆에 서서 구경하던 한 구경꾼 여자 훅 주저앉는다.
저승, 페도라 쓴다.
여자 : (덜덜) ..말도 안 돼.. 왜 저기.. 내가 왜 저기..
여자의 덜덜 떨리는 손.. 트렁크에서 삐져나온 손과 같은 반지 끼고 있다.
저승, 청첩장 크기의 봉투에서 엽서 하나 꺼내면,
[黃美英 25세. 戊寅년 乙卯월 己卯일 08시 32분 窒息死] (1998년 2월 1일 08시 32분)
바탕에 붉은 글씨로 한 줄 쓰여 있는 심플한 명부다.
저승 : 황미영. 25세. 계축년 정사월 을사일 신사시 출생. 무인년 을묘월 기묘일 08시 32분. 사인 질식사.
(읊고, 망자 보며) 본인 맞으시죠?
여자 : !!!...
S#11. 저승의 찻집 (낮)
손잡이 없는 중국식 찻잔에 쪼르륵 엽차 따르는 손, 저승이다.
찻집 한쪽 벽 커다란 창문 나 있고, 밖엔 사람들 지나다니고 있다.
그런데 아무도 창문을 바라보거나 아예 창이 있다는 걸 모르는 듯 어딘지 묘하다.
저승, 모락 김 피어오르는 차 한 잔 테이블에 내려놓으면, 여자망자 앉아 있다.
저승 : 마셔요. 이승의 기억을 잊게 해줍니다.
여자망자 : ..안 마시면 어떻게 되는데요?
저승 : 안 마신 걸 후회하게 되겠죠. 어떤 후회든 부디 이승에서만 하시길.
여자망자 : !...
Cut to. 다 닦은 찻잔 넣으려고 찬장 여는 저승인데,
위로도 옆으로도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무늬며 색깔 가지각색인 찻잔들. 이 세상의 차원이 아닌 듯 기묘하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느낌에 창밖 보면,
/보스턴 백 든 한 남자 창밖 지나간다. 바로 도깨비다!
저승 : ?!!
/도깨비 : !! (문득 이상한 느낌으로 멈춰 서더니, 찻집 향해 시선 돌리면!!)
저승 : !!! (창밖의 사내와 눈이 딱 마주친 것이다!! 혹시..) 도깨비?
/-1. 저승의 찻집 창밖 (사실은 벽)
도깨비, 어느 벽 앞에 서 있다. 사실은 그 벽이 저승 찻집의 창문이다.
인간들에겐 벽으로 보이는 곳이지만 도깨비의 눈엔 창 안의 저승사자가 보인다. 길가는 이 아무도 없이 적막하다.
도깨비 : 저승사자?
/-2. 저승의 찻집 안
도깨비 : (저승의 모습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훑더니) 매우 상스러운 갓을 썼군.
저승 : (빡!)
/-3. 저승의 찻집 창밖 (사실은 벽)
도깨비, 무심한 얼굴로 가던 길 간다.
창 안의 저승사자, 빡친 얼굴로 가는 도깨비 보는데..
S#12. 도깨비 집/ 마당 (낮) → 삭제.
S#13. 도깨비 집/ 거실 (낮)
툭, 툭, 저절로 켜지는 촛불들!
실내 밝아지면, 보스턴 백 들고 서 있는 도깨비다.
아치형 창문, 높은 천장, 천장에 빼곡한 크리스털 샹들리에, 오래된 괘종시계, 손때 묻은 등잔, 제각각 키 다른 양초들과
의자, 테이블, 장식장 등 100년은 족히 넘은 가구들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인상을 준다.
20년 만에 돌아온 집 둘러보던 도깨비, 일각에 보스턴 백 내려놓고 뚜벅 뚜벅 창가로 가더니, 육중한 커튼 손으로 열어젖히면,
/-1. 도깨비 집 전경 (낮)
울창한 나무들 숲처럼 우거진 속에, 클래식한 저택의 모습 보이고,
저택 창가에 서서 그리웠던 듯 창밖 풍경 보는 도깨비 보이는데.. 그때,
유회장E : 나으리..!
/-2. 도깨비 집/ 거실 (낮)
도깨비, 돌아보면, 60대의 유회장(시종11)과 덕화(대여섯 살 어린 아이) 서 있다.
유회장 : 이십 년 만에, (반가움에 목 메이고) 뵙습니다. 그간 무고하셨습니까 나으리.
도깨비 : (끄덕, 표정 편해지며) 그대도 무탈하였는가.
유회장 : 전 많이 늙었지요. 나으리는 여전히 멋지십니다.
덕화 : (도깨비 아래 위 쭉 매의 눈으로 훑더니, 한껏 올려다 보며) 별로 안 멋진데?
도깨비 : (띵! 내려다 보면)
노란 유치원복에 모자 쓰고 있고, 명찰에 ‘유덕화’ 쓰여 있다.
유회장 : 이놈! (하고) 서신으로 아뢰었던 그 손주 놈입니다. (덕화에게) 인사 올리거라.
덕화 : 이 아저씨 누군데?
도깨비 : 니가 덕화구나. 나는 그대의 삼촌이었다가 형제였다가 아들이었다가 손자가 될 사람이다.
(무릎 굽혀 눈높이 맞춰 앉으며) 잘 부탁한다.
덕화 : 그게 뭐야. (팔짱끼며) 점점 수상해.
유회장 : 이노옴! 송구합니다. 4대 독자라 오냐오냐 했더니..
도깨비 : !! (덕화 얼굴 그제야 제대로 본 듯) 헌데 넌..
덕화 : 나 왜?
도깨비 : (눈빛 아련해져) 고려에서 태어나 이국땅에 잠든 이가 있었다. 그대의 먼 조상이다. 그 아이와 꼭 닮았구나..
덕화 : 어디가? 그 조상 잘생겼어?
유회장 : 이노오옴! 어디서 이런 놈이 났는지 면목 없습니다 나으리.
도깨비 : 괘념치 말아라. 그대 가문의 그 누구도 실망스러웠던 적 없으니.
덕화 : 근데 삼촌 왜 자꾸 우리 할아버지한테 반말해? 죽을래?
도깨비 : (띵!)
유회장 : (헉!) 주, 죽여 주시옵소서 나으리..
도깨비, 귀엽게 덕화 보고 있고, 도깨비 꼬나보는 덕화의 얼굴 위로,
시종E : ..나으리..
S#14. 고층 빌딩 옥상 (밤) → 삭제.
S#15. (과거회상) 벌판 (밤)
덕화와 꼭 닮은 한 소년. 초로의 한 노인(70대)의 손 꼭 잡고 녹슨 검 앞에 서 있다.
바로, 최조의 시종과 그의 손자다.
녹슬고 무뎌진 칼날, 이끼 낀 손잡이, 칼날을 타고 오른 나팔꽃 넝쿨이 30년 세월을 말해준다.
시종, 주름져 잘 떠지지도 않는 눈에 눈물 핑 돌아, 아픈 몸으로 절 올린다. 시종의 병색 완연하다.
시종 : 너무 늦게 와 송구합니다 나으리. 소인.. 몇 해 앓았습니다.
나비는 어느 샌가 그 주변을 팔랑 팔랑 날아다니고 있다.
시종 : (눈물 고이고, 마지막 숨처럼) 전 이제 갈 모양입니다. 이제부턴 이 아이가 나으리를 모실 것입니다..
손주 놈입니다. (머리 쓰담 하면)
손자 : (말똥한 눈으로 할아버지의 얼굴과 녹슨 검 보며) 이 칼이.. 나으리예요 할아버지?
하는데, 녹슨 검 웅- 웅- 울기 시작한다.
손자 헉! 놀라 움찔하는데,
신E : 너의 백성의 염원이 널 살리는구나. 그대가 이겼다.
흰 나비 웅- 웅- 우는 검 손잡이에 사뿐 내려앉는다.
손자 흰 나비 신비하게 보는데, 다음 순간, 웅웅 검이 울고 이글거리는 불덩이로 화하자, 놀란 손자의 눈 커지는데,
신E : 허나 너의 검엔 수천의 피가 묻었다. 너에겐 적이었으나 그 또한 신의 피조물.
/전장의 수많은 시체들..
신E : 홀로 불멸을 살며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지켜보아라. 그 어떤 죽음도 잊히지 않으리라.
내가 내리는 상이자 그대가 받는 벌이다.
불덩이,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이내 날카로운 검의 모습으로 다시 날아와 있던 자리에 박히자,
검은 흙, 점점 사람의 형태로, 마침내 검 꽂힌 피투성이 김신의 모습으로!
김신, 검 꽂은 채 이글거리는 푸른 불덩이의 모습으로 딱 서 있다..!! 도깨비다..!!
죽을 당시의 얼굴이며 목이며 다리며, 찢겨진 상처들, 스르륵 아무는데..
신E : 오직 도깨비 신부만이 그 검을 뽑을 것이다. 검을 뽑으면 무로 돌아가 평안하리라.
시종 : 나으리..!!
손자 : (무서워 시종 뒤로 숨고)
도깨비 : 다녀 올 곳이 있다.
S#16. 궁궐/ 침전 (밤)
누군가(대군)의 귓가에 여전히 뱀의 혀 놀리고 있는 간신의 입술 보인다. 바삐 움직이던 입, 갑자기 뚝 멈춘다.
거대한 그림자 지며 화면 넓어지면, 침전 한바닥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도깨비의 그림자가 두 사람 덮치고 있다.
