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지 예술감독, 안성수 안무의 『포이즈』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위, 이성적 실험무대
국립발레단의 2012년 여름은 지나간 오십년과 앞으로 오십년 향방을 가늠하는 작품, 『포이즈』를 두고 벌이는 경건한 제(祭)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한 세기의 중심점에 있는 작품, 『포이즈』는 배추밭의 무당벌레처럼 청정감과 신선감을 탑재한 국립발레단 제144회 공연이었다. 창단 50주년 기념(1962년 창단), 국립발레단의 창작 발레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다.
러닝타임 80분(휴식20분), 세계 초연의 이 작품은 6월 29일, 30일, 7월1일 3일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4회 공연되었다. 이번 공연은 임성남에서 최태지에 이르는 국립발레단의 흐름과 비전을 읽게 해주었다. 모든 예술계의 고민과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국립발레단은 『포이즈』를 통해 바람타지 않고 발레만을 위해 매진하고자하는 균형감각을 보여준다.
'포이즈(POISE)'는 '균형'을 뜻한다. 시메트리나 밸런스도 같은 뜻이다. 이 세상의 모든 '균형'은 '형식'과 '내용'의 긴장감 있는 균형을 담론으로 삼는다. 발레의 신성(神聖)에 대한 현대적 섭정은 백, 적, 흑으로 배치된다. 흑색 대지위에 적색열정을 안은 인간들이 차가운 이성으로 ‘클래식한 것’과 ‘전위적인 것’을 토로하지만, 그 틀은 여전히 고전이 기본이다.
2막 6장의『포이즈』는 간결한 압축미로 백색의 눈의 성(城)과 붉은 열정이 눈의 호사를 누리게 한 작품이었다. 2막 2장은 신이 두개로 나누어진다. 사유적 이미지의 경건성으로 이 이면에 축적되어있는 겨울 이미지와 긴 밤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동경과 시절에 대한 추억을 찬찬히 불러내고 있다. 바흐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선율에 작품은 완전히 밀착된다.
압축미와 간결미 속에 담긴 『포이즈』의 내용과 음악사용은 다음과 같다.
1막은
1장: Propose(請), 서민들의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과 즐겁고도 활기찬 축제의 모습이다. 음악은 < Festive Overture op.96 >: 서부개척시대, 7인의 신부 오마쥬. 발레리나 김리회가 리드하는 음악적인 유희를 춤으로 볼 수 있는 씬
2장: Observe(觀), 왕족들이 화려한 시절을 뒤로하고 외롭고 추운 겨울을 보내며 회상,회상의 문을 통하여 본다. 음악은 <Piano concerto 2.Ⅰ>: 극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장면. 국내최고의 발레리나 김주원, 김지영이 한 무대에서 아름다운 아다지오를 보여주는 씬
3장: Implement(充), 소중한 유산인 전통문화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면서 현대화와 갈등을 겪는 모습. 음악은 <Ballet suite No.5 from"The bolt">: 32명의 출연진이 모두 출연하여 신나고 러시아적 감성이 가득한 음악에 많은 턴과 기교를 보여주는 씬
2막은
1장: Statement(述),새로운 시대의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와 각오, 음악은 < Symphony no.12 Op.112 (The year)>,<Ballet suite No.5 from"The bolt"> : 32명 무용수가 같은 동작으로 움직이며 응집된 에너지를 표출한다.
2장: Evocation 1(신1, 喚起1), 집시들의 춤, 음악은 <Ballet suite No.5 from"The bolt", The golden age Op.22-Ⅲ, Polka> : 여자 솔로이스트와 장난스러운 집시들의 거리 춤
2장: Evocation 2(신2, 喚起2), 신문화의 자유에 대한 갈등과 미국 재즈음악에 대한 표방,음악은 < Suite No.1 for jazz 中 >, 왈츠는 ‘지젤’, 폴카는 ’써커스곡마단‘,폭스트롯은 ‘남태평양’에서 따옴: 의식과 무의식을 오가는 인간을 발레리나 김주원이 표현(발레리나 김주원의 지젤에서 영감을 받은 씬): 발레리나 김지영이 서커스의 여조련사같이 남자 4명의 무용수를 노련하게 주도하는 씬 (발레리나 김지영을 위한 씬)
3장: Poise(均衡),혼돈과 갈등에서 찾은 균형, 음악은 < Symphony No.10 Op.93-Ⅱ >: 여자와 남자의 극대화된 에너지가 균형을 이루는 혼돈 속의 균형
정구호 역시 이번 작품에서 의상은 물론, 무대까지 도맡아 그만의 미적 감각과 창조적인 상상력이 발휘된 시각적인 연출로 한껏 기대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