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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Routes 호비후 ~ 강릉 : 러더가 떨어져 나가다.
대한민국 강릉항요트마리나까지 1,115 해리. 8일 10시간. 이번, 이탈리아 마리나 스베바에서 강릉항요트마리나까지의 항해 중, 제일 마지막 코스인 타이완 Hobihu 마리나에서 강릉항요트마리나까지의 거리와 소요 시간이다. 타이완 아란코 반도 인근의 삼각파 해역에서 4~5미터 파도로 약 2시간 동안 죽을 고생했다. 이 해역을 벗어나자 거짓말처럼 얌전해진 바다.
정오. 바람은 거의 없다. 엔진 Rpm 1,400인데 선속이 8.5노트다. 쿠로시오 해류를 탄 거다. 나비오닉스에 ‘Kuro Shio or Japan Stream’ 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바다의 제트 기류다. 순식간에 9.3 노트가 된다. 출발한지, 3시간 30분 만에 4일 23시간 남았다고 한다. 남은 거리 1,089해리. 26해리 왔다. 평속 7.4 노트다.
감자볶음과 오이-두반장, 김으로 점심 식사를 한다. 멀미를 하던 문선장님도 식사를 한다. 멀미를 해도 먹어야 한다. 이번 항해는 시작부터 4~5미터 파도가 콕핏을 덮치는 험한 바닷길이었다. 문선장님이 고생을 단단히 한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하면 나머지 항해는 좀 더 수월하게 느낄 수 있다.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다시 바다는 얌전하다. 급격히 치솟는 알 수 없는 분노. 그래서 바다는 여성명사인가 보다. 문선장님은 디시 토하기 시작한다.
오후 1시. 식사를 하고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오후 3시에 잠이 깨었다. 뜨거운 햇살이 얼굴을 태우기 전까지 잠에서 깨지 못 했다. 타이완에서의 5일 동안은 새벽마다 깨고, 낮에는 거의 잠들지 못했다. 잠에서 깨자, 머리가 한 결 맑았다. 타이완은 이미 보이지 않는다. 문선장님의 멀미는 상당히 잦아든다. 이제 2시간 더 가면 Ludao 섬이 나온다. 거기가 타이완의 마지막 섬이다. 거기서부터 제주도 끝까지 직항이다. 풍속 스타보드 브로드리치 11~12노트, 엔진 Rpm 1,400. 선속 9.0노트. 남은 거리 1068 해리. 47해리 왔다. 선속 8.9~9.0 노트라니, 이번 항해 중 처음 맞는 기적의 항해다.
오후 6시. 컵 스프와 크루아상으로 간단히 저녁식사를 했다. 문선장님의 컨디션이 별로다. 심하진 않지만 멀미가 멈추지 않았다. Ludao 섬 인근에서 인터넷이 된다. 부모님께 화상통화로 인사를 하고 윤선장님께 중국 어선의 그물을 조심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AIS가 그물도 잡는 것은 처음 알았다. 어선은 웬만하면 레이더에 잡히고 야간에는 항해등도 보이는데 그물이라니, 대책이 없다. 레이더를 보니 주변에 상선이 많이 다닌다. 주변에 상선들을 두고 항해하면 아무래도 그물을 좀 피해갈 수 있겠지?
선속이 7~9노트 사인데 뒷바람도 8~9노트다. 세일들이 펄럭거리기만 해서 다 접었다. 바람이 12~13노트 만 되도 세일을 펼 텐데... 현재 선속은 7.2 노트다. 제네시스는 잘 나가고 있다. 엔진 Rpm 1,400 이다. 1,034해리 왔다. 구름 사이로 달이 무척 밝다.
오후 10시. 파도가 심한 지역이다. 롤링이 심하다. 몸의 균형을 잡기 힘들다. 타이완 앞바다는 굉장히 험하다. 바람은 뒷바람 14~16노트. 마스트에서 바람 우는 소리가 들린다. 하루 사이 굉장히 거친 항해 경험중이다. 거침없는 태평양이다. 지금까지의 바다완 확실히 다르다.
오후 11시 20분. 어느 정도 바다가 얌전해졌다. 다람쥐 통처럼 구르던 제네시스는 일상적인 항해를 계속한다. 정말 지독한 하루였다. 선속 8노트. 1,004 해리 남았다. 좌우로 상선들이 많다. 레이더가 자주 울린다. 달무리가 환하게 제네시스를 따라 온다. 밤하늘은 아름답고, 거친 바다를 달빛이 비추고 있다. 먼 곳을 여행해 온 스키퍼는 많이 지쳤다. 바다야 적당히 해다오.
