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기도, 안 고치기도 애매한 새 아파트. ‘컬러’를 주재료로 이용한다면 보다 수월하게 감각적인 리노베이션이 가능하다. 바로 이 집처럼.
에디터 신혜원 | 포토그래퍼 임태준
신도시의 새 아파트로 입주하게 된 집주인 김정윤 씨는 고민 끝에 새로 이사할 집을 리노베이션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몇 년 전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 가는 비행기 안에서 친하게 된 ‘쿵짝 잘 맞는 언니’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영실 실장에게 집을 맡겼다.
누구보다 김정윤 씨의 스타일과 감각을 잘 아는 김영실 실장은 이 집에 어린 아들 둘이 있는 것까지 감안해 심플하면서도 따뜻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고치고자 했다.
사실,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리노베이션을 할 때 과감히 구조를 변경하고, 벽을 트고 세우면서 욕실이나 부엌도 다 뜯어고쳐야 공간 디자인에 대한 만족도가 훨씬 높다. 그러나 김영실 실장은 디자이너 입장에 서기보다 집주인 입장에서, 같은 주부 입장에서 생각해 새 아파트를 굳이 크게 고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무래도 구조 변경이 들어가면 티는 나지 않으면서 돈은 훨씬 많이 들잖아요. 그래서 이 집에서는 아예 그 비용을 집의 컨셉을 확실히 잡아줄 벽지와 조명, 가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로 했어요.” 디자이너 김영실 실장은 적은 예산으로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컬러’를 이 집의 컨셉으로 정했다고 한다.
공사 기간은 단 2주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디자인 미팅과 인테리어 쇼핑에 쏟은 2개월 남짓 되는 기간은 집주인과 디자이너의 친분을 더욱 돈독히 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물론, 과정이 행복했던 만큼 집주인 가족의 만족감은 지금도 상승 중이라고.
디자인 및 시공 프로젝트 오렌지 (mooggang@naver.com)
거실과 이어지는 부엌과 다이닝 공간. 집주인 김정윤 씨가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으로 꼽은 곳이기도 하다. 식탁에 앉아서 펜던트 조명과 벽면을 바라보면 화이트, 그레이, 블루, 스카이블루, 옐로 등 이 집에 사용한 컬러들이 겹겹이 눈 안에 담긴다. 톤 다운된 부드러운 컬러라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마치 세련된 레이어드 룩을 보는 듯하다.
싱크대는 교체하지 않고 기존 것을 사용했지만 벽면 타일은 화이트의 심플한 직사각 타일로 교체했다. 아일랜드와 접해 있는 그레이 컬러 벽면은 이번 리노베이션을 할 때 만든 가벽으로 현관에 들어서 바라보았을 때 부엌 공간이 너무 전면에 드러나 이를 가리고 싶어 만든 것이라고 한다. 단, 막혀 있는 벽은 공간을 답답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열려 있는 버티컬 블라인드처럼 한 뼘 정도 폭의 긴 나무 패널 여러 개를 각도를 틀어 설치해 이런 우려를 해소했다. 다이닝 공간에서는 보이지 않는 싱크대 안쪽 주방 창문까지 퍼플 컬러 블라인드를 설치해 색깔 있는 공간으로 만든 디자이너의 세심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철제 다리를 가진 우드 소재 식탁에 플라스틱 체어를 매치해 가볍고 캐주얼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부엌 & 다이닝 공간으로 완성했다.
옐로를 메인 컬러로 사용해 부드럽고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꾸민 거실. 부드러운 옐로 컬러 공간에는 화이트, 네이비, 그레이, 짙은 바이올렛 컬러 조명을 활용했다. 적지 않은 컬러를 사용했음에도 요란하거나 복잡하지 않고 차분하고 세련되게 느껴지는 이유는 명도나 채도가 높은 컬러가 아닌 중간 컬러를 사용했고 내추럴한 브라운 톤 가구나 안정감 있게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보통 컬러를 많이 사용한 집은 아기자기한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지만 이 집은 그보다 미니멀하고 깔끔한 인상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는 페인팅 처리한 듯한 벽면이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곳의 벽은 페인팅 마감이 아닌 벽지 마감으로 이 수입 벽지는 디자이너의 강력 추천 아이템이기도 했다고. 그리고 심플한 거실 분위기를 위해 커튼 대신 화이트 루버셔터를 선택했다. 루버셔터는 창을 교체한 것이 아닌 커튼 박스 바깥쪽 끝 라인에 맞춰 시공한 것으로 루버셔터가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양쪽 날개 벽을 루버셔터와 수평을 이루도록 했다.