대군 : 무엄하다! 대관절 뭐 하는 자인데,
간신 : (!!) 너, 너는..
도깨비, 손짓으로 훅- 대군 날려 버리고 허공에 손 뻗어 그대로 염력으로 간신 훅- 당겨 손아귀에 간신의 목 턱 잡는다!
컥컥! 버둥거리는 간신에겐 시선도 안 주고, 무언가 뚫어져라 보는 도깨비의 눈빛, 흔들린다.
보면, 이미 죽어 보료 위에 염습된 선왕이다.
도깨비 : 내가.. 늦었구나..
대군, “여,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뒷걸음으로, 네 발로 버둥버둥 도망치고, 간신은 컥컥! 버둥버둥 난린데,
도깨비, 왕에게서 시선 떼지도 않고, 으드득, 손에 힘주어 간신 목을 부러뜨리고 휙- 집어 던진다.
도깨비 : ..왕이.. 죽었구나..
허망한 복수가 끝난 침전, 고요하다.
염습된 선왕의 모습만 바라보고 선 도깨빈데..
S#17. 들판 (다음 날 새벽)
도깨비, 핏빛 여명을 뒤로한 채 다시 들판으로 돌아와 보면, 작은 돌탑 하나 생겨있다.
시종이 죽은 것이다.
어린 손자 흑흑 울며 작은 손으로 돌탑 쌓아올리고 있다. 손에 피멍 다 들어 있다..
도깨비 : !!!
도깨비 발견한 손자, 두려움에 손 멈추고 움츠러져 도깨비 보는데,
도깨비,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어, 주먹 꼭 쥐었다, 무릎 낮춰 앉아 돌탑 마저 쌓는다.
도깨비 : 자네가 내가 받는.. 첫 번째 벌인 모양이다.. (눈가 시뻘게지는데)
손자 : 절.. 받으십시오. (피멍든 손으로 도깨비에게 절 올린다)
도깨비 : (천천히 일어나 그런 손자 내려다보면)
손자 : (두려운 목소리로) 이제부터 제가 모시겠습니다. 할아버지 유언이셨습니다..
도깨비 : (가만히 보다가) 복수에 눈멀어.. 어찌 지냈는지 안부 한 마디 건네지 못하였다.. 그래도, ..그리해 주겠느냐.
구척의 도깨비와 키 작은 손자는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는데..
S#18. 바다 위 (다른 날 밤)
망망대해. 거센 파도를 밀치고 나가는 범선 한 척 보이고.
S#19. 배 안 (밤)
새까만 하늘에 보석을 뿌려놓은 듯 쏟아질 듯 떠 있는 별들.
손자, 넋을 놓고 별들 보고 있다가,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도깨비와 눈 마주치자,
손자 : (무안한 듯) ..속도 없이 이런 풍경을 보니 좋습니다.
도깨비 : (마음 아프고) 나는 니가 속도 없이 이런 풍경을 보는 것이 좋다. (쓸쓸히 웃으면)
외국 상인들 틈에서 동양인인 도깨비와 손자의 모습, 평범한 차림에도 눈에 띈다.
상인들은 끼리끼리 모여 저녁 먹는 중이다.
손자, 그 모습 보며 꿀꺽 침 삼킨다.
도깨비, 그 모습 발견하고 보따리에서 주먹밥 꺼내 내밀면,
손자 : 전 아직 배가 부르니 나으리 드십시오.
도깨비 : 먹은 게 없는데 어찌 배가 부를까.
손자 : 저는 작아서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나으리는 크시니 나으리 드세요.
도깨비 : (그런 손자 마음 알아채고 주먹밥 나눠 건네며) 그럼 이러면 되겠구나.
손자 : 육지까지 멀었습니다. 나눠 먹어서는 누구도 배부르지 않습니다.
도깨비 : (그 마음 너무 예쁘고) 그래서 네가 굶겠단 말이냐.
손자 : 정 배고프면 저는 뱃일을 하고 조금 얻어먹으면 됩니다.
도깨비 : 널 얻어먹게 하려고 데려왔는줄 아느냐. 날 믿어라. 난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사람일지도 모르니.
도깨비, 손자의 손에 주먹밥 들려주면, 아이는 아이다. 잠깐 망설이다 허겁지겁 먹는다.
도깨비, 그 모습 보다가 주변 맴도는 반딧불들 모아 손자의 옆에 등불 모양으로 놓아주자,
손자 : 와.. (박수친다)
그 모습에 잠시나마 시름겨움 잊는 도깨빈데,
그 순간! 손자의 목덜미 낚아채는 거친 손. 고려인 상인과 외국상인들이다.
고려상인 : 그 보따리를 좀 봐도 될까? 배 무게를 좀 줄여야 해서 말이야.
외국상인 : (손 쭉 뻗어, 배 난간 밖으로 손자를 대롱거린다)
손자 : 컥, 컥.. 나으리..
일각의 다른 상인들 그저 손으로 게걸스럽게 음식 먹으며 바라볼 뿐 말리는 이가 없다.
도깨비 : (눈빛 사나와지며) 아이를 내려놓아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마.
고려상인 : 파도가 수상한 게 암만 봐도 이 배에 부정한 놈이 탄 것 같거든. 바로 네 놈.
(동료에게, 아랍어) 이 놈은 노예로 팔 거니까 팔다리는 성하게 두고, (손자 턱짓) 애는 던져 버려.
외국상인 :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손자를 휙- 바다로 던져 버린다!!)
도깨비 : !!! (분노한 얼굴로 일어서면!)
상인1,2,3,4, 칼 꺼내 들고, “(아랍어)묶어” 하며 다가오는데,
도깨비 : (분노에, 눈에 핏발 서며) 인간이 짐승만도 못하면 어찌되는 줄 아느냐.
그 순간, 파도 거칠어지더니, 검은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는다.
상인들 파도 보며, 하늘 보며 당황하는데,
도깨비 : (차갑고 서늘하게) 분노한 신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내 도깨비의 몸 푸른 불꽃으로 이글거린다!
누군가, “도.. 도깨비다!” 비명 지른다. 상인들 혼비백산해, 비명 질러대는데,
도깨비, 비바람 휘몰아쳐 돛대 우지끈 부러져나간다.
순식간에 수직으로 기우는 배. 주륵 미끄러져 물속으로 날아가 처박히는 상인들.
반 이상 처박히고 반은 겨우 배 여기저기 매달려 살려달라며 울부짖는데..
도깨비, 수직으로 기울어가는 배를 저벅 저벅 걸어 내려가며 바다 향해 손 뻗으면,
거대한 물기둥 생겨나 도깨비의 손으로 날아오는데, 칼날이며 손잡이며 도깨비의 가슴에 꽂힌 검 모양이다!
상인들 : 살려주세요..!! 제발..!! 목숨만은 제발..!!
도깨비 : 늦었다.
도깨비, 물로 만든 검 확 내리쳐 배를 두 동강 내버리는데!!
S#20. 바다 속 (밤)
꽃잎처럼 나폴 나폴 가라앉고 있는 손자.
저 위 물 수면 보이는데, 슝- 하고 들어오는 누군가, 도깨비다.
가라앉는 손자에게 빛으로 다가와 손자 안고 또다시 빛으로 수면 향해, 이내 하늘로..
동강난 배의 파편들 둥둥 떠다니는 수면 보이고.. 수면 위, 비현실적인 붉고 커다란 달 보이고..
S#21. 다시 현재, 고층 빌딩 옥상 (밤)
비현실적으로 커다랗게 뜬 붉은 달 아래, 쓸쓸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도깨비..
도깨비 : 속도 없이, (사이) 돌아오니 좋구나.. (씁쓸한 얼굴로 맥주 마시는데)
E (급브레이크) 끼익--!!!
도깨비 : (흘끗 내려다보면)
S#22. 대로변 (밤)
인적 드문 거리, 신호 무시하고 달려오던 차 한 대, 속력을 줄이지 못해 눈길에 미끄러지며 그대로 쾅!!! 한 여자를 들이받는다!
붕 떠선 바닥에 쿵 떨어지는 단발머리 여자(은탁모).
뺑소니 차, 이내 후진해 요란하게 사라지고.
굉음 멀어지면서 점차 도로 위로 물드는 여자의 붉은 피.. 생과 사의 기로에서 점점 가빠지는 여자의 숨소리..
은탁모E :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S#23. 고층 빌딩 옥상 (밤)
도깨비에겐 여자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피와 괴로운 숨소리 생생히 보이고 들리지만
그저 눈도 깜짝 않고 한갓지게 맥주나 넘길 뿐이다.
그때 다시 들리는 여자의 간절한 기도 소리..
은탁모E : 신이 있다면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도깨비 : (시선 돌려 괜히 멀리 야경 보며 맥주만)
은탁모E : 살려주세요.. 아무나라도 제발요..
순간, 끙.. 도깨비 이내 고층 빌딩 아래로 날개를 접은 새처럼 몸을 날린다!
다음 순간, 도깨비의 몸 어느새 거대한 푸른색 불덩이로 변하며 쏜살같이 아래로 날아가더니,
S#24. 대로변 (밤)
죽어가는 여자의 앞에 가볍게 내려앉는다. 온 몸을 감싼 푸른 불꽃 서서히 사라지고..
나른한 도깨비의 눈빛에 비친 여자, 노파와 이야기 하던 그 여자(은탁모)다.
2월이라 은탁모의 임신한 배는 티가 나지 않는다.
은탁모 : (?!) 누구세요..?