2023년 7월 2일 4시(일요일)
여전히 롤링이 심하다. 한국까지 계속 이럴 건가? 풍속 Run 10~15노트. 선속 7.5~7.8노트다. 대만의 위쪽으로 2/3 지점인 hua-lien 앞바다를 통과 중이다. 어제 출발일과 오늘의 특징은 상당한 롤링과 쾌속과 엔진 무진동이다. 968해리 남았다. 147해리 왔다. 어제 출발시간이 오전 9시 30분이니 아직 5시간가량이나 남았는데 엄청 많이 왔다. 두렵고도 감사한일이다. 화, 수요일 강풍은 더 두렵다. 기도하자.
야간에는 상당히 쌀쌀한 바람이 불어, 견시 교대가 끝나면 나는 담요, 문선장님은 침낭을 덥고 잔다.
오전 5시. 잿빛구름 속에 일출이 준비되고 있다. 우측 500미터 지점에 상선 두 대가 교차해서 지나간다. 안심이다. 나는 대형 상선들의 항로에 밀접해 있다. 설마 이런 코스에 그물을 설치하는 어민은 없겠지. 계속 이 코스로 진행 하자. 960해리 남았다. 155마일 왔다.
오전 6시. 시리얼과 찬 우유로 아침 식사를 대신한다. 너무 일찍인가? 문선장님은 약한 멀미가 진행 중이다. 좌우로 거대 상선들이 많다. 아마 인천이나 부산을 오가는 상선들일 거다. 늘 위협적이던 저 상선들이 이번에는 감사하게 느껴진다. 저들과 같은 항로라면 그물 걱정은 덜 해도 될 거다. 진행 방향은 쿠로시오 해류와 대만 해류의 도움을 받는다. 해류가 조석의 영향을 받으면 7.4~7.8노트, 순조류가 되면 8~9노트가 된다. 바람은 꾸준히 Run 11~15노트 사이다.
문득 밝은 희망이 생긴다. 일요일 현재 위치부터 제주 남단까지는 3일. 월요일 바람은 괜찮다. 화요일 바람은 강하긴 하지만, 본격적인 바람은 수요일부터다. 강풍은 제주와 대만의 중간 지점을 통과한다. 하지만 수요일 새벽에 우리는 이미 제주 남단이니, 강풍대를 완전히 벗어난 상태다. 소망이긴 하지만, 데이터를 근거로 한 가능성 있는 소망이다. 그럼 정말 은총이고 가호다. 시애틀 사는 여동생 말대로 핑거 크로스 하고, 토우 크로스도 해야 할까 보다. 알렐루야.
오전 9시 30분. 파도는 여전히 크다. 1.0~1.5미터. 심한 롤링이 계속되고 있다. 뒷바람 10~14노트. 선속은 7.8~8.5노트 사이다. 해류와 별로도 순조류다. 이제 타이완 북단 앞바다다. 곧 동중국해에 들어선다. 924해리 남았다. 24시간 만에 191해리 온 거다. 시간당 평균 7.96해리 속도다. 지금까지 이렇게 빨리 항해한 적은 없다. 쿠로시오 해류에 12~14노트의 뒷바람이 더해져 이런 놀라운 속도가 된 거다. 바람이 제일 강한 수요일에는, 오전 일찍 이미 제주 남단에 도착하기 때문에 강풍대를 벗어난 상태가 된다. 반대로 지금 시즌에 타이완으로 간다면 거의 불가능한 항해가 될 거다.
오전 10시. 통영 비지터스 #2 이준희 선장님께 위성전화가 왔다. 위치를 알려 드리니 놀라신다. 화요일 강풍을 주의하라 하시고, 강릉 입항 날짜에 맞추어 강릉에 오신다고 한다. 너무 반가울 것 같다. 그 누구보다도 반가운 손님이다. 고독했던 인도양 한가운데서, 이런저런 고장으로 불안했던 벵골만에서, 이준희 선장님의 전화는 내가 세상의 탯줄과 연결되어 있다는 유일한 증거였다. 나이 탓인가? 또 목이 멘다.
오전 11시. 누룽지를 끓여 김치, 깻잎, 오이 + 쌈장으로 이른 점심 식사를 한다. 문선장님의 멀미가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 어쨌든 식사는 거르지 않고 하고 있다.
문선장님과 대만 에이전트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대만은 외부인이 들어가기 까다롭기 때문에 에이전트가 필요하다. 대만 입항허가와 마리나 사용 신청은 인터넷 사이트로 해야 하는데, 그 공식 사이트가 대만 외부에서는 열리지 않는다. 반드시 대만에 있는 누군가가 대리 신청해 주어야만 한다. 에이전트가 있는 다른 나라는, 본인이 절차를 잘 알면 직접 입항 허가와 CIQ, 하버마스터 서류 작업을 할 수도 있지만, 오만은 에이전트가 없으면 아예 입항신청이 안 된다. 대만은 본인이 할 수 있다고 해도 대만 외부에서 사이트 접속이 불가능하다. 그런 이유로 한국 세일러들이 대만에 가고 싶어도 잘 가지 못했다.
