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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함수곤의 `한밤의 사진 편지` 원문보기 글쓴이: 함수곤
한밤의 사진편지 제1774호 (12/11/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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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U자 걷기 (제10구간)
젓째 날 이야기 (왜목 - 가곡 21km)
글 : 함수곤(ham60@hanmail.net)
사진 : 이창조 (홍보 위원장, lc191@ hanmail.net )
김민종 (홍보 부위원장, mjmjk123@hanmail.net )
U자 걷기가 다가오면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역시 날씨입니다.
이번 제10구간 걷기는 11월 5일(월)부터 10일(토)까지입니다. 거의 1주일전부터 주간 예보를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청명한 가을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고 기온도 적당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걷기 시작하는 11월 5일, 월요일부터의 예보는 불길했습니다. 비가 내린다디는 소식이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일기예보가 제발 맞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떠나기 전날 밤, 가을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내일 아침엔 부디 그치기를 빌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드디어 출발하는 11월 5일(월) 새벽 5시에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비는 그치지 않고 살살 뿌리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출발장소를 양재역에서 지하철 2.3호선이 지나는 교대역으로 바꿨습니다.
출발시각 25분전인 오전 7시 35분, 교대역 14번 출구 앞에 도착했습니다.
5-6명의 회원이 미리 와 있었습니다.
참가 회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는데 우리를 배웅하러 나온 서병진, 박동진, 방규명, 신원영, 이규석, 신애지, 윤봉수 회원 등 어느 때 보다 많은 회원님들의 얼굴도 차츰 보였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여길 찾아오다니... 고마운 분들입니다.
이슬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열번이나 출발해서 그런지 참가회원들의 얼굴에서 긴장감이나 신비감 같은 것들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모두 편안한 일상 그대로의 표정들이었습니다.
영국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가하고 있는 정인자 회원이 나타나자 회원들이 끌어 안고 6개월만의 재회를 기뻐하고들 있었습니다.
영국의 정인자 회원이 모든 회원들의 사랑을 받고 보고 싶어하는 아이돌이 된 것을 보면서 가슴 흐뭇함을 느꼈습니다.
정 회원은 우리가 런던 살던 때의 좋은 인연으로 우리 내외가 인도했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그민큼 모든 회원들 속에서 잘 적응했고 이곳에서 처신을 잘해 왔다는 증거이기도 해서 우리 내외는
항상 그녀를 높이 평가하고있으며 그녀를 이렇게 한국에 보내주고 있는 남편 '존' 씨도 참으로 훌륭한 분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인자 회원은 시집을 참 잘 갔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번 제10구간 걷기에는 58명의 회원이 참가를 신청했는데 신원영, 이규석 회원 두 명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불참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45인승 대형 버스 1대, 그리고 15인승 승합차 1대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좌석 배치를 지금까지는 연장자 순으로 선배 회원이 앞 쪽에 앉고 후배 회원은 언제나 뒷 편으로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앞좌석에서 부터 후배를 배치하여 선배가 뒷편에 앉도록 반대로 변경했습니다.
이러한 변경조치에 후배들은 선배들을 계속 앞쪽에 모셔야한다고 주장했고
선배들은 이렇게 변경하길 참 잘했다고 저를 칭찬하는 것이었습니다.
후배들은 선배를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려고 했고 선배들은 후매들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미덕을 보이려 했습니다.
선후배의 아름다운 마음과 협조로 한사모의 아름다운 전통을 새롭게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급식, 접대 등의 임무는 지금까지 후배 여성들이 전담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선배 들이 맡았습니다.
후배들은 선배들이 날라다 주는 간식과 다과을 어떻게 앉아서 받아 먹느냐고 자기들이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며 난리였고
선배 여성 회원들은 이렇게 하길 잘했다며 그전 후배들보다도 더 적극적이고 모범적으로 솔선수범했습니다.
정말 한사모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죽전과 신갈에 도착 예정 시각보다 훨씬 지나 우리가 탄 버스는 도착했습니다.
