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나서면 되는것을...(백두대간 제3구간 이어가기)
일 시 : 2011.5.1.(일)
산 행 지 : (백두대간 제3구간) 성삼재 - 노치마을
산행거리 : 12.2km
산행시간 : 09 : 40 성삼재 출발
11 : 30 묘봉치 - (작은)고리봉 - 만복대 도착
12 : 00 정령치 도착
12 : 30 점심식사 후 정령치 출발
13 : 00 고리봉 도착
14 : 30 고기삼거리 도착
14 : 50 노치마을 입구 도착. 산행 완료(총 5시간10분)
인 원 : 낙동산악회 백두대간팀과 함께 함(윤주관, 이철식)
날 씨 : 맑으나 바람과 황사가 심함
<산행후기>
4시30분 눈을 떴다.
반사적으로 밖을 내다 보았다.
어제 비가 오락가락 했으므로 오늘 산행을 걱정했음이다.
대간 이어가기로 마음먹은 터라 비가 오든지 말든지 상관없는 일이지만
우중산행에 나를 보내놓고 걱정할 마눌에게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행여 산행후 감기라도 꼼짝없이 달고 다니면 비 오는데 가지 말라는 것을
뿌리치고 갔다고 잔소리가 이만저만 않을터이니
날씨 상태가 제일 큰 관심사인 것이다.
다행이 날씨는 좋다. 비온뒤라 공기도 맑아 보인다.
어제 저녁 주섬주섬 챙겨둔 배낭에 도시락을 챙긴다.
마눌의 정성을 위해서라도 아무일없이 잘 갔다와야 한다.
이런 마음이 예전에 일어났다면 더 좋았을 것인데
철들자 다 늙어간다는 말이 새삼 떠올라 잠시 얼굴이 화끈한다...
6:00.
오늘 동행하기로한 후배를 만나 남해고속도로 임시정차장으로 갔다.
이번 산행은 백두대간 전문 부산의‘낙동산악회’와 함께하기로 하고
어제 산악회의 회장님과 전화로 약속을 하였던 것이다.
마침 나의 고등학교 친구가 낙동산악회에서 백두대간을 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결정된 일이었다.
얼마후 산악회 차가 도착하고 이곳에서 기다리던 또 다른 분들과 탑승을 한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와 반갑게 마주하고
몇 달동안 멈춰섰던 백두대간길 장도에 올라선다.
미루어놨던 숙제를 하는 기분처럼 다시 마음 다짐을 하고
달리는 버스속에서 스르르 눈을 감아본다.
누군가 이야기 했다.
“산을 정상에 오르는 것은 중요하다.
산을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산을 어떻게 올랐는가이다.
산을 어떻게 올랐는가보다 더 더욱 중요한 것은 산을 누구와 올랐는가이다.”
지난 몇 달동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특별히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런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아시는지.
지금 나의 상태가 그런것 같은 희안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오랫동안 산을 오르고 그 덕택으로 지금까지 헐떡거리며 땀을 쏟아내고 있다.
언제나 산에 올라 정상에 선 기분을 느껴본다.
그런 것을 정복했다고, 해냈다고 하는 쾌감일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것이 정상에 오른 중요한 것일수도 있을 것이니까.
그리고 산을 어떻게 올랐는가 하는 것
이 또한 정상에 올랐다고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등로를 택했는지,
어떤 상태로 올랐는지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난관도 모두 극복하고 그것을 이겨내고
고군분투한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을 누구하고 올랐는가 하는 것이
산을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산을 어떻게 올랐는가 하는 것보다,
더더욱 중요하게 말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동반자와의 끈임없이 주고받는 장단의 호흡,
산을 오르는 자체를 즐기는 마음...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어느덧 버스는 지리산IC를 빠져 나와 지방도로를 달린다.
소도시 소재지를 지나니 양쪽 들판에는 벌써 모내기 준비로 한창이다.
맑고 청정한 지리산 아래 동네의 넉넉한 풍경이 시야에 펼쳐진다.
성삼재까지는 꼬불꼬불한 길을 고도를 높혀가며 한참을 올랐다.
9시40분.
산행 출발지에 도착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황사가 눌러 앉았다.
저멀리 반야봉이 흐릿하게 보인다.
간단히 점검을 하고 하나둘씩 철조망 사이로 난 문을 통하여 빨려 들어간다.
만복대로 향하는 등로이다.
차량이 왔다갔다하는 도로변이라 별도의 안내도 없다.