대만에는 멋진 마리나들이 있고, 관광하기도 좋고, 음식도 맛나고 싸다. 대만의 기름 값은, 1리터에 26.7 대만 달러 (1,127원이다.) 한국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 동남아시아의 진입 관문으로 나쁘지 않다. 조금 더 가서 필리핀이 있지만, 공식적인 뇌물로만 150US달러 이상을 줘야한다.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에이전트 가격은 300~500US 달러다. 대만은 현지인이 대만 입항허가와 마리나 사용 신청 등을 대행해야 하는데, 이번에 보니 관련 서류가 장난 아니게 복잡하다.
그러므로 에이전트 400US 달러에,
- 대만 입항허가와 마리나 사용 신청
- 입국 CIQ 진행.
- 포트 클리어런스(Port Clearance) 및 출국.
여기에 유료 부가 서비스로,
- 데이터 SIM Card
- 대만 환전 서비스
- 식품 마트, 철물점, 세탁소
- 디젤유 공급
- 선박 수리 및 설치 지원 (엔진, 레이더 AIS 등 전자기기)
등의 본격 에이전트 업무를 시작하면 대만을 동남아시아의 관문으로 입국하려는 세일요트들이 많아질 것 같다. 배를 고치거나 전자 장비를 장착하는 것도 조건이 더 나을 거다. 문선장님께도 도움이 되고, 대만 입국을 원하는 세일러들에게도 문이 열리는 Win&Win 이 될 것 같다. 한국 이외의 여러 나라 선장들도 마찬 가지 서비스를 받아야만 한다. 제법 괜찮은 사업이 아닐까?
오후 2시. 타이완의 Keelung city 앞바다를 벗어난다. 다시 조류의 영향으로 7.6~8.0 노트로 속도가 낮아 졌다. 이제 2일 20시간이면 제주 서귀포 앞바다다. 여기서 부산 앞바다를 지나 2일이면 강릉이다. 지난 6개월 간 그리던 강릉 도착이 점점 손에 잡히는 현실이 되고 있다. 파도가 부드러워졌다. 제네시스는 여유롭게 좌우로 흔들리며 힘차게 전진한다. 한 낮인데도 지난 동남아 항해들처럼 못 견딜 정도로 뜨겁진 않다. 밤에는 담요가 필요하다. 육지와 멀어졌고 태평양의 수온 때문일 것이다. 문득 소망이 생긴다.
매년 10월까지 강릉서 열심히 일하고, 11월 초중순에 대만으로 간다. 거기서 다시 말레이시아나 태국의 조용한 마리나로 가 겨울을 난다. 가족과 친구들을 불러 아름다운 동남아시아에서 가까운 마리나와 섬들에서 휴식하며 겨울을 난다. 4월쯤 남풍을 타고 오키나와를 거쳐 강릉으로 돌아간다. 다음해 5월부터 10월까지 다시 열심히 강릉에서 일한다. 내가 본 타이완, 랑카위와 Miri, 코타키나발루의 아름다운 Marina Life를 가족과 친구들, 또 세일링 요트에 관심을 가진 분들께 소개하고 싶다. 은퇴한 많은 서양인들은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여전히 생소한 방식의 노후 생활이다. 내가 알기론 오직 김석중 선장님만 진정한 동남아시아 세일링 라이프를 누리고 계신다. 우리나라의 60~80대들도 그렇게 살면 안 되나? 우리 국력은 이미 그렇게 되고도 남은 것 같은데.
오후 4시 30분. 선속이 7.4노트로 줄었다. 뒷바람 8노트. 바람도 없고 엔진 Rpm 1,400 상태에서 이정도 속도가 난다는 건 역시 해류 덕분이다. 다만 조류는 시간에 따라 도움을 주었더 말았다 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 앞바다까지 2일 21시간 남았다. 그래도 수요일 강풍대를 피해 가기는 할 것 같다. 선속 8~9노트가 오래 지속 되어 너무 기대한 것 같다. 7노트 이상의 선속도 얼마나 빠른 것인데. 스스로 주제넘었다는 생각을 한다. 반성하자. 868해리 남았다. 247해리 왔다.
오후 10시 35분. 선속 6.3노트. 재주도 앞 바다까지 2일 23시간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7월 3일 (월) 오전 2시 52분. 달은 5시 방향 낮은 하늘에 떠 있다. 곰보까지 다 보이는 만월이다. 달빛이 파도를 타고 제네시스로 건너온다. 동중국해의 달구경. 아무도 없는 텅 빈 바다에서 홀로 달구경에 빠졌다. 파도가 거칠어졌다. 뒷바람 10노트, 선속 6.6~7.1 노트. 제주도 앞바다까지 2일 16시간 남았다. 남은 거리 800해리. 315해리 왔다.
