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적벽
국내 최고의 웅장함과 고도감을 느낄 수 있는 바위
천태만상의 얼굴을 하고 있는 설악산(1.708m). 설악산은 국립공원에서도 국내 최대의 인파가 몰리는 산중에 하나이다.
사시사철 변화무쌍함을 보여주기도 하며 수많은 침봉, 화려한 단풍, 계곡의 맑은 물, 웅장함과 장대함 등 설악산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함을 보여준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설악산을 몇 번 쯤은 다녀왔을 것이다.
몇 번을 가든 수십 번을 가든 갈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설악산 일 것이다.
특히 전문등반을 하는 클라이머들에게는 클라이밍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가파른 산세와 수많은 바위절벽, 암봉으로 어우러진 설악산은 클라이머들이 즐길 수 있는 조건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크고 난도 높은 빙벽, 토왕성폭포, 대승폭포, 소승폭포 등 대형빙폭 등반을 할 수 있으며 국내에서 가장 큰 울산암과 장군봉, 적벽 등에서는 암벽등반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산세의 특성상 암릉등반도 많이 이루어지는데 용아장성과 천화대, 한편의 시를 위한 길 등 리지는 인기 있는 코스다. 특히 국내최고의 암릉을 자랑하고 있는 울산바위리지는 30여개의 암봉으로 되어있으며 길이가 2.8Km에 달하며 가장 어렵다는 돌잔치길은 총51피치를 등반해야 하며 25회를 하강하는 등 등반시간도 3박4일이 소요된다.
암 빙벽등반대상지를 하나하나 소개하기는 너무나 많은 설악산은 산악인들에게는 소중하고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천혜의 암 빙벽등반 대상지이며 보물단지와도 같다.
적 벽
적벽은 설악산에서도 외설악에 있으며 비선대 바로 앞으로 자리하고 있는 오버행의 웅장한 바위다.
“적벽” 왠지 말만 들어도 웅장하고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대부분 암장들을 암(岩)과 봉(峰)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적벽은 유일하게 붉은(績) 암벽(岩壁) 이라는 것을 표현하여 적벽(績壁) 이라 부르고 있다.
붉은 벽으로 되어있어 적벽이라 부르고 있지만 예전에는 클라이머들에게 암벽등반의 큰 대상이자 목표가 되기도 하였다.
사실 지금도 적벽등반은 바위를 어느정도 해본 사람도 쉽게 무시하지 않는다.
이것은 적벽이 처음부터 끝까지 오버행으로 되어 있으며 웅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 등반자들은 적벽에 붙으면 고도감으로 인해 기가 꺽여 버린다.
사실 클라이밍은 고도감의 적응력에 따라 클라이밍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어도 고도감에 적응하지 못하고 공포심을 유발한다면 자기 기량의 50%밖에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우수한 장비와 실력향상으로 적벽 등반이 큰 대상지가 될 수는 없지만 예전에는 등반의 기록으로 들어 갈 만큼 대단한 평가를 할 때가 있었다.
요즘에도 빅월등반 훈련 대상지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으며 많은 클라이머들이 이곳에서 등반을 하고 있다.
크랙과 오버행 등으로 되어있는 이곳은 너트나 프렌드를 사용 할 수 있으며 줄사다리를 이용하여 인공등반을 하거나 포타렛지를 이용해 오버행에서 잠을 자는 등 고도감으로 오는 공포심은 적응하기 위해서 많은 클라이머들이 적벽 등반을 선호하고 있다.
필자는 1982년에 처음으로 적벽등반을 시작하여 여러번 등반 했었다.
하지만 매번 그 느낌은 달랐으며 막상 바위에 붙으면 지금도 마음이 설래인다.
사실 적벽등반은 2인조 등반시 2시간이면 등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고도감으로 인해 긴장감이 등반자를 사로잡으며 어디 한곳 만만하게 소흘이 할 수 없으며 긴장된 상태에서 등반을 할 수 있어 그 쾌감은 더하다.
