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심사 당일, 심사위원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읽을 맛이 나는 응모작들 덕이었다.
어떤 장르보다도 자기 의지와 열정을 다분히 요구하는 분야가 글쓰기이다. 세상을 향한 면밀한 관찰력을 요하는 것은 물론이다. 게다가 언어가 가진 기능 하나만으로 온갖 삶의 양태를 형형히 제시해내야 하다니. 나아가 독자를 웃기고 울리기까지 해야 하다니.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읽을 만한 글을 써내는 이들이 도처에 존재한다. 퍽 고무적인 일이다.
고등부 장원 수상작인 송경진의 소설 ‘최후의 약속’은 우리들이 간과하고 지나치는, 혹은 드러내고 싶지 않아 부정해 버리는 인간 내면의 실재성을 담담히 진술해 나간 데서 그 가치가 빛난다.
가족의 안위를 돌보기 위해 공사판을 전전하던 끝에 사경을 헤매는 가장. 아직 그를 떠나보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아내. 그 둘을 지켜보는 딸아이(화자)가 작품을 끌어가는 인물의 전부이다. 화자는 자기 가족이 처한 참담한 현실을 나지막이 발화할 뿐이다. 아버지가 사경의 문턱에 선 지 “99일”째라든지, “120일”째가 되어가고 있다든지 하는 식으로 무심코 날짜를 꼽을 뿐, 자기감정을 개입시키는 행위를 되도록 삼간다. 쩌렁쩌렁 사방을 들썩이게 하는 매미 울음소리가 오히려 화자 가족의 슬픔을 적나라하게 대변하는 알레고리로 작용한다. 사정이 그러하니 독자의 가슴이 더욱 쓰릴 밖에. 지나치게 아프면 오히려 울 수 없다지 않든가.
지극히 담담한 문체로 이만큼 독자를 설득했으니 고등학생으로선 훌륭한 필력이다. 다만 지나친 수식어가 작품 본연의 매력을 반감시킨 점이 아쉬웠다. 또한 쓸데없이 길게 이어지는 문장은 작품을 읽는 행위를 방해했다. 내용보다 형식에 치중하는 건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보았으면 한다. 적당한 액세서리는 그를 착용한 이를 빛나게 한다. 반면 과한 액세서리는 그를 착용한 이가 지닌 고유의 아름다움을 해치기 마련임을 밝힌다.
중등부 장원 수상작인 김영현의 수필 ‘뽀은 쓰라이들의 희망 다운로드’는 안정적 구성과 전개가 돋보였다. 또한 인간에 대한 김영현의 애정이 읽는 이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어떠한 대가도 바람 없이 그저 지구 저 편에 공존하는 소녀들을 돕고 그들의 행복을 비는 마음결이 곱다. 어떤 세파에도 그 결이 마멸되지 않기를 빈다.
초등부 장원 수상작인 원지혜의 수필 ‘좋은 약속, 나쁜 약속’은 제 나이에 걸맞는 소재를 찾아내어 아이답게 사건을 진술해 나갔음을 높이 산다.
있을 법한 혹은 상상 속에서나 벌어질 숱한 희비극을 창조해내는 일이란 분명 가없는 기쁨이다. 동시에 달아나고 싶은 고통이기도 하다. 글쓰기. 어쩌면 숭고하다고 말해도 좋을 작업이다. 그에 충실히 임하는 모든 이에게 행운이 있기를.
심 사 평 : 김마리아
심사위원 : 양효숙 ․ 김문희 ․ 김효경 ․ 구서휘 ․ 이숙경 ․ 김마리아
<수상자 발표>
초등부
장원 : 원지혜, ‘좋은 약속, 나쁜 약속’
차상 : 정세현 / 호동초1-3 / 호원2동
차하 : 김하린 / 춘천시 후평초 4-2 / 춘천시 후평동
장려 : 임우정 / 의정부 호동초 4-2 / 의정부시 호원동
홍영민 / 의정부 호동초6-1 / 의정부 2동
김성은 / 의정부 경의초 6 고움반 /의정부 3동
유지민 / 의정부 회룡초6-4
현정빈 / 의정부 회룡초 6-1 /의정부 호원 1동
임나연 / 의정부 호동초 2-1
중등부
장원 : 김영현, ‘뽀은 쓰라이들의 희망 다운로드’
차상 : 최정은 / 진관중 3-9 /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차하 : 양이지 / 고양 신원중 1-1 / 경기도 고양시 의양구
장려 : 이서진 / 부용중 1-1 / 의정부시 용현동
고등부
장원 : 송경진, ‘최후의 약속’
차상 : 고유렬 / 초지고3-12 /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차하 : 임정민 / 양명여고2-5 /안양시 만안구
장려 : 함준형 / 광동고 3-1 / 의정부시 녹양동
오호중 / 단원고 3-8 / 경기도 안산시 고산1동
김혜인 / 휘경여고3-8 / 서울시 동대문구
전수현 / 고양예고 2-1 / 서울시 서대문구
이지현 / 백석고 3-2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이혜승 / 홍대부속여고 3-5 / 서울시 마포구
송현아 / 휘경여고 1-6 / 서울시 동대문구
일반부
차상 : 김명래 / 강원도 춘천시 후평동
차하 : 이은경 /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장려 : 이미지 / 울산광역시 중구 성인동
박경린 / 의정부 용현동
최승원 / 경기도 하남시
김병주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김보현 / 울산대 3학년 휴학(서울시 용산구)
첫댓글 심사평을 통해 그 날 읽었던 작품들을 다시 한번 떠올려 봅니다. 나무와 숲을 동시에 바라보며 통찰된 심사평을 써주신 김마리아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수상하신 수상자 여러분들께 축하드리고 백일장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주소지를 보면서 문학의 저변확대가 견고함을 느끼게 되네요.
마리쌤님^^~의 심사평이~또한!!!
기가막히는~한편의 작품이십니다*^^*
제하는일 핑게로~바쁘실때마다~
전혀 보탬되지 못해~지부장님을 비롯한
모든 회원님들께~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즐겁고~무조건 행복주말되시길요^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