오전 6시 30분. 디젤을 120리터 채운다. 롤링이 심해 게이지가 안정 되지 않는다. 120 리터면 1,400Rpm에서 이틀 치니 충분하다고 생각 된다. 속도가 6.2~6.5 노트 사이다. 보통의 경우 상당히 빠른거다. 하지만 화요일 수요일 강풍대를 벗어나려면 7~8 노트가 나와야 한다. 엔진 Rpm를 1,500으로 올린다. Rpm게이지의 변화 외엔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인젝터 청소로 엔진 부조가 사라져 진동이 없으니 차이점을 알 수 없다. 혼자 뿌듯하다. 문선장님은 기름통을 묶다가 멀미를 시작한다.
오전 7시. 김치라면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롤링이 심할 땐 라면 하나 끓이는 것도 큰 모험이다. 뜨거운 물을 엎지르거나, 라면 냄비를 들고 넘어지면 참사다. 비틀비틀 주변 손잡이들을 잡으며 간신히 이동한다. 식사 중에 깃발 형 부이가 지나간다. 3마일 전방에 어선이 보였는데 그 어선이 설치한 것 같다. 문어 잡이 일까? 라면을 한 입에 털어 넣고 사방 견시를 시작한다. 그물 밭에 들어 온 것은 아니겠지.
오전 7시 50분. 다행이 다른 그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잠깐 들어가 샤워하고 속옷 빨래를 하고 나와 보니, 문선장님은 길게 누워있다. 멀미엔 조용히 누워 있는 게 최고다. 멀미가 빨리 익숙해지지 않으니 얼마나 힘들까? 그래도 씩씩하게 잘 버티고 있다. 대단하다.
전방 20해리 지점에 장애물과 Discolored Water and Breakers Pa113이 있다. 뭔지 검색하고 싶지만 인터넷은 안 된다. 제주 인근에 가면 검색하자. 뒷바람 14노트, 엔진 Rpm 1,500이다. 선속 6.5 노트. 768해리 남았다. 347해리 왔다. 위성전화기가 계속 신호를 받지 못한다. 이준희 선장님이 연락을 못해 애먹고 계시겠네.
오전 10시 30분. 대만에서 만난 이 박사님이 주신 땅콩과자(화선탕)가 도움이 된다. 파도가 더 거칠어 지면 요리 하기가 더 어렵다. 화, 수요일은 이 땅콩과자에 물로 식사를 대신해야할지도 모른다. 물론 시리얼과 우유도 있다. 누룽지를 불려 먹을 수도 있다. 몇 가지, 불을 쓰지 않는 식사를 고려해 놓는다. 문선장님은 멀미 때문에 무척 괴로워 하지만 그래도 먹어야 한다. 먹지 않으면 체력 유지가 힘들다. 풍속 Run 14노트, 선속 7.0 노트, 751해리 남았다. 364해리 왔다. 평속 7.43노트.
오후 1시. 점심은 유유 한잔과 땅콩과자로 때웠다. 문선장님은 땅콩과자 몇 개만. 오후가 되자 바람이 16노트로 강해졌다. 살짝 구름에 가린 파스텔 톤 하늘. 쾌속으로 달리는 세일요트. 파고가 높아지면서 롤링은 계속되지만, 어쩌면 최고의 세일링이다. 선속은 5.9~6.1 노트. 732 해리 남았다. Hobihu 와 제주도의 딱 중간 정도 왔다.
오후 5시 30분. 바람과 파도가 점점 거세질 것 같아, 저녁을 일찍 먹기로 한다. 카레라이스와 김치다. 마치 그때 통영 비지터스 #2 이준희 선장님께 위성전화가 온다. “아유~ 오늘 100번 전화했습니다.” 그랬을 거다. 보통 오전 9~10시 사이에 연락이 오는데, 오늘은 하루 종일 위성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정말 보통 인내심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이준희 선장님 말씀이, 오늘 저녁부터 내일(화) 오전까지가 피크란다. 거의 23~28노트 뒷바람이다. 그나마 뒷바람이라 천만 다행이다. 메인세일만 축범해 폈는데, 롤링이 심해서 세일이 좌우로 움직이지 못하게 로프로 잡아두었다. 그래도 세일이 막 뒤집힌다. 일단 포트 쪽으로 붐을 바꾸고 다시 로프로 잡아둔다. 세일은 터져 나가는 것보다 펄럭이다가 찢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니 혹시 계속 펄럭이면 아예 강풍 시에는 접어야겠다. 제네시스에겐 무진동(?) 엔진이 있다. 오늘 내일만 엔진 쓰면 된다. 윤태근 선장님 말씀대로 ‘기름 값 몇 푼 더 쓰면 될 걸’ 아끼다가, 세일 터지면 최소 오백만원 깨진다. 한국에 다 와간다. 몸 사리자. 나와 문선장님, 제네시스 모두 몸 성히 귀국하자. 뒷바람 17노트, 선속 59. 노트. 강릉까지 704 해리 남았다, 411 해리 왔다.
