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돌아왔다
나영순
헛짚은 눈이 창밖에 기대놓은
아침 새에게로 돌아간다
밤새 꿈속에서 꿈만 꾸던 어두운 눈
창과 밖, 방과 창, 밖과 방이
그동안 사라졌던 새 소리로
가득 메워온다
방금 꺼낸 손끝이 젖어있다
슬픔을 아는지 새의 소리가
노래로 바뀐다 늘 들려오던
바람 소리 같은 노래
잃어버린 건지 찾지 못한 건지
길을 잊은 구름처럼
뭉클하다
웃음소리 같았던 새의 그림자가
구름을 움켜쥔 비처럼
잔뜩 어긋난 채 창밖을 비웠었지
거울을 꺼내 첫소리를 들을 때처럼
매일 웃는 연습을 했지만
끝내 그 소리는 마지막이 되곤 했어
계절은 돌아왔지만 비를 따라간 빗소리가
다시 돌아오지 않은 것처럼
창밖을 조금 열어봤어
지난밤이 네 발자국을 찍어놓았더군
햇살이 새벽을 밟은 것처럼
봄은 가고 가을은 멀고
나영순
숨소리까지 차갑던 겨울의 손끝이
무뎌졌다
겨우내 숨겼을 거라는 것은 일찍 알았지만
저렇게 은근히 속일 거라곤
말한 적이 없었다
거칠게 닫아버린 땅끝을
비명 한 번 꺾이지 않은 채
소나기를 피한 햇살처럼
바람을 따라 걸어온 봄의 새싹들
낡은 화폭을 덧칠하는
아름다운 눈빛이 스며든다
볕과 볕이 따갑게 스치는 사이
끝까지 내어주지 않을 것 같았던
봄빛은 무섭게 덧칠해졌고
속마음을 꺼리던 무거운 구름이
해무처럼 겹겹이 숲을 가로챘다
심해에 잠겼던 발자국같이 숨소리조차
머뭇거리는 바람
온종일 뜨거워진 세상이
매미의 웃음소리, 창밖의 따뜻한 그림자,
아이들의 동동거리는 눈동자까지
하나씩 벗겨냈다
가을은 멀리서 돌아보지도 않는데
등대는 파도를 기다리지 않는다
나영순
비 없는 오후의 우산처럼
빛을 세우지 않는 등대
파도를 넘어오는 고깃배가
멀리서 두리번거린다
갈매기도 해무도 바닷바람도
가끔 파도를 읽지 못할 때가 있듯이
등대도 뱃길에 빠져
빛을 놓칠 때가 있다
소리 없는 밤, 어둠이 어둠 속에서
어둠을 짚어내는 눈길
아무도 짐작하지 못한
손가락 끝이 뭉쳐있는 파도길
등대는 바닷길에 얹혀
바다로 빛의 눈을 뜬 채
고깃배를 기다리는 것일 뿐
바다와 함께 파도를 불러내지 않으니
언젠가 지워질 파도는
애써 머물지 않는다
눈빛이 접힌 등대가
포구에 기대는 새벽에도
카페 게시글
♥ 나영순 시인방
덕향문학 18호 투고 시(3편)
靑鏡 나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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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26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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