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울산과기대 1학년 이공계열 학생들이 화학실험실을 찾은 조무제 총장과 함께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만들자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UNIST가 자리 잡은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연리 산194 일대 '가막골'은 울산 외곽의 한적한 시골이다. 불과 1년 반 전만 해도 진입로조차 없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밤새 도서관과 기숙사 불빛이 꺼지지 않는 '공부벌레'들의 천국이 됐다.
이 대학 공부벌레들은 영어·수학(미적분학)과 기초 화학·물리·생물 등 기초과목에 대한 교실수업을 아예 받지 않는다. 대신 사이버학습(E-Education) 프로그램인 LMS(Learnning Management System)를 통해 스스로 공부한다.
학교 홈페이지 LMS에 접속해 개설과목의 단계별 과정을 모두 통과하면 학점이 부여된다. 정희·성희 자매는 이미 영어 중급과 고급을 모두 통과해 4학점을 따냈다. 전체 500명 가운데 400명가량이 영어 중급이나 수학 등 이미 한 과목 이상을 통과했다.UNIST가 국내 처음 도입한 '융합학위제'도 남다르다. 학부 간 경계를 허무는 획기적 시도다. 신입생 전원이 전공을 정하지 않은 채 입학해 2학년부터 소속 학부를 정한다. 이후 소속 학부의 기본 전공 외에 학부 간 경계 없이 최소 1개 이상의 전공을 결합시킨 융합학위를 이수해야만 졸업자격을 얻게 된다.
조무제(趙武濟) 총장은 "학문 간 벽을 없애고 지식 융합을 통해 복합적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과학자를 길러내기 위한 혁신적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학에는 개교 첫해부터 기대 이상의 인재들이 몰렸다. 전만수 기획홍보팀장은 "카이스트(KAIST)나 포스텍(POSTECH)에 손색없는 수준"이라 했다. 500명의 신입생 중 전국 20개 과학(영재)고 출신 94명 등 127명이 특목고(외고·자사고 포함) 출신이다. 나머지 일반계고 출신들도 내신과 수능평균 1.5~1.7등급의 최우수 인재들이다. 출신지역도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이 146명으로 30%를 차지했다. 울산(12%)과 인접한 부산·경남(25%)을 빼고 경북과 전남·북, 충청·강원권 등 지역이 33%를 차지했다.
이 대학 신입생 전원은 올해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해결했다. 울산시가 올해부터 매년 100억원씩 15년간 1500억원을 지원하는 덕이다. 앞서 학교 부지 매입비 1000억원도 내놓았다. 울주군도 3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지역기업인 경동도시가스도 50억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박맹우(朴孟雨) 울산시장은 "울산은 1962년 울산공업특구 지정으로 세계적인 산업도시 인프라를 갖췄고, 2009년 UNIST 개교로 세계적인 연구개발(R&D) 도시로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무제 총장 역시 "울산은 대한민국 곳간의 20% 이상을 채우는 도시"라며 "그에 걸맞은 세계적인 과학두뇌 도시로 바꿔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10년 안에 포스텍을 따라잡고, 20년 안에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UNIST는 국내 최초의 국립대학법인으로 출범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기본적인 학교 시설비와 직원 인건비 등은 기존 국립대학처럼 국가가 책임지는 대신, 학사 운영과 수익사업 등은 대학이 이사회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결정해 운영한다. 대학측은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효율성 면에서 장점이 많다"며 "수년 안에 사립대학 못지않은 학사운영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울산에서는 1997년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범시민적 국립대학 유치운동이 벌어졌고, 2007년 3월 교육부가 울산국립과학기술대학교 법인설립을 인가해 10년 만에 숙원을 이뤘다. 이전까지 인구 110만명의 울산에 4년제 대학은 사립인 울산대학교 한 곳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