오후 10시 5분. 구름이 짙게 낀 밤바다. 그러나 만월이 구름을 뚫고 달빛을 바다에 비춘다. 좌현 10마일 지점에 어선들의 집어등이 환하다. 보기에 수십 대는 돼 보이는 대형 선단이다. 뜬금없이 낭만적이다. 넋을 놓고 밤바다를 바라본다. 다행이 어선단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운항중이다. 파고가 높아 배는 가랑잎처럼 흔들린다. 수평선을 배경으로 파도가 달리는 검은 실루엣들이 보인다. 뒷바람 16노트, 선속 6.2~7.1 노트. 680 해리 남았다.
7월 4일(화요일) 0시 4분. 메인세일을 접었다. 계속 펄럭거려 세일이 다칠 것 같다. 선속은 6.0노트. 달 빛 아래로 커다란 파도가 배를 번쩍 들어 올린 뒤, 아래로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금반 전복 될 듯 위태로와 보이지만 제네시스는 곧 다시 안정을 찾는다. 오늘 오전 내 이렇게 강풍항해를 하면 오후부터는 강풍대를 벗어날 거다. 윈디에는 그렇게 표시되어 있다.
오전 5시. 밤새도록 거대한 파도가 배를 덮칠 듯이 다가와 흰 포말을 일으키며 사라진다. 3미터가 넘는 파도는, 저 먼 언덕 아래처럼 멀리서 슬금슬금 올라와 뱃전 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마치 주먹을 쥐듯 흰 포말을 눈앞에서 터뜨리곤 주욱 밀려난다. 일본 민화의 파도 그림 같다. 가만히 앉아있기조차 힘들다. 뒷바람 17노트, 선속 6.4~7.4노트. 640해리 남았다. 475해리 왔다.
항해 내내 우리의 아침 메뉴는 ‘간단하게’ 다. 뭘 해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오늘은 또 무슨 ‘간단하게’로 아침을 때우나. 그냥 우유에 시리얼로 하자. 선실에 들어가 뭘 꺼내 오는 것 만해도 엄청난 일이다.
오전 7시 강풍대에 들어섰다. 뒷바람 16~20노트 사이, 메인세일 80%, 집세일 60%. 선속 6.7~7.7노트 사이. 623 해리 남았다. 콕핏에 앉아만 있어도 5~6미터를 오르내린다. 강풍 예보는 오늘 오전 중 까지지만, 알 수 없다. 바다는 닥쳐봐야 안다. 내일 저녁에 제주도 남단 도착예상이다.
오전 9시 20분. 바람과 파도가 제네시스를 좌현으로 돌려 눕힌다. 30도 이상 기울어졌던 제네시스는 다시 몸을 일으킨다. 앞으로 4~5시간만 더 가면 강풍대를 벗어난다. 윈디에 그렇게 예보됐다. 계속 이 상황이라면 제대로 된 식사나 일상이 제한된다. 몸을 일으켜 잠깐 걷는 것도 쉽지 않다. 문선장님은 멀미 중에도 배의 침로로 조정하고, 나비오닉스와 레이더 확인도 잊지 않는다. 용자다. 풍속 22노트 선속 7.7노트. 610 해리 남았다. 505해리 왔다. 평속 7.01노트다. 실로 만만치 않은 풍랑항해다.
오후 1시 20분. 풍속 22~25노트. 콕핏 좌현에 있던 문선장님이 배가 크게 기우는 바람에 굴러 떨어졌다. 파도에 밀릴 때마다, 힐(Heel) 각25~30도가 된다. 윈디상으로는 이제 강풍대를 거의 벗어날 때가 되었는데, 여전히 바람이 강하다. 오늘 저녁이면 확실하게 벗어나려나? 뭔가 먹어야 하는데, 멀미가 심한 문전장님에게 뭔가 먹자고 하기에도 좀 편안하지 않다. 풍속에 비해 선속은 5.6 노트밖에 안 된다. 역조류인가 보다. 581해리 남았다.
오후 5시 5분. 뒷바람 16~20노트. 바람과 파도가 조금 가라앉는 것처럼 느껴진다. 배 롤링의 기울기가 한결 나아 진 듯하다. 선속 4,5~5.2 노트. 뒷바람을 고려한다면 이만 저만 역조류가 아니다. 지금 강풍대의 끝에 있지 않나 싶다. 위도 상 중국의 Zhoushan 보다 북쪽으로 가면 강풍대를 벗어나게 된다. 이대로 강풍대를 벗어나길 소망한다. 563 해리 남았다.
