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도 추석이 있었군, 2012년 9월 29일 토요일 (음력 8월 14일) 날짜는 사흘 늦지만 요일은 똑같다.
그런데 내가 신문, 방송을 안 봐서 그런지 대보름이란 말이 사라졌는지 ‘슈퍼 문’만 들린다.
이제 도시화된 일상에서 달 볼 일은 없나보다.
어느 옛날 멀리 떠난 임 그리워 보름달에 그려 보던 때가 있었지. 서로 보고 싶으면 달을 보라고 마음을 나누던 시절, 맑은 물 한 그릇에 사랑을 담아 올리던 시절 말이지.
나는 전주에서 나고 자라서 그리 어두운 밤을 살지는 않았거든, 그러다 중학생 여름방학 때 시골 외갓집에 놀러간 적이 있었지. 그때 처음 알았어, 칠흑 같은 밤을. 별도 달도 뜨지 않는 밤, 가로등이 없는 시골길은 도무지 보이는 게 없어.
그래 달이 떠야 볼 수 있지, 더욱 꽉 찬 보름달이 떠야 환히 보거든.
보름은 볼~음, 볼~, 보잔 게지.
도무지 깜깜해 아무것도 볼 수 없는 밤, 하늘 달빛에 비춰 보잔 게야.
네 마음, 내 마음, 우리마음을 나누잔 게지.
그래 보름달이 뜨는 밤, 한데 얼려나와 모두를 추어올리는 춤판을 벌이는 게야.
더욱 가을 열매 거두는 팔월 보름은 커서 대보름.
봄에 꿈꾸고 여름내 땀 흘려 익힌 애씀과 고마움을 나누는 큰 춤판을 열지.
그러나 전깃불이 들어오고, 영상통화를 하는 오늘에 달 볼 일 없어 보름달은 뜨지 않고
‘슈퍼 문’만 뜨거든.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사는 대~한민국 2015년 추석에 가물어 강이 마르고, 못이 마르고 산에 들에 나무와 풀들이 말라비틀어지는데.
우리네 삶과 마음은 보름달이 뜨는 밤, 맑은 물 떠 놓고 하늘을 바라 추어올리는 것을 잊었어.
‘슈퍼 문’만 떠오르면, 그걸 내폰phone, 네 폰phone으로 찍어 올리기만 하면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삶이 풍부해지지.
‘슈퍼supermarket 문’만 열리면 북극 아니라 남극 얼음물까지 사다 먹을 수 있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살고 있다고.
3년 전에는 없던 대체 휴일이 오늘은 있어.
뭐든 꿈꾸고 마음을 모으면 일어나는 게야.
‘추석’ 흩어져 있던 삶과 마음들이 한데 모여 나눈 사랑과 애틋함, 그냥 흩어지지 말자고.
뿔뿔이 흩어져 구속당하지 말고, 자유로운 삶을 잇자고, 연대連帶하자고. 함께 하자고.
전쟁을 넘어 평화와 통일을 위해, 세월호 진실을 위해, 노동해방을 위해, 참교육을 위해, 바른 역사를 위해, …….
너와 나, 우리 모두 자유를 누리기 위해 함께 어울려 춤.
추어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