부부침실을 뺀 나머지 방 2개는 두 아이의 방으로 꾸몄다. 남자아이들 방답게 두 방은 모두 chr(39)블루chr(39)를 메인 컬러로 사용했다. 하지만 두 방에 사용한 블루컬러는 같지 않다. 큰아들 찬민이의 공부방이면서 두 아들이 함께 자는 방이기도 한 방 하나는 네이비 컬러에 가까운 조금 짙은 블루 컬러를 사용했다. 벽지는 거실에 사용한 것과 같은 것으로 페인팅한 느낌을 주어 깔끔한 인상을 전한다. 여기에 밝은 분위기의 원목 소재 가구를 놓아 차분하고 편안하다. 천장들도 맞춤 제작한 것으로 벽지 컬러와 맞춘 것이 특징이다.
이곳 바로 옆방은 작은아들 찬유가 주로 놀이방으로 사용하는 공간으로 이곳은 한층 밝은 스카이블루 컬러가 눈길을 끝다. 여기에서는 스카리블루 컬러를 전면에 사용하기보다는 톤이 다른 두 가지 블루 컬러와 베이지 컬러의 마름모 패턴 벽지와 이 벽지 패턴을 모티브로 사용한 책장을 컬러를 표현하는 재료로 사용했다. 기다란 벽면 한쪽을 꽉 메워 설치한 붙박이 책장은 아이들의 많은 책과 교구를 모두 수납하기 위해 넉넉한 사이즈로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책장 맞은편에 만들어놓은 공간 박스 역시 찬유의 많은 장난감을 수납하기 위한 것이다. 여자아이들과 달리 활동적인 남자아이들 방에서는 장식 없이 심플하게 꾸미는 게 좋은데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으므로 아아들의 취향을 고려하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패턴의 벽지를 시공하면 좋다.
부부침실은 이 집의 다른 공간에서 보여지는 컨셉과는 조금 다른 이미지가 느껴지는 공간이다. 디자이너는 부부침실에 로맨틱한 스타일을 가미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로맨틱한 스타일이라고 해서 소녀풍의 핑크 컬러와 레이스로 치장한 공간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중성적인 분위기의 모던한 로맨틱 스타일이다. 벽지는 언뜻 보았을 때 레이스 패턴을 연상케 하는 식물 패턴의 벽지를 시공했고 조명도 샹들리에를 연상케 하지만 반짝이는 크리스털 대신 톤 다운된 베이지 그레이 컬러의 패브릭갓을 씌운 조명을 설치했다.
침대의 헤드보드 역할을 하는 벽면에 붙인 패널도 기교를 잔뜩 넣은 곡선 라인이기보다는 실루엣 모티프의 심플하게 레이저 커팅한 목재 패널이다. 침실에서 욕실과 파우더룸으로 연결되는 곳은 트여 있지 않고 양쪽 공간이 적당히 분리될 수 있도록 나뉘어져 있는데 디자이너는 이 경계 부분에 침대 뒤 벽면 패널과 연결되는 이미지의 아치를 만들어 시공했다. 드레싱룸을 따로 마련하지 않은 이 집에서는 침대 맞은편에 화이트 붙박이 옷장을 설치해 부부침실에 드레싱룸을 겸하도록 했다.
1 아주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쓴 집일수록 더욱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컬러’를 컨셉으로 리노베이션한 이 집에서는 문 손잡이, 가구 손잡이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 써서 달았다. 물론, ‘컬러’라는 컨셉이 잘 느껴지도록 컬러를 선택했고 재미난 모양을 선택해 달았다.
2 최근에는 침대 프레임 없이 매트리스만 구입해 사용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 경우, 헤드보드가 없기 때문에 침실이 왠지 허전해 보일 수 있는데 목공 공사 시 아예 원하는 디자인으로 나무를 잘라 벽면에 붙여 헤드보드로 사용하면 비용 절감과 함께 유니크한 침실을 만들 수 있다. 이 패널에는 브래킷 조명을 달아 호텔 침실 같은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다.
3 대형 평형의 아파트에서는 현관에 들어서 양쪽으로 복도가 나 있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집처럼 125㎡ 규모 정도의 아파트에서는 공간이 넓어 보이도록 가능한 한 가벽 없이 트여 보이도록 한 게 특징이다. 하지만 이 집은 부엌 싱크대 옆쪽으로 가벽을 설치해 기다란 복도 공간이 생겼는데 문은 화이트로 도장하고, 무늬 없는 밝은 파스텔 컬러의 벽지를 시공해 결코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4 가구를 제작할 생각을 한다면 벽지를 먼저 선택한 다음 여기에 어울리는 패턴이나 컬러를 넣은 가구를 제작하는 것도 좋다. 김영실 실장은 아이 방에 시공한 벽지 패턴의 마름모꼴을 건너편에 설치해둔 책장 문에 적용해 통일감이 느껴지는 재미있는 아이 방으로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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