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새해에 집 옮기느라 글을 쓸 시간이 없었습니다 ㅠㅜ
오늘은 짧게, 제가 일하는 병원 폐쇄병동 노래방 시간에 환자분들이 불렀을 때 인상 깊었던 곡들을 몇 개 써보겠습니다.
일단 처음은 노래방 금지곡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TK0eL50EkA
이적 -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이적의 명곡이죠. 다만 가사가 문제입니다.
'다시 나는 홀로 남겨진 거고
모든 추억들은 버리는 거고
역시 나는 자격이 없는 거지
거짓말 음'
폐쇄병동에 입원한 환자분들은 아무리 대학병원에 입원을 해도 '가족들이 나를 버렸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노래가 불려지면 갑자기 병동이 울음바다가 되어버리죠.
그래서 실습생이 멋도 모르고 이 노래를 불렀다가 환자 한 명이 자살시도를 했고, 이후에 실습생은 실습 점수 0점을 받았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내려오지요.
다음은 응원곡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CLY8p8GMyM
옥상달빛 - 달리기입니다.
특히 젊은 여자 환우분들이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뭔가 희망차고 발랄하고, 뭔가 잘해보자는 느낌을 주는 힘찬 노래라서 모두가 좋아하지요.
스테디셀러 정도 되는 노래입니다.
조현병 여자 환우분이 완전히 좋아지고 퇴원하기 전에 불렀는데 자기도 다시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하면서 부른다고 하니까 아주 좋아 보이더라고요.
https://www.youtube.com/watch?v=5iSlfF8TQ9k
이하이 - 한숨
우울/불안장애 환자분들 중에 특히 성격적인 특성이 강한 분들이 매우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달리기와 비슷하게, 이제 좀 쉬어도 된다는 노래인데 자신들의 힘듦을 위로해준다고 하더군요.
제가 담당했던 남성 성격장애 환자분이 이 노래를 매번 불러서 상당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 이후로 잘 듣고 있는데, 이 노래는 진짜 이하이가 잘 부르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부르면 이 맛이 안 사는 느낌?
https://www.youtube.com/watch?v=BbxDdiIbiv4
이적 - 왼손잡이
성적 지향성이 동성애였던 분이 부르는 노래였습니다.
본인은 별 생각 없이 불렀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왠지 자신을 투영해서 부르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더라고요.
이적 씨의 노래가 2개나 되는군요.
그 외에는 주로 트로트가 흘러나옵니다.
트로트는 제가 좋아하는 것이 없어서...
주로 신나고 즐겁게 만드는 느낌으로 실습생들이 트로트를 부르고, 환자분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노래 하나씩 더해지는 느낌입니다.
뭔가 폐쇄병동도 다 사람 사는 곳이라는 느낌이지요?ㅎㅎ
첫댓글 선곡과는 무관한 이야기지만, 한때 잘 부르던 노래들을 제대로 부르지 못하게 되면서부터 노래방에 가는 것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더라죠. 그래도 이럴 때는 주변인들이 호응을 잘해주면 극복 가능하긴 합니다마는.
+ 노래 들을 때는 막상 좋을 때는 즐거운 곡을 고르지만 안 좋을 때는 우울한 곡을 고르게 되던데 그건 또 왜일까요...
달리기는 진짜 여러 가수가 불렀네요 전 제일 처음 들었던게 SES가 불렀던 버전이었습니다
원곡은 윤상입니다.
최초 리메이크가 SES일겁니다.
신기신기..노래방도 있군요.
노래가 사람 마음을 들었다놨다 하긴 하더라고요. 평상시엔 그냥 생각나거나 이미 등록된 곡을 듣다가도 화가 쌓이면 연주가 강하거나 신세한탄하는 곡, 힘들땐 편한 곡을 찾게 되는갈 보면.. 노래방 가고 싶은거..
다 넘 좋은 노래들이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