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라 꽃밭에서~~
5월 25일. 토요일.
밀양도서관(관장 박경희)에서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의 하나로 담양 탐방 길에 올랐다.
답사에 도움을 주실 심재근(옛그늘 문화유산답사회 회장) 강사의 행선지 설명과
유익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45명의 시민이 훈훈함 속에서 떠나본다.
영상실에 모여 영상물을 보는가 했더니
처음부터 장내를 압도해버리는 이정옥 해설사의 설명이 기다리고 있다.
한시와 가사를 청산유수로 풀어내는가 하면,
가사문학 작품에 양념으로 야사와 고사까지 곁들여 풍류가가 따로 없구나 싶은데,
듣다보니 담양의 자랑거리는 모두 풀어내는 듯했다.
이서의 낙지가, 정철의 성산별곡, 사미인곡을 비롯한
18편의 가사가 전승되고 있는 담양을 가사문학의 산실이라고 부르고 있다.
제3전시실까지 돌며 가사문학 자료를 비롯하여
송순의 면앙집, 분재기 등과 정철의 송강집, 친필 유묵 등을 접해본다.
특히 제2전시실에서는 사대부가의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참담한 현실 세계의 고독을 체념의 미학과 꿈의 시학으로 표현한
총 100구의 규방문학의 대표작인
허난설헌의 규원가와 규방가사를 만나 볼 수 있었다.
옛 방앗간이 운치있는 카페로.(식사하고 나오며 눈에 띄인 빗속 풍경)
금강산도 식후경
입 안에서 살살 녹던 '절라도 떡갈비' 로
엥? 실수! 떡갈비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가운데 떡갈비 자리가 비어 있네. ㅋㅋ
*자연과 인공의 신묘한 조화의 원림-소쇄원
소쇄원은 호남 사림문화의 교류장소이자
면앙 송순, 석천 임억령, 하서 김인후, 사촌 김윤제, 제봉 고경명, 송강 정철 등이 모여
학문과 정치 사상을 논하던 구심적 역할을 하던 곳이다.
소쇄원 앞에 서고보니,
올곧은 선비 정신을 떠올리는 왕대들이 여름비에 더욱 청청하다.
“대나무는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양인용 문화관광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오른다.
(양산보의 뜻을 기리는 의미에서 그의 후세들이 소쇄원을 지키고 있었는데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맑고 깨끗하다는 뜻의 소쇄원은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유배된 후 죽임을 당하자
제자였던 양산보가 벼슬을 버리고 자연 속에서 살기위해
고향에 지은 정원으로 제월당, 광풍각, 대봉대가 있다.
초가 정자인 대봉대에 모였다. 발 아래는 계곡이요
계곡 건너 소쇄원의 중심자리에 광풍각이 부르는 듯 앉아있다.
작은 대봉대를 한 바퀴 돌면 소쇄원의 정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고 해서
한 줄로 서서 천천히 돌며 절경을 감상한다.
정자 옆에는 개울물을 나무홈대를 통해 끌어들여 만든
대봉대와 면적이 똑같은 연못이 있다.
4각 연못은 음이요, 가운데 섬을 만들면 양이 된다는 설명에
밀양 어변당의 섬이 있는 사각연못이 생각난다.
담장 곳곳에 애양단, 오곡문, 소쇄처사 양공지려라는
석판과 목판 글씨가 방문객을 반겨주는데...
애양단은 겨울철 북풍을 막기 위해 세웠음을 설명하시는 양인용 해설사
오곡문은 계곡의 물을 담장 밑으로 흘러들어오게 만든 수구로
돌을 쌓아 담장을 받쳐 든 모양이 불안해보였지만
끄떡없다는 해설사의 설명이다.
신기해서 한참을 들여다보다
광풍각에서 바라보이는 대봉대
제월당에서는 마루에 둘러앉아 긴 시간 설명을 듣는다.
우암 송시열이 썼다는 제월당 현판과 소쇄원의 사십팔영과 한시가 걸려있다.
이곳은 양산보가 학문과 독서를 하던 곳으로
원님과 문인들, 선비들이 찾아들어
시를 읊고 풍류를 즐기기도 하며 나라 걱정도 했던 곳이라 설명하신다.
내려오는 길에 광풍각 마루에 앉으니
옆은 대밭이요 굽어보이는 계곡 건너 대봉대라.
이곳이 사랑방 역할을 했다하니 신선노름이 바로 이를 이름이구나 싶다.
많은 방문객이 주변 자연에 동화되어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팜플렛 홍보사진을 보며 같은 위치에서 소쇄원 정경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고가의 돌담길을 거닐며-창평 삼지내 마을 스로시티
전통 장인의 기술이 살아 있고,
현지의 제철 농산물로 건강한 생활,
즐거운 삶의 공동체를 추구한다는 슬로시티를 마지막으로 찾아드니 3시 30분이다.
동네가 고향이라는 김순자 문화해설사의 도움을 받으며 느리게 돌아본다.
이곳은 장흥고씨고가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그 중 고재선 고가를 찾았다.
대문채와 사랑채, 안채, 헛간채가 상류층 전통주거 양식을 하고 있다.
5형제가 모두 훌륭한 인물로 성장했다고 전한다.
금잔디 마당의 넓은 안채의 예쁘면서도 규모있는 짜임새에 시선을 거두지 못해 한참을 서 있었다.
밀양의 교동손씨고가와 퇴로이씨고가 생각이 간절하다.
가장 뒤쪽에는 마음에 쏙 드는 텃밭
금잔디를 밟지 않으려는 어여쁜 모습에~~
품격이 느껴지는 넓은 정원
*빈도림 생활공방
육각형의 벌집재료인 밀랍으로 만드는
빈도림꿀초 생활공방에 마지막으로 발길을 돌린다.
주인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는데,
손으로 만든 국내 유일의 수제초는 자연 그대로의 꿀향이 매력적임을 알게 됐다.
서 계신 분이 김순자 해설사
고풍스레 가꿔진 정원을 마주하고 마루에 걸터앉아
달팽이처럼 느린 삶에 대한 단상에 젖어보기도 한다.
느리게 살아간다는 상징물로 달팽이 모양 입간판을 자주 만날 수 있다.
“담양은 총 인구 5만명 정도의 작은 지역이지만 평온하고 아름다운 고장이네요.
소쇄원에서 만난 선조들의 발자취와 자연에서 많은 걸 깨닫기도 했고요.
올라갔을 때도 주위를 살필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소망하게 돼요.”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 갈 때는 보지 못했던 그 꽃’
최기향(밀양도서관 채송화주부독서회 회장) 씨가 고은 시인의 시와 함께 소감을 들려준다.
담양은 대로 만든 특산품을 비롯하여 다도, 염색 등의 여러 체험장과
각종 축제, 유적지가 있어 관광의 도시로도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길 위의 인문학’은 일상속의 인문학 위치를 재조명하고 문학, 철학, 음악, 미술, 건축에 다가가
현장의 인문학, 생활속의 인문학, 쉬운 인문학으로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로 강연과 탐방으로 이루어진다.
밀양도서관에서 떠난
‘한국가사문학의 깊은 정취를 찾아서’ 라는 주제의 탐방을 통해
교과서에 줄곧 묻혀 있던 우리 가사문학이 내게로 걸어 나왔다.
첫댓글 밀양도서관에서 시행한 길 위의 인문학(담양) 잘 다녀왔습니다.
복사를 해서 가져오다보니 카페앨범에 입력이 되지 않아 게시판에 올립니다.^^
수고 많으셨네요...
늘 자연과 역사의 향기를 사랑하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