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부 과신
Overcontidence
어떤 믿음을 확신하는 사람들은 인지적 편안함과 논리적 일관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하기가 편하고 이야기에 일관성이 있다고 해서,
확신하는 믿음이 진짜라는 보장은 없아.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는 우리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우연의 역할을 과소평가한다.
19 이해 착각
주식거래인, 철학자, 통계학자인 나심 탈레브는 심리학자라고도 볼 수 있다.
탈레브는 《블랙 스완》에서 '서사 오류(narrative fallacy)'라는 개념을 도입해,
과거를 설명하는 엉성한 이야기가 어떻게 우리 세계관을 형성하고 미래를 예상하게 하는지 설명했다
세상을 이해하려고 부단히 시도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서사 오류가 생기는 법이다.
사람들은 단순하고 추상적이기보다 구체적이며, 운보다는 실력이나 어리석음
또는 의도에 더 크 역할을 부여하는 이야기에 끌리고,
일어나지 않은 무수한 사건보다 일어난 몇 가지 눈에 띄는사건에 주목한다.
최근에 일어난 두드러진 사건들은 모두 인과관계 서사의 핵심이 될 후보들이다.
탈레브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과거를 설명하는 조잡한 이야기를 꾸며놓고
그것을 진짜라 믿으며 자신을 끊임없이 속인다.
좋은 이야기는 사람의 행동과 의도를 단순하고 일관되게 설명한다.
우리는 항상 사람들의 행동을 그 사람의 일반적 성향과 성격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해,
그 성향과 성격을 섣불리 결과와 짝지으려 한다.
앞에서 다루었던 후광 효과도 여기에 한몫해서 ,
어떤 사람의 특별한 중요한 한 가지 특성을 판단해 놓고 그 사람의 모든 자질을 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야구에서 투수가 잘생기고 체격도 좋다고 생각되면, 그 사람이 공도 잘 던질거라고 판단하기 쉽다.
부정적인 후광도 있어서, 어떤 선수가 못생겼다는 생각이 들면 그 사람의 운동 능력까지 평가 절하할 확률이 높다.
후광효과는 한결같이 동일한 평가를 내려 서사를 단순하고 일관되게 유지하게 한다.
좋은 사람은 뭘 해도 옳고, 나쁜 사람은 그냥 다 나쁘다.
"히틀러는 개와 어린이를 좋아햇다"라는말은 아무리 여러 번 들어도
늘 충격인 이유는 악마 같은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자상함의 흔적은
후광 효과로 생긴 예상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런 불인치는우리 생각을 불편하게하고 감정을 모호하게 한다.
설득력 있는 서사는 불가피성이라는 착각을 키운다.
구글이 어떻게 정보 통신 업계에서 거대 기업이 되었는가를 설명하는 이야기를 보자,
스탠퍼드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하는 창의적인 대학원생 둘이 인터넷 정보 검색의 획기적인 방법을 알아낸다.
이들은 회사를 차릴 궁리를 하며 자금을 모으고 몇 가지 결단을 내리는데, 모두 순조롭게 진행된다.
이들이 세운 회사는 불과 몇 년 만에 미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주가가 치솟고
두 사람은 지구상에서 최고 부자가 된다.
이들의 행운을 보여 주는 기억에 남을 사건이 하나 있는데,
여기서 이들의 이야기는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이들은 구글을 찰립한 지 1년이 지나 100만 달러도 안 되는 금액에 회사를 팔려고 했지만,
가격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팔리지 않았다.
운이 좋았던 이 사건 하나만 언급한다면,
운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경로를 제대로 못 보고 지나치기 쉽다.
구글의 역사를 자세히 살피면 창립자들 이 어떤 결정들을 내렸는지 구체적으로 나열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들의 선택이 거의 다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만 말해두자,
더 완벽한 서사를 위해 구글에 패배한 회사들은 어떤 조치를 취했었는지 설명할 수도 있다.
그 불운한 경쟁사들은 앞을 내다볼 줄 모르고 늑장을 부린 데다.
자기들을 삼킬 위협을 다룰 능력이 전혀 없었다고 묘사되기 십상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일부러 무미건조하게 말했지만 독자들은 무슨 뜻인지 감을 잡을 것이다,
아주 그럴싸한 이야기가 있다는 뜻 아닌가.
좀 더 살을 보태면 구글의 성공 요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또 기업의 성공 요인에 관한 보편적이고 값진 교훈을 얻었다는 기분도 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구글 이야기를 이해했고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면 대체로 착각일 가증성이 높다.
