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이승하 블로그
메이트원(Matewan 1987) : 1920년대의 미국판 <파업 전야>
존 세일즈(John Sayles) 감독
1980년대에 미국 독립영화의 대표 주자로 떠오른 존 세일즈. 소설가이자 저예산 상업영화의 시나리오 작가이며, 1980년에 <세코서스 7인의 귀환>이라는 영화로 미국 영화사에 등장했다. 그러나 1987년에 <메이트원>을 만들 때까지 그는 독창성은 있지만 영화적 수완은 뛰어나지 못한 감독쯤으로 평가받았다.
<메이트원>은 1920년대에 웨스트버지니아의 탄광 마을 메이트원에서 실제로 일어난 학살사건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미국판 <파업 전야>라 부를 만하다. 레이건과 람보가 판을 치던 1980년대에 이건 꽤 높이 평가할 만한 작업이었다.
아직 광산 노조가 결성되지 않은 1920년대. 메이트원에서 파업이 일어난다. 광산의 사장은 이탈리아 이민과 흑인들을 모집해 구멍난 노동력을 메우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메이트원에 흘러들어온 비조합원 노동자 가운데에는 쿠퍼도 끼어 있다. 그러나 그는 사실 세계 산업노조에서 파견한 노동운동가다. 쿠퍼는 메이트원의 노동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독려한다.
쿠퍼는 사용자측에 매수된 다른 노조원의 모함을 받기도 하고 테러를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와 다른 조합원들의 노력으로 노조는 점점 강해지고 파업은 최고조에 달한다. 이 와중에 조합원 힐라드가 석탄을 훔치려다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사용자측은 볼드윈 탐정사무소를 통해 사람을 사들이고, 다음날 마을에는 피비린내 나는 총격전과 학살이 벌어진다.
<메이트원>은 노조 결성을 위한 투쟁기에 사람들이 품고 있던 완벽한 공동체에 대한 갈망 같은 것이 잘 포착돼 있는 영화다. 그러나 감독 세일즈의 의도는 너무 눈에 보이게 드러난다. 낭만적인 분위기로 미화된 등장인물의 성격화나 멜로드라마적인 과장이 때로는 눈에 거슬린다. 하지만 이 영화가 실제 역사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영화는 수많은 굴곡을 겪으며 변질된 20세기 미국 노동조합의 역사를 직설 화법으로 담았다. 노조가 결성되고, 투쟁이 시작되고, 많은 사람이 죽어가지만, <메이트원>에는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던 노동자들의 유토피아가 이룩되지 않는다.
<메이트원>의 촬영은 베테랑이었던 하스켈 웩슬러가 맡고 있다. 탄광촌 마을을 잡아낸 풍경 가운데 웩슬러가 찍은 화면의 아름다움에 필적할 만한 것은 없을 것이다. 잔인한 현실과 아름다운 풍경의 부조화는 영화의 비판적 진술에 묘한 무게를 싣는다. 세일즈는 웩슬러의 촬영술에 힘입어 공동체를 향한 감상적이면서도 이상화된 동경을 담아냈다. 공동체 정서를 곧잘 화면에 담아냈던 존 포드 감독의 서부영화에서 세일즈가 많이 배웠음을 알 수 있는데, 포드의 서부영화와 비교해도 처지지 않는다.
세일즈가 메이트원과 인연을 맺은 사연은 오래 전부터이다. 세일즈는 웨스트버지니아 지방을 무전여행하던 1960년대에 이 지방 사람들에게 광산전쟁과 메이트원 학살사건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나중에 좀 더 자료를 조사한 뒤에 세일즈는 『노조의 권리』라는 소설을 썼고, 거기에 담지 못한 부분을 영화로 만들었다. 이 영화는 8년 동안 준비해서 400만 달러의 예산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결실을 톡톡히 맺었다. 평자에 따라서는 <메이트원>을 1980년대 미국 독립영화계의 최고작으로 치기도 한다. 그리고 바다 건너 우리나라에서도 <메이트원>은 노동운동 현장이나 대학가에서 심심찮게 비디오로 상영하는 ‘컬트’가 됐다.
ㅡ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