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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제왕(應帝王)
齧缺問於王倪(설결문어왕예) : 설결이 왕예에게 물었다
四問而四不知(사문이사부지) : 네 번 물었으나 네 번 다 모른다고 했다
齧缺因躍而大喜(설결인약이대희) : 설결은 그러자 껑충 뛰며 매우 좋아하고
行以告蒲衣子(행이고포의자) : 포의자에게 가서 그것을 알렸다
蒲衣子曰(포의자왈) : 그러자 포의자가 말했다
而乃今知之乎(이내금지지호) : 너는 지금에야 그걸 알았느냐
有虞氏不及泰氏(유우씨불급태씨) : 세상에서 성군이라고 하는 유우씨도 태씨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有虞氏(유우씨) : 유우씨는
其猶藏仁以要人(기유장인이요인) : 아직도 인을 마음속에 지닌 채 그것으로 사람들을 모으려 한다
亦得人矣(역득인의) : 그래도 인심은 얻을 수 있다
而未始出於非人(이미시출어비인) : 그러나 아직 조금도 남을 헐뜯는 입장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泰氏其臥徐徐(태씨기와서서) : 태씨는 누워 자면 그지없이 편안하고
其覺于于(기각우우) : 깨어나면 어수록하여
一以己爲馬(일이기위마) : 혹은 스스로 말이 되기도 하고
一以己爲牛(일이기위우) : 혹은 스스로 소가 되기도 한다
其知情信(기지정신) : 자연에 맡기므로 그 지혜는 아주 확실하고
其德甚眞(기덕심진) : 그 덕은 매우 진실하다
而未始入於非人(이미시입어비인) : 그러니 아직 조금도 남을 헐뜯는 입장에는 빠져 들지 않는다
肩吾見狂接輿(견오견광접여) : 견오 가 광접여를 만났을 때
狂接輿曰(광접여왈) : 광접여가 물었다
日中始何以語女(일중시하이어여) : 전에 중시는 네게 무슨 말을 했느냐
肩吾曰(견오왈) : 견오가 대답했다
告我君人者以己出經式義度(고아군인자이기출경식의도) : 제게 말하기를 남의 군주된 자가 자기 생각대로 갖가지 규범이나 법도를 지어 낸다면
人孰敢不聽而化諸(인숙감불청이화제) : 사람들이 어찌 그것을 따르고 교화되지 않겠느냐 라고 했습니다
狂接輿曰(광접여왈) : 광접여는 말했다
是欺德也(시기덕야) : 그건 거짓 덕이다
其於治天下也(기어치천하야) : 그 따위로 천하를 다스린다는 것은
猶涉海鑿河(유섭해착하) : 바다를 걸어서 건너고 강을 손으로 파헤치며
而使蚊負山也(이사문부산야) : 모기에게 산을 지게 하는 것이다
夫聖人之治也(부성인지치야) : 대체 성인의 정치란
治外乎(치외호) : 밖을 다스리는 걸까
正而後行(정이후행) : 스스로를 올바르게 한 뒤라야 잘 다스려지는 것이니
確乎能其事者而已矣(확호능기사자이이의) : 성인의 정치는 다만 확고하게 자기 일을 해 내는 것뿐이다
且鳥高飛以避矰弋之害(차조고비이피증익지해) : 새는 높이 날아 화살의 위협을 피하고
혜鼠深穴乎神丘之下(혜서심혈호신구지하) : 생쥐는 신단 밑을 깊숙이 굴을 파고서 연기에 그을리거나
以避熏鑿之患(이피훈착지환) : 파헤쳐지는 화를 피한다
而曾二蟲之無如(이증이충지무여) : 너는 저 두 새나 짐승만도 못한 것이다
天根遊於殷陽(천근유어은양) : 천근이 은양에서 노닐며
至蓼水之上(지료수지상) : 요수 강가에 이르러
適遭無名人而問焉(적조무명인이문언) : 문득 무명인과 만나게 되자 물었다
曰請問爲天下(왈청문위천하) : 이르기를, 천하를 다스리는 방법을 묻고 싶습니다
無名人曰(무명인왈) : 무명인이 대답했다
去汝鄙人也(거여비인야) : 물러가라 넌야비한 인간이다
何問之不豫也(하문지불예야) : 얼마나 불쾌한 물음이냐
予方將與造物者爲人(여방장여조물자위인) : 난 지금 조물자와 벗이 되려 하고 있다
厭則又乘夫莽眇之鳥(염칙우승부망묘지조) : 싫증이 나면 다시 아득히 높이 나는 새를 타고
以出六極之外(이출육극지외) : 이 세계 밖으로 나아가