도깨비 : (일어나 내려다보며) 아무나다.
은탁모 : 제발 저 좀..
도깨비 : 글쎄. 인간의 생사에 관여하지 않는 게 내 원칙이라.
은탁모 : 저 이렇게 죽으면 안돼요..
도깨비 : (흘끗 여자 보더니) 네가 살려달라는 것이 네가 아니구나.
은탁모 : (배 감싸 쥔 채) 제발.. 아이만이라도.. (툭- 정신 잃는데)
도깨비 : (복잡한 눈빛으로 보다가) 그대는 운이 좋았다. 마음 약한 신을 만났으니.
오늘 밤은 누가 죽는 것을 보는 것이, 싫어서 말이다.
도깨비, 손에 불덩이 만들어 은탁모의 몸 위로 둥- 띄워 보내면,
은탁모의 몸 주변으로 신묘한 기운들 어지럽게 움직이고, 멈췄던 숨 턱 트인다.
그 순간, 두 사람 주변의 수많은 벚꽃나무들 생기 얻으며 만개한다.
흰 눈으로 덮인 거리 위에 생생한 꽃나무들.. 신비하고 아름답다.
그때 바람 훅 불자 후두둑 비처럼 쏟아지는 벚꽃 잎들.. 은탁모 몸 위로 쏟아져 내린다.
도깨비, 이미 사라지고 없다.
/-1. (시간경과) 밤
뚜벅 뚜벅, 흩뿌려진 꽃잎들 밟으며 걸어오는 구둣발.
흰 눈 위에 뿌려진 여자(은탁모)의 새빨간 핏자국과 벚꽃 잎들 위로 긴 그림자 하나 생긴다.
보면, 페도라 쓴 저승이다. 손엔 뜯긴 봉투 두 개 들려 있다.
저승, 의아한 얼굴로 핏자국 보다가, 손에 든 봉투에서 반쯤 꺼내진 엽서 다시 살펴본다.
[池蓮熙. 27세. 戊寅년 甲寅월 壬辰일 21시 05분 事故死] [無名. 0세. 戊寅년 庚辰월 壬辰일 21시 05분 事故死]
(1998년 2월 14일 21시 5분 사고사) 시계 보면 딱 정확한 시간이다.
저승 : (의미심장) 눈과 피와, (돌아보며) 꽃이라..
만개한 벚꽃나무들. 바람결에 흔들리며 잎들 눈처럼 떨어지고 있고..
은탁모E : 악! (비명소리)
S#25. 병원/ 산부인과 병실 (다른 날 밤)
악몽에서 깨는 듯 비명 지르며 눈뜨는 은탁모. 단발이던 머리 어깨 넘게 자랐다.
그때, 포대기에 감싸인 갓난아이 안은 간호사 들어온다.
간호사 : 정신이 드셨어요?
은탁모 : (애기 받아 안으며) 애기 어때요? 뭐 이상한 거 없어요? 다 건강해요?
간호사 : 네. 건강한 따님이세요. 식사 곧 오니까 식사 하시구요. (나가면)
은탁모 : (감격스럽고도 얼떨떨한 얼굴로 아기 얼굴 보는데)
그때, 음산한 목소리로 수런수런 저들끼리 떠드는 누군가.
보면, 병실 창밖 가득 죽은 자들 다닥다닥 달라붙어 은탁과 은탁모 보고 있다.
“도깨비 신부야” “도깨비 신부가 태어났어.” “저 애가 도깨비 낙인을 가졌어.”
애기 은탁, 무언가 느낀 듯 응애! 울음 터뜨리자, 그 순간, 목에 무언가 반짝 빛난다. 낙인이다.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벚꽃바람에 귀신들 소스라치게 놀라 흩어진다.
그대로 어디론가 다시 날아가는 벚꽃바람이고...
S#26. 바닷가 (다른 날 낮)
꽃잎 나폴 나폴 초가을의 햇살 쨍한 바닷가를 지나..
S#27. 바다마을/ 어린 은탁 집 (낮)
바다 보이는 언덕의 작은 집 마당. <8년 후> 자막 찍힌다.
여자, 등 보인 채 건조대에 미역 다시마 등 널고 있고,
그 옆에 등 보인 채 앉아 농협 부채 들고 생선에 꼬이는 파리 쫓는 여자아이.
바람결에 아이의 뒷머리 살풋 들리며 낙인 드러난다.
보면, 9살 된 은탁이다. 그 바람에 함께 나폴 나폴 은탁의 눈앞으로 날아오는 벚꽃 잎 한 장.
은탁 : ?!! (가만히 손바닥 내밀어 벚꽃 잎 손에 받는다)
은탁모 : (고개도 안 들고 건조대에 미역 널며) 우리 은탁이 이번 생일엔 떡 뭐 해줄까?
은탁 : (가만히 손바닥 위의 꽃잎만)
은탁모 : 꿀떡? 무지개떡?
은탁 : (꽃잎 꼭 쥐고) 엄마. 나 이제 잔치 말고 파티하면 안 돼요?
은탁모 : (그제야 보며) 뭐가 다른데?
은탁 : 떡이 케이크로 달라지죠. 나도 촛불 불고 소원 빌고 싶어요. 떡에다가 소원 비니까 아무래도 안 듣는 거 같아요.
은탁모 : (빵 터져서) 푸하하. 엄마가 생각을 못 했어. 엄만 너 떡 좋아하니까 떡 했지. 그래. 올해부턴 파티하자 케이크 놓고.
은탁 : (신나서) 우와!!! 엄마 최고!!! (하다) 어? 강아지다.
은탁모 : (?) 강아지?
은탁 : (쪼르르 달려가더니 강아지 쓰다듬는데)
은탁모 : (허공 쓰다듬는 모습이고)
은탁 : (은탁에겐 보이고. 손 펴서 꽃잎 보이며) 이거 봐라? 봄이 다시 왔다? 신기하지.
은탁모 : (표정 어둡다...)
S#28. 어린 은탁 집 (밤)
문 드르륵 열고 속셈학원 이름 프린팅 된 가방 메고 들어와 부엌 댓돌에 신발 벗으며,
은탁 : 에고 힘들다. 엄마 나 오늘 영어 백점 받았어요. 머리 너-무 써서 완전 피곤해요.
은탁모 : 하하. 그랬어?
은탁 : (방으로 들어오다) 우와! 케이크다! 우리 지금 파티 할 거예요?
방 가운데 작은 상에 케이크 놓여 있다.
은탁모 : (슬픈 눈빛으로 끄덕) 응.. 얼른 와서 앉아. 촛불 켜구.
은탁 : (??) 내가 켜도 돼요?
은탁모 : 우리 은탁이 이제 다 커서 할 수 있어.
은탁 : 맞다. (으쓱) 나 이제 아홉 살이지? 영어도 백점 맞는데 이런 건 식은 죽 먹기지. (신나서 성냥 그어 촛불 켜 초에 불붙인다)
은탁모 : 하하.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웠어?
은탁 : 엄만 몰라도 돼요. 저 그냥 이 사람 저 사람 말 되게 잘 배워요. 저 아무래도 천재,
(하다, ??? 하다...!!! 엄마 얼굴 뚫어져라 보는)
일렁이는 촛불 너머로 보이는 은탁모의 얼굴 왠지 모르게 흐릿한데...
은탁모 : 왜? 소원 빌어야지. 생일 축하한다 우리 강아지.
은탁 : ..아니구나..
은탁모 : !!!
은탁 : (삐죽삐죽 울음 새어나오며) 정말 엄마 아니구.. 엄마 영혼이구나..
은탁모 : 너 정말 다 보이는 구나.. 안 그러길 바랬는데 엄마는..
은탁 : (훅 참았던 울음 터지고) 엄마.. 죽었어요?...
은탁모 : (슬프게 끄덕..)
은탁 : 진짜루요?...
은탁모 : (슬프게 끄덕..)
은탁 : 엄마.. 어딨어요?.. 엄마 지금 어딨는데요?..
은탁모 : 사거리 병원에..
/-1. 병원 복도 (밤)
길에서 쓰러진 듯 베드에 누여 응급실 실려 가는 은탁모.
/-2. 다시, 어린 은탁 집 (밤)
눈물 콧물 범벅에 히끅 울고 있는 은탁과 하릴없이 슬프고 아픈 은탁모..
은탁모 : 병원에서 연락 올 거야. 가면 이모도 곧 도착할 거구.
은탁 : (끄덕)
은탁모 : 밤엔 추워. 목도리 하구. 슈퍼 할머니한테 같이 가달라고 하고. 슈퍼 할머니네 찾아갈 수 있지?
은탁 : (끄덕, 울음 섞여) 세탁소 골목.. 흑.. 내려가서 바로 오른쪽..
은탁모 : 아유 똑똑해라 우리 강아지.. 앞으론 절대 영혼들이랑 눈 마주치지 말고. 알았지?
은탁모 점점 흐릿해 진다.
은탁 : (꺽꺽 울며) 미안해요 엄마. 그런 거 봐서요. 근데 내가 그런 거 봐서 이렇게 엄마도 볼 수 있는 거니깐 난 그냥 괜찮아요.
은탁모 : (흐흑 울음 터지고..) 그래. 이렇게 엄마 봐줘서.. 고마워. 엄마 이제 가야 할 것 같아.. 사랑한다 우리 강아지..
은탁 : (철철 울며) 나도요. 나도 사랑해요 엄마. 엄마 안녕.. 엄마 잘 가요. 엄마 꼭 천국 가요.. 네? 엄마 꼭, 꼭..