거기에다 비선대 앞의 파랗게 흐르고 있는 시원한 물줄기와 작은 점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적벽에 매달려서 눈으로 확인될 때 부듯함과 살아있다는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1978년 크로니산악회, 에코클럽에서 개척 초등반 이뤄내
적벽은 우선 접근이 편리하다. 설악동 집단 시설지구에서 비선대까지는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넓은 도로이며 약40분이면 갈 수 있다.
적벽은 남 서면을 하고 있다. 적벽을 접근하기 위해서 완경사 한 피치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오버행으로 되어있으며 넓이 약100m 높이100여m쯤 된다.
적벽은 1978년 여름에 크로니 산악회가 ‘크로니길’을 에코 클럽에서 ‘에코길’을 개척하면서부터 암벽등반이 시작 되었다. 그 후 인천 교대산악회에서 개척한 ‘교대길’이 개척되었으며 1988년 이성주씨가 ‘독주길’을 개척하였다.
1997년 김형진씨가 무라길을 개척 초등 하였지만 루트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 클라이머들이 등반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으며 본격적인 인공등반을 하는 클라이머들에게는 인기있는 코스다.
‘무라길’을 등반할려면 ‘에코길’ 밑으로 쌍볼트에서 시작되나 중간에 확보물이 없어 직접 확보물을 설치하면서 등반해야 하는데 바위 형태가 불량하다.
A.4의 난이도가 나오는 제3피치는 고난도 인공등반 장비가 필요하다.
이밖에도 적벽 하단부 우측에서 시작되는 ‘삼형제길’이 있어 적벽을 오르는데 많이 이용을 하고 있다. 이 루트는 1993년 청암산우회에서 개척 하였으며 적벽에서 장군봉 정상까지 이어지는 리지 성격의 루트이나 부분적으로 까다로운 구간도 있다.
‘삼형제길’을 제외하고 5개의 루트는 적벽 하단부 한 피치를 오르고 나서 본격적인 적벽등반이 시작된다.
이외에도 에코길 우측면으로 최근에 인공드반루트가 3-4개정도 개척등반되었으며 간간히 등반이 이루어지고 있다.
적벽을 접근하기 위해서 하단부 약30여m 슬랩과 크랙으로 되어 있는 완경사를 올라야 하며 볼트는 3개 박혀있다.
이곳 첫 피치는 중급자 정도면 무난히 오를 수 있다.
적벽등반 후 하강은 신중하게
제2피치 지점에서는 오버행으로 몸이 허공으로 뜨기 때문에 2회 하강이 불가능하다.
최근엔 교대길 제3피치, 크로니길 제2피치, 에코길 제3피치, 독주길 제2피치에서 60m 2동으로 한 번에 바닥까지 하강을 하고 있다. 하지만 로프가 60m가 되지 않는다든가 오버행하강이 서툴다든가 하면 삼가야 한다.
등반을 마친 뒤 정상에서 북쪽으로 20여m 이동하면 쌍볼트가 있으며 이곳에서 로프60m 2동으로 한 번에 하강이 가능하다.
또한 전체적으로 오버행을 하고 있어 등반 중 추락하면 몸이 허공으로 뜨기 때문에 바위로 접근이 쉽지 않다. 따라서 등강기를 한 개씩 준비하거나 최소한 프루직 매듭용 슬링을 준비하여 추락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적벽등반은 로프 2동과 프렌드1조, 너트, 줄사다리 등 인공등반 장비가 필요하며 제1피치 쌍볼트에서 하강은 가능하나 로프 2동이 필요하다.
클라이머들이 지켜야 할 자존심
최근에 초보자들이 적벽등반 중 슬링을 2개,3개 연결하여 마치 레더를 걸어 놓은 것처럼 주렁주렁 걸려있는 것처럼 볼 수 있다.
물론 기량이 모자라 슬링을 있는대로 사용하고 오르려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으나 사용후 슬링을 회수해가야 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인공등반후에 자신이 설치한 장비는 회수해가는 것이 추세이고 원칙이다.
가급적이면 레더를 사용하고 클린클라이밍의 정신을 본 받아 클라이머들의 자존심을 지켜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