사건 설명의 타당성을시험하는 방법은 그 사건을 미리 예견할 수 있었냐는 것이다.
구글의 믿기 힘든 성공 이야기 중에 어느 것도 그 시험을 통과하기 힘들다.
다른결과를 가져왔을 무수한 사건을 포함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머리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설명하는 데 서툴다.
실제로 일어난 중요한 사건에는 선택이 들어간 때가 많다는 사실은
결과에서 차지하는 실력의 역할을 과장하고 운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유혹을 더욱 부채질한다.
중요한 결정이 모두 좋은 결과로 이어진 탓에 거의 완벽한 혜안이 발휘된 것만 같지만,
불운이 끼어들었다면 성공의 여러 단계중 어느 하나를 망쳤을 수도 있다.
후광효과는 화룡점정 격으로, 성공 신화에 불굴의 기운을 더한다.
다가오는 장애물을 하나씩 피하면서 급류를 타는 노련한래프팅 선수를 보며 스릴을 느끼듯이
구글 신화에서도 재앙의 위험이 끝없이 나타나는 탓에 스릴이 있다.
그러나 두 경우에서 배울 점은 다른다.
노련한 래프팅 선수는 그동안 급류를 수백 번씩 타면서,
눈앞에서 휘몰아치는물살을 읽어 장애물을 예측하는 법을 터득했다.
자세를 약간 고쳐 몸을 똑바로 유지하는 법도 익혔다.
그러나 젊은이가 거대 기업을 세우는 법을 익힐 기회는 많지 않고,
경쟁사의 놀라운 혁신 같은 암초를 피할 가능성도 많지 않다.
물론 구글 신화에는 실력도 크게 작용했지만,
운도 그 신화에 거론되는수준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운이 많이 개입했을수록 그 신화에서 배울 점은 적어진다.
여기서 작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막강한 원리다.
가지고 있는 제한된 정보를 마치 그것이 전부인 양 받아들이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가지고 잇는정보로 최상의 이야기를만들고, 그 이야기가 괜찮다 싶으며 믿어버린다.
모순적이지만 아는 것이 별로 없을 때, 그림을 맞출 조각이 적을 때, 오히려 조리 있는 이야기를만들기가 더 쉽ㄷ.
세상은 순리대로 돌아간다는 편안한 확신은 자신의 무지를 외면는 무한에 가까운 능력에서 나온다
"2008년 금융 위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위기가 닥치기 훨씨 전부터 알았다"고 말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 문장에는 중요한 사건을 토론하는 자리에서는 입 밖에 내지 말아야 하는 대단히 부적절한 단어가 들어 있다.
그렇다. "알았다"는 단어다. 위기가 닥치리라고 미리 짐작한 사람이라도 그 사실을 알았을 수는 없다.
그들은 위가가 실제로 일어났다는 이유로, 이제 와서 그 사실을 알았다고 말한다.
중요한 개념을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평상사에는 기존에 알려진 것이 사실이고 그것이 사실임을 증명할 수 있을 때라야 '안다'라는 말을 쓴다.
그런데 위기가 닥치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그 당시에 그 생각을 확실하게 증명할 길은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 사람은 그렇게 생각했었다고 말하는 사람보다 적다)
똑똑하고 잘 알만한 많은 사람이 앞으로의 경제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지만,
그런 파국이 임박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그 위기를 미리 알 수는 없었다고 추론한다.
이런 맥락에서 '안다'는 말을 사용할 때의 고약한 점은
자격도 없는 사람이 선견지명이 있는 척하는 것이 아니다.
그 표현은 세상을 실제보다 더 인지 가능한 대상으로 본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는 것이 문제다
영원히 치명적인 착각에 빠질 수 있는 발상이다.
이 착각의 핵심은 과거를 이해한다는 믿음인데,
이 믿음에는 미래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보다 과거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착각을 양산하는 말은 '안다' 말고도 더 있다.
흔히 '직감'과 '예감'아란 말도 과거 생각이 옳다고 판명됐을 때 사용된댜.
"그 결혼이 오래 못 갈 거린 예감이 들었는데, 그 예감이 틀렸지 뭐야"라는 말은 어색하다.
틀렸다고 밝혀진 직감을 언급하는 문장도 다 어색하다.
미래를 명확히 바라보려면 과거 생각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297-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