오후 5시 40분. 저녁식사를 준비하는데, 커다란 파도가 제네시스의 후면을 두 번 연속 때렸다. 갑자기 으지직! 하는 소리가 나고 뒤를 보니 선체의 일부인 것처럼 보이는 덩어리가 떠내려가고 있다. “어? 러더가 떨어진 것 아니에요?” 문선장님이 소리친다. 그러나 제니시스의 조향은 이상 없이 되고 있다. 러더가 떨어졌다면 이렇게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가 없다. 얼른 고프로9를 꺼내 수중을 촬영해 본다. 컴퓨터에 메모리를 넣고 영상을 확인한다. 러더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다행이 러더의 뿌리 부분은 이상 없다. 그 아래서부터 러더의 좌측 일부가 마치 비늘이 벗겨져 나간 것처럼 떨어져 나갔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그러나 현재 상태로 운항에는 큰 지장이 없어 뵌다. 러더의 다른 쪽이 더 떨어져 나가거나, 러더의 축이 이상 없는 한 운항할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천만다행이다. 러더 사고 지점은 30.08N 125.11E 이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범고래가 세일요트의 러더를 물어뜯거나, 어떤 이유로 러더가 아예 떨어져 나간 영상을 유튜브에서 본 적은 있다. 하지만 이렇게 러더가 세로로 비늘처럼 벗겨져 나간 건 처음이다. 러더가 없으면 항해 자체가 불가능하고, 나나 문선장이 살아서 한국 땅을 밟을지 어떨지 모르는 일이다. 둘 다 놀라 토끼 눈이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여전히 항해중이다.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드린다.
오후 6시 45분. 남은 거리 555해리, 560해리 왔다. 드디어 호비후 ~ 강릉 구간의 50%를 넘어 선다.
오후 10시 33분. 메인세일을 좌현으로 활짝 열어 고정한다. 풍속 12~15노트 Run, 선속 6.1~6.7노트다. 제주도 앞바다까지는 28시간 남았다. 물론 선속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는 일이다. 아까 오후 8시 경에는 선속이 4.5 노트까지 떨어졌었다. 러더가 일부 떨어져 나간 것은 정신적 데미지가 크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지니 정말 두렵다. 남은 러더가 얼마나 단단히 붙어 있는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부디부디 남은 러더가 정상 작동해서, 강릉까지 안전하게 항해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538해리 남았다. 577해리 왔다.
7월 5일 (수) 오전 4시 58분. 습기가 엄청나서 옷과 담요 모두 물이 뚝뚝 흐를 정도다. 끈적임도 말 할 수 없다. 다만 야간에는 점점 더 추워진다. 겉옷들을 챙겨 입어야만 한다. 2시 방향에서 일출이 시작되고 있다. 바람이 18노트로 다시 강해진다. 선속은 5.3노트. 제주까지는 여전히 24시간 남았다. 여기서는 그 누구의 도움도 받기 어렵다. 제주 앞 바다까지 가면 뭔 일이 생겨도 해경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제주까지 138 해리 남았다. 깨진 러더가 마음을 무겁게 누르고 있다. 걱정해 봐야 어쩔 수 없는데, 또 걱정한다.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뒷바람 20노트, 선속 4.6노트다. 역조류가 굉장하다. 제주도까지는 어제부터 계속 하루다. 거리는 줄어드는데 도착 시간은 줄어들지 않는다. 역조류 때문에 선속이 계속 느려지는 탓이다. 이틀동안 희망고문을 당하고 있다.
오전 6시 40분. 오늘도 시리얼에 우유다. 파도가 심해 요리를 할 수 없다. 문선장님도 멀미 때문에 간단한 것이 제일 낫다고 한다. 브로트 리치 13~15노트. 바람은 약해지는데 왜 파도는 그대로인지 모르겠다. 집세일을 110% 폈다. 선속 4.5~5.1 노트. 제주도는 여전히 하루. 심신이 너덜너덜해 지는 느낌이다. 좌우에 장애물들이 많이 표시되어 있다. 주의하자.
오전 7시 30분. 해무 속에서 슬리퍼 같이 생긴 거대한 화물선이 1시 방향에서 다가온다. 3마일 전방에서 보니 오른쪽 뒤에 슬리퍼 꼬리가 보인다. 이대로 가면 충돌이다. 얼른 스타보드 50으로 침로 변경했는데, 어럽쇼? 슬리퍼 꼬리가 왼쪽에 보인다. 화물선도 우리를 보고 침로변경한 모양이다. 재빨리 포트 50으로 돌아간다. 친절한 화물선이다. 대략 1마일 거리로 지나친다. 그동안 제네시스를 보고 침로 변경 해 준 화물선들이 많다. 안전 수칙을 잘 지켜주는 멋진 마도로스들이다.