그래도 첨 온 사람들을 위해서 몇마디 듣고자 했던 것은 나에겐 사치 였을까.
뭐가 그렇게 급한지 워밍업도 없이 내뺀다(?).
5월1일.
백두대간 제3구간은 이렇게 해서 시작되었다.
그냥 나서면 되는것을...
5월인데도 아직 차가움이 가시지 않는 지리산 세찬 바람이
황사를 머금고 사정없이 몰아친다.
등로를 숨가쁘게 오르면서 겉옷을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한다.
평소에 담금질이 헐렁했던터라 육수(?)도 염치를 모르고 앞다투어 빠져나온다.
어느새 선두와는 별개로 나, 친구, 후배 그리고 몇몇이 후미그룹이 되었다.
작은고리봉(1,248.0m)과 묘봉치(1,106.0m)를 지나고
가다쉬다를 영거푸 하다보니
만복대(1,433.4m) 정상석이 있는 곳까지 1시간50분이 걸렸다(11:30).
지도상 예상시간에 벗어나지 않았지만 체력도 깔아앉고 허기꺼정 몰려왔다.
평소 담금질 부실과 장복하는 음주문화(?) 탓이 그 원인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정상의 바람은 눌러선 모자를 벗길듯이 덤벼든다.
흔적을 남기는 인정샷을 가까스로 날리고 정령치 방향으로 내려선다.
오래전에 경험했던 등로인지라 이탈할 염려는 없었지만
누군가 뒤에서 소리를 질러댄다.
잘못 내려 갔으니 다시 올라 오란다. “...???...이 등로가 맞는데...”
이어서 맞다는 소리가 들리고 진행은 계속된다.
비탈진 경사면을 조심조심 30여분 내려서니 정령치 휴게소가 저만치 보인다.
과거엔 없던 나무계단을 내려선다(12:00).
고개로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세고 찹다.
먼저 온 사람들이 밖에는 춥고 바람이 세니
휴게소 안으로 가서 점심을 먹으란다.
친구가 2층으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고 오라는 연락을 했다.
꿀맛같은 점심식사...허기진 뱃속으로 들어간 땡고추의 화끈함이
직설적인 반응을 그대로 보인다.
나는 이 땡고추를 산행시에 꼭 가져간다.
이 넘을 된장에 확 찍어 한 잎 으쓱 씹어 먹으면
처진 기운과 체력이 금새 올라오는듯 해서다.
주변에는 우리 후미일행만이 있을뿐 다들 벌써 떠난나 보다.
이제 고리봉(1,304.8m)을 오르면 오르막은 없는듯 하니
도착지까지는 대체로 쉬운 산행이 될 것이다(12:30).
점심 식사후의 오르막 산행은 고통이다.
1km 남짓한 고리봉(1,304.8m)을 30여분 걸려 올랐다(13:00).
땀과 숨가쁨이 뒤엉켜 머리가 뜅하는 느낌을 받는 것이
이럴때인 것을 알 것이다.
친구는 벌써 정상에 올라 여유있는 휴식을 취하면서 나를 채근한다.
후배는 아직도 뒤에서 가뿐숨을 몰아낸다.
황사가 심통을 부리지 않았다면
바래봉 능선과 주변 조망을 원없이 감상하였으리라만
오늘 그 호사를 누리기엔 아직 내 영혼이 그리 맑지 않은 탓이리라.
여기서 진행방향을 잘 살피라고 아침에 차를 타고 오면서
산행대장님께서 일갈하셨다.
잠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직진방향으로 가뿐다는 것이다.
즉 세걸산, 바래봉 방향으로 가기 때문이다.
좌측으로 90도 방향으로 사정없이 꺽어야 고기삼거리 방향이니
착오 없도록 해야한다는 것.
아니나 다를까 그곳으로 땅바닥에다가 이정표를 크게 두고 가셨다.
땡큐! 또 땡큐!...
우리는 하산길 3.0km인 고기삼거리쪽으로 접어들었다.
회장님의 말씀대로 급경사인 구간.
나무등을 의지해서 약0.5km 내려서니 조금 편한 길이 이어진다.
산행! 그 속에는 영원하고 아련한 화두가 숨어있다.
오르락 내리락 급경사,
완만한 능선,
그러다가 다시 오르락 내리락으로 이어지는 등로.
속세에서 온갖 험한 꼬라지 다 겪고 힘들때 겪는것처럼
숨가뿐 호흡이 지나가면,
부더러움과 넉넉함이 넘치는 능선이 희망처럼 이어지면서
조금의 호사를 누리는가 싶으면
또다시 비탈면이 기다리듯 이어지는 등로.
