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장소인 서울시청 가는 길이 출근길 교통혼잡에 밀릴까 걱정되어 집에서 2시간 일찍 출발했더니 오히려 30분이나 먼저 도착했다. 의원휴게실에 혼자 앉아 신문을 훑어보니 어제 보궐선거 결과가 모든 신문 주요난을 차지했다. 신문들을 뒤덮은 "열린우리당 참패" "당내 갈등" 등의 단어들이 가슴에 작은 표창처럼 날라와 꽂힌다.
그리고 씁쓸한 입맛.
오세훈 신임시장은 이명박 전시장에 비해 젊고 잘생기고 부드러워보이지만 한편 부정적인 강고함도 드러낸다. 질의에 대한 대답 태도는 전 시장과 별 차이없다. 열심히 준비한 질문들에 대해 주로 간단하게 성의없는 대답으로 응한다.
예를 들어 자유총연맹 등이 사회단체 보조금을 정치집회 참가비나 회원 경조비로 쓰는 것은 잘못되었으니 시정토록하고 잘 감독하라고 지적하면 그 보조금은 시장소관이 아니어서 별 책임이 없는 사항이라고 일축하거나 예산낭비 많은 도로굴착공사 등을 개선하기 위해 "공동구 설치하라"는 대안에 대해 뉴타운 사업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잘라 답하고, 적자버스운영 개선할 때 주민불편 예상조사없이 수백대 감차해서 겪는 주민 애로를 지적하니 마이동풍격 대답으로 질문의원의 의도를 무색케 한다.
오늘은 신보좌관과 이비서가 국감장에 배석해서 도와주었다. 그간 우리방 살림을 챙기느라 밖으로는 잘 나오지 않았던 이비서로서는 모처럼의 외출이다. 오늘 의원 뒤에 하루종일 앉아있던 소감을 물어보니 "긴장되고 가슴이 조마조마했다"고 한다. 국감장은 보이지 않는 총알이 오가는 전쟁터임을 그도 느끼는 것이다. 그런 전쟁을 몇날 며칠 계속하니 진이 쭉쭉 빠지고 있다.
국감 끝날즈음 작은 딸 새미가 엄마얼굴보러 모처럼 방청을 왔다. 요즘 나도 바쁘고 서울로 이사간 딸들도 바빠 얼굴보기어려웠는데 마침 종로에서 일을 마친 딸이 찾아온 것이다. 오늘 아침 문득, 깊어진 가을바람 탓인지 힘든 요즘 탓인지 딸들이 보고싶어졌는데, 눈치챈 배비서가 연락한 건 아닐까. 어쨋든 좋았다.
저녁 7시반, 오랜 시간의 서울시 국감을 끝내고 나왔다. 전체 국감일정 중 이제 중반을 끝냈다. 비서들과 딸이 즐겁게 어울리는 가운데 그들이 좋아하는 메뉴-VIPS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그간의 긴장이 조금은 녹여지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