하는데, 흐릿해져서 완전히 사라지는 은탁모고.. “엄마-!!” 하며, 바닥에 엎어져 더 서럽게 엉엉 우는 은탁인데.
울음 위로 전화벨 울린다. 겨우 기어가 울면서 수화기 들고 말을 못 잇고 그저 엉엉 우는 은탁인데..
간호사F : 여보세요? 지연희씨 댁인가요? 여기 사거리 제일 병원인데요,
은탁 : 엉엉.. 알아요.. 갈 거예요. (전화 끊고)
계속 끅끅거리며 울면서도 야무지게 목도리 두르고, 방문 열다 뒤돌아 케이크 본다. 촛불 거의 녹아 꺼지기 일보직전이다.
은탁 : 소원, 흐흑 안 빌 거야. 하나도 안 빌 거야. 아무도 안 들어주는데 흑흑 누구한테 빌어.
은탁 방문 열고 나가면, 순간 촛불 다 녹아 훅 꺼져버리는데..
S#29. 시장통 (밤)
9년 전처럼 같은 자리에서 푸성귀 다듬는 삼신과 그 앞에 앉아 도와주는 여자, 은탁모다.
은탁모 : 할머닌 어쩜 늙지를 않네.
삼신 : 더 늙을 게 어딨어 여기서.
은탁모 : 그건 또 그렇네. (픽 웃다..) 오다가다 우리 은탁이 좀.. 들여다봐주면 안되나?
삼신 : (쳐다보지도 않고 푸성귀 다듬으며) 지랄한다. 니 딸년을 내가 왜.
은탁모 : 치.. 그냥 오다가다요. 배추 남으면 좀 주구. 시금치도 좀 주구..
삼신 : 그러게 그때 같이 죽지 뭐 하러 더 살아가지고.
은탁모 : 못됐어. 할머니가 알려줬잖아요. 간절히 빌라고.
삼신 : 그 말을 믿는 년이 다 있네.
은탁모 : 그 말 믿은 덕에 좀 더 살다 가요. 고마웠어요 할머니.
삼신 : (묵묵히 푸성귀만)
은탁모 : 인사할라고 왔지. 저 가요.
은탁모, 다시 흐릿해져서 사라진다. 그저 푸성귀만 다듬는 삼신이고..
S#30. 어린 은탁 집 (밤)
은탁, 눈물 못 그쳐 꺽꺽 흐느끼며 댓돌에 신발 신는데 불투명한 부엌 유리창 너머로 검은 사람 그림자 하나 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문 여는 은탁인데,
/-1. 집 앞 (밤)
그 앞에 페도라 쓴 저승 딱 서 있다!
은탁, 울음에 어깨 들썩이며 저승과 눈 딱 마주치는데!
저승 : ??? (지금 얘 나랑 눈 마주친 거야?)
은탁 : 아저씨 누구세요?
저승 : (!!!) 너, 내가 보여?
은탁 : !! (그 순간 아차 싶다. 사람이 아니구나..) 아 목도리. 목도리 안 했다. 엄마한테 혼나겠다. (다시 들어가려는데)
저승 : 했는데 목도리.
은탁 : (반사적으로 목도리에 손 가져갔다가 악! 눈 질끈 감고)
저승 : 여기가 지연희씨 댁이지? 병원에 안 계셔서 왔거든. (갸웃) 근데 넌 어째서 태어나지 못했을 애가.. (하다 퍼뜩)
>>인서트 플래시백. 8년 전 피로 물든 눈길 위. ‘지연희’ 밑에 있던 ‘무명 0세’
떠올리는 저승.
저승 : (그 무명이 이 아이구나) 혹시 너 올해 아홉 살 됐니?
은탁 : (고개 푹 숙인 채 눈물만 툭툭, 아이는 아이고) 나 아저씨 하나도 안 보이는데..?
저승 : (그런 은탁 가만히 보다가 미간 좁히며)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세요?
은탁 : ?.. (같이 시선 따라가 보면) !
저승 뒤로 삼신, 배추 한 포기 든 채 딱 서 있다.
삼신 : 가! 이 아인 놔두고! (저승 혼내면)
은탁 : 할머니.. (달려가 삼신 뒤로 숨는)
저승 : 이거 업무방해예요.
삼신 : 업무방해 같은 소리 하고 있다. 언제 적 일을 지금에 와서 하고 있어?
저승 : 지금이라도 하게 됐으니 다행이죠. 저 지금 시간 없어요.
삼신 : 거야 니 사정이고. 얘가 명부에 있어? 그때 그 아인 무명이지만 얘는 이름이 있어.
가서 이 아이 이름 적힌 명부 있음 가져와 봐. 그럼 내줄 테니까.
저승 : (짜증!) 명부계 협조 받으려면 9년 치 증빙 다 올려야 해요. 아실만 한 분이, 후.. 또 보자 꼬마야.
뚜벅 뚜벅 걷다,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저승.
그제야 은탁, 후... 참았던 숨 내쉬는데,
은탁 : 할머니 엄마가요...
삼신 : 알아. 그건 헐 수 없어. 너나 살어. 얼른 이사 가. 삼일 안에. 그래야 널 못 찾아. 저승사자랑 눈 마주쳐서 여긴 더 살면 안 돼.
은탁 : 이사 가면 못 찾아요..?
삼신 : 못 찾아. 그래서 집터가 중요한 거야. 오늘 자정 지나면 장례식장에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이 찾아올 거야. 그것들 따라가.
고생은 하겠지만 다른 선택이 없다 넌.
은탁 : (끄덕) 근데 이런 거 왜 알려주세요?
삼신 : (보다가) 이뻐서. 너 점지할 때 행복했거든.
은탁 : ?? (말똥하게 눈 뜨고 보는데)
삼신 : 이건 생일 선물. (배추 주고 가는)
은탁 : (배추 한 포기 든 채 삼신의 뒷모습 보는데...)
S#31. 시장통 (다른 날 낮)
주름진 삼신, 구부정한 허리고 시장통 지나가고 있다.
그때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중학교 교복에 운동화 신은 소년, 가슴에 ‘유덕화’ 명찰 달고 있다.
덕화와 삼신, 서로 점차 가까워지며 묘한 눈빛 마주친다.
그렇게 서로 스쳐가는 순간, 삼신은 빨간 립스틱, 새까만 머리, 잘록한 허리, 빨간 하이힐의 S라인 섹시녀로!
덕화는 명품 수제화, 명품 셔츠, 롤렉스 시계, 담뱃갑 든 20대 중반 청년으로!
그렇게 서로 반대편으로 멀어지나 했는데,
덕화 : 저기요.
삼신 : (섹시하게 돌아보면)
덕화 : 우리 술 한잔 할래요?
삼신 : 좋죠.
또 한 번 묘한 눈빛 오가는 두 사람인데.. 그런 두 사람 위로, 후둑 후둑 빗방울 떨어지고..
S#32. 은탁 학교 전경 (다른 날 낮)
비 내리는 전경 위로,
E (점심시간 알리는 종소리)
S#33. 은탁 학교/ 식당 (낮)
학생들, 어딘가 흘끗흘끗 보며 지들끼리 수군거린다.
바로 열아홉 살 여고생이 된 은탁이다. 은탁, 혼자 밥 먹고 있다.
고딩1 : 쟤는 고삼 다 끝나 가는데 아직까지 혼자 먹네.
수진 : (아유) 불쌍하면 같이 먹어주지 왜.
고딩1 : (발끈) 미쳤냐. 내가 왜. 쟤 귀신 본다고.
수진 : 난 귀신보다 쟤가 더 무서워. 귀신은 눈에 안 보이기라도 하지. (E) 저 봐. 다 들리면서 안 들리는 척 하는 거.
애들이 나누는 얘기 다 들리지만 꿋꿋하게 밥 퍼먹는 은탁. 쓸쓸해 보인다.
S#34. 거리 (낮)
우산도 없이 후드 뒤집어쓰고 빨간 목도리(엄마가 준) 둘둘 만 채 한 앞만 보고 걷고 있는 은탁.
귀에는 이어폰. 좋아하는 라디오 듣는 중이다.
그때 들리는 기괴한 목소리.
처녀귀신E : 얘.
은탁 : (늘 있는 일인 듯 대꾸도 않고 계속 앞만 보고 걷는다.)
보면, 은탁 옆으로 바짝 붙어 걷고 있는 여자, 처녀귀신이다.
은탁, 이어폰 음량 최대치로 올린다. 이어폰 밖으로 소리 삐져나오고..
아나운서F : 오늘 끝 곡이네요. ‘위너’가 부릅니다. ‘사랑가시’
처녀귀신 : 얘. 너 도깨비 신부라며?
은탁 : (안 보이는 척, 노래 따라 부르는, ♬) 그대 내게서 떠나 가줘요. 아무런 말없이.
처녀귀신 : 얘. 너 나 보이잖아.
은탁 : (애써 무시, 노래만, ♬) 그 예쁜 입술 꾹 닫아줘요. 괴롭히지 말아줘.
처녀귀신 : 얘. 너 나랑 같이 가자. 너무 쓸쓸하고 외로워서 그래. 음?
은탁 : (계속 앞만 보며, ♬) 어둠을 삼킬 만큼 아름다웠던 그 흔적들 없이,
처녀귀신 : 얘. 너 왜 자꾸 안 보이는 척 해?