而遊無何有之鄕(이유무하유지향) :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노닐며
以處壙垠之野(이처광은지야) : 끝없이 넓은 들판에서 살려 한다
汝又何帠以治天下感予之心爲(여우하예이치천하감여지심위) : 그런데 너는 또 무엇 때문에 천하를 다스리는 일 따위로 내 마음을 움직이려 하느냐
又復問(우복문) : 천근이 또 묻자
無名氏曰(무명씨왈) : 무영인은 대답했다
汝遊心於淡(여유심어담) : 너는 마음을 담담한 경지에서 노닐게 하고
合氣於漠(합기어막) : 기를 막막한 세계에 맞추어
順物自然而無容私焉(순물자연이무용사언) : 모든 일을 자연에 따르게 하며 사심을 개입시키지 않는다면
而天下治矣(이천하치의) : 천하는 잘 다스려질 것이다
陽子居見老聃曰(양자거견노담왈) : 양자거가 노담을 만나 물었다
有人於此(유인어차) : 여기한 사람이 있는데
嚮疾强梁(향질강량) : 재빠르고 억세며
物徹疏明(물철소명) : 사물의 도리에 밝고
學道不倦(학도불권) : 도를 부지런히 배우고 있습니다
如是者(여시자) : 이런 사람은
可比明王乎(가비명왕호) : 훌륭한 왕에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老聃曰(노담왈) : 노담은 대답했다 그
是於聖人也(시어성인야) : 런 자른 성인의 입장에서 보면 지
胥易技係(서역기계) : 혜만 앞서고 재주에 얽매여
勞形怵心者也(노형출심자야) : 몸을 지치게 하고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자다
且也虎豹之文來田(차야호표지문래전) : 가령 호랑이나 표범의 무늬는 사냥군을 부러 들이게 되고
猨狙之便來藉(원저지변래자) : 재빠른 원숭이나 너구리를 잡는 개는 노끈에 매이게 되는 것이다
如是者(여시자) : 이런 자가
可比明王乎(가비명왕호) : 훌륭한 왕에 비교될 수 있겠느냐
陽子居蹴然曰(양자거축연왈) : 양자거는 놀라며 물었다
敢問明王之治(감문명왕지치) : 그러면 부디 훌륭한 왕의 정치에 대해 들려 주십시오
老聃曰(노담왈) : 노담이 대답했다
明王之治(명왕지치) : 훌륭한 왕의 정치란
功蓋天下而似不自己(공개천하이사부자기) : 그 공적이 온 세상에 미치면서도 자기에 의한 것이 아닌 것처럼 하고
化貸萬物而民弗恃(화대만물이민불시) : 만물에 교화를 베풀지만 백성은 의지 하지 않는다
有莫擧名(유막거명) : 선정이란 베풀어지고 있으나 뭐라고 나타낼 수 없으며
使物自喜(사물자희) : 만물을 각기 만족하게 하고 있다
立乎不測(립호불측) : 그러한 왕은 짐작할 수 없는 지경에 서서
而遊於無有者也(이유어무유자야) : 무의 세계에 노니는 사람이다
鄭有神巫曰季咸(정유신무왈계함) : 정나라에 계함이라는 신들린 무당이 있어
知人之死生存亡(지인지사생존망) : 사람의 사생과 존망이며
禍福壽夭(화복수요) : 화복과 수명의 장단을 알고
期以歲月旬日若神(기이세월순일약신) : 마치 귀신처럼 연월일까지 예언해서 맞혔다
鄭人見之(정인견지) : 정나라 사람들은 그를 보자
皆棄而走(개기이주) : 모두 피해서 도망쳤다
列子見之而心醉歸(열자견지이심취귀) : 그러나 열자는 그를 만나 진심으로 매혹되어 돌아오자
以告壺子曰(이고호자왈) : 호자에게 알려 이르기를
始吾以夫子之道爲至矣(시오이부자지도위지의) : 애초 저는 선생님의 도를 최고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則又有至焉者矣(칙우유지언자의) : 또한 그 이상적인 자가 있었습니다
壺子曰(호자왈) : 호자가 말했다
吾與汝旣其文(오여여기기문) : 나는 네게 도의 표면은 가르쳤지만
未旣其實(미기기실) : 아직 도의 내용을 충분히 가르치지 않았다
而固得道與(이고득도여) : 그런데 굳이 도를 터득했다고 할 것인가
衆雌而无雄(중자이무웅) : 암컷이 많아도 수컷이 없으면
而又奚卵焉(이우해란언) : 어찌 알이 생기겠는가
