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은 물론 동아시아에서 공히 필기구로 썼던 붓입니다.
여타 나라에서도 필기가 비싼 값에 경매에 나오는 것을 보게 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역사적 의의가 있는 필체여서입니다.
그러나 글씨만 잘 써도 그 자체가 예술이 되는 유일한 필기가 바로 붓글씨일 것입니다.
그래서 나라별로 서법(書法)이니 서예(書藝)니, 서도(書道)니 하면서 아직까지 저변이 굳건한 예술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그 붓에 관련된 글자들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예를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붓을 잡는 방법은 위의 그림과 같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위의 모습이 되겠지요.
원래 붓은 한자로 율(聿)이라고 하였는데 바로 손으로 붓을 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붓을 나타내는 필(筆)자는 율(聿)자가 붓이란 뜻보다는 조사로 쓰이게 되면서 재료인 대 죽(竹)자를 형체소로 받아들여 생겨난 글자입니다.
원래 뜻을 나타내었던 율은 음소로 바뀌어 근사한 음인 필자가 탄생한 것이지요.
붓은 굉장히 중요한 글자였던 듯 갑골문에서 이미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율(聿)자의 갑골문-금문-소전
붓 필(筆)자의 소전-간체자
붓 필(筆)자는 요즘 중국에서 간체자로 쓰고 있는데 모양이 재미있습니다.
대 죽(竹) 밑에 털 모(毛)자를 씁니다.
제일 위의 사진을 보면 붓은 대나무 대롱에 털을 묶어 넣은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간체자는 한자의 원형을 파괴한 것이 많은데 이렇게 회의자로 새로 구성한 간체자는 재미있는 것이 많습니다.
붓을 잡고 멋지게 글씨를 쓰는 모습이네요.
이렇게 붓으로 글자를 쓰려면 제일 처음 해야 할 일이 바로 벼루에다 먹을 간 후 붓으로 먹물을 듬뿍 찍는 것이겠지요.
아래의 사진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붓으로 벼루의 먹을 찍는 모습을 표현한 한자가 바로 글 서(書)자입니다.
위의 모습은 붓 율(聿)자의 뜻이고 아래의 왈(曰)자는 벼루를 나타냅니다.
중간의 점들은 붓으로 먹을 듬뿍 묻혀서 먹물이 튀는 것을 나타냅니다.
글 서(書)자의 금문대전-금문-소전
위의 옛 글자들을 가지고 볼 때 글 서(書)자의 첫 번째 뜻은 바로 붓으로 기록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다가 편지나 글 같은 붓으로 기록해놓은 것도 서(書)라고 하게 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그 기록물을 한데 모아 제본해놓은 것, 곧 책도 서(書)라고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서(書)자의 뜻은 ① 기록 ② 기록물인 편지나 글 ③ 그런 기록물을 모은 책이란 뜻으로 점점 인신되어 간 것입니다.
다음에서는 붓을 가지고 하는 일들을 나타낸 글자들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그림 화(畵)자의 금문-금문대전-소전
위 그림 화(畵)자는 붓으로 무늬를 그리고 있는 모습에서 나온 글자입니다.
법 률(律)자의 갑골문-금문-소전
위 법 률(律)자는 사거리의 일부인 자축거릴 척(彳)자와 붓 율(聿)자를 그린 것입니다.
바로 도로를 설계하고 있는 토목기사의 모습을 그린 것이지요.
예나 지금이나 도로는 매우 중요해서 설계도면대로 그리지 않으면 큰 사고가 나게 마련이었습니다.
그레서 여기에서 법이란 뜻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세울 건(建)자의 금문-금문대전-전서
위의 글자는 세울 건(建)자인데 붓 율(聿)자와 자축거릴 척(彳), 그리고 그칠 지(止: 갈 之의 뜻임)자가 결합한 모양의 글자입니다.
그래서 이 건(建)자는 율(律)자처럼 설계도면대로 행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생각됩니다.
허신의 『설문해자』에서는 "조정의 법을 세우는 것"이라 하였는데 아마 건축하다는 뜻이 먼저 생겼을 것입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