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깅병로의 산야초 이야기] 방풍
식치(食治)!음식으로 건강을 다스려 전염병을 예방하는 치료법입니다.
조선시대 식의(食醫)가 왕의 무병장수를 위해 음식으로 병을 막고 다스린데서 유래됐지요.
약보다는 음식이 먼저였던 셈입니다.현재의 시각에서 보면 ‘예방의학’의 한 분야로,담백
하고 자연적인 음식으로 몸의 허한 곳을 채워주는 면역증강요법!36가지 풍증을 치료하고,
오장을 좋게 한다는 방풍은 조선시대부터 널리 쓰인 대표적인 식치 나물로 당대의 풍운아
허균(許筠)에 의해 더 유명해졌습니다.
귀양살이를 하며 음식 평가서 ‘도문대작(屠門大嚼)’을 지은 허균은 책 첫머리에 방풍죽을 언급했습니다
“아침 이슬을 머금은 방풍나물의 첫 싹을 가져다 해를 보지 않게 둔다.멥쌀로 죽을 쑤다가 반쯤 익으면
방풍을 넣고,끓어오르면 차가운 그릇에 옮겨 담는다.반쯤 식혀서 먹으면 달콤한 향기가 입안에 가득
하여 3일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 방법대로 죽을 쑤었는데 ‘3일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향기는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그러나
그 느낌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지요. ‘도문대작’과 ‘증보산림경제’에 이어 육당 최남선이 지은 ‘조선
상식’에서도 강릉 방풍죽은 평양의 냉면,진주의 비빔밥,대구의 육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그러나
지금은 전문 식당에서조차 방풍죽을 찾을 수 없지요.죽은 사라졌지만 방풍은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약성 또한 뛰어나지요.특유의 향을 가진 방풍은 칼륨,칼슘,인,철분,베타카로틴이 풍부해 감기,두통,
발한,거담 등의 증세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황사와 미세먼지,중금속 배출을 돕고 불면증과
피부질환 치료에도 요긴하게 쓰입니다.
방풍과 도문대작 그리고 허균!홍길동전 작가로 시대에 저항했던 허균은 삼척부사로 부임하자마자
조카를 급제시켰다는 탄핵을 받아 1611년 전라도 익산 함열현에 유배됩니다.이때 ‘도문대작’이
탄생합니다.그는 “죄를 짓고 바닷가로 유배되어 살게 되니 지난 날 먹었던 음식이 생각난다.그래서
종류별로 나열하여 기록해놓고 가끔 읽어보면서 맛본 것과 같이 여기기로 했다”고 했습니다.기억에
남는 음식을 먹을 수 없으니 얼마나 안타까웠을까요.“다만 바라는 것은 동이에 술이 비지 않고,
부엌의 연기가 끊이지 않으며 물에서 고기를 낚을 수 있다면 일생이 만족하니…”라고 했던 그의
간절함이 애틋하게 다가옵니다.