영원한 고난과 좌절 없듯이
영원한 영광과 호사 또한 없는 것이
우리 인생사와 별반 다르지 않는 것인지라...
잠시 망상에 젖는가 싶더니 어느새 고기삼거리다(14:30).
노치마을까지는 아스팔트길 지방도 60번을 따라
20여분을 걸어 도착했다(14:50).
오늘 오랜만에 만난 내 친구와 지난해 백두대간을 같이 시작한 후배와
그리고 낙동의 좋은 산우님들과 함께한 산행은
앞에서 인용한 이야기에 부합한 것이 아닌가 하여
오늘 하루 무척 행복하였다. <끝>
산행 출발지...성삼재아래 지점
도로 왼쪽에 성삼재 휴게소와 주차장이 보인다
만복대로 진입하는 철조망 문...
지난해 지리종주(백두대간 제1,2구간...천왕봉-성산재) 구간을 동행했던 후배와
백두대간 전문 낙동산악회 산우님들
그리고 나도 한포즈...
작은고리봉(1,248.0km)...찬 기온과 세찬 바람 때문에 겉옷을 갈아 입었다...
고등학교 친구...이 친구를 통하여 오늘 이 구간을 함께 하게 되었다...
이 친구는 이미 추풍령까지 올라갔다.
그동안 산불방지로 출입이 막혀서 오늘 이곳을 한다고 하였다.
멀리 만복대가 보인다...왼쪽에서 두번째 봉우리
지나온 산 마루금...
후배도 씩씩하게 올라온다
점점 다가오는 만복대
비로소 오늘의 최고봉 만복대에 올랐다...거센 바람이 눌러선 모자를 벗게 하였다
후배도 인증샷
친구와 나도 오랫만에 촬깍..
진행방향 이정표
정령치로 내려서는 나무계단
바래봉 방향으로 진행
정령치 휴게소
휴게소 2층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고리봉(1,305.0km)으로 올랐다
고리봉에서 직진하면 세걸산, 바래봉으로 간다...그 길은 백두대간 길이 아니다...독도주의 할 지점...
여기서는 왼쪽으로 90도 확 꺽어야 대간길 고기삼거리로 이어진다
고기삼거리 방향으로 진행
1시간30분쯤 내려오면 주천면 고기리 삼거리이다.
이 다리를 건너 좌측으로 가면 정령치-성삼재로 간다
하산후 오른쪽으로 아스팔트 길을 약20여분 따라간다
그 길은 지방도 60번이다.
노치마을 입구에 아침에 타고온 버스가 있다
덕치 버스 정류장도 있고
그 맞은편에 이런 안내판도 있다
노치마을 입구. 오늘의 산행 종점이다.
멀리 수정봉이 보이고 이곳에서 노치샘을 거쳐 저곳으로 진행하면 계속 대간길이 이어진다.
<끝>
첫댓글 산야님 대간후기가 정말 좋습니다.
산행때 모습은 힘들어 하시고 말씀도 없으시더니 느낌을 잘 표현해 주셨네요.
후기 주인이 김해분이라서 더 반갑습니다. 근데 저기 인용글은 분명 제 글 같기도 한데....
제 글을 누군가가 기억하여준것이 감사하고 대간 완주 꼭 해 보십시요.
맞네요 기억이 떠올랐읍니다...느낌에 와닿는 글이라 제 수첩에 옮겨놨었거던요...내공이 깊으신 분이라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뵙게되어 반갑읍니다...요즘 인격(?)의 바로미터라고 하는 배가 많이 나와 오르막에서 헉헉거리기 일쑵니다 속도도 안나오고해서 천천히 제 에너지에 맞추어 진행합니다...늘 강건하시고 대간 완주 꼭 하십시요...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열성이 남다른 분이라고 보았읍니다...즐겁게 산행 하시는 모습이 좋읍니다...건강하게 대간 꼭 완주하십시요...
솔솔한 재미와 상세한 후기글 즐거운마음으로
읽어내려왔네요
심한황사로 고생한 8구간의 대간길
생생한 산행기록이 신선함으오 다가옵니다
친구분과 후배님과 함께한 산행 좋으셨죠 ??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10기에서의 소중한인연으로
진부령까지 함께해요
산야님 댓글 늦은 죄송하구여
올려주신 사진과 후기글 감상 잘 하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