(하면서 확- 은탁 코앞까지 와 본모습 -무섭고 괴기스러운- 보이며 찢어지는 목소리로) 이 나쁜 년아!!!
은탁 : (눈 질끈 감으며) 아, 비주얼 진짜.. (확 눈뜨고 째려보면)
처녀귀신 : 봐. 다 보이면서. (비웃다가, 은탁 너머 무언가 발견하고 사색!) 너 정말이구나.. 미안해..! 미안했어 미안해!
(검은 연기로 확 사라진다!)
은탁 : (?!) 아 뭔 사과를 앞도 뒤도 없이,
암튼 다행이다 싶어 가던 길 가려고 돌아서는 순간, 부딪힐 듯 옆으로 휙- 지나가는 우산 든 한 남자, 김신이다!!
통화 중인 듯 귀에 핸드폰.
덕화F : 삼촌 어디야? 아까 근처라며. 아니 어제까진 카드가 잘 됐는데,
은탁, 김신의 우산 속으로 뛰어 든 꼴이고, 둘은 눈이 마주치고, 둘은, 그렇게 서로를 스쳐 지나는데, 그 순간이 마치 영원 같다.
점점 멀어지는 두 사람. 그러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딱 멈춰 서는 은탁과 도깨비!!
그렇게 등 돌려 멈춰 서 있는 두 사람 사이로 사람들 오고가고..
도깨비 : ??!! (뭐지? 왜지? 왜 하나도 안 보이지 저 애는? 은탁 돌아보는데)
은탁, 멈췄던 걸음 천천히 옮긴다. 뒤도 안 돌아보고 또박 또박.
도깨비, 멀어지는 그런 은탁의 뒷모습 바라보고 섰는데..!
/-1 다른 거리 (낮)
은탁, 커피숍을 지나고.. 은행을 지나고.. 편의점을 지나고.. 은탁은 알지 못한다.. 그 모든 곳에서 김신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도깨비, 커피숍 창가에 앉아, 은행 창가에 서서, 편의점 창 쪽 바에서 은탁을 지켜보는데..
S#35. 거리2 (낮)
터덜터덜 걷던 은탁, 무언가 발견하고 숨 멎을 듯 한 얼굴로 멈춰 선다!!
보면, 저만치 앞에 딱 서 있는 남자, 도깨비다!!!
은탁 : ??!!! (분명 아까 저 쪽으로.. 자신이 돌아왔던 길 되돌아보고 다시 남자 보면!)
두 사람 사이 지나는 우산들, 빗방울들 빠르게 흘러가고.. 두 사람의 시간만 느리게 흐른다.
도깨비, 건조하게 그런 은탁 보고 서 있을 뿐이다.
은탁, 바로 눈 내리깔고, 도깨비 안 보이는 척 도깨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간다.
두 사람의 거리 점점 가까워지고.. 은탁은 또 다시 도깨비를 스쳐 지나는데..
험하게 죽은 귀신이구나.. 최대한 눈 안 마주친 척, 안 보이는 척 지나가는 은탁이고..
도깨비, 그런 은탁의 태도 느꼈지만, 돌아보지 않고.. 허나 그 자리 쉽게 떠나지도 못하는데..
S#36. 도깨비 집/ 거실 (밤)
어둠속에 가만히 앉아 있는 도깨비. 은탁 생각. 뭐였을까 그 아이는..
그때, 칙-하고 등잔에 밝혀지는 불빛, 불 밝히고 돌아서는 유회장, 어느새 80대의 노인이다.
유회장 : 불도 안 켜시고.
도깨비 : ..생각이 깊었었네. (유회장의 주름진 얼굴 가만히 보는데)
유회장 : (여권과 파일에 든 저택 사진 건네며) 니스에서 거처하실 곳입니다.
도깨비 : (끄덕하고..) ..그새..
유회장 : 예.. 그리 되었지요. 덕화가 벌써 스물다섯인데요. 여기저기 손 좀 보라 일렀으니 이 달 말쯤 가시지요.
도깨비 : (끄덕하면)
유회장 : (같이 끄덕 하는데, 눈가에 눈물)
도깨비 : ....!! (그 마음 다 알아, 가만히 건너다 보면)
유회장 : (가만히 웃으며) 이제 떠나시면.. 제 생전에 다시는, 못 뵙겠지요?
도깨비 : (눈물 참으며) 모든 순간.. 고마웠네..
유회장의 죽음이 가까워졌음을 알고 있는 도깨빈데..
유회장 : 다시 돌아오셨을 땐.. 덕화가 있을 것입니다.
도깨비, 아프게 끄덕 하는데, 그때 띠띠띠 번호키 누르는 소리.
유회장 : 자꾸 열쇠를 깜빡깜빡 해서 신식으로 바꿨습니다. (하는데)
덕화E : (문 벌컥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할아버지. 삼촌!
두 사람 보면, 스물다섯의 덕화다.
덕화 : (저벅저벅 두 사람 향해 오며) 아 삼촌 여깄네. 내가 그렇게 데리러 좀 와달라고 부탁했는데 걍 여깄었네.
유회장 : 어른들 말씀 중엔 끼어들지 말라고,
덕화 : 할아버지 내 카드 끊었어?! 할아버지가 끊은 거 맞지!
유회장 : 내 비서가 끊었다 이놈아!
덕화 : 아 나 지금 아주 개쪽 당하고 왔단 말이야. 내가 어떻게 꼬셨는데.
이럴 거면 나 재벌3세 왜 만들었, 삼촌 어디 가?! 어디 가는데?
여권과 거처할 집 사진 등등 본 것이다.
유회장 : 아이고 이놈아. 말버릇 고치라지 않았어!
덕화 : 할아버지는 가만 계셔봐. 혹시 그거야? 삼촌 신부 찾는 그거?
아니 이 사람아. 국제 결혼하러 가면 간다고 왜 말을 못해! 왜 말을 못하냐고!
도깨비 : (....) 돌아오면 이 아이가 있단 말이지..
덕화E : 삼촌 정확히 몇 날 몇 시 언제 가는데에!
E (알람소리) 때르르르릉-
S#37. 은탁 집 (다른 날 아침)
/방- 알람소리에 기계적으로 시계버튼 탁 치고 벌떡 일어나 착착 이불 개는 은탁.
/부엌- 교복 차림으로 익숙하게 밥솥에 밥 안치고 국 끓이고 오이 무치고 바쁘다.
/거실- 손 바쁘게 오가며 상 위에 따끈한 밥과 미역국, 달걀프라이, 소시지, 오이무침 등 갓 만든 반찬들 차려놓는 은탁.
은탁 : 아침 드세요. 남자 하나에 여자 두 분.
정작 아침 차린 은탁은 부엌 한편에 서서 미역국에 만 밥 대충 먹고 있는데, 아무도 안 나온다.
“밥 드시라구요!” 소리치면, 이모의 딸(경미)와 아들(경식) 밍기적거리며 나와 상 앞에 앉는다.
경미 : (숙취 가득) 야 좀 닥쳐 골 울려. 이깟 밥상 차리면서 유세는 하여간.
경식 : 웬 미역국? 오늘 누구 생일이야?
경미 : 대박. 쟤 지금 지 생일이라고 미역국 끓인 거야?
은탁 : (묵묵히 가방 마저 싸고 등교 준비하는데)
이모 : (방에서 나오며 달력 보더니) 맞네. 지 엄마 잡아먹고 태어난 날이 뭐 그렇게 자랑스러워서 그걸 챙기고 자빠졌어.
배운 게 없으니 창피한 줄도 모르지.
경미 : 엄마한테 배웠네. 얘가 엄마한테서 큰 게 10년인데?
이모 : 밥이나 처먹어.
은탁 : (늘 있는 일인 듯) 생일 축하 감사합니다. 이모.
이모 :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랬는데 다정도 병이지 내가. 어휴 죽은 년만 불쌍하지. 미혼모로 기껏 키워놨더니.
은탁 : 그건 좀 너무 말이 심하시구요.
이모 : 심하긴 뭐가 심해. 너한텐 엄마지만 나한텐 언니거든?
은탁 : (가방 메고 신발 꿰어 신으며) 그니까요. 마음으로도 촌수로도 제가 더 가깝거든요.
경미 : 엄만 엄마가 무슨 말 하는지 알고나 하는 거야?
이모 : 넌 밥이나 처먹으랬지. 너 어딜 도망 가!
은탁 : 도망가는 게 아니라 학교 가는 건데요. (현관문 열면 비 온다. 우산 꽂이 보면 우산 두 개밖에 없는데)
경식 : (밥그릇만 보고 밥 먹으며) 우산 갖고 가면 디진다.
이모 : 학교 끝나면 통장 갖고 은행으로 와. 오늘도 안 갖고 오면 어떻게 될지 알지?
은탁 : 나한테 통장 없다니까요. 도대체 몇 번을, 아! (뒤통수 잡는다)
보면, 이모가 밥그릇 던졌다. 은탁 뒤통수에 밥알 묻어 있고 바닥에 나뒹구는 밥그릇.
은탁, 하... 눈물 꾹 참는다 휙 뒤돌아 이모 보면,
이모 : 그럼 그 통장이 어딨는데! 니 엄마 보험금 어딨냐고.
은탁 :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이모가 다 뺏어갔잖아요! 전세금까지 다 빼갔잖아요!
이모 : 뭐 이렇게 말이 많아 아침부터. 잔말 말고 갖고 와 얻어터지기 싫으면.
가방에 잘 있던 통장이 은행만 가면 없는데 니가 아님 누구야!
