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백식품은 간(肝)을 해친다
서론
급성간염, 만성간염, 간경변 등 간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간이 나쁘면 단백질이 많이 든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 상식처럼 되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고기, 생선, 계란, 우유 등을 열심히 먹고, 심지어는 굼벵이나 지렁이 등 조금이라도 단백질을 더 많이 먹기 위해서 평소에는 먹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을 약 삼아 먹는다.
간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단백질 대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아울러 과량의 단백질이 간 기능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살펴서 간질환에 고단백식이 좋다는 소문의 사실여부를 따져 보고자 한다.
단백질 대사에서 간의 역할
몸에 있는 모든 장기 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있겠습니가마는 간은 특히 더 중요한 장기다. 몸에 필요한 여러 가지 성분을 만들어 낼뿐만 아니라, 대사 과정에서 생성된 불필요한 물질을 몸밖으로 내 보내는 역할을 한다. 그 중에서 단백질과 관계 있는 간의 기능에 대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음식물 중의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소장에서 흡수되면 문맥(소장의 정맥혈)을 통하여 간으로 이동하면 간은 아미노산을 원료로 하여 단백질을 만들어 혈액 중으로 내 보낸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중의 단백질이 그대로 사람 몸의 단백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미노산으로 완전히 분해(소화)된 후에 흡수되고 그것을 가지고 다른 종류의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 단백질은 간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간이 주된 역할을 한다.
만약 간 기능이 떨어지면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여도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여 저단백증에 걸리게 되며 그 결과 몸이 붓고, 복수가 차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2) 몸에서 제 역할을 다 마친 단백질은 그 구성성분중의 질소를 포함한 일부분이 암모니아로 바뀌게 된다. 암모니아는 독성이 강하여 만들어지는 즉시 독성이 없는 성분으로 바뀌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그 독성으로 생명이 위험하게 된다. 간은 암모니아를 독성이 훨씬 적은 요소로 변화시켜 혈액 중으로 내 보내면 콩팥으로 이동되어 오줌으로 빠져나간다. 만약 간기능이 저하되어 있을 때는 혈액중의 암모니아 농도가 상승하여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뇌신경에 작용하여 심하면 혼수상태에 빠지는데 간경화증이 있을 때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면 그만큼 암모니아는 많이 생성되고 간이 할 일이 그만큼 늘어난다. 간이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고 있을 때는 과량의 암모니아가 생성되어도 큰 무리 없이 해결되지만 간 기능이 감소되어 있을 때문 바로 문제가 드러난다. 사람의 몸은 보통 때 필요한 것보다는 약 5배 이상의 여유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간이 심하게 손상되기 전에는 문제가 노출되지 않는다.
간질환에 고단백식이 좋다는 소문이 나게 된 근거
간은 재생 능력이 탁월한 기관이라서 간세포가 파괴되어 죽으면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그 자리를 채운다. 이런 왕성한 재생 능력 때문에 간은 비교적 치료가 잘 되는 장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도 간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 내에서 가능하고 간세포 손상이 아주 심하거나 만성적으로 이루어질 때는 정상적인 간세포 대신에 섬유로 채워져 간이 굳어지는 현상이 오게 된다. 말랑말랑한 간이 굳어지는 현상을 경화증이라고 부른다.
간세포(모든 세포도 마찬가지지만)는 단백질을 비롯한 여러 가지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간세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백질이 부족하면 안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단백질이 부족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만 지나쳐 많이 먹는 것이 좋다고 잘못 알려지게 되었다. 그 결과 단백질이 많이 든 음식인 동물성식품이 간에 좋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사실처럼 굳어지게 되었다.
단백질은 많이 소모되지 않는 성분일 뿐만 아니라 여분의 것은 저장이 안 되기 때문에 매일 적게 섭취해야 한다.
단백질을 과잉 섭취하는 현실
단백질은 필수 영양성분으로 부족하지 않도록 적당량 섭취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지나치게 많은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다. 혹시 단백질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서이기도 하고 맛이 좋아서 이기도 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어느 정도의 단백질이 필요할까? 바람직하기는 칼로리 비율로 7%를 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약 15% 가량 먹고 있고 심지어는 20% 정도 섭취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주장을 펴는 소위 전문가들이 많다. 지금 먹고 있는 것만 해도 지나칠 정도로 많은 양인데 간이 나쁘다고 더 많은 단백질을 먹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과단백 식품은 지방간을 만든다
동물성 식품은 과단백 식품임과 동시에 과지방 식품이다. 따라서 단백질을 많이 섭취한다는 말은 지방도 함께 많이 먹는다는 말이고 결과적으로 비만을 만들게 된다. 비만한 사람은 대부분 지방간을 동반하게 되는데 그러잖아도 간이 나쁜데 지방간까지 겹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동물성 식품을 먹으면 과량의 단백질로 인한 간의 혹사뿐만 아니라 과도한 지방 때문에 간은 벼랑끝으로 내몰리게 된다.
간성혼수에 단백질 섭취 제한
간경화증이 있어 간 기능이 아주 심하게 감소한 경우에는 간성혼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단백질 섭취를 제한한다. 생성되는 암모니아를 모두 요소로 전환시킬 수 없기 때문에 암모니아 생성을 줄이는 수밖에 없어 적게 먹는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간성혼수가 발생하면 흡수되지 못하고 대변에 남아 있는 단백질도 흡수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다. 대변에 섞여 있는 단백질은 세균에 의해 분해되어 암모니아가 생성되고 이것이 흡수되면 암모니아의 혈중 농도를 상승시키므로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 관장을 한다. 조금이나마 암모니아 생성과 흡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식물성 식품만으로 단백질은 충분
현미와 통밀(가루) 등 통곡식을 주식으로 하고 채소반찬과 과일을 먹으면 단백질 섭취는 충분하다. 식물성 식품에는 동물성 식품에 비해서 단백질이 적게 들어있으나 사람에게는 단백질이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식물성식품만 먹어야 하는 원칙은 건강한 사람뿐만 아니라 간질환을 가진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리다.
맺는 말
간이 약간 나쁠 때는 많은 단백질을 먹고 크게 나쁠 때는 단백질을 적게 먹어야 한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 나쁜 정도에 따라 제한하는 정도를 달리할 수는 있지만 어느 경우나 단백질 섭취를 줄여야 하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간질환에는 고단백식품 즉 동물성식품을 먹어야 한다는 근거 없는 소문에 자신의 운명을 내 맡길 수야 없지 않는가? 나빠진 간에 보신음식은 절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