신갈에서 승차한 양정옥 회원은 이번 구간에도 어김없이 일주일간의 간식 60봉지를 마련해서 전 회원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간식 내용과 포장도 진화해서 그 질과 봉지가 점점 세련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 세련된다는 것이 결국 돈과 정성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버스 이동 중에 아침 식사는 언제나 처럼 박화서 회원이 준비해 온 인절미로 했고 이번에는 거기에 한숙이 회원이 정성을 들여 준비해온 뜨끈뜨끈한 구은 달걀을 2개씩이나 곁들여 뱃속이 든든했습니다.
우리는 창밖의 날씨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달려왔는데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 출발지인 당진 왜목마을에 도착했을 때,
비는 멎고 햇빛마져 볼 수 있어 기념 사진도 잘 찍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들 한사모의 기적이 또 나타났다고들 말했습니다.
간단한 출발식과 사진 촬영을 한 후 박찬도 고문님의 구령에 맞춰 국민 체조를 실시한 뒤에 바로 제10구간의 첫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기로 된 석문 방조제 입구의 식당까지는 도로가 아니고 바닷가 길로 갈 수 있다는 현지답사 때 주민들의 말을 듣고 그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알려준 바닷가 길은 사람들의 내왕이 빈번해서 뚜렷하게 길이 잘 나있는 그런 길이 아니었습니다.
작은 바윗돌과 뾰쭉 뾰쭉한 돌맹이, 자갈 등이 자연 그대로 깔려 있어 길이 아닌 바닷가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금방 햇빛은 사라지고 비까지 뿌리고 바람마져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곳을 밟는 순간 앗차 했습니다. 차라리 육중한 덤프 트럭들의 왕래가 빈번하더라도 도로를 택할 것을 하는 후회가 앞섰습니다.
잘못 넘어져 다리나 허리 등 큰 부상이라도 입는다면 어떻게 하나하고 무척 염려하며 걸었으나 천만다행으로 우리 회원 전체가 바닷가의 거칠고 험한 악코스를 무사히 돌파했습니다.
이런길을 한명도 넘어지지 않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은 한사모의 걷기 실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실력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높은 눈이 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로 위로 올라왔을 때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현지 주민의 말을 너무 믿은 것이 탈이었습니다.
도로 위로 나왔을 때 비는 더욱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럴 것을 미리 예상이라도 했던지 15인승 승합차를 맡은 손홍문님이 서울에서부터 준비해온 분홍색 비닐 간편 비옷을 우리 일행 전체에게 선물했습니다.
정말 적시 안타였고 '백만 달러짜리 레인 코트'였습니다. 손홍문 님의 배려와 사랑이 전 회원들의 가슴에 빗물처럼 깊숙이 스며드는 아름다운 순간아었습니다.
약 두시간을 걷고 점심식당에 도착했습니다. 첫날 점심은 지금까지 아내 박현자가 대접해온 관례에 따라 이날 점심도 아내가 대접했습니다.
아내는 막걸리 잔을 들고 건배를 제의했습니다.
"할매도 사람이다 할배도 사람이다. 임진각아 기다려라 우리가 함께 간다"
도전적인 건배사였습니다.
이날 점심을 먹은 옥겸이네 식당은 게장이 맛있고 된장 찌게가 일품인 집이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와 종업원들의 인심이 후해서 바싼 게장을 달라는 대로 가져다 주는 바람에 회원들이 모두 놀랜 집이었습니다.
점심식사 후에도 비가 그치지 않아 우리는 백만불짜리 핑크 빛 비옷을 입고 석문 방조제 길을 걸었습니다.
석문 방조제는 충남 당진시 송산면과 석문면을 잇는 긴 방조제로서 새만금 방조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제일 긴 방조제였다고 합니다.
일기 예보가 맞지는 않았는데 우리가 원하는 반대쪽으로 안 맞았습니다. 예보대로라면 오후에는 개인다고 했는데 계속 내리고 있었으니까요.
석문 방조제 길은 레인코트를 입은체 걸었습니다.
방조제 길은 자동차를 걱정 할 것이 없는 안전상 좋은 길입니다.