而以道與世亢必信(이이도여세항필신) : 너는 도로 세상과 맞싸우며 억지로 뻗어나가려 하느냐
夫故使人得而相汝(부고사인득이상여) : 그러니까 남이 네 관상을 보고 쉽사리 알아 맞히는 것이다
嘗試與來(상시여래) : 어디 시험삼아 데려다가
以予示之(이여시지) : 그에게 나를 보여 보자
明日(명일) : 다음날
列子與之見壺子(열자여지견호자) : 열자는 계함과 함께 호자를 만났다
出而謂列子曰(출이위열자왈) : 밖으로 나오자 열자에게 말했다
噫子之先生死矣(희자지선생사의) : 아, 당신의 선생은 죽을 것입니다
弗活矣(불활의) : 살지 못해요
不以旬數矣(불이순수의) : 열흘을 못 넘깁니다
吾見怪焉(오견괴언) : 난 괴상한 상을 봤어요
見濕灰焉(견습회언) : 축축한 재의 상을 봤거든요
列子入(열자입) : 열자는 방에 들어가
泣涕沾襟以告壺子(읍체첨금이고호자) : 눈물로 옷깃을 적시며 그것을 호자에게 알렸다
壺子曰(호자왈) : 호자는 말했다
鄕吾示之以地文(향오시지이지문) : 아까 난 그에게 대지의 상을 보여 주었다
萌乎不震不止(맹호불진불지) : 산같이 육중하여 움직이지도 멈추지도 않는다
是殆見吾杜德機也(시태견오두덕기야) : 즉 그는 거의 내 덕을 막는 조짐을 봤을 것이다
嘗又與來(상우여래) : 어디 시험삼아 한 번 데려와 보아라
明日(명일) : 다음날
又與之見壺子(우여지견호자) : 열자는 다시 계함과 함께 호자를 만났다
出而謂列子曰(출이위열자왈) : 밖으로 나오자 열자에게 말했다
幸矣(행의) : 다행이군요
子之先生遇我也(자지선생우아야) : 당신의 선생은 날 만나서
有瘳矣(유추의) : 병이 나았습니다
全然有生矣(전연유생의) : 아주 생기가 있어요
吾見其杜權矣(오견기두권의) : 난 그의 생명의 싹을 봤어요
列子入(열자입) : 열자는 들어가
以告壺子(이고호자) : 그것을 호자에게 알렸다
壺子曰(호자왈) : 호자는 말했다
鄕吾示之而天壤(향오시지이천양) : 아까 난 천지의 상을 보여 줬지
名實不入(명실불입) : 명목도 실체도 끼어들지 못하며
而機發於踵(이기발어종) : 생명의 조짐이 몸의 깊은 데서 생겨나는 것이다
是殆見吾善者機也(시태견오선자기야) : 그는 거의 내 생명의 조짐을 봤을 것이다
嘗又與來(상우여래) : 어디서 시험삼아 또 데려와 보라
明日(명일) : 다음날
又與之見壺子(우여지견호자) : 열자는 또 계함과 함께 호자를 만났다
出而謂列子曰(출이위열자왈) : 점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영자에게 말했다
子之先生不齊(자지선생부제) : 당신의 선생은 상이 일정하지않아요
吾无得而相焉(오무득이상언) : 그래서 나는 상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試齊(시제) : 만약 일정해지면
且復相之(차부상지) : 다시 한 번 점쳐 봅시다
列子入(열자입) : 열자는 들어가
以告壺子(이고호자) : 그것을 호자에게 알리니
壺子曰(호자왈) : 호자는 말하기를
鄕吾示之以太沖莫勝(향오시지이태충막승) : 나는 아까 차별이 없는 허무의 상을 보여 주었다
是殆見吾衡氣機也(시태견오형기기야) : 그는 거의 내 조화 된 기의 조짐을 봤을 것이다
예桓之審爲淵(예환지심위연) : 가령 소용돌이치는 깊은 물도 연못이고
止水之審爲淵(지수지심위연) : 괴어 있는 깊은 물도 연못이며
流水之審爲淵(류수지심위연) : 흐르는 깊은 물도 연못이다
淵有九名(연유구명) : 연못에는 아홉 가지가 있는데
此處三焉(차처삼언) : 이것은 그 중 세 가지일 뿐이다
嘗又與來(상우여래) : 어디 또 데려와 보아라
明日(명일) : 다음 날
又與之見壺子(우여지견호자) : 열자는 또 계함과 함께 호자를 만났다
立未定(립미정) : 서기도 전에
自失而走(자실이주) : 계함은 얼이 빠져 도망쳤다
壺子曰追之(호자왈추지) : 호자가 쫓으라 하여
列子追之不及(열자추지불급) : 열자는 쫓아갔으나 잡지 못하고
