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색시대를 찾아서
피카소처럼 떠나다
박정욱 저
늘 꿈꾸어오던 낭만주의의 극치..
파아란 바다끝자락 모퉁이에 옹기종기 하이얗게 들어선 집들의 파아란 창문틀
예전 포카리스웨~라는 음료 광고에 자주 등장하던 바로 그, 그리스 해변..
그런 곳이 또 하나 더 지구상에 있었으니 이름하야 까다께스..스페인 남부에
있다는 그 해변은 바로 피카소의 입체파가 완성된 곳이라나..
피카소의 정점, 입체파의 고향 까다께스를 거슬러
청소년 시절을 보낸 바르셀로나를 거쳐
그제서야 제대로 피카소의 인생을 알 수 있게 된 시쩨까지..
한 거장을 사랑한 미술인의 '그 느낌'을 찾아 떠난 여행..
처음엔 그저 까다께스가 좋아 아니 그 해변을 한번 가고프다는 생각에 젖어
집어든 책..하지만 읽다보니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이구나를 느끼게 만드는 책..
미술엔 문외한이라 더욱이 기괴한 발상을 하는 이들과는 친하지 않은 터라
피카소는 왠지 다가오지 않는 인물 중의 하나로, 독특하다는 표현밖엔 떠오르지 않는
그런 화가였다..별로 궁금하지도 않았고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고픈 맘도 없었다..
하지만 프랑스 유학생활을 거쳐 미술관 디렉터 등의 경력을 지닌 저자 박정욱씨는
무척이나 피카소에 빠진 듯 했다..덕분에 이런 여행을 떠나고 글도 남겨서 나처럼
관심없던 사람에게도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주었다..재밌었다..다만 그의 인생이
조금은 안돼 보인다는 생각도 든다..이 여행이 죽기 위해 그리하여 다시 살기 위해
절망속에서 떠나 결국은 빛을 보게 되는 희망적인 여행이었음에도 그 밑바탕에 깔린
BLUE스런 느낌이랄까..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그 느낌..
-사실인지 설정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잘 살았다가 한번 망한 것 같고 그로 인해서인진
몰라도 부인과 자식에게 버림받고..또 어떻게 보면 바람을 피워서 그렇게 된 것도 같은
아리송한 부분들이 글 속에 녹아 있다-
하지만 여행하며 찍은 사진에는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명화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드는 것들이 꽤 있다..스페인이어서 그런가 아님 사진을 잘 찍어서 그런가 묘하다..
스페인의 흉물스런 건물이라는 것도 왠지 이상하리만큼 하나의 추상화가 연상되고..
당최 뭘 표현하는지 모를 추상화였던 것이 그 벽에 그대로 붙어 있는 것이다..
작가의 말대로 어쩜 추상화도 사실화였을런지도..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읽는 이로 하여금 무언가를 남기게
해 주었다는 의미에선 나쁘지 않았다고 전하고 싶다..
"사람에게는 거울이 필요하지만 사람 이외의 모든 만물에게는 거울이 필요 없다.
매일 거울을 바라보며 자신을 확인하는 것은 이상한 습관이다. 거울은 단지 벽에
걸린 물건만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눈 또한 일종의 거울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중요하다. 그러나 사람 이외의
모든 만물에게는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렇게 버려진 정원에 창문까지 닫혀
있는데도 화초들은 아랑곳없이 피어나 자라고 또 사라진다. 누군가에게 보이는
사실에 대한 아무런 콤플렉스나 집착이 없다." p76
'꽃의 매력은 예쁜 꽃잎때문이 아니라 향기때문'이라는 견해와 '사진, 시, 그림,
소설 등은 여러장 복제 되지만 남는 이미지는 단 하나'라는 생각..그리고 카메라에
담기엔 너무나 벅차 그냥 내 시선에만 내 기억속에만 두고 싶은 내 눈앞에 펼쳐진
명장면..완.전.공.감.
덧붙여 '자연 속에는 가난이 없다' 는 한 줄로 마무리하고프다..
-지역미술단체의 풍경화가 전시돼 있는 바다가 보이는 도서관에서-
첫댓글 "자연 속에는 가난이 없다"라는 말이 땡기는군요.
호지 여사의 오래된 미래를 읽어보면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들, 즉 화폐라는 것이 없는 곳에서는 가난이란 개념이 없었다고 하지요. 자연을 벗삼아 지내노라면 누구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정말 의마가 없는 일이지요. 그곳, 자연을 떠날때 참으로 쓸쓸해집니다.
이런 현상을 피할 유일한 출구, 도구는 아마도 "사랑"이 아닌가 싶습니다.
앗!.......책 속 한 줄에 이미 달아 놓으셨군요.....음...해독제라....음.....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서적이려거니 생각했었는데 작가 나름의 무거운 철학이 깔려있더군요..하지만 늘 우리네 인생들은 비슷한 거 같아요..아! 그리고 보통 사람과 이름을 날리는 유명한 이들의 차이점은 인생 한번 망하거나 엄청난 고통을 겪느냐 아니냐로 분류되더군요..예술의 경지란 참으로 어려운 듯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