그러나 바람이 세차고 주변의 변화가 없으며 한편은 바다 한편은 폭주하는 자동차 밖에 볼 것이 없고
거기다가 쉴곳이 전혀 없다는 것이 결정적인 흠이기도 합니다. 매우 지루하고 답답한 길이기도 합니다.
한가지가 좋으면 한가지가 나쁘기 마련인것같습니다. 세상에 모두가 만족스런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지루하지만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저로서는 마음이 편한 길이기도 합니다.
10km가 넘는 지루하고 길다란 석문 방조제길을 비바람을 뚫고 모두 걸은 뒤 우리는 버스를 타고 당진 시내로 이동했습니다.
첫날 밤 묵을 당진 관광 호텔로 가기 위해서입니다 오후 5시 경 호텔에 도착해서 방 배정을 받고 짐만 방에 넣어 놓은 뒤 다시 바스를 탔습니다.
저녁식사를 할 식당으로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날 저녁식사는 이 근처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소문이 난 '우렁이 박사'란 상호를 가진 우렁 쌈 밥집에서 했습니다.
우렁이를 양식하여 요리를 개발해서 성업중인 식당입니다.
여러 종류의 된장에 우렁이를 넣은 세트를 내놓고 상추 등에 밥과 함께 싸먹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밤의 첫 건배 제의는 윤종영 고문님이 하셨습니다.
"여보 당신" 짧지만 의미가 고상하고 재미있는 건배사였습니다.
'여유 롭고 보람있게, 당당하고 신나게 살자'는 뜻이랍니다.
우렁 쌈밥은 흔히 먹기 어려운 음식이어서 모든 회원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식사였습니다.
이런 식당을 안내한 현지 답사팀도 기분 좋은 표정들이었습니다.
그 식당은 원체 소문난 명가여서 수없는 손님이 쇄도하기 때문에 예약도 안되는 집이어서 우리 같이 대식구가 가기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차분하게 즐기며 여유로운 식사를 하기도 어려웠지만 별미 음식으로서 회원님들의 입맛은 충분히 즐겁게 한 것 같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어두운 밤길을 버스로 숙소까지 돌아와 제 10구간 걷기 첫날 밤을 푹 쉬었습니다.
당진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었기에 숙소 또한 매우 안락하고 청결하고 여유있는 숙소여서 회원들은 모두 기분 좋은 첫날 밤을 맞이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할미꽃 하모니카 앙상블 단원은 힘들게 걸은 피로도 풀새가 없이 오후 8시부터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오는 12월 1일 정기 연주회를 앞두고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걷기 중에도 시간을 내서 맹연습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한사모의 희망이고 자랑인 하모니카 앙상블 단원님들은 한사모 전체를 위해서 희생적인 연습을 걷기 현장에서도
쉬지 않고 계속해야 했던 것은 먼 훗날 한사모의 역사에서 전설처럼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남들이 모두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일이나 감동을 주는 일, 놀래고 경탄을 금하지 못하는 일 등은 모두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한사모가 하는 일에는 그런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좋은 날씨와 건강과 안전을 기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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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함수곤의 `한밤의 사진 편지` 원문보기 글쓴이: 함수곤
첫댓글 좋은 날씨를 그리 기원했거늘 비가 추적추적 내려 마음이 조였습니다.
혹시라도 감기나 걸리시면 어쩔까하는 염려가 되어서였습니다.
사진으로 뵙는 완주하시는 모습은 너무도 자랑스러웠습니다
피곤함도 보이지 않고 너무도 당당하신 모습이셨습니다.
함대표님 & 운영진 여러분 덕분으로 알며 심심 감사드립니다.
첫째 날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벌써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
대표님 그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체조할때 씩씩하게 다리운동하시는 박현자고문님이 부러웠습니다. 대표님께서도 건강관리 꾸준히 잘 하시어 11구간에도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맞게되길 기원하는 김균순 감사드립니다.
고성 통일전망대를 출발하여 인천 송도에 도착하기까지 5년 동안,
매 순간 순간마다 운영진들의 노고속에 대표님의 노고가 함께 스며있음을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박정임 올림
대표님과 운영진들의 도움으로 U자걷기 10구간을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첫날 대표님의 후기를 읽으며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