오전 8시. 디젤유를 7통, 140리터 더 급유한다. 역조류가 심해, 예상보다 디젤유를 많이 소모한다. 지금까지 총 260리터를 급유했다. 제리캔 7개를 풀어 나르고 다시 빈 제리캔을 묶는 작업을 하고 난 뒤, 문선장님은 멀미로 다운이다. 집세일을 130%까지 더 편다. 풍속 브로드 리치 13~15노트, 선속 5.5~6.0노트. 481해리 왔다. 제주도 남단까지는 120해리 남았다. SIM 카드를 원래 한국 카드로 교체한다. 제주도 남단까지만 가면 한국 전화를 사용할 수 있을 거다. 내일 새벽이다. 하늘이 잔뜩 찌푸렸다.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
오전 11시 20분. 빗방울이 떨어진다. 해치들을 닫고 비를 대비한다. 좌후방에서 비구름이 레이더에 잡힌다. 파도는 조금 낮아졌다. 풍속 빔리치 10~11노트, 선속 5.3노트. 제주도까지 105 해리. 강릉까지 466해리 남았다.
고프로를 다시 한 번 물속에 넣어 떨어져 나간 러더를 확인한다. 한쪽 면이 완전이 판자 뜯겨 지듯 떨어져 나갔다. 어쨌거나 한국 해역까지 만이라도 잘 가다오. 거기서는 해경에 응급 구조나 견인을 요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100해리 밖의 여기서는 아무 방법이 없다. 한국 해역에 도착하면 강릉까지 가기 전에 피항 신청을 하고 러더를 자세히 살펴보고 운항을 해야겠다.
오후 0시 50분. 마지막 컵라면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문선장님은 역시 다운. 멀미가 여전히 만만치 않다. 빔리치라 바람도 좋은데, 선속은 5,0노트다. 제주도까지 98.5해리 남았다. 내일 아침이면 한국 폰으로 통화가 되는 영역까지 간다. 통영 비지터스 #2 이준희 선장님께는 오늘도 연락이 안 온다. 아무리 수십 번 위성전화를 해도 안 터지는 것이겠지. 혹시 네트워크 신호를 못 잡을까봐, 나도 계속 신경 쓰고 있다. Thuraya 동중국해라고 신호가 계속 잡히는데도 통화가 되지 않는다면, 영 엉터리 시스템이다. 타이완에서부터 잔기침이 멎지 않아 괴롭다.
쿵! 하고 뭔가 충격이다. 뒤를 보니 종이 박스 같은 것이 지나간다. 속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다. 쓰레기들이 배와 충돌하면, 선체가 어떤 데미지를 입었는지 몰라 속만 태운다. 바다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 장거리항해를 하며 느낀 점은, 세계일주 항해는 점점 더 어려워질 거라는 사실이다. 에이전트들이 대거 난립하며 입출항 대행 비용이 계속 비싸지고 있다. 몇몇 국가들은 코로나 이후 폐쇄적인 입장을 취하고, 막대한 출입국 비용을 요구한다. 이집트는 수에즈를 지나는 세일요트들을 인질로 삼고 양아치 짓을 한다. 엔진이 고장 날 것을 뻔히 알면서 쓰레기 같은 디젤을 공급한다는 것은 일종의 살인 행위 아닌가? 이집트와 이집션들에 대한 이미지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또 바다 곳곳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 변화로 바다 날씨가 점점 더 예측불허가 되어간다. 그동안 쌓아 두었던 항해 정보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또 해적들의 활동범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장거리 항해의 악조건들이 너무 많이 나빠지기 전에, 이탈리아에서 수에즈를 거쳐 한국까지 항해를 마쳐 가고 있다.
오후 4시 30분. 메인세일을 점검하다 세일 윗부분이 한 덩어리로 뭉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몇 번 풀었다, 감았다 해보았으니 요지부동이다. 지난 번 강풍에 축범할 때 잘 못 감긴 것 같다. 난감하다. 문선장님더러 콕핏의 줄을 잡으라 하고 나는 마스트 아래로 나가 직접 풀었다 조였다 해본다. 역시 요지부동. 선체를 노고존으로 침로 변경한다. 메인세일이 마구 흩날린다. 다시 감고 풀기를 반복한다. 마스트의 2/3 쯤에서 뭉친 세일이 도무지 펼쳐지지 않는다.
