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번째 생일을 맞은 아들에게 생일 선물을 사 주기 위하여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신발 가게에 들어섰습니다.
가게를 한 바퀴 휙 둘러보더니 이것저것 만져보고 요리조리 살펴보는 아들의 폼이 제법 진지했습니다.
한참 뒤 아들은 마음에 드는 구두를 하나 골랐습니다.
“이 구두 얼마요?” “삼만오천 원입니다.”
점원은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서 껌을 짝짝 씹으며 건성으로 대답했습니다.
“잘하면 이천 원 정도는 깎아 줄 수도 있어요.”
아버지는 그 점원을 힐끗 쳐다보더니 아들에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얘야, 그 구두 벗어라. 얼른 여기서 나가자.”
“왜 그러세요. 아버지, 전 이 구두가 마음에 드는데요.”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들도 할 수 없이 아버지를 뒤따라 나왔습니다.
이어 다음 골목에 있는 다른 구두 가게에 들어갔는데 다행히도 아들이 원하는 모양과 똑같은 구두가 있었습니다.
“그 신발이 마음에 드시나 보죠? 안목이 꽤 높으시군요.”
어느 새 다가온 점원은 어린 학생인데도 존대를 하며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가격은 삼만오천 원입니다. 신발에 이상이 있으면 언제든지 바꾸어 드리겠습니다.”
점원의 태도를 지켜보던 아버지는 흥정도 하지 않고 구두값 삼만오천 원을 내고 아들에게 구두를 사 주었습니다.
가게를 나서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아들이 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아버지 아까 그 가게보다 이천 원이나 비싼데 굳이 이 가게에서 산 이유가 뭐예요?”
이 말에 아버지는 껄껄 웃으시며 말했습니다.
“얘야, 우리는 지금 이 가게에서 이천 원어치도 넘는 친절을 대접받았잖니?
그러니까 우리가 손해 본 것이 아니란다.”
보리사 보리불교대학 법우님들은 무심코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지는 않습니까?
친절과 겸손은 무한한 가치를 지닌 무형의 재산이니 보이지 않는 재산에도 신경을 써야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