反以報壺子曰(반이보호자왈) : 돌아와 호자에게 보고 하기를
已滅矣(이멸의) : 사라져 버렸습니다
已失矣(이실의) : 간 곳을 모르겠습니다
吾弗及已(오불급이) : 저는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壺子曰(호자왈) : 호자는 말했다
鄕吾示之以未始出吾宗(향오시지이미시출오종) : 아까 나는 내 본질 그대로의 상을 보여 줬다
吾與之虛而委蛇(오여지허이위사) : 나는 스스로를 허심하게 하여 사물에 순종하였으므로
不知其誰何(부지기수하) : 그는 내 실체를 알지 못한 것이다
因以爲弟靡(인이위제미) : 바람 부는 대로 나부끼고
因以爲波流(인이위파류) : 파도 치는 대로 흐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故逃也(고도야) : 점을 치지 못하고 도망친 것이다
然後列子自以爲未始學而歸(연후열자자이위미시학이귀) : 그런 일이 있은 뒤에 열자는 비로소 자기가 아직 학문을 하지 않았음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갔다
三年不出(삼년불출) : 3년 동안 밖에 나가지 않으며
爲其妻爨(위기처찬) : 아내를 위해 밥도 짓고
食豕如食人(식시여식인) : 돼지 기르기를 사람 먹이듯이 하여
於事无與親(어사무여친) : 세상 일에 좋아하고 싫어함이 없어졌다
雕琢復朴(조탁복박) : 허식을 깎아 버리고 본래의 소박함으로 돌아가
塊然獨以其形立(괴연독이기형립) : 무심히 독립해 있으면서
紛而封哉(분이봉재) : 갖가지 일이 일어나도 거기 얽매이지 않았다
一以是終(일이시종) : 그는 오로지 이와 같이 하여 일생을 마쳤다
无爲名尸(무위명시) : 명예의 표적이 되지 말라
无爲謀府(무위모부) : 모략의 창고가 되지 말라
无爲事任(무위사임) : 일의 책임자가 되지 말라
无爲知主(무위지주) : 지혜의 주인공이 되지 말라
體盡无窮(체진무궁) : 무궁한 도를 잘 터득하고
而遊无朕(이유무짐) : 자취 없는 경지에 노닐며
盡其所受乎天(진기소수호천) :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을 온전하게 하고
而无見得(이무견득) : 스스로 얻는 바가 있었다고 생각지 말라
亦虛而已(역허이이) : 오직 허심해지는 것뿐이다
至人之用心若鏡(지인지용심약경) : 지인의 마음의 작용은 거울과 같다
不將不迎(불장불영) : 사물을 보내지도 맞아 들이지도 않는다
應而不藏(응이불장) : 사물에 따라 응하되 감추지 않는다
故能勝物而不傷(고능승물이불상) : 그러니까 사물에 대응하여 몸을 손상시키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南海之帝爲倏(남해지제위숙) : 남해의 임금을 숙이라 하고
北海之帝爲忽(북해지제위홀) : 북해의 임금을 홀이라 하며
中央之帝爲混沌(중앙지제위혼돈) : 중앙의 임금을 혼돈이라 한다
숙與忽時相與遇於混沌之地(숙여홀시상여우어혼돈지지) : 숙과 홀이 때마침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混沌待之甚善(혼돈대지심선) : 혼돈이 매우 융숭하게 그들을 대접했으므로
倏與忽謀報混沌之德曰(숙여홀모보혼돈지덕왈) : 숙과 홀은 혼돈의 은혜에 보답할 의논을 했다
人皆有七竅以視聽食息(인개유칠규이시청식식) : 사람은 누구나 일곱 구멍이 있어서 그것으로 보고 듣고 먹고 숨쉬는데
此獨無有(차독무유) : 이 혼돈에게만 그것이 없다
嘗試鑿之(상시착지) : 어디 시험삼아 구멍을 뚫어주자
日鑿一竅(일착일규) : 그래서 날마다 한 구멍씩 뚫었는데
七日而混沌死(칠일이혼돈사) : 7일이 지나자 혼돈은 죽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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