경미 : 저년 귀신 들린 거 맞다니까.
은탁 : (엿먹어봐라) 그래. 니 등 뒤에 귀신 붙었다!
경미 : 뭐? 미친? 야!!!
은탁, 눈물 들키기 싫어 후드 탁 뒤집어쓰고 비 추적추적 내리는 밖으로 뛰어나간다.
S#38. 골목 (아침)
은탁, 비 다 맞으며 머리 밥풀 떼며 걷는다. 눈물 툭툭 떨어진다..
골목 일각에서 그 모습 지켜보는 누군가, 도깨비다.
수진(여고생1), 그런 은탁 뒤따라 걸으며 카톡 중이다.
-대박. 지은탁 머리에 밥풀 도배 됨. 도시락 저렇게 싸가는 듯 ㅋㅋㅋ
-ㅋㅋㅋ 밥풀 아니고 이 아니야? 인증샷 찍어서 단톡방에 올려 ㅋㅋ
수진, 핸드폰으로 은탁 몰래 사진 찍으려는데, 어디선가 휙- 수진한테만 바람 불어 우산 휙- 핸드폰 진창에 풍덩-
“아! 뭐야! 아 짱나” 그 옆 유유히 지나가는 도깨비고.
은탁 놀라 돌아보면, 도깨빈 어느 새 없고,
은탁 : 괜찮아? (다가가며) 안 다쳤어? (하는데)
수진 : 아 꺼져 재수 없으니까! 말 걸지 마 너는! 꺼지라고!
은탁 : ... (다시, 발길 돌리는데,)
그 순간, 수진의 머리위로 가게 천막에 고여 있던 물 쏴- “아악!”
은탁, 돌아보지 않고 간다.
그런 은탁의 모습, 어딘가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도깨빈데..
S#39. 바닷가 (낮)
오후의 흐린 하늘에 흐린 바다.. 비는 다행히 멈췄다.
작은 케이크 무릎에 올려놓고 가방에서 목도리 꺼내 두르며 바다 바라보고 앉은 은탁인데..
S#40. 메밀밭 (낮)
흰 메밀꽃 끝도 없이 피어있다.
도깨비, 메밀꽃밭 가운데 놓여있는 벤치에 물끄러미 앉아 있다. 마치 바닷가의 은탁과 서로 등지고 앉은 듯한데..
>>인서트 플래시 백. 36씬의 연결이다.
유회장과 술잔 기울이는 도깨비고..
유회장 : 헌데요 나으리. 이번에도 혼자 떠나시는지요.
도깨비 : (웃으며) 그리 되었네. 내가 만난 그 어떤 여인도.. 검을 발견하지 못하니.
유회장 : ..전 다행인데요 나으리.
도깨비 : (보면)
유회장 : 검 때문에 고통을 받으실 땐 빨리 신부가 나타났으면 싶다가도 이리 뵐 땐 또 아무도 발견 못했음 싶고..
그저 인간의 욕심이지요.
도깨비 : 나도 다행일세.
유회장 : (보면)
도깨비 : 자네가 아직 곁에 있고, 술도 넉넉하고, 오늘 밤은 일단은.. 살아보고 싶네. (웃으면)
유회장 : (술잔 들고) 짠, 할까요?
도깨비 : (유회장의 잔에 짠!)
/다시, 현재.
마음 심란한 듯 메밀꽃밭 걷고 있는 도깨비. 뒷짐 진 손엔, 메밀꽃 몇 가닥 들려 있고..
S#41. 바닷가 (낮)
은탁, 바람에 자꾸 꺼지는 케이크의 촛불 어렵게 어렵게 붙이며..
은탁 : 제가 아홉 살 때 이런 거 절대 안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요.. 진짜 너무 급해서 그러는 거니까 이해 부탁드려요.
불 다 붙인 은탁 바람에 촛불 꺼질 새라 두 손 꼭 모으고 엄청 빠르게 소원 빈다.
은탁 : 알바 꼭 구하게 해주시고 이모네 식구 좀 어떻게 해주시고 남자친구도 꼭 생기게 해주세요. 제발요.
S#42. 메밀밭 (낮)
꽃밭 걷던 도깨비, 멈칫 멈춰 선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도소리.
은탁E : 알바 꼭 구하게 해주시고 이모네 식구 좀 어떻게 해주시고..
도깨비 : ?! (갸웃? 하는데)
S#43. 바닷가 (낮)
은탁 : (계속 기도 중이다) 이 그지 같은 상황에서 저 좀 제발, 십 원 어치라도 어떻게 좀, (하는데 눈물 툭..)
나 뭐하냐.. 누구한테 비냐.. 신이 어딨다고..
하늘 꾸룽꾸룽하더니, 곧 비올 것처럼 무거워진다.
은탁 : 이씨. (신경질 나 후- 후- 촛불 끄고, 하늘 보며 고래고래) 여기서 설마 비까지 오는 건가요?
이건 소나기인가요 장마인가요. 그치긴 하는 건가요?
S#43-1. 메밀밭 (낮)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도깨비의 눈 앞으로 흰 연기 한 줄기 휙- 날아온다.
도깨비 : ?!!!
S#43-2. 바닷가 (낮)
은탁 : 우산도 두 개밖에 없는데 비는 왜 자꾸 오구 난리신데요!
도깨비E : 너야?
은탁 : 엄마 깜짝이야. (놀랐다, 뒤돌아보고) ..어? (더 놀라 일어선다!)
보면, 도깨비, 손에 메밀꽃다발 든 채 굳은 얼굴로 딱 서 있다!
은탁 : 저요..? (둘러보고, 자기 밖에 없고, 경계하며) 저한테 말 거신 거예요?
도깨비 : 어. 너. 너야?
은탁 : 뭐가요?
도깨비 : 날 불러낸 게 너냐고.
은탁 : 제가요? 저 안 불렀는데요.
도깨비 : 니가 불렀어. 대체 날 어떻게 불러낸 거야.
은탁 : 제가 어떻게요? 저 진짜 안 불렀다니까요?
도깨비 : 니가 불렀어 분명. 생각해. 어떻게 불렀는지.
은탁 : 절실하게?
도깨비 : (못마땅한 얼굴로 보면)
은탁 : 제가 부른 게 아니라 그냥 아저씨가 제 눈에 보이는 거예요.
지난번 거리에서 실수로 눈 마주쳐가지고. 그 아저씨 맞죠?
도깨비 : 무슨 말이야 보인다는 게.
은탁 : 아저씨 귀신이잖아요. 제가 귀신을 보거든요.
도깨비 : 귀신 아니야.
은탁 : 첨엔 다들 그래요.
도깨비 : 너 뭐야. 너 대체 뭔데 보통은 보여야 할 게 아무것도 안 보여.
은탁 : (?) 뭐가, 보여야 하는데요?
도깨비 : 스무 살, 서른 살, 너의 미래.
은탁 : 아. 없나 보죠. 미래가.
도깨비 : !!
은탁 : 아저씬 뭐 죽기 전에 무당이었어요? 아님 사기꾼? 미래 같은 소리 한다.
도깨비 : (충격) 무슨..꾼?!
은탁 : 좋은 곳으로 가세요. 오래 떠돌면 안 좋아요. 근데 그 꽃은 뭐예요?
도깨비 : 가라면서 왜 말 걸어.
은탁 : 알았어요 가세요.
도깨비 : 메밀꽃.
은탁 : (픽) 그거 물은 게 아니잖아요. 왜 들고 있냐구요. (손 내밀며) 줘 봐요. 아저씨랑 안 어울려요.
도깨비 : 처음 듣는 소리야. 진짜 처음이야 진짜.
은탁 : 줘도 돼요. 나 오늘 생일이거든요. 아주 우울한 생일.
도깨비 : ! (잠깐 망설이다, 주면)
은탁 : (꽃 받고) 난 주로 생일 날 풀을 받는구나. 아홉 살 땐 배추 받았거든요.
(꽃 보며) 근데 메밀꽃은 꽃말이 뭘까요?
도깨비 : 연인.
은탁 : !
그때, 도깨비와 은탁 사이 날아다니던 반딧불들, 은탁의 머리에 예쁜 화관이 되어 머물고..
목을 다 꺾어야 올려다 보이는 남자,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여자아이...
그렇게 935살의 도깨비와 19살의 은탁은 서로를 바라보는데..
도깨비 : 왜 울고 있었는데. 알바 이모네 식구 남자친구 셋 중에 뭐 땜에.
은탁 : (!!!) 그거 어떻게 알아요?
도깨비 : 들렸어.
은탁 : 들렸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도깨비 :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기도 하거든 내가.
은탁 : (!)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준다구요? 걔 지니처럼? 수호신 뭐 그런 거?
도깨비 : (보면)
은탁 : (!!) 진짜요? (태도 돌변) 아 어쩐지. 처음 봤을 때 다른 귀신들이랑은 느낌이 좀 다르다 했어요.
(눈 반짝) 진짜 내 수호신이에요?
도깨비 : 니 수호신이라곤 안 했어.
은탁 : (아랑곳없이) 울 엄마가 그랬어요. 사람은 자기만의 사전을 갖고 태어난다고.
내 사전은 아무리 뒤져도 행복, 행운 이런 단어는 코빼기도 안 보이거든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죠.
도깨비 : 모르겠는데.
은탁 : 한 오백 정도 융통 안 되겠냔 뜻이죠. 현금 융통이 좀 그럼 이번 주 로또 번호라도 줘라 그런 뜻도 포함이고.