메인세일 붐카를 잡아 다니며 감고 풀기를 여러 번, 기진맥진 할 때 쯤 갑자기 메인세일이 스르륵 풀린다. 메인세일을 완전히 풀어놓고 천천히 다시 감는다. 성공이다. 제네시스를 원래의 침로로 방향 전환 해 놓는다. 다행이 이번에는 잘 풀고 감았지만, 메인세일이 중간에 찝힌 것이 벌써 몇 번 째인지 모르겠다. 만약 급박한 상황에서 세일 찝혀서 감기지 않는다면 난감한 노릇이다.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다. 또 번번이 노고존으로 방향을 잡아 세일을 감는다면 풀배튼 방식과 다른 장점은 무엇인가? 이번 항해를 통해 펄링 방식 메인세일을 충분히 사용해 보았다. 풀배튼 방식보다 사용이 만만치 않다. 여유가 생기면 풀배튼 방식으로 변경을 고려한다.
오후 5시. 풍속 빔리치 11노트, 엔진 Rpm 1,500. 이정도면 선속 6~7노트가 나와야 정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5.1~5.5.노트 상당한 역조류다. 야간이 되면 조금 빨라지겠지.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다. 문선장님은 추위와 멀미로 누워있다. 그래도 방금 전 같은 상황에 혼자서는 작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두 사람이라서 메인세일을 잘 접을 수 있었다. 문선장님은 멀미 때문에 선실에 잘 들어가지 못하지만 상당히 도움이 되고 있다. 지금 레이더 견시와 조타도 잘 해내고 있다. 제주도 앞바다까지 78.5해리 남았다. 강릉까지는 3일 10시간 더 가야 한다. 네일 새벽이면 한국 전화로 통화와 인터넷이 될 거다.
오후 6시 15분. 카레 파스타로 간단히 저녁을 먹는다. 해무가 가득한 바다다. 사방 1마일 밖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안개에 가린 태양이 서쪽 하늘에 힘없이 떠 있다. 내일 새벽부터는 한국 영해에서 항해 한다. 뭔가 힘이 부쩍 난다. 부디 더 이상의 큰 문제점 없이 제주도 앞바다에 잘 도착하기를 바란다. 고생은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 하느님 저를 도와주소서.
오후 7시 24분. 제주 남쪽 66.9 해리까지 접근했다. 주변 대기가 물이 뚝뚝 흐를 정도로 습하다. 적도에 가까웠던 말라카 해협을 통과할 때도 느끼지 못했던 습기다. 기후변화인가? 훨씬 위도가 높은 제주 바다가 이정도로 습하다니. 놀라운 일이다. 척척한 콕핏에 앉거나 눕는 것이 매우 불쾌하다.
방금 VHF 16번에서 익숙한 안내방송이 들린다. 일기예보를 알려주는 여성 목소리의 안내방송이다. 드디어 한국 연해로 들어 온 모양이다. 날씨가 상당히 쌀쌀하다. 겨울 점퍼와 담요로 무장한다.
7월 6일 목요일 오전 2시. 핸드폰에는 오전 2시고, 컴퓨터는 오전 1시다. 핸드폰은 한국 시간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무전기에서 한국어가 들린다, 밤안개 가득한 바다에 어선들이 점점이 떠있다. 파도는 천천히 움직이는 너울로 우리를 맞아 준다. 제주도 앞바다는 35해리 남았다. 선속은 6.5노트. 아직 핸드폰은 터지지 않는다.
오전 5시 40분. 잔뜩 흐리고 해무가 많이 끼어 주변 2해리 밖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오늘 우리는 제주도 곁을 스쳐가면서도 제주도를 보지는 못한다. 너울성 파도 0.7미터. 풍속 뒷바람 5노트.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집세일을 접는다. 바람이 변하지 않으면 메인 세일도 접어야겠다. 선속은 5.0노트. 제주도 남원 위미리에서 남쪽 24해리 지점이다. 이제는 안심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대한민국 해경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음이 놓인다.
오전 6시. 한국해에 들어 온 기념으로 샤워를 한다. 개운하다. 무풍이라 선속이 너무 안 나와 엔진 Rpm을 1,600으로 올린다. 역시 진동이 없어 1,400Rpm 일 때와 별 차이를 못 느낀다. 선속이 5.6 노트로 올라간다. 커피 한잔을 끓여 여유롭게 첫 한국해의 일출을 본다. 해무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문선장님은 많이 토해서 속이 쓰리다고 한다. 약장을 뒤져 보니 겔포스 한 봉이 남았다. 이걸로 속이 편해지면 좋겠다.
갑자기 문선장님의 전화기가 된다. LG U+인 내 전화기는 여전히 먹통이다. 일단 문선장님 전화기로 핫스팟 연결하자.
첫댓글 한국 무사귀환을 축하드립니다!!
무사귀환 축하드리며 남은 여정도 안전항해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