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12>
“갱년기장애와 피부노화” - 천문동(天門冬)
천문동은 바닷가 산기슭에서 잘 자라며 아스파라거스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덩이뿌리를 약재로 쓰는데, 폐와 신으로 귀경하여 자음윤조(滋陰潤燥, 음기를 길러 마른 것을 적셔줌), 청폐강화(淸肺降火, 폐기를 맑게 하고 화기를 내림)의 효능으로 대표된다. 달고 쓰며 차고 매우 끈적여서 폐가 마르고 열이 나는 것을 촉촉하게 적셔서 내리고 동시에 신수(腎水)를 자양하여 몸에 진액을 보충하므로 갱년기의 상열감, 주름지고 마르는 피부노화를 막아준다. 천문동에 오미자, 자완, 폐모를 더하여 해수를 치료하고, 생지황, 천화분을 더하여 소갈증(당뇨병)에 쓰며, 장이 말라 변비가 있을 때 당귀, 육종용 등과 배합한다. 비염에는 창이자, 유근피 등을 더하고, 음기 부족으로 양기가 범람하여 코피, 혈담, 발진, 두부습진 등이 나타날 때도 천문동은 윤폐· 청폐하여 모든 마르고 뜨는 열 기운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효가 있다.
갱년기증후군이란 여성이 폐경으로 생식능력이 감소되는 시기에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을 말한다. 폐경의 생물학적 개념은 난포 기능의 소실로 일어나는 월경의 영구적인 정지를 의미하는데, 화학요법이나 자궁절제술에 의해 예상보다 빨리 오는 조기폐경도 있다. 난포가 고갈되고 에스트로겐 생성이 중단되면 안면홍조와 함께 우울증, 불안증, 성욕감퇴, 성냄 같은 정서적 변화가 오고 상기증, 두통, 가슴 두근거림, 근골격계의 통증에 수족냉증, 요실금, 비정상 자궁출혈, 골다공증 같은 실질 장애를 장기간 겪게 되기도 한다. 보통 병원에서는 호르몬 대체요법을 시행하지만 장기간의 호르몬 치료는 위험하므로 신중해야 한다. 더욱이 가족문제, 직장문제, 사별, 노화의식, 질병 같은 환경 요인에 의한 갱년기의 사회심리적 변화는 정신신경증으로 이행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한의학에서는 갱년기증후군의 병인·병기의 기본을 ‘신허(腎虛)’로 본다. 별안간 얼굴에 땀이 나며, 가슴이 답답하고, 이명이 있거나 어지럽고, 피부가 마르며 가렵고, 변비가 생기는 증상들은 신음(腎陰)이 허해져서 온다. 하초에 음기가 부족할 때 상초의 심화(心火)가 동하여 나타나는 다발적 현상이다. 이럴 때 간과 신의 음을 자양하는 숙지황, 구기자, 맥문동, 천문동 같은 약재가 매우 중요하다. 반대로 손발이 차고, 설사가 잦으며, 부종이 있고, 빈뇨나 요실금이 있는 경우는 신양(腎陽)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산수유, 육계, 음양곽, 파고지, 토사자 등을 써야한다. 역시 손발이 차고 상열감이 있으면서 자한이나 도한이 있고, 어지러우며, 귀가 우는 증상은 음양이 모두 허한 관계로 위의 두 가지 처방을 비슷한 분량으로 병용하거나 증상의 치우침에 따라 적당한 비율로 조절한다.
그밖에 가슴이 벌렁거리고 잘 놀라며 꿈을 많이 꾸는 경우,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아프며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심화(心火)가 왕성해져서 그런 것이니 내리는 치법을 써야한다. 즉 천문동, 우슬 각 5에 황금, 황련 각 2, 심장을 안정시키는 용골, 모려 각 1 정도 가미한다. 또 간울(肝鬱)에 의한 경우는 가슴이 답답하며, 불면이 있고, 화가 잦거나 지남력을 상실하기도 한다. 이때는 간을 소통시키고 울기를 풀어주는 처방이 좋다. 시호, 백작약, 당귀, 백출, 백복령, 천문동 각 5에 생강,·감초 각 1로 구성한다.
인체의 노화과정은 세포사에 의한 세포수 감소, 장기무게의 감소 및 기능저하에 따른 것으로 본다. 즉 노화를 촉진하는 여러 환경(과음· 과식, 스트레스, 방사선, 화학약물 등)에 의한 산화손상을 막기 위해 40대 이후 노화조절과 최대수명연장을 위한 기초를 튼튼히 다질 필요가 있다. 첫째는 식이제한(小食)이다. 정상 식이량의 약 70% 정도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둘째는 과한 일이나 운동은 다량의 활성산소가 발생하여 노화를 촉진하고 면역력을 약화시키므로 ‘적당한 운동’이어야 한다. 셋째는 스트레스 문제이다. 자아 또는 자존심 같은 배경에서 부딪히는 사회적 관계는 심화, 간화, 혈압, 혈당 상승 등이 장기적으로 반복되기 쉬워 심장병, 우울증, 뇌졸중, 당뇨병 같은 질환을 불러들이게 된다.
유전적 개인차가 존재하지만 피부노화는 중년의 여성에겐 시름이다. 얼굴과 목 주변의 잔주름을 펴고 싶다면 폐와 표리관계에 있는 대장의 건강이 필수적이다. ‘폐주피모(肺主皮毛)’라 하였다. 폐는 기를 주관하고, 호흡기 계통과 모발, 피부를 주관한다. 역시 대장의 배변이 좋으면 피부에 윤기가 흐르면서 활력이 넘친다. 황색변으로 지표되는 대장의 건강은 곧 피부의 주름과 건조증을 뚜렷하게 개선하여 탄력 있는 피부를 오래 유지시켜준다. 천문동은 폐와 신의 약초로서 음액을 늘려주어 감소하고 말라가는 장기의 허열을 내리고 윤장(潤腸)하여 변비를 치료하는 효능이 매우 좋다. 염증을 없애고 피부노화를 막아주는 기능적인 효능이 있어 화장품 원료로도 많이 쓰인다. 또한 면역항체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작용과 함께 디프테리아균, 황색포도상구균, 폐렴쌍구균 등에 대하여 억제작용이 있다. 급성임파세포성백혈병 환자의 백혈구 억제작용도 확인되었으며 유방암, 폐암, 위암, 간암 등 항암작용도 높아 보조 치료제로 사용한다. 천문동을 알고 가까이 하면 함부로 늙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