도깨비 : (끙..) 이모네 식구랑 작별 인사해. 한 동안 못 볼 거야. 닭집 알바 열심히 하고. 붙을 거야.
(하더니 푸른 불꽃으로 변해 훅- 사라진다)
은탁 : 어?! 저기요. 남친은요?! 여보세요! 이보세요!! 와 치사하게 진짜..
은탁, 꽃다발 든 채 혼자 남아 오래오래 서 있는데..
S#44. 도깨비 집/ 거실 (낮)
도깨비 집 들어서는데, 거실에 남자 뒷모습 보인다.
긴장하고 보면, 인기척에 뒤돌아보는 남자, 한 손엔 페도라, 한 손엔 계약서 든 저승이다.
저승 : ?!! (도깨비..) 구면이네?
도깨비 : ?!! (저승사자..) 그런 면이 있네?
저승 : 소문은 많이 들었어.
도깨비 : 내 소문엔 거품이 많아서. 내 집엔 어쩐 일로?
저승 : (!) 여기 살아?
묘한 눈빛 오가는데..
그때 덕화, 쟁반에 커피 두 잔 담아 들고 나오며,
덕화 : 가구가 다 옵션이라 딱 몸만 들어오시면, (허거억!!) 언제 들어왔어 삼촌..?
도깨비 : 설명해. (쟁반의 커피 들어 마시는)
덕화 : 아니 삼촌 그게 어차피 20년은 비잖아 여기가.
그래서 20년이면 세가 얼만가 그런 되게 순수한 궁금증에서 출발한 거거든 나는. (횡설수설인데)
도깨비 : (저승 향해 눈짓하며) 넌 저게 뭔진 알고 들인 거야? 저거와의 계약이,
덕화 : 세입자님께 저거라니이! 찻집 하신댔어! 죄송해요 우리 삼촌이 사회생활을 안 해봐서.
커피 드세요. (커피 건네고, 도깨비에게, 소곤) 아직 돈 안 받았어. (시침인데)
도깨비 : 마당에 새 차 있던데.
덕화 : (또 소곤) 세입자님 차야.
저승 : 내 차 아닌데. 이미 돈도 다
덕화 : (이미 저만치 도망치고 있고!)
저승 : 줬고.
도깨비 : 그렇게 된 사연이므로 돈 돌려 줄 테니 그만 나가주지?
저승 : 그렇게 된 사연은 알겠으나 이미 도장을 다 찍어서.
도깨비, 저승 손에 들린 계약서 도깨비불로 화륵 태운다.
도깨비 : 중요한 서륜 아니었길 바래.
저승 : 방금 건 복사본. 원본은 부동산에. 짐은 내일 들어올 거야. 손 없는 날이거든.
도깨비 : 다 마셨으면 가. 내가 온정을 베푸는 건 커피까지야.
저승 : 들어가서 짐이나 싸. 20년 치 짐이면 지금부터 싸도 늦어.
도깨비 : 도깨비와 얼굴 붉히는 우를 범해보시겠다.
저승 : 사자와의 계약이 어떤 건지 알 텐데? 이 집 대신 방금 나간 그 친구 데려가도,
도깨비 : 할 수 없네. 빈 방 많으니까 써. 내 집이다 생각하고.
저승 : 내 집이야.
도깨비 : 내 집이야. 도깨비 터에서 도깨비를 쫓아낼 수 있음 어디 한번 파이팅.
서로 노려보는 도깨비와 저승사잔데!
S#45. 도깨비 집/ 식당 (밤)
긴 서양식 식탁 양 끝에 앉아서 식사하는 도깨비와 저승.
도깨비는 육식, 저승은 채식 식단이다.
저승 : (도깨비의 스테이크 보며) 야만적이기 이를 데 없군.
도깨비 : (저승의 풀떼기 보며) 소문으로만 듣던 상스러운 식단이네.
저승 : (손짓으로 후추통 휙 날려 도깨비 물 컵에 뿌리고) 아, 실수. 내 거에 뿌린다는 게.
도깨비 : (손짓으로 고추가루통 휙 날려 저승 스프 위에 뿌리고) 아, 나도 실수. 너한테 뿌린다는 게.
저승 : (빡!) 너?
도깨비 : 아까 호칭 정리 된 거 아니었나? 이거, 저거, 야, 너.
저승 : (빡친 얼굴로 보는데!)
S#46. 은탁 집/ 은탁 방 (밤)
사촌 잠들어 있고, 은탁 라디오 들으며 공부하고 있다.
그러다 시선 들면, 책상 일각의 메밀꽃 싱싱하니 예쁘다.
물끄러미 메밀꽃 보던 은탁, “연인?” 큭큭.. 괜히 부끄러워 죽고..
S#47-0. 우체국 (다음 날 낮)
하교한 은탁, 우체국 대기번호표와 대입 수시 추가서류봉투 세 개 들고 순서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주소 제대로 썼나 확인하듯 봉투 상단에 적힌 주소 체크하는데, 수기로 주소 적혀 있다.
‘받는 사람: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로 50 연희대학교 입학처,
보내는 사람: 서울특별시 성북구 석관동 340-191 지은탁(언론홍보영상학부 수험번호 90493)’,
‘받는 사람: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로 2 서운대학교 입학처
보내는 사람: 서울특별시 성북구 석관동 340-191 지은탁(언론정보학과 수험번호 10923)’,
‘받는 사람: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명인로 1 명인대학교 입학처,
보내는 사람: 서울특별시 성북구 석관동 340-191 지은탁(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수험번호 87223)’
E 띵동-
등기우편 창구에 번호 뜨고, 간절한 얼굴로 서류들 안고 창구 가는 은탁.
S#47. 은탁 알바 구하는 몽타주 (다른 날 낮)
/닭갈비집
/닭발집
/삼계탕집
“알바구함” 보고 들어갔다가, 시무룩하게 가게 문 나오는 모습 컷컷컷으로.
S#48. 편의점 앞 (낮)
은탁 : (생수통 마시고) 알바를 붙긴 개뿔. 수호신? 아놔 이 냥반이. 아 전화번호라도 딸 걸.
(생각할수록 분한, 우걱 우걱 과자 주워 먹는데)
행인, 편의점 앞 쓰레기통에 담배꽁초 휙 버리고 간다.
연기 올라오더니, 이내 종이에 맞붙어 불길 올라오자,
“어!” 놀란 은탁, 생수 붓고 그래도 안 꺼진 작은 불씨 입으로 후- 후- 불어 끄는데,
도깨비E : 거봐. 너야.
은탁 : 아 깜짝아!! (돌아보면, 역시나 도깨비 딱 서 있다) 아 왜 자꾸 쫓아다녀요.
도깨비 : 쫓아다닌 게 아니라 니가 또 부른 거야.
은탁 : 아니라니까요? 그런 재주라도 있으면 내가 이 고생을 안 하죠. 내가 무슨 수로. 뭐 방울 흔들어 불러요?
도깨비 :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은탁 : 아저씨가 자꾸 우기니까 그렇죠. 내가 안 불렀는데.
그나저나 아저씨 진짜 수호신 맞아요? 종류가 뭔데요. 망신? 근신? 내신? 당신?
도깨비 : (끙 보면)
은탁 : 아저씨가 말한 닭집이 혹시 양계장인가요? 양계장 알바?
도깨비 : 아니야.
은탁 : 그럼 어딘데요! 괜히 이뤄질 것처럼 사람 기대하게 하고!
도깨비 : 너 진짜 니가 나한테 무슨 짓을,
은탁 : (자동) 아니에요. 내가 안 불렀어요.
도깨비 : 너야. 너라고. 너 맞어! 한 번도 이런 적 없었어.!
은탁 : (진짠가?) 진짜 나예요? 정말? 진짜 그런 거면 나 대체 뭐지? 아! 뭔지 알았다.
도깨비 : 뭔데.
은탁 : 나한테 보이는 거 다 말해 봐요.
도깨비 : (?) 교복 입었네.
은탁 : 또.
도깨비 : 머리가 짧네.
은탁 : 그게 다예요? 날개 이런 거 안 보여요? 나 아무래도 요정인가 봐요. 팅커벨.
도깨비 : (화르륵! 불꽃으로 사라지고)
은탁 : 농담 좀 했구만. 아, 전번..
S#49. 성당 (다른 날 낮)
미사 드리는 은탁. 진짜 내가 불렀나? 어떻게..? 골똘하다 퍼뜩!
/생일 케이크의 촛불 후-
/쓰레기통의 불씨 후- 후-
Cut to. 미사 마치고 다들 나간 성당.
은탁, 성모님 앞에 촛불 켜고 성냥 불 후- 불어 끄고 대기 타는데,
등 뒤에서 저벅저벅 걸어오는 소리 들리자, 확 돌아보며,
은탁 : 나 알았어요! 어떻게 부르는지 알았어요!
도깨비 : 그래도 여기서 부르는 건 좀 아니지 않니?
보면, 십자가의 예수님과 성모님 김신 내려다보고 있고..
은탁 : 무서워요? 되게 좋으신 분들이라던데.
도깨비 : 아부하지 마. 신이 어딨냐며.
은탁 : 어디 계신가 해서 한번 와 봤죠.
도깨비 : (그대로 돌아서 나가는)
은탁 : 왜 불꽃으로 화르륵 안 가고 걸어가요?
도깨비 : 여기선 안 돼. 비무장 지대 뭐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돼. 따라오지 말고.
은탁 : (보내기 싫어서 괜히, 쫑쫑 따라 걸으며) 내 소원 어떻게 할 건데요. 세 개 중에 세 개가 아직 해결이 안됐잖아요.
도깨비 : 이모네는 곧 해결할 거야. 알바도 곧,
은탁 : 말구요 남자친구.
도깨비 : 그건 너도 노력을 좀 해!!
은탁 : (거만하게) 와 나 이렇게 대하면 안 될 텐데?
S#50. 도서관 일각 (다른 날 밤)
빨간 목도리 하고 있는 은탁, 핸드폰 들어 촛불 어플 킨다. 설마 이것도..?
훅- 불면 화면 속 촛불 꺼지고,
은탁 : 이제 안다고 방법을. 전번 딱 딴 거지 내가.
은탁, 눈 동그랗게 뜨고 주위 두리번거리는데, 빡친 얼굴로 소환된 도깨비다.
은탁 : (핸드폰 보며) 오~ 이건 안 될 줄 알았는데.
도깨비 : 안 될 줄 알았는데 왜 해! (휘리릭 불꽃으로 사라지려하면)
은탁 : 아 잠깐만요! (도깨비 잡는데)
도깨비 : ..날 잡은 거야 지금? (가려고 힘주는데 안 되고) 니가 잡으니까 못 가는 거야 나는? 너 대체 뭐지?
은탁 : 아 더는 안 되겠다. (놓고) 아 뜨거. 파랗길래 차가울 줄 알았더니.
도깨비 : 본디 파란불 온도가 제일 높다 문과생. 이럴 시간에 공부 좀 해!
은탁 : (기막혀) 허. 와. 나. 내가 조실부모하고 사고무탁하면서도 1등을 안 놓친, 됐구요,
저기 수호신 뭐 그런 거 말고 그냥 저 오백 해주시고 치워주심 안돼요?
도깨비 : (후- 꾹 참으며) 오늘은 내가 일이 있어서 가야 하거든? 그럼. (가려는데)
은탁 : 무슨 일이요? (하고 보니, 검은 슈트 입었다) 아 옷이 좀.. 경건하네요.
도깨비 : 내일이 아는 이의 기일이야.
은탁 : 근데 왜 오늘부터 가요? 지방이에요?
도깨비 : 그곳은 오늘이 내일이야. (근처의 어떤 문 향해 가는데)
은탁 : 언제 오는데요? 내일? 모레? 나 꼭 물어보고 싶은 거 있단 말이에요.
도깨비 : (문 잡았다 놓고, 돌아보며) 빨리 해.
은탁 : 음.. 이런 질문 이상하게 들릴 거 아는데요. 오해 마시고 들어주셨음 해요.
도깨비 : 알았으니까 해. 뭐.
은탁 : 처음엔 아저씨가 저승사잔가 했어요, 근데 저승사자면 절 보자마자 데려갔을 거예요.
그 다음엔 귀신이구나 했어요. 근데 아저씬 그림자가 있었어요.
마주선 은탁과 도깨비. 그리고 둘의 희미한 그림자..
은탁 : 그래서 생각해봤죠. 대체 저 아저씬 뭘까.
도깨비 : 그래서 내가 뭔데.
은탁 : 도깨비요.
도깨비 : !!!
은탁 : 아저씨 혹시 도깨비 아니에요?
도깨비 : !!!
은탁 : (말갛게 보면)
도깨비 : 너.. 뭐야. 너 대체 뭐야..!
은탁 : 그게, 제 입으로 말하긴 좀 뭐한데, 전 도깨비 신부거든요.
도깨비 : !!!...
은탁 : 제가 귀신 보는 건 아시죠. (목도리 풀며) 제가 태어날 때부터 이런 걸 갖고 있었는데,
아마 이것 때문에 귀신들이 그러는 거 같아요. 나한테 도깨비 신부라고.
하며, 머리카락 들어 목 뒤의 낙인 보여주는 은탁.
도깨비, 낙인 확인하고, 혹시 그때 그..!! 혼란스런 얼굴로 무언가 떠올린다!
>>인서트 플래시 백. 18년 전, 눈길 위.
죽어가던 한 여자의 몸에 목숨 불어 넣어 주었던..
도깨비, 혼란스런 얼굴로 은탁 본다. 은탁도 가만히 도깨비 보고 있다.
도깨비 : 증명해봐.
은탁 : 제가 도깨비 신부인 걸 증명하라고요?
도깨비 : 어.
은탁 : 어떻게요? 뭐 훨훨 날아요? 아님 빗자루로 변해요?
도깨비 : (픽) 해봐.
은탁 : (빡!) 저 지금 되게 진지하거든요?
도깨비 : 나도. 나한테 보이는 거 말해봐.
은탁 : (픽) 복수하시는 거예요?
도깨비 : 말해봐. 보이는 거 다. (깊이 보면)
은탁 : (보다가) 키가 크시네요?
도깨비 : 또.
은탁 : 옷이 비싸 보여요.
도깨비 : 또.
은탁 : 한 삼십대 중반?
도깨비 : 또.
은탁 : 설마 원하는 답이 잘생겼다, 뭐 그런 건 아니죠.
도깨비 : 내가 원하는 답은 니가 갖고 있었어야지.
은탁 : !!!
도깨비 : 나한테 보이는 게 그게 다면, 넌 도깨비 신부가 아니야. 도깨비에게 넌 효용가치가 없거든.
은탁 : !!!
도깨비 : 귀신을 보는 건 안됐지만 어차피 덤으로 사는 목숨이니 감수하며 살아.
넌 그저 원칙을 어기고 인간의 생사에 관여해서 생긴 부작용 같은 거니까.
은탁 : (존재를 부정 당하자, 괜히 눈물 그렁해지고) 내가 감수하기 싫다면요?
도깨비 : 그냥 원래 명대로 죽는 방법도 있어.
은탁 : (!!!) 와. 말을 참, 알았구요, 아까 한 질문 다시 할게요. 아저씨 혹시, 도깨비세요?
도깨비 : 아니야.
은탁 : (!!) 아니에요?
도깨비 : 아니야.
은탁 : (!!!) 그럼 뭔데요? 대체 뭔데 내가 가치 있고 없고를 아저씨가 판단하는데요?
도깨비 : 십 원 어치 나아지고 싶다며. 니 그지 같은 상황을 십 원 어치 정도 걱정하는 사람.
은탁 : !!!
도깨비 : 현실에 살라고. 소문에 살지 말고. 넌 도깨비 신부가 아니니까.
은탁 : !!!
도깨비, 다시 문 잡고 문 안으로 들어가는데,
은탁, “잠깐만요.” 하며 따라 들어가면,
S#51. 캐나다/ 쁘띠 샹플랑 거리, 어느 문 앞 (낮)
문틈으로 환한 빛 보이고, 이내 문 열고 나오던 도깨비,
도깨비 : !!! (돌아보면)
은탁 : 저 아직 얘기 안 끝났, (???) 는데, (???)
도깨비 : 너 지금.. 저 문으로 들어온 거야? 나 따라서? 너 어떻게 들어왔어!
은탁 : (???) 손잡이를 잡는다. 당긴다. 아저씨를 바짝 따라, 근데 여기 왜 이래요..?
도깨비 : 그러니까 묻잖아. 너 저 문 어떻게 통과한 거야 대체!
은탁 : 아. 파준가? 영어마을 거기? 아니 거기래도 이상하지. 어떻게 된 거예요 이게? 여기 어디예요 진짜???
도깨비 : 캐나다.
은탁 : 캐나..다요?!! 캐나다면, 그 단풍국..?! 오로라 막 거기..? 진짜 여기 외국이라구요?!
은탁, 놀라 휘휘 돌아 본다. 은탁이 눈 돌리는 곳 마다,
/-1. 캐나다 인서트 (낮)
/청명한 하늘아래 이국적인 거리,
/미친 듯이 붉은 단풍 숲,
/성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운 호텔 등 캐나다 퀘백의 가을 풍경 컷컷컷 펼쳐지더니,
/-2. 캐나다/ 쁘띠 샹플랑 거리, 어느 문 앞 (낮)
은탁 : 대박. 아저씨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도깨비 : 너도 있네. 너 진짜 뭐지?
은탁 : 여기가 캐나다고 아저씨 능력이 이 정도면, 저 결심했어요.
도깨비 : 뭘.
은탁 : 맘 먹었어요 제가.
도깨비 : 뭘!
은탁 : 저 시집갈게요 아저씨한테.
도깨비 : (빡!)
은탁 : 난 암만 생각해도 아저씨가 도깨비 맞는 거 같거든요.
도깨비 : !!!
은탁 : (방긋) 사랑해요.
도깨비 : !!!
뭔가 화난 듯도 하고, 슬픈 듯도 한 도깨비의 눈빛과, 그런 도깨비 보며 생긋 은탁의 얼굴에서, 1부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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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도깨비 1-4도 zip으로 만들어주실 수 있나요 ??
제가 알집 깔고 있는데 묶으면 자동으로 저 묶음이 생성되요. 알집만 깔려 있으면 저 묶음도 자동으로 풀 수 있지 않을까요?
아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2.03 14:31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댜♥♥♥♥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덕분에 책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 메꿀 수 있을것 같아요~ 잘 보게습니다!! ^-^
감사합니다. ^^
정말 감사해요...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ㅜㅜ감동의 눈물
감사합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5.24 19:35
감사해요옹💜
항상 올려주신 